당장 내 일자리보다 더 멀리 봐야합니다
찬비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네요. 더울 때는 내내 여름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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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클로드 코드의 등장으로 AI 하이프가 시작되던 올해 초, 제가 다니는 회사 대표님과의 1:1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너는 네가 대체될까 봐 두렵지는 않니?”
물론, 잔뜩 두려워하고 있던 저였지만, 이런 질문을 대표님에게 받다니? 절대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 아뇨,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은 으쓱하고 넘어갔지만, 정말 소름 돋는 순간이었고 여전히 그때의 조온습이 기억납니다. (아직은 대체되지 않았네요 😂) AI 자동화를 포함한 여러 가지 업무를 하면서 이렇게 만드는 기틀이 저를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모두가 일자리에 대해 고민한다면 그게 맞는 방향일까? 일자리가 희귀해지고 AI 회사들이 일자리와 부를 독점하게 되는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까 싶었어요. 오늘은 AI와 일자리부터 시작해 AI가 만들어 갈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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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천히 일자리를 대체하는 AI
2. ‘자원의 저주’에 이은 ‘지능의 저주’
3. 대체(replace)가 아니라 강화(augment)하는 방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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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화이트칼라 직종의 신입 일자리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달 후, 오픈AI의 CEO 샘 올트만은 한술 더 떠서 특정 일자리군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같은 해,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기업들은 AI가 인력 수요를 줄였다며 수천 명 단위의 감축을 단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두 CEO가 이야기한 정도는 아닌 건 확실합니다. 아직은 AI가 완전히 상당수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기도 하고, 많은 기업에서 (AI가 업무 프로세스의 중심이 되도록 전환하는) AX를 외치고 있지만 시스템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니까요. 올 6월, 샘 올트먼은 바로 “AI발 일자리 대재앙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틀려서 다행이다”라고 했다고 하네요. AI로 직원을 대체한 뒤 다시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HR 기업 커리어마인즈가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AI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회사 중 31%는 해고 직책을 다시 채용하는 데 비용이 더 들었다고 합니다.
‘대재앙’ 수준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일자리와 고용시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청년들의 일자리 질과 양이 모두 나빠졌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개선되던 흐름이 뒤집힌 것인데, 특히 사무·행정·판매·제조 직종과 같이 중간 수준의 숙련이 필요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의 흐름도 비슷합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임금근로자의 수가 4개월 연속으로 감소 중입니다. 특히, 15~29세 청년층에서 21만 명이 감소했고, 직군 중에서는 AI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고 해요. 정부에서는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 분석했지만, 아무래도 가장 영향받은 집단을 고려했을 때 AI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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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자가 감소하는 대신 자영업을 비롯한 비임금근로자가 증가했고, 특히 30대와 60대에서 늘어났다고 합니다. 임금근로자가 줄고 비임금근로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저채용 사회’를 의미하고, 비자발적 창업을 한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여요.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거시적인 경제 변동이 있을 때 그만큼 고용시장에 미치는 여파도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대체되는 일자리는 자동화할 수 있거나 기본적인 업무로 육성이 필요한 신입 인력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진학사 캐치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신입 채용 공고가 1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대기업은 42%, 중견기업은 48% 감소했으며, 이례적으로 업종 전반에서 감소세가 확인된다고 해요. 캐치와는 달리 잡코리아에서는 올 상반기 신입 채용 공고가 13%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공채로 대규모 채용을 하기보다 필요한 인원만 소수로 뽑는 수시 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가디언에서는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가 공개한 정책 보고서를 기반으로 일자리 수보다는 직무 내용에 변화가 더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AI로 늘어난 일자리, 감소한 일자리보다는 AI로 인해 변화된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기존 직군들이 통합되면서 역할의 범위가 넓어지고, AI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더 많은 업무량을 처리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남아 있는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요. BBC는 빅테크 기업에서 직원들이 주당 최대 90시간까지도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I가 밤낮 없이 일하다 보니 오히려 주말이나 휴식 시간에도 업무를 체크하게 되고, 쉼 없이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요. 더 빠르게, 더 넓은 범위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되는 데다가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수시로 체크하게 되었습니다. AI가 높여준 생산성만큼 더 일하게 되는 거죠.
여러분의 업무 환경은 어떤가요? 위에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가요? 저 역시도 하는 일이 많이 달라졌고, 조직의 변경도 컸던 편이라 레터를 위해 조사하면서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본업은 데이터 분석인데, 올 상반기는 간단한 데이터 추출 및 분석은 AI로 자동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썼고 그렇게 단순한 업무의 비중을 많이 줄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저연차 팀원들이 퇴사하더라도 대체 채용까지 잘 이어지지 않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어요. 업무 범위도 분석을 넘어서 분석 인프라까지 커버하고 AI 에이전트를 고도화하는 데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모든 이야기에는 ‘아직은’이 달려있습니다. 어제까진 안 되더라도 오늘부턴 되는 일들이 생기니까요. 아직은 복잡한 분석일수록 AI의 결과물을 검증해야 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AI가 훌륭한 결과물을 내게 되는 순간부터는 검증과 함께 사람도 필요 없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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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초, 이러한 일자리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문서가 있습니다. ‘지능의 저주(The Intelligence Curse)’라는 이름의 이 에세이 시리즈는 AI의 빠른 발전으로 인간이 사회의 중심 요소에서 아예 배제되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어요. 7편의 글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글 ‘Pyramid Replacement’에서는 바로 위에서 다루었던 신입부터 대체되는 현상을 정확히 예측합니다.
현재 오픈AI에서 정의하는 AGI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의 대부분을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입니다. 노트북이나 엑셀이 인간이 하는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 AGI는 정확히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거죠.
보통의 화이트칼라 기업의 조직 구조가 아래 첫 번째 이미지와 같이 피라미드 형식으로 생겼다고 하면, 에세이에서는 피라미드 아래에서부터 점점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AI 에이전트가 해낼 수 있는 신입 레벨의 채용을 줄이기 시작하다가, AI 에이전트의 성능이 올라가고 점점 더 오랫동안 사람의 피드백 없이도 일할 수 있게 되면 조직구조에서 더 위 레벨에게 영향이 갈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높은 생산성을 요구할 것이고, 시니어의 관리가 없이도 AI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결국 회사는 AI와 C레벨 임원만이 남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요.
물론, 그 역시도 종착지가 아닙니다. C레벨도 역시 사람이고, 사람들은 종종 중요한 걸 잊거나 모든 것에 대해 알진 못하잖아요. 역시 사람이 중간에 끼어들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걸 깨달은 이사회가 C레벨 역시 해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완전히 AI로만 구성된 조직도가 낫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죠. 너무 SF 같나요? 하지만 작금의 현황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흘러갈 수 있겠다고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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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 시리즈는 ⟨소셜 딜레마⟩에 출연하면서 더 유명해진 기술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가 여러 팟캐스트에서 언급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가 출연하기도 한 다큐멘터리 ⟨THE AI DOC⟩은 올 3월 극장에서 공개되었는데요, 아이를 곧 낳게 될 감독이 AI의 실체와 위험성, 그리고 심각성을 짚어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위에서 일자리 축소를 단언했던 샘 올트먼과 다리오 아모데이,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까지 출연해 감독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모습이 예고편에도 담겨있어요. (현재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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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해리스는 이 다큐멘터리를 봐야 하는 이유를 ‘지능의 저주’라고 한 마디로 단언합니다. AI가 사실상 인간을 대체하는 반-인간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렇게 되면 인간은 경제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되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워런 버핏의 오른팔로 유명한 투자가 찰리 멍거가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보여주면, 그 결과가 어떨지 보여주겠습니다.” 그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결과는 어떨지를 예측하기 위해서 그의 동인 또는 인센티브를 보라는 의미라고 해요. AI 프런티어 기업과 빅테크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AGI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과연 이들의 동인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서비스 구독비만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하기엔 액수가 너무 큽니다. 왜 이 회사들은 AGI라는 거대한 흐름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위에서 이야기했던 AGI의 정의를 다시 살펴봅니다.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의 대부분을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 사실상 AGI를 개발하겠다고 달리고 있는 회사들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소수의 기업이 주체가 되어 경제적 보상을 독점하는 체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정도 규모가 되어야 현재의 지출이 말이 되는 수준이 된다고 에세이에서는 이야기하고, 해리스도 이에 적극 동의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인간보다 AI가 더 효율적이고 정확해져 모든 인간이 노동에서 배제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결과를 설명하기 전, 먼저 ‘자원의 저주’라는 개념을 먼저 설명해 보겠습니다. 보통의 국가는 세금을 사람에게서 걷기 때문에 국민이 잘 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교육을 받고, 돈을 잘 벌고, 그 돈으로 세금을 잘 내야 국가도 성장하고 풍요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와 다른 케이스로,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같이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금을 자원에서 떼면 되기 때문에 경제 발전을 위해 사람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저 자원을 잘 추출하고, 가공하고,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만 있으면 되는걸요. 국민의 교육 및 소득 수준을 높이고,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과 같이 국민 삶의 질에 투자할 동인이 적죠. 그래서 이들은 소수가 국가의 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정치적인 갈등이 심하거나 불안정할 때가 많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립니다. 이를 자원의 저주라고 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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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완전 자동화된 폐쇄형 경제의 단순화된 예시(인간은 완전히 배제됨) ⓒ The Intelligence Cur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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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한 지능의 저주도 자원의 저주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된다면, 많은 기업과 정부는 사람보다는 AI에 투자하려고 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AI가 모두 해내고 있을 테니까요. 교육, 교통과 같은 인프라, 재산권, 표현의 자유, 소규모 사업 육성, 시장의 경쟁환경 조성, 사회적 안정성과 같이 우리가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 사회의 주체이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AI가 주체인 사회에서는 불필요하죠.
그리고 AI가 모든 것을 다 어떤 인간보다 완벽하게 해내는 세상에서 인간에겐 더 이상 ‘탁월한 성공’이란 없을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는 이제 정말 끝일 거예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은 점점 심해지고, 일부 소수의 귀족 계층이 계속해서 부를 누르게 되겠죠. 최악의 상황에는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습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AI를 만드는 최전방의 랩 몇 곳과 그 랩이 위치한 지역/국가, AI가 돌아가는 데에 필요한 제조사와 전기 외에 다른 것들(인간 포함)은 모두 부차적인 요소가 될 테니까요.
AGI는 정말 인류에게 필요한 걸까요? 우리에게 AGI가 좋은 것일까요? 어떤 규제도 없는 환경에서 AGI를 만들겠다고 소수의 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하는 구조가 옳은 방향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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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replace)가 아니라 강화(augment)하는 방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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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의 이야기가 디스토피아 같긴 하지만 비현실적이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미국의 AI 데이터센터는 사람들이 쓰는 물과 전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거든요. (작년에도 데이터센터 관련 레터를 발행했었죠) 데이터센터가 많은 상위 세 개 주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전기요금 인상률이 12~16%로, 평균 인상률(5.1%) 대비 2~3배에 달한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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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이 오른 이유는 데이터센터 때문에 늘어난 전력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력 확보 비용이 늘어난 것이 고스란히 소비자 전기요금으로 전가된 것이죠. 버지니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등 13개 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미국 최대 전력 공급사 PJM인터커넥션은 총 전력 확보 비용 중 63%가 데이터센터 수요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 처지에서는 애초에 소음과 오염으로 데이터센터가 좋을 게 없는데,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있고,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증설은 멈추지 않고 있으니 좋아 보일 리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각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에 어떤 혜택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처음으로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최대 6억 달러(한화로 약 8,500억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요. 전기요금은 바로 눈에 보이는 비용이고, 그래서 데이터센터가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대응 방법을 금방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의 변화는 전기요금처럼 가시적이지 않습니다. 문제를 알아챘을 땐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렸을 수 있죠.
저는 다시 두 번째 파트 초반에 적었던 AGI의 정의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의 대부분을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 애초에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따라서 결과 역시 사람들이 노동력에서 배제되는 쪽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체가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AI가 개발된다면요? 그렇다면 우리는 AGI가 도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지능의 저주’ 에세이 시리즈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발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동작할 수 있도록(human-in-the-loop) 하는 형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 짚고 싶은 것은 AI, 즉 인공‘지능’의 형태가 에이전트의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AI를 도구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가 조작하고 결과 판단도 할 수 있는 형태로는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를 보여주는 세계 모델, 정보 검색, 사용자가 시작한 것을 이어주는 패턴 완성과 같은 형태가 있을 것입니다. 예측시장처럼 여러 사람의 판단을 모아 최적의 결과를 보여주는 형태도 있을 수 있고요.
또한 AI 에이전트가 하는 것들도 목표 설정-상황 인식-계획-구현-실행과 같이 최소 다섯 가지 과제로 쪼개볼 수 있어요. 이걸 모두 에이전트가 하게 되면 결국 사람은 마지막 결과 검수 정도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AI가 잘하는 구현과 실행을 AI에게 맡기고, 실무는 딱 떨어지지 않는 탓에 AI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목표 설정과 계획, 판단 등을 사람이 하게 되는 프로세스로 바꾼다면 AI와 인간은 각자가 잘하는 것을 맡아 상호보완적으로 일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도구로서의 AI는 회사로서도 이득입니다. 직원의 생산성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으니까요.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아세모글루 등이 올 2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노동 ‘대체’가 아닌 ‘보완’의 방향이 존재하지만, 기업들이 그쪽으로는 투자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기업에서 전문성을 자동화하여 인력을 대체하는 쪽에 수익을 기대하고 있고, AI 업계 자체도 AGI를 향해 달리고 있으니까요.
만약 방향을 틀어 대체가 아닌 ‘강화’의 방향으로 간다면, 사람들의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기업과 정부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원의 저주와 정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어떻게 AI와 공존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AI 거버넌스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습니다. AI가 벌어들인 돈은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지, 사람이 노동에서 배제될 미래에는 어떻게 사회를 운영할 것인지, AI가 가진 힘을 어떻게 사회에 분산할 것인지.
물론,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더라도 AI가 인간보다 나아지는 상황은 닥칠 것입니다. 하지만 최단 시간 안에 인간이 대체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 현재 상황보다는 더 준비된 상태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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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일상생활과 업무에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뇌 과부하(brain fry)를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AI를 많이 쓰니 오히려 멍청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일은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데, 그 일을 하는 나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 것 같고 오히려 소외되는 것 같아 종종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기도 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내가 성장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레터를 쓰면서는 제 고민의 층위가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AI는 애초에 저를 성장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았거든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한 것이죠. 저는 고민의 방향을 나의 일자리에서 우리의 일자리로 옮겨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당장 AI가 주는 편리함을 넘어서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앞두고 있고, 여기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미래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터를 읽고 든 여러분의 생각을 피드백으로 보내주세요. 함께 논의하며 고민해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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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 | 찬비님 일본어 공부하고 계시다니! 저도 JLPT 공부를 열심히 했던 때가 있어서 더 반갑네요. 다른 언어를 배우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될 수 밖에 없어서 여행을 갔을 때 시야가 더 넓어지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추천해주신 언더커버 셰프도 너무 재밌게 보고있는 중이라 꽉차게 공감했던 레터였네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마고 | 저는 일본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독학한 케이스인데, 취미로만 배우던 일본어 덕분에 취업도 성공하고 일본 여행에서 식당 사장님과 대화하는 즐거운 경험도 했었죠. 찬비 님 글을 읽으면서 점수에 맞춰 전공으로 택했던 영어보다 혼자 좋아서 배운 일본어가 훨씬 빨리 늘었던 기억이 나서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찬비 님 글을 읽고 나니 잠시 배우다 그만둔 이탈리아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이탈리아에 갈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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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비 | 제가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주변에 생각보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계셨다니 반갑습니다. 게다가 취업도 하셨다니요?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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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8월 1일에 봤고 보자마자 아마도 올해 기억 남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배급사에서는 이 영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스물넷, 다정하고 촉망받넌 누나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부모님은 누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이윽고,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꽤나 자극적인 문구 때문인지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좌석이 꽉 차있었는데요, ‘당연히 병원에 보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보기 시작했지만 다 보고 났을 땐 전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꽤나 마음이 심란해졌습니다.
⟨호프⟩, ⟨스파이더맨⟩, ⟨오디세이⟩와 같은 대작으로 극장에 자주 가셨을 분들도 계실텐데요, 그럼에도 분명히 마음에 남을 이 영화도 함께 보시기를 추천해봅니다.
그리고 보셨던 분들이 있다면 후기를 전해주셔도 좋습니다. 스포를 포함한 저의 감상은 여기에 적어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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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가 마음에 드셨다면 더 좋은 퀄리티와 꾸준한 활동을 위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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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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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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