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대장은 어쩌다가 거지 왕초가 됐는가
구현모 "레버리지로 레버리지 ETF를 사면 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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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문자 그대로 아닌 밤 중에 홍두깨처럼 그 방송국이 망했습니다. 네, jtbc입니다. 멀쩡하게 방송이 송출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그리고 재무적으로는 아수라장입니다. 명색이 미디어 산업 뉴스레터로 출발한 저희이기에 이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디터들의 톡방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담, 충분히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의 논리적 토의(수다)를 나누었고, 이 대화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 두 편의 레터로 나누어 보내드립니다. 이번에는 평소보시는 레터의 형식으로 작성해 보았으나, 다음에는 문자 그대로 '대화' 형식으로도 내보겠습니다.
2026년 6월 12일 JTBC가 206억 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틀 뒤 모회사 중앙홀딩스를 포함한 5개 계열사가 동시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곧이어 중앙일보까지 부도 처리됐습니다. 법적으로 말하면 파산이 아니라 회생절차입니다. 하지만 개국 15년, 종편 중 가장 야심 차게 콘텐츠에 투자하던 방송사가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에 들어간 건 분명합니다.
많은 언론이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물론, 그것도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중계권은 방아쇠였을 뿐, 총알은 종편으로 재탄생 후 무려 15년간 장전돼 있었습니다.
이 글은 어거스트 멤버들 간의 대화를 바탕으로, Codex와 Claude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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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흔들린 광고, 이미 무너진 지주회사
2. 없는 집 막내 아들 SLL
3.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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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은 본질적으로 부동산 임대업입니다. 자기 채널이라는 '입지'에 시청자라는 '유동인구'를 모아 광고라는 '임차료'를 받는 구조. 유동인구가 많으면 임차료가 높고, 적으면 낮아집니다. 단순합니다.
종편 탄생 이후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흐름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동인구의 대이동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 광고 시장에서 온라인은 56%(8조 원)를 차지했고, 방송 광고는 전년 대비 10.8% 또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상가(TV)를 떠나 대형 쇼핑몰(유튜브, 넷플릭스)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 상가에 아무리 화려한 인테리어(콘텐츠)를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줄면 임차료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환경에서 지상파 3사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2024년 KBS는 881억 원, SBS는 25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흑자를 낸 곳은 MBC뿐이었습니다. TV라는 상가 전체의 유동인구가 줄고 있으니 전통의 강자인 앞번호 채널(지상파)도 힘든데 뒷번호 채널(종편)은 오죽하겠습니까.
흥미로운 건 같은 종편 안에서도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입니다. TV조선은 2024년 신문/방송/통신 분야를 통틀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매출 3,267억 원에 영업이익 261억 원. 종편 전체 매출 1조 472억 원에서 JTBC를 제외한 3사 모두 흑자였습니다. 같은 환경, 같은 규제, 같은 광고 시장 침체.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왜일까요.
JTBC 재무제표를 펼치면 한마디로 '쓴 돈이 남은 재산의 37배'입니다.
2026년 3월 기준 총자산 5,755억 원에 누적 결손금 7,293억 원. 자본총계는 19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고, 부채비율은 2,443%였습니다. 15년 동안 흑자를 기록한 해가 2017년, 2018년, 2022년 단 3년뿐이었는데, 피크 흑자가 141억 원(2018년)인 반면 피크 적자는 707억 원(2023년)이었습니다. 벌 때는 조금 벌고, 잃을 때는 크게 잃는 구조. 따서 갚으면 된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누적 결손금 7,293억은 이 비대칭의 15년 치 합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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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 부채비율은 504%에서 3,140%로 6배가 뛰었습니다. 2023년 영업적자 707억 원이 이미 얇아진 자본을 한 번에 날려버린 결과입니다. 이후 잠깐 회복하는 듯하다가 2025년 2분기에 6,469%까지 치솟았습니다. 2022년 9월에 이미 연결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한 번 도달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회사는 사실상 좀비였습니다.
광고매출은 2018년 2,473억 원에서 2024년 1,418억 원으로 6년간 43% 빠졌습니다. 최고 65%를 차지하던 핵심 엔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시청자가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떠나면서 JTBC 수익 기반이 해마다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JTBC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회사인 중앙홀딩스는 JTBC보다 먼저 더 심하게 무너져 있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중앙홀딩스의 연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40억 원이었습니다. 완전 자본잠식입니다. 부채총계는 1조 2,339억 원으로 부채비율 4,565%. 빚이 자본의 45배를 넘었습니다. 2025년 한 해 당기순손실만 1,114억 원이었고, 전년(2024년)에도 813억 원을 잃었습니다. 지주사가 매년 1,000억 원 가까이 피를 흘리고 있던 겁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중앙홀딩스는 지주사입니다. 자체 사업은 거의 없고, 산하 계열사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됩니다. 17개 종속기업의 실적이 합산되는데, 그중 가장 큰 적자 주범이 JTBC였습니다. JTBC의 누적 결손금 7,293억이 연결에 그대로 실렸습니다. 지주사 단독으로도 연 1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자회사들의 적자가 위로 올라오는 구조였습니다.
JTBC만 피를 흘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중앙홀딩스의 연결 재무제표에는 JTBC 외에도 콘텐트리중앙, SLL, 메가박스 계열, 휘닉스중앙, 피닉스스포츠 같은 사업들이 함께 들어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때 그룹의 성장 스토리였지만, 2024~2025년에는 반대로 현금을 빨아들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콘텐트리중앙은 SLL과 메가박스를 거느린 콘텐츠 지주 성격의 회사였지만, 영화관 사업은 코로나 이후 회복이 더뎠고, SLL은 제작사 인수와 해외 확장, 콘텐츠 투자 부담을 안고 있었습니다. 휘닉스중앙과 피닉스스포츠도 리조트와 스포츠 사업 특성상 차입과 고정비 부담이 컸습니다. 정확한 회사별 손익은 별도로 뜯어봐야 하지만, 큰 그림은 분명합니다. 흑자를 내던 중앙일보가 예외에 가까웠고, 나머지 사업들은 중앙일보가 벌어온 돈과 외부 차입으로 버티는 구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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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명적인 건 계열사 간 채무보증 구조였습니다. 그룹 전체가 서로의 빚을 보증하는 연쇄 구조였습니다. 중앙일보가 번 돈(영업이익 175억)은 중앙홀딩스에 빌려주는 데 쓰였고, 중앙홀딩스는 그 돈으로 JTBC의 채무를 보증하고 있었습니다. 흑자 법인이 적자 법인을 떠받치는 구조. 한 곳이 무너지면 보증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전체가 같이 쓰러지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JTBC가 206억을 못 갚는 순간 교차 디폴트(cross-default) 또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연쇄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중앙홀딩스의 보증 부담이 현실화됐으며, 중앙일보까지 CP 220억의 즉시 상환을 요구받았습니다. 중앙일보는 현금이 부족해 이를 갚지 못했고, 결국 부도 처리됐습니다. 206억짜리 실탄 하나가 1조 2,000억짜리 연쇄 폭발을 일으킨 겁니다.
중앙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9,144억이었는데, 현금은 157억뿐이었습니다. 갚아야 할 돈의 1.7%만 현금으로 들고 있었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JTBC가 아니더라도 어떤 계열사든 하나만 넘어지면 전체가 무너질 운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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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JTBC가 망한 근본 원인은 하나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쪽과 돈을 버는 쪽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JTBC는 편성비와 방영권료, 광고 매출 리스크를 부담했지만, 흥행 이후의 IP와 유통 수익은 제작사인 SLL(스튜디오 룰루랄라)과 콘텐트리중앙 쪽에 더 많이 남는 구조였습니다. JTBC에 남는 건 줄어드는 TV 광고 수익이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대박이 나도, JTBC 장부에 남는 돈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려면 지분 구조를 봐야 합니다.
SLL 지분은 콘텐트리중앙이 53.82%, JTBC가 2.8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JTBC와 SLL은 같은 중앙그룹이지만, 지분 연결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같은 '스튜디오 분사' 전략을 쓴 다른 방송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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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스튜디오S를 100% 자회사로 보유해, 스튜디오S가 버는 돈이 그대로 SBS로 돌아옵니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54.46%를 보유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수익이 연결 재무제표에 합산됩니다.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4.99%를 1,078억에 사며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맺었고, 네이버도 6.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CJ는 콘텐츠를 만들면 돈이 돌아오는 구조를 설계한 겁니다.
JTBC만 2.85%입니다. 콘텐츠가 흥행하고 넷플릭스에 팔려도 지분상 수익의 대부분은 콘텐트리중앙(53.82%) 쪽에 귀속됩니다. JTBC는 편성 비용과 광고 경기 악화를 떠안고, 부가 수익은 제한적으로 가져가는 위치에 가까웠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이름이 묘하게 어울리는 구조입니다.
2022년에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결정도 있었습니다. 적자를 줄여보겠다며 '아는 형님' 등 279개 핵심 프로그램의 IP를 SLL에 433억 원에 통째로 넘겼습니다. 당장의 현금은 확보했지만, 앞으로 재방송이나 유통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영구히 포기한 결정이었습니다. 2023년부터는 프로그램이 아무리 흥행해도 JTBC가 직접 가져갈 부가 수익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짰을까요. 중앙그룹이 'JTBC의 사업'이 아니라 'SLL의 상장'을 위해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SLL을 콘텐트리중앙(상장사) 산하에 배치하면 콘텐트리중앙의 기업가치가 올라갑니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프랙시스캐피탈이나 텐센트 같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프리IPO로 5,000억 원을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JTBC가 SLL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했겠지만, JTBC는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인허가 사업자입니다. 대주주 변경, 외국인 지분, 특수관계인 거래가 모두 규제와 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텐센트 같은 해외 자금이나 FI를 넣고 상장을 추진하려면, 방송사인 JTBC 밑에 두는 것보다 상장사 콘텐트리중앙 밑에 두는 편이 훨씬 설명하기 쉬웠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JTBC라는 방송사에 투자하라'가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 SLL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설계에서 JTBC의 지속가능성은 뒤로 밀렸습니다. 투자 유치와 상장 스토리는 쉬워졌지만, JTBC의 수익 환류 통로는 약해졌습니다. JTBC는 그룹의 자금 조달을 위한 비용 센터에 가까워졌고, '상장만 되면 다 해결된다'는 전제를 두고 적자를 감수하며 콘텐츠를 찍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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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SLL 상장에 걸려 있었습니다.
2021년 콘텐츠 업종이 한창 뜨거울 때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 등이 약 3,000억 원을 SLL 프리IPO로 넣었습니다. 기업가치는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JKL파트너스가 콘텐트리중앙 전환사채로 1,000억 원, 한국투자PE가 300억 원을 추가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FI) 투자 총액은 약 5,000억 원. 이들에게는 IRR(내부수익률) 2.9%를 보장하는 풋옵션이 부여됐습니다. 상장이 안 되면 회사가 원금에 수익률까지 물어줘야 하는 구조입니다.
상장만 되면 자금이 들어와 차입금을 갚고 FI에게 약속을 이행하며, 그룹 차원의 유동성 압박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세우고 2026년 3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안 됐습니다. 콘텐츠 업종 밸류에이션이 빠지고, 금리가 올라가고, IPO 시한이 두 번 연장된 끝에 2026년 최종 만료. 유일한 출구가 닫힌 겁니다.
회생 신청과 함께 FI 4,300억 원 이상이 묶였습니다. 프랙시스캐피탈의 인수금융 대주단은 SLL 지분 담보권을 행사해 강제 매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잘 나갈 때 높은 IRR을 보장하며 투자를 유치하는 것. 성공하면 영웅이 되지만, 실패하면 독배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모두가 '상장만 됐으면'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랬을까요.
단기적으로는 숨통이 트입니다. 상장이 되면 FI(프랙시스, 텐센트 등)가 시장에서 지분을 팔고 나갈 수 있으니 풋옵션 5,000억 부담이 사라집니다. 콘텐트리중앙(SLL 지분 53.82%)의 보유 지분 가치가 올라가면 담보 여력도 생기고, 그룹 전체의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차환 발행도 수월해집니다. 회생절차까지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하나도 안 풀립니다. SLL이 상장해서 돈이 들어오면 그건 기본적으로 SLL과 콘텐트리중앙의 돈입니다. JTBC 지분은 2.85%밖에 안 되니까, JTBC 장부에 직접 잡히는 건 제한적입니다. JTBC의 연간 영업적자 500~700억은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발생합니다. 광고 매출은 매년 줄고, 인건비는 고정이고, 중계권 상각은 매년 빠지니까요.
그렇다면 콘텐트리중앙이 JTBC나 중앙홀딩스에 돈을 주면 되지 않았을까요. 법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콘텐트리중앙은 상장사입니다. 같은 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부실 계열사에 돈을 넘기면 배임, 부당지원, 소액주주 침해 논란이 생깁니다. 배당을 하려면 배당 가능 이익이 있어야 하고, 대여를 하려면 이사회와 이해상충 절차를 거쳐야 하며, 조건도 시장 가격에 맞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콘텐트리중앙도 현금이 넉넉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SLL 지분은 장부상 가치이고, 실제 현금은 콘텐츠 제작, 제작사 인수, 메가박스 회복, 차입금 상환에 묶여 있었습니다. SLL에는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 같은 FI도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 돈은 SLL의 성장과 상장을 전제로 들어온 돈이지, JTBC의 영업적자를 메우라고 들어온 돈이 아니었습니다. 상장이 실패한 순간 콘텐트리중앙의 '수혜'는 현금이 아니라 부담으로 바뀌었습니다. 회계상 지분가치와 실제 유동성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상장이 해주는 건 결국 '시간 벌기'입니다. FI 리스크가 제거되고, 그룹 신용도가 유지되고, 그 사이에 JTBC의 비용 구조를 고치거나 수익 모델을 바꿀 시간을 버는 것. 그런데 그 시간을 벌어서 뭘 했을까요? 이 그룹에 비용 구조를 혁신할 의지와 역량이 있었는지가 핵심 질문인데, 지난 15년을 보면 답은 회의적입니다. 적자가 나는데도 직원을 늘렸고, 중계권에 5,000억을 베팅했고, IP를 팔아서 단기 현금을 만들었습니다.
상장이 됐어도 2~3년 뒤에 다시 같은 위기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열제는 될 수 있었지만, 항생제는 아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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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같은 '방송사 스튜디오 분사 후 상장' 전략인데 스튜디오드래곤은 성공하고 SLL은 실패했을까요. 차이는 세 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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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타이밍.
스튜디오드래곤은 콘텐츠 산업이 가장 뜨거울 때 상장했습니다. 시가총액이 한때 2조 원을 넘겼습니다. SLL은 그 열기가 식은 뒤에 시도했습니다. 2021년에 프리IPO를 했을 때까지는 타이밍이 맞았지만 실제 상장은 2024~2026년으로 밀렸고, 그 사이에 시장이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프리IPO와 본상장 사이에 3~5년이라는 공백이 생겼고, 그 공백 동안 콘텐츠 버블이 꺼졌습니다.
둘째, 모회사의 체력.
CJ ENM 뒤에는 CJ그룹이라는 거대한 안전망이 있습니다. 식품(비비고), 물류(CJ대한통운), 유통(올리브영)까지 연 매출 40조 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입니다. 스튜디오드래곤 IPO가 실패했어도 CJ가 무너지진 않았을 겁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입장에서 '되면 좋은 것'이었습니다.
중앙그룹은 정반대입니다. 신문(중앙일보)과 방송(JTBC), 그리고 이 둘을 지탱하는 콘텐츠 사업이 거의 전부입니다. SLL 상장이 안 되면 그룹 전체가 무너집니다. SLL 상장은 '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 되면 죽는 것'이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모회사가 자본잠식인 회사의 자회사에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전혀 다릅니다.
셋째, 독립적 수익성.
스튜디오드래곤은 상장 전부터 독자적으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도깨비', '시그널', '비밀의 숲' 등 검증된 IP를 보유했고, CJ ENM 채널(tvN)과 넷플릭스, 해외 판매 등 다각화된 매출원이 있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직접 4.99% 지분을 1,078억에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 신호를 줬고, 네이버도 6.25%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전략적 투자자(SI)가 먼저 들어와서 기업 가치를 검증해 준 겁니다.
SLL은 달랐습니다. JTBC 스튜디오와 드라마하우스 등을 급하게 합친 조직이어서 통합 실적 자체가 짧았습니다. JTBC 채널 의존도가 높은데 JTBC 자체의 시청률이 하락 중이었고, 넷플릭스나 네이버 같은 전략적 투자자는 없었습니다. 들어온 건 전부 FI. FI는 수익률을 보장받고 들어온 터라, 상장이 안 되면 베팅이 아니라 청구서가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잘 나가는 집안의, 이미 돈 버는, 시장이 뜨거울 때 상장한' 케이스이고, SLL은 '무너지는 집안의, 아직 증명되지 않은,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상장을 시도한' 케이스입니다. 전략이 틀린 게 아니라,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결정 라인에 대규모 자본 조달, FI 계약, 풋옵션 리스크를 통제할 재무적 견제 장치가 충분했느냐입니다. 비용 구조를 어떻게 짰는지 업계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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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는 모두가 JTBC의 '무모한 도박'이라 부른 스포츠 중계권부터 어거스트가 바라보는 이번 사태의 핵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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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솔직히 불러주면 재밌게 떠들 수 있어요 재밌게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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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가 마음에 드셨다면 더 좋은 퀄리티와 꾸준한 활동을 위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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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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