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죽음을 이야기해볼까요
구현모 "레버리지로 레버리지 ETF를 사면 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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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는 것 자체보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두렵습니다. 의식은 흐릿하며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족에게 짐이 되는,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그 시간이 무섭습니다.
저는 사회복무를 보훈병원에서 했습니다. 가벼운 환자부터 중증 환자, 호스피스까지 다양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문병객이 끊이지 않는 분도 있었지만, 가족이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분도 있었습니다.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분들 곁에서, 저는 죽음이란 반드시 오는 끝이면서도 끝까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라는 걸 배웠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은중과 상연〉에서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상연(박지현)이 30년 친구 은중(김고은)에게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받으러 가는 마지막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하며 말합니다. "적어도 나한테 고통을 거절할 권리는 있잖아?"
저는 그 장면에서 드라마를 멈추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내가 은중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상연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까? 100세 시대라는 단어에서 두려움이 느껴지는 지금, 존엄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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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세 시대의 저주와 존엄사
2. 세계는 어디까지 허용하고 있는가
3. 스크린 위의 죽음들
4. 두려움에서 준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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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입니다. 그런데 건강수명은 65.8세로 그 격차가 무려 16.9년( 통계청 2022년 생명표)으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되는 시간만큼을 아픔을 안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반드시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숫자가 말해줍니다.
젊은 시절에 일하면서 아끼고 또 운이 따른다면 노후를 충분히 버틸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은 뜻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아픈 노후 중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 치매입니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9.2%, 2024년 추정 환자 수 약 105만 명으로 공식 집계 이래 처음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기억이 흐려지고 가족의 얼굴을 잊으며 마침내 자기 자신마저 잃어갑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 거주 기준 약 1,734만 원, 시설·병원 입소 기준 약 3,138만 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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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이 가리키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연명의료중단은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무의미한 치료를 멈추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처치에 한합니다. 조력사망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 본인이 직접 복용해 생을 마감하는 것이고,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합법인 것은 연명의료중단 단 한가지 뿐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같은 말이라도,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은중과 상연〉에서 상연이 선택한 것은 조력사망입니다. 스위스의 조력사망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를 모델로 한 기관에서 의사 상담을 거쳐 본인이 직접 약물을 복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한국에서는 불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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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의 비영리 조력사망 단체 디그니타스 실제 사진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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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연명의료중단이 법적으로 인정된 건 2009년입니다.
2008년 2월, 76세 김 할머니가 폐암 조직검사 도중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지만 병원은 거부했습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이듬해인 2009년 5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회복 불가능한 사망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판결이었습니다.
이 한 사건이 법을 바꿨습니다.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2018년 시행, 2019년 말기 환자까지 확대되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8년 전 일입니다.
법이 문을 열자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내가 의식이 없을 때 어떤 치료를 받을지'를 미리 결정해두는 문서) 등록자가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 약 10만 건에서, 2020년 79만, 2022년 157만, 2025년 말 약 32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30분이면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성인 인구 대비 등록률은 약 7% 수준입니다. 나머지 93%는 아직 결정을 미뤘거나 이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릅니다.
등록률 7%라는 숫자만 보면 관심이 적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2023년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이 국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조력사망 찬성이 76%, 2022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82%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명을 통해 의사 표현을 한 사람은 소수지만, 존엄한 마무리를 원하는 사람은 압도적 다수인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조력사망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2022년 안규백 의원이 국회 최초로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했고, 2024년 공청회가 열렸지만 종교계와 의료계의 반대가 거셉니다. 법과 민심 사이에 큰 간극이 있습니다. 종교계는 생명 존중을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의료 종사자가 치료와 동시에 죽음을 돕는 역할을 맡는 것에 윤리적 부담을 우려합니다. 경제적 이유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취약계층 압박 우려도 있습니다.
이 간극 때문에 누군가는 외국인에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스위스로 떠납니다.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한 한국인 회원이 공식 확인 기준 약 300명입니다. 실제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선택한 한국인은 최소 10명. 기관 비용만 최소 약 1,500만 원, 항공·숙박비 포함하면 2,000만 원 안팎의 비용인데 극심한 통증 속 장거리 비행까지 감수하면서 떠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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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바깥으로 돌려보겠습니다. 현재 전 세계 최소 12개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조력사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와 조력사망을 모두 합법화했습니다. 2024년 한 해 시행 건수는 9,958건해서 전체 사망의 5.8%를 차지했습니다. 벨기에도 같은 해 안락사를 허용했고, 2014년부터는 미성년자에게까지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가장 개방적인 모델은 스위스입니다. 1942년 시행된 형법 115조가 '이기적 동기가 아닌 한' 자살 조력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별도의 합법화 법률이 아니라, 처벌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허용인 것입니다. 1998년 설립된 디그니타스는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단체입니다. 비용은 최소 10,700스위스프랑(약 1,500만 원)으로 의사 상담을 거쳐 환자가 직접 약물(펜토바르비탈)을 복용합니다. 뉴질랜드는 2021년 국민투표에서 65.2% 찬성으로 합법화했고, 호주도 2019년 빅토리아주를 시작으로 전 주로 확대 중입니다.
영국은 2024년 11월, 하원에서 330대 275로 「말기 성인(생애 말기)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명 6개월 이하 말기 환자에게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2025년 6월 하원 최종 투표에서 314 대 291로 가결돼 상원으로 넘어갔고, 9월 상원 2독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 단계에서 1,000건 이상의 수정안이 쏟아졌고, 2026년 4월 의회 회기 종료와 함께 법안은 끝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역사적인 문이 열리는 듯했지만, 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프랑스 역시 2025년 5월 하원에서 305 대 199로 조력사망 법안을 가결했으나 2026년 1월 상원에서 핵심 조항이 부결됐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는 2025년 2월 이탈리아 최초로 조력자살을 합법화했습니다. 5월에는 이 법에 따른 첫 번째 사례가 시행됐습니다. 2008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온 64세 작가 다니엘레 피에로니가 명료한 의식과 평온함 속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슬로베니아의 사례는 더 극적입니다. 2025년 7월 의회가 조력사망법을 통과시켰지만, 가톨릭 교회와 보수 야당의 지지를 받은 시민단체가 46,000명의 서명을 모아 국민투표를 이끌어냈고, 유권자의 약 53%가 반대해서 법안은 폐기됐습니다.
위의 사례들처럼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나라가 늘고 그 범위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이 확대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 MAID(의료적 조력사망)를 도입한 뒤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2021년에는 말기 질환이라는 조건을 삭제했고, 2023년 연간 MAID 사망자는 약 16,000명에 달했습니다. 정신질환만을 이유로 한 MAID 적용은 2027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13개 주·준주 중 10곳이 무기한 유예를 요구하고 있고 UN은 캐나다에 MAID 확대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취약계층이 사회적 압력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적 수준으로 커진 겁니다.
자율성의 존중과 취약계층의 보호. 존엄사 합법화는 '허용의 범위'보다 '돌봄의 인프라'가 먼저라는 교훈을, 캐나다가 가장 비싼 값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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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일상에서 꺼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크린이 대신 질문을 건넵니다.
〈은중과 상연〉, 아름다운 이별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조력사망을 두 사람의 관계 안에서 다뤘다는 점입니다. 법적 논쟁이나 의료 윤리가 아니라 30년 우정의 끝에서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디그니타스의 의사 인터뷰 절차, 허가 과정, 장소와 용어까지 고증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국 사회에서 조력사망 논의를 학술 영역에서 대중의 감정 영역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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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75〉, 냉정한 미래
초고령화 일본에서 75세 이상이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정부 제도 'Plan 75'가 시행된 사회를 그립니다. 78세 미치는 호텔 청소 일자리마저 잃고 Plan 75 신청을 고민합니다. 생산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는 사라져야 하는가? 〈은중과 상연〉이 개인의 선택을 존중했다면, 〈플랜 75〉는 그 선택이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강요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캐나다 MAID의 딜레마와 정확히 겹치는 지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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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잔인한 현실
80대 노부부 중 아내 안느가 뇌졸중 후 반신마비 후, 치매 악화되자 남편 조르주는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이 영화가 잔인한 건 어떤 과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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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늙어감의 공포
존엄사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그 이면의 공포를 보여줍니다. 나이 들어 방송에서 잘린 50대 여성이 '서브스턴스'라는 약물로 젊은 분신을 만들어내지만, 대가는 자신의 육체입니다. 노화에 대한 공포와 외모에 대한 집착을 바디호러로 극한까지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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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존엄사라는 주제의 스펙트럼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이별, 디스토피아적 경고, 잔인한 현실, 늙어감 자체에 대한 공포. 층위는 다릅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늙고, 어떻게 떠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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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고, 이 인식이 모든 문화, 종교, 자존감 추구의 근본 동력이라는 이론입니다. 흥미로운 건, 죽음 수용이 높은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와 심리적 안녕감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때, 남은 삶이 나아집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결혼 계획, 노후 자금, 건강검진은 이야기하면서, '나는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가족에게 '나는 이런 상황이 되면 이렇게 해줘'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아직 해본 적 없는 대화입니다. 불편하더라도 이 대화를 한 번이라도 나눈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의 차이는 '마지막 순간'에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일본에는 종활(終活)이 있습니다. 유언장을 쓰고, 장례 방식을 정하고, 유품을 정리하고, 버킷리스트를 실행합니다. 서점에 '종활 노트'가 코너를 차지하고, 장례박람회에 수만 명이 방문합니다. 자신의 관에 직접 누워보는 '입관 체험'까지 있습니다.
스웨덴에는 도스타닝(Döstädning), '죽음의 정리'가 있습니다. 남은 가족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소유물을 스스로 줄여나가는 문화입니다. "당신이 죽은 뒤, 누군가 당신의 물건을 치워야 한다. 그 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떠넘기지 마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 '아름다운 마무리' 프로그램 등 웰다잉 교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전체 보건소의 5곳 중 1곳 수준이고, 웰다잉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자체도 많습니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문화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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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한다는 게 반드시 무겁기만 한 건 아닙니다. 떠나는 사람이 남기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 작가가 인터뷰해 한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만드는 자서전 서비스가 있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어린 시절 이야기, 아버지가 젊었을 때의 실패담, 이런저런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남는 가족에게는 어떤 유산보다 귀한 것이 됩니다. 목소리와 표정을 담아 남기는 영상 유언, 손녀의 대학 입학일에 도착하는 미래 편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임종 도울라(Death Doula)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출산 도울라가 생명이 시작되는 과정을 함께하듯, 임종 도울라는 마무리되는 과정을 함께합니다. 환자의 감정을 돌보고, 가족과의 대화를 중재하고, 마지막 시간을 평온하게 만듭니다. 미국과 호주에서 확산 중이고, 한국은 도입 초기입니다. 출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죽음에는 왜 그러지 않는가. 생각해볼 만한 질문입니다.
보훈용사를 위한 병원에도 호스피스 병동이 생기듯, 한국에도 호스피스 병동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입원형·가정형·자문형을 합쳐 약 188개입니다(2023, 중앙호스피스센터). 이용 만족도는 환자와 가족 모두 95% 이상으로 경험한 사람은 거의 다 만족하게 되지만 이용률은 여전히 33%으로 낮습니다. '호스피스에 간다 = 포기했다'는 등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끝까지 치료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고, 환자는 가족에게 미안해서 호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호스피스는 포기가 아닙니다. 남은 시간의 질을 선택하는 행위입니다. 통증을 관리하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고 존엄한 상태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문제는 죽음을 인정하면 지는 것이라는 우리 안의 관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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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에서 상연의 대사, "적어도 나한테 고통을 거절할 권리는 있잖아?"라는 한 마디가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건드린 이유는 이런 사연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존엄사 논의의 본질은 죽고 싶다는 것이 아닌, 마지막까지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선언입니다.
물론 캐나다의 사례가 보여주듯 합법화에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돌봄 시스템 없는 조력사망 허용은 취약계층에게 '사회가 당신의 죽음을 원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플랜 75〉가 그린 세계가 그것입니다.
슬로베니아 국민투표가 보여주듯 죽음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죽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일,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는 일, 마지막 추억을 어떻게 남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일, 모두 앞으로 놓인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행위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날은 옵니다. 그 날을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지는 미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글을 쓰면서도 저는 아직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습니다.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막상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글은 여러분에게 드리는 조언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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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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