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은 떨어지는데 도서전은 붐비는 이상한 시장
구현모 "그래서 우리 앞으로 뭐해먹고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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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텍스트힙'이라는, 이제는 조금 지나간 유행어로 오늘의 레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텍스트힙은 활자 매체를 소비하는 일이 '힙'한 문화가 되었다는 해석이죠. 하지만 과연 정말로 문화가 바뀌었던 것일까요? 저는 냉소주의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저 텍스트힙이 새로운 문화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올바른 낙관주의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해 미래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가려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활자 매체에 대한 낙관은 유행이라는 뉴스를 넘어선,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숫자로 바라본 한국 출판 시장의 겉모습은 나쁘지 않습니다.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주요 출판사 72곳의 2025년 총매출은 약 4조 8,530억 원으로 꽤 큰 산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370억 원, 이익률은 2.8%에 그칩니다. 한 해 전 3.0%에서 더 떨어진 수치입니다. 2025년에도 신간 종수는 1.1%, 발행 부수는 1.3% 늘었습니다. 그런데 매출은 1.3% 줄고 영업이익은 13.4%나 빠졌습니다.
한 줄 요약하면 더 많이 만들었는데 남은 건 더 적었습니다. 어거스트레터에서 여태 책을 소재로 한 경우 책 안의 메시지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김구라의 톤을 빌려 이 산업의 돈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 그 사이에서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못 버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지금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책만 파는 것'을 멈추는 데서 시작합니다. 당연하고 뻔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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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권의 경제학
2. 읽지 않는 나라에서 책을 판다는 것
3. 그래도 돈이 되는 자리
4.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5. 각자의 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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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을 이해하려면 책 한 권의 원가 구조부터 뜯어봐야 합니다. 출판사와 서점의 계약 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가의 40%가 서점 몫입니다. 나머지는 책마다 다르지만 보통 유통 15%, 인쇄 15%, 저자 인세 10%, 출판사 몫 20%로 나뉜다고 합니다. 정가 20,000원짜리 책이라면 서점이 8,000원, 도매상이 3,000원, 인쇄소가 3,000원, 저자가 2,000원을 가져가고 출판사에는 약 4,000원이 남습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월급, 마케팅비, 창고 임대료가 모두 이 4,000원에서 나옵니다.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서점에 직접 납품하면 유통 몫만큼 숨통이 트이지만, 그만큼의 영업과 물류를 출판사가 떠안아야 합니다.
저자는 어떨까요? 앞의 계산대로라면 2만 원짜리 책 한 권에 2,000원을 가져가게 됩니다. 한국일보 기사에 실린 취재원의 표현을 빌리면 "만 원짜리 책 팔면 작가 수익은 겨우 천 원"입니다. 신인 인세 6~7%, 일반 8~10%, 유명 작가라야 12~15%. 인세 10%로 1만 부를 팔아도 저자 수입은 2,000만 원 입니다. 10만 부짜리 대형 베스트셀러를 터뜨려야 2억 원을 손에 쥡니다. 물론 큰 돈은 맞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작은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6~7개가 나와야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에 가까워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2억을 벌기 위한 1만 부를 파는 일부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초판 부수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2002년 약 5,550부에서 2012년 약 2,733부로 줄었고, 최근에는 소형 출판사를 기준으로 초판이 500부까지 내려간 경우도 흔합니다.
2024년 주요 출판사 실적(유아동 단행본 등 특수 시장을 제외한 일반 도서 기준)을 보면 한강 특수의 위력이 드러납니다. 우선 한강 작가 책을 출판한 문학동네는 매출 463억, 영업이익 127억을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강 작가 작품의 판권을 가진 창비도 427억의 매출과 83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한강 특수가 없는 회사들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한 해 앞선 2023년 조사에서 중소 출판사 293곳의 평균 매출액은 5.3억 원 내외였습니다. 큰 출판사 한 곳의 영업이익에도 한참 못 미치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그 특수는 딱 한 해만에 끝났습니다. 2025년 주요 출판사 영업이익은 1,581억 원에서 1,370억 원으로 13.4% 줄었습니다. 단행본 출판사만 보면 매출이 6.9%, 영업이익이 11.9% 빠졌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하락 이유를 한 줄로 썼습니다. "한강 특수가 지나가자 시장이 다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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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힘들까요? 이유는 간단한데요,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로,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연간 독서량도 2.4권으로 2년 전 조사보다 1.5권이 줄었습니다. 추이를 놓고 보면 더 선명합니다. 1994년 86.8%였던 독서율은 2017년 59.9%, 2021년 47.5%, 2023년 43.0%까지 내려왔고, 30년 만인 2025년에 반 토막보다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지만, 독서량은 꺾인 뒤로 멈추지 않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종합독서율: 지난 1년간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
연령 양극화도 극심합니다. 20대 독서율은 75.3%로 성인 가운데 유일하게 올랐습니다. 30대 66.4%, 40대 41.0%, 50대 26.9%. 나이가 열 살 올라갈 때마다 독서율이 계단식으로 떨어집니다. 20대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고, 직장생활에 몰두하면서 책을 더 멀리하게 되는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많이 읽는 20대조차 전자책 독서율(59.4%)이 종이책(45.1%)을 앞섭니다.
텍스트힙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저는 이 독자층을 '한줌단'이라 부릅니다. 독서라는 행위를 선망할지언정 실제로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은 한 줌이기 때문입니다. 팝한 소비를 좋아하는 것과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출판사는 이 한줌단을 겨냥해 마케팅을 하고, 그 안에서 화제가 되면 바깥으로 매출이 번지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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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무려 책 판매 금액의 40%를 가져가는 서점은 돈을 잘 벌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2025년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영풍문고 4사의 합산 매출은 2조 1,682억 원으로 3.1% 줄었고, 영업이익은 185억 원에 그쳤습니다. 2조 원을 팔아 185억 원을 남겼습니다. 교보문고는 B2B 도매 영업을 늘린 덕분에 2024년 122억 원 적자에서 2025년 약 60억 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영풍문고는 적자로 돌아섰고, 그동안 잘 벌던 온라인 서점도 꺾였습니다. 예스24의 영업이익은 72억 원으로 69.7%, 알라딘은 56억 원으로 43.1% 줄었습니다.
여기서 다크호스가 나타납니다. 바로 쿠팡입니다. 2020년 도서 매출 약 2,500억 원에서 출발해 이후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와우 멤버십이면 1권부터 무료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을 받을 수 있고, 10% 할인에 최대 5% 캐시 적립까지 붙습니다. 2024년에는 글로벌 출판사 와일리와 제휴해 해외 원서 5만 종까지 로켓배송으로 팔기로 했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전통 출판사와 쿠팡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쿠팡에서 책을 샀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이 10% 할인과 5% 적립은 도서정가제가 허용하는 상한선을 꽉 채운 숫자입니다. 정가제는 3년마다 재검토되는데, 올해가 바로 그해입니다. 2026년 5월 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연 토론회에서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현행 유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저자 58.5%, 출판사 63.1%, 서점 65.6%였습니다. 저자·출판사·서점 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할인을 아예 없애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이 이미 시장의 62%를 가져간 상황에서 할인 경쟁이 열리면 살아남을 오프라인 서점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도서정가제: 할인은 정가의 10% 이내, 할인과 적립 등을 합친 혜택은 1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
그런데 이상한 장면도 있습니다. 한국인은 책을 덜 읽지만, 책을 둘러싼 행사는 여전히 큽니다.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 A&B1홀에서 열렸습니다. 주제는 '인간선언', 주빈은 프랑스였습니다. 공식 참가사 디렉토리만 62페이지에 이릅니다. 2025년 디렉토리도 일련번호 기준 503번까지 이어졌습니다. 독서율은 떨어지는데 도서전은 붐빕니다. 이 모순이야말로 지금 출판 시장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책을 꾸준히 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발견하고, 만지고, 소장하고, 저자를 만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에는 여전히 모입니다. 책이 죽은 게 아니라, 책을 사는 이유가 바뀐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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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으로 붐비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 현장 © 대한출판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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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나면 우울한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이 생태계 안에도 새로운 돈의 흐름을 만드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 흐름을 만드는 건 책은 안 읽어도 도서전에는 가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굿즈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북페어도 굿즈도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지금 살아남은 회사들은 이 오래된 유행을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키워 온 곳들입니다.
2011년에 시작한 민음사 북클럽은 출판사 연간 회원권에 가깝습니다. 2025년에도 첫 모집일에 서버가 다운됐고, 올해 역시 연간 회원 1만 명을 모집했습니다. 누적 회원 수는 4만 5천 명을 넘었습니다. 가입하면 선택 도서 3권과 특별 도서 3권 등 여러 권의 책을 선물로 받습니다. 문학동네 북클럽도 2018년부터 매년 오픈런이 벌어집니다. 두 출판사 모두 책을 읽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갖고 싶은 사람까지 끌어들여 출판사의 팬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사 A24가 컬트적인 팬덤을 구축해 '믿고 보는 영화사'라는 평을 듣는 것처럼요.
리커버도 돈이 됩니다. 기존 도서에 새 표지를 입혀 다시 파는 방식입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1998년 출간 이래 누적 2,000만 부 이상을 판매했고 소로우 '월든' 33주년 리커버 판은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직행했습니다. 몇몇 리커버 한정판 팝업에는 주말마다 수천여 명의 여성 고객이 찾아오곤 합니다. 좋은 책보다는 예쁜 책을, 더 희소한 책을 찾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펀딩도 오래된 유행입니다. 2011년 24건이던 텀블벅 펀딩은 2018년 약 1,000개가 진행될 정도로 커졌습니다. 기존 출판 생태계에서는 선택받지 못하는 주제를 책으로 내고 싶을 때, 서점 마진 25~40%를 건너뛰고 출판사와 저자가 직접 가져가고 싶을 때 이 유통법을 택합니다. 기존 유통을 통째로 우회하는 채널입니다.
가성비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가치 소비에서 팬덤으로 소비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습니다. 같은 콘텐츠를 다른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이야말로 3%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민음사는 책을 아예 빵에 실었습니다. 2026년 8월 21일, GS25에서 '민음사빵'이 나왔습니다. 민음사 책 한 권씩을 맡은 빵 네 종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모카번 우유크림,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는 모카번 커스터드, 문정희 시집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는 깨찰빵 솔티밀크, 허연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는 깨찰빵 커스터드. 진짜 주인공은 봉지 안의 투명 책갈피입니다. 세계문학전집 15종과 시집 5종의 표지를 본뜬 20종 중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 있습니다. 이 상품을 기획한 GS25 MD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민음사 팝업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도서전의 붐빔이 편의점 매대로 옮겨온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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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품절 대란이었습니다. 연차를 내고 편의점을 도는 사람이 나왔고, 책갈피는 중고 시장에서 5,000원에서 1만 원 사이에 거래됐습니다. 빵값보다 비싼 책갈피입니다. 9월 14일 누적 100만 개를 넘겼고, 9월 22일 기준으로는 141만 개입니다. GS25 전체 빵류 매출 1위부터 4위까지가 전부 민음사 빵이었습니다. 2,700~3,700원인 가격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 달 만에 40억~50억 원어치 빵이 팔린 겁니다. 민음사의 2025년 연매출이 206억 원이었습니다.
물론 그 돈은 대부분 편의점과 제조사의 몫이고, 민음사가 받는 라이선스 수익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빵을 산 141만 명 중 몇 명이 '오만과 편견'을 펼쳤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 장면이 말해주는 건 분명합니다. 1998년부터 쌓아온 세계문학전집의 표지가 그 자체로 팔리는 IP가 됐다는 것입니다. "'민음사 빵' 다음은 '영풍문고 파스타'"라는 기사 제목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적자로 돌아선 영풍문고는 뷔페 브랜드와 손잡고 '모비 딕'의 클램차우더와 '미스터 초밥왕'의 장어 호소마키를 메뉴에 올렸습니다. 한국 출판이 책 바깥으로 판을 넓힌 드문 장면들입니다.
이 모든 시도가 한 회사 안에서 쌓이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요? 업계 영업이익이 13% 줄어든 2025년, 민음사 매출은 206억 원으로 23.4%, 영업이익은 42억 원으로 72.8% 늘었습니다. 1998년부터 쌓은 세계문학전집이 기본 매출을 깔고, 북클럽이 팬을 묶고, 구독자 42만 명의 유튜브 채널 '민음사TV'가 편집자를 얼굴로 내세우고, 굿즈와 팝업과 빵이 그 위에 올라갑니다. 한 권을 여러 번 파는 법을 가장 멀리 밀고 간 회사가 가장 많이 남겼습니다. 물론 민음사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지난한 수고가 들어있습니다. 직원들의 열정적인 유튜브 운영, 상대적 저임금으로 돌아가는 비즈니스 구조, 신규 기술 투자 등이 필요 없는 사업 모델 등도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흐름출판은 더 과감했습니다. 전통적인 서점 영업을 포기하고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인했습니다.
'메이드인 출판사'라는 시리즈로 편집자와 마케터의 사무실 일상을 공개하고, '출판 일타 강사'라는 포맷으로 1분짜리 책 소개 영상을 찍어 올립니다. 릴스의 도달량이 이미지 콘텐츠의 2배에 달해서 책 소개와 잘 맞는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24년 출판산업 포럼에서 업계가 주목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서점 매대가 아니라 숏폼 피드가 진열대가 된 겁니다.
틈새시장만 파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따비는 음식 인문학만 팝니다. 104종 출간, 매출의 63%가 음식 분야에서 나옵니다. 유유출판은 'OO하는 법' 시리즈로 '공부' 전문 출판사라는 정체성을 만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책을 팔지만, 책만 팔면 안되며 책을 팔 것이면 여러 에디션을 팔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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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도 다른 방법을 찾습니다. 똑똑한 저자에게 책은 신뢰와 전문성을 보여 주는 증명서이고, 수익은 다른 곳에서 만듭니다. 책을 내고, SNS에서 팬덤을 만들고, 온라인 강의와 1:1 코칭을 거쳐 기업 강연으로 이어 가는 식입니다. 강연이나 행사를 여는 쪽은 보통 그 분야의 책을 쓴 사람을 찾기 마련이라, 잘 쓴 책 한 권이 여러 매출의 출발점이 됩니다. 출판사가 리커버로 한 권을 여러 번 팔듯, 저자는 책에 담긴 자기 자신을 여러 번 팝니다. 1만 부의 판매가 아니라 1만 명의 팬이 목표가 되는 시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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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외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해외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데 한국인은 읽지 않는다"는 시니컬한 조롱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노벨상 로고 하나 붙었다고 책을 더 사는 건 냄비근성이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대개 비슷합니다. 실제로 노벨상의 효과는 숫자로 바로 나타납니다. 며칠 전 앤 카슨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직후, 교보문고에서 그의 책 판매량은 하룻밤 사이 138배로 뛰었습니다. 정작 카슨 본인은 수상으로 판매가 달라지겠느냐는 질문에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겠죠"라고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슷한 환경에서 해외 회사들은 어떻게 활로를 찾고 있을까요?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례는 미국의 대형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입니다. 이 서점은 현장 중심 경영을 내세우며, 각 지점이 작은 동네 서점처럼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점에 권한을 최대한 넘겨주었습니다. 지역 주민의 취향과 상권을 반영하라는 뜻이죠.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정말 넓은 나라이고 지역색도 뚜렷하기에, 이런 전략이 유효했을 거라고 추론합니다. 한국처럼 광기 어린 초고속 배송이 불가능한 나라라서 잘 먹힌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2019년 사모펀드 엘리엇에 인수돼 비상장 회사가 된 탓에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2024년 한 해에만 지난 10년보다 많은 매장을 새로 열 만큼 다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국내 출판사들이 같은 판을 여러 번 찍는 법을 익히는 동안, 해외 출판사들은 판 자체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먼저 미국입니다. 펭귄랜덤하우스는 이런 시기에도 2024년 49억 유로(약 53억 달러)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도서 단가 상승, 오디오북 판매, 니치 분야 출판사의 적극적인 인수가 원동력이었다고 합니다.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에서도 출판 시장은 쉽지 않습니다. 서점은 2003년 약 2만 곳에서 2024년 약 1만 곳으로 반 토막이 났고, 잡지 시장은 1996년 정점(1조 5,600억 엔)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대형 출판사들은 오히려 몸집을 키웠습니다. 가도카와와 슈에이샤는 연매출이 2,000억 엔(약 1조 8,900억 원)을 넘습니다. 비결은 IP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 IP는 대개 책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출판사 매출의 체급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체급을 유지하는 데 사업 다각화가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슈에이샤는 총매출의 3분의 1을 인쇄물이 아닌 IP 사업에서 올립니다. 일본 영화 역대 흥행 1위인 '귀멸의 칼날' 극장판의 제작위원회(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작품을 만들고 수익을 나누는 일본의 제작 방식)에는 출판사가 직접 투자금을 들고 참여했습니다. 굿즈 매장 '점프숍' 15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 용산에서 팝업 스토어도 열었습니다. 가도카와는 도쿄 근교에 도서관, 애니메이션 뮤지엄, 아트 갤러리를 한데 모은 복합문화공간 '가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을 세웠습니다. 인문 도서가 아니라 만화책 중심이긴 하지만, 회사의 포지셔닝 자체를 IP 회사로 가져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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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의 책장극장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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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 산업을 다룬 레터에서는 욕을 먹을지언정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는데, 출판업계 앞에서는 내세울 답이 없었습니다. 모든 출판사가 민음사처럼 유튜브를 활발히 운영하거나, 편의점 빵에 실을 만한 표지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일본 출판사들은 만화라는 IP에 기댔기에, 한국의 일반 출판사에 그대로 대입하기도 어렵습니다.
시장이 그만큼 작습니다. 숫자를 다시 보면 텍스트힙은 산업 전체의 트렌드라기보다 소수 브랜드의 성공담에 가깝습니다. 텍스트힙이 가장 뜨거웠다는 2025년, 독서율과 업계 이익이 함께 떨어지는 동안 민음사의 이익은 73% 늘었으니까요.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라, 한줌단의 지갑이 특정 브랜드와 인스타그램형 소비로 몰린 겁니다.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저자에게. 인세만으로 먹고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책을 쓴다는 건 '작가가 되겠다'는 선언보다 '내 전문성을 증명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그 증명서를 지렛대 삼아 무엇을 펼칠지까지 계획해 두어야 합니다.
출판사에게. 정말 가끔은 됩니다. 하지만 한강 같은 특수는 10년에 한 번, 한두 회사에 올까 말까 한 기회이고, 앞서 봤듯 딱 한 해 갑니다. 그런 특수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살아남는 출판사는 한 권을 여러 번 팝니다. 리커버로 다시 팔고, 북클럽으로 묶어 팔고, 굿즈와 오디오북으로 형태를 바꿉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니치한 영역을 일궈야 합니다. 서두에서 말했듯 뻔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이고, 실제로 해내는 회사도 몇 곳 되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쌓는 장기전의 시야, 그리고 편집자의 눈과 마케터의 감각이 만나야만 출판은 돈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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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글로벌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장르문학 출판사 안전가옥 김홍익 대표의 경우, 에이전시와 협업하며 IP 수출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도서 수출이 어렵다면, 형태를 바꾼 수출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안전가옥은 장르문학의 결에 어울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영화 제작사에게 피칭하기도 합니다.
서점에게. 가장 힘든 자리입니다. 온라인 서점의 이익까지 흔들리는 가운데 쿠팡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빠른 배송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점을 만들 수 없습니다. 구경은 독립서점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소비자의 습관도 바뀌기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책이 끌어온 트래픽을 다른 매출로 바꿀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그 전략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영업이익률 3%의 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은 결국 그 한 권의 구매입니다. "책 좀 읽자"는 도덕적 호소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가짜 뉴스와 저질 정보가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성인으로 살아남으려면, 질 좋은 한국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이 도덕이 아니라 실리적으로 필요한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이 산업에 몸담은 모든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당신은 독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만한 경험을 만들고 있는가에 답해야 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지만, 읽어야 할 이유가 떠오르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돈을 허투루 썼다 싶어서 바로 중고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판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제는 생성형 AI로 한 해 9,000종 넘는 책을 찍어내는 출판사까지 등장했습니다. 가짓수는 늘고, 읽을 이유는 더 희박해집니다. 문체부 공무원 출신의 저자가 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에 따르면, 출판사와 서점을 지원하는 예산은 겨우 460억 남짓이라고 합니다. 공급 개혁을 위한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높은 수준의 출판 문화 형성을 위해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출판의 미래에 대해 제가 감히 어떻게 판단하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한국어 콘텐츠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미래를 낙관하고자 합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이 소설 판매량을 끌어올렸다는 건, 좋은 콘텐츠 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는 뜻입니다. 리커버 팝업에 주말마다 수천 명이 몰리고 책 표지를 본뜬 책갈피 때문에 빵이 141만 개 팔리는 건, 책이라는 물건이 아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방증입니다. 부디 저 훌륭한 한국어 콘텐츠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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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요즘 이런 세계관 유튜브에 푹 빠졌답니다. 디지몬 다시 봐도 참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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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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