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돈이 안되는데
장희수 "여러분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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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장희수입니다. 또 찾아뵙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주제는 이전 레터("언론은 왜 돈 얘기만 나오면 작아질까")에서 얘기 나누었던 언론 산업의 수익 구조입니다.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어서, 계속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질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 얘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저번에는 수익 구조에서 '수익'에 방점을 찍고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구조'에 방점을 찍어볼까 합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만약 언론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라는 목표 자체가 시장에서는 애초에 돈이 되기 어려운 성격의 재화라면, 우리는 언론에 관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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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기는 너무 힘들어어..." © 웅진주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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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해도, 독자가 늘어나도, 심지어 구독자가 수백만 명이 되어도 언론의 수익구조에 관한 고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론은 늘 긴축을 이야기하고, 늘 위기를 말합니다. 마치 끝나지 않는 계절처럼요. 많은 설명이 있습니다. 광고가 줄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플랫폼이 시장을 빼앗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고민할수록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언론이 어려운 이유는 경쟁을 못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요.
많은 사람들은 언론이 돈을 못 버는 이유가 디지털 기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플랫폼이 광고를 가져갔고, 사람들이 더 이상 신문을 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술은 분명히 시장의 구조를 바꾸었고, 언론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언론이 원래부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산업이었다면 어떨까요?
언론은 산업이라기보다, 도로와 학교와 병원에 더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 말입니다. 언론의 수익구조에 관해 제가 현재 도달한 결론은 이겁니다. "자본주의 시장에 내던져진 언론은 성공할 수 없다." 자본주의 논리에서는 경쟁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상품을 준다고 하는데, 언론은 이 경쟁속에서 우리에게 더 좋은 상품을 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해본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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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론은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가진다
2. 민주주의는 돈이 안 된다
3. 성공 사례도 사실 시장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4. 언론은 사회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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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언론 산업이 다른 산업과 어떻게 다른지부터 살펴보죠!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서 언론도 하나의 산업입니다. 언론사는 기업으로서 직원이 있고, 비용이 들고, 수익을 내야 합니다. 신문사든 방송사든 온라인 매체든, 운영을 계속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월급을 지급해야 하고, 취재를 위해 이동해야 하고,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서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는 다른 기업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언론도 당연히 상업적 생존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수익을 내고 더 안정적인 조직이 되는 것이 모든 기업의 자연스러운 목표입니다. 이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조직이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하지만 언론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거의 요구되지 않는 목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입니다.
이건 개별 기업이 스스로 선택한 전략이라기보다, 사회가 언론이라는 산업 전체에 부여한 역할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언론이 단순히 정보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공공의 문제를 드러내고, 시민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합니다.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유권자가 정보를 알아야 하고, 정책이 제대로 평가되려면 정책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부패가 발생했을 때 그 사실을 드러내는 것도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시장이 요구한 역할이라기보다 민주주의가 요구한 역할입니다. 꼭 돈이 되기 때문에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는 거죠.
상업적 생존과 민주주의 기여는 각각 따로 보면 매우 합리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때, 언론은 다른 산업에서는 거의 경험하지 않는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두 목표가 종종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뉴스가 항상 가장 많이 읽히는 뉴스는 아닙니다. 지역 예산의 구조를 분석한 기사나 환경 규제의 영향을 설명하는 기사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동시에 독자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극적인 사건이나 논쟁적인 발언을 다룬 뉴스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많은 클릭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후자가 더 유리합니다. 민주주의에서는 전자가 더 중요합니다. 이 차이가 바로 언론이 계속해서 겪는 구조적인 긴장입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취재 인력을 줄이는 것입니다. 기자 수를 줄이면 당장 재무제표는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취재의 깊이와 범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사회를 꾸준히 관찰하던 기자가 사라지면, 문제는 발생해도 보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업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로 보면 손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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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목표를 올려주면 다른 쪽 목표가 내려가는 ... © Camelia Ciocirl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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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반복되면, 언론은 늘 두 가지 질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이 기사는 돈이 되는가" + "이 기사는 사회적으로 필요한가"
이 두 질문이 항상 같은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긴장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도,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도, 언론은 이미 이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광고 시장이 매우 안정적이었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긴장이 눈에 덜 띄었을 뿐입니다.
광고 수익이 충분할 때는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보도를 하면서도 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 두 목표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외부 조건이 우연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어려움은 갑자기 생긴 위기가 아니라 이 두 목표 사이의 긴장이 더 이상 숨겨지지 않게 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은 단순히 경쟁에서 뒤처진 산업이 아니라 애초에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개의 나침반을 동시에 들고 출발한 산업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언론이 왜 늘 어려웠는지, 그리고 왜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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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돈이 되는 활동이 아닙니다. 이 말은 민주주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민주주의는 사회적으로 너무 중요해서,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충분히 유지되기 어렵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그 비용을 시장이 알아서 감당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 왔습니다. 문제는 그 기대가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기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역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 사실을 꾸준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권력을 감시하고, 공공의 문제를 드러내고, 시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언론의 이런 활동은 대부분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은 불확실합니다.
예를 들어,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탐사보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자가 오랜 시간 자료를 조사하고,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실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부패가 드러나고, 정책이 바뀌고, 시민의 권리가 보호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도가 반드시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용만 많이 들고, 단기적인 수익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시장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이 불확실한 활동은 줄이고, 비용이 적고 수익이 빠르게 발생하는 활동을 늘리라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건 특별히 비난할 일이 아니라, 시장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입니다.
문제는 민주주의에 필요한 정보가 바로 그 반대편에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에 중요한 뉴스일수록 대체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고,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지역 의회의 예산을 분석하는 기사, 환경 규제의 영향을 추적하는 보도, 기업의 내부 구조를 파헤치는 탐사보도 같은 작업은 모두 장기적인 투자와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보도는 당장 많은 클릭을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극적인 사건이나 논쟁적인 발언, 감정적인 갈등을 다루는 뉴스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생산할 수 있고, 많은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에서는 후자가 유리합니다. 민주주의에서는 전자가 필요합니다. 이 간극이 바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긴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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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필요한 정보는 개인이 독점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중요한 뉴스를 읽었다고 해서, 그 이익이 그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 전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 효과는 넓게 퍼집니다. 부패가 드러나면 시민 전체가 혜택을 보고, 정책이 개선되면 지역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내가 돈을 내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돈을 내고 뉴스를 읽으면 나는 어차피 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뉴스는 다른 상품과 달리,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뉴스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뉴스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보 접근을 보장하는 제도들이 존재합니다. 공공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 시사 보도를 위한 공정이용,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들은 모두 시민이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제도들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제도들은 뉴스의 상업적 배제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시장에서는 상품을 팔기 위해 배제권이 필요합니다. 돈을 내지 않은 사람은 그 상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수익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 반대 방향을 요구합니다. 정보는 더 널리 퍼져야 하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원칙은 민주주의를 강화하지만, 동시에 뉴스의 상업적 수익 구조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즉,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이 안됩니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언론이라는 인프라가 민주주의에 필수부가결한 요소라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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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성공사례들은 시장만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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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잘 나가는 언론이 있지 않느냐! 구독자를 수백만 명 확보한 대형 매체도 있고, 재정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공영 방송도 있고, 영향력 있는 비영리 언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 질문을 진지하게 살펴보면,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구조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언론 조직들도, 실제로는 시장 논리만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이야기하는 뉴욕타임즈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매체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고, 수백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재정적으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 왔습니다. 그래서 종종 “구독 모델의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조직의 수익 구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특징이 하나 보입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뉴스를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조직이 아닙니다. 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결합한 복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퍼즐과 게임, 요리 콘텐츠, 제품 추천 서비스, 이벤트와 라이선싱 사업 등 여러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뉴스 자체가 유일한 수익원이 아니라, 브랜드와 플랫폼 전체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 매우 뛰어난 전략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뉴스만으로 대규모 상업적 성공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뉴욕타임즈가 민주주의를 위한 뉴스만으로 고집했다면 아마 기업으로서 이렇게 성공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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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로 공영 방송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BBC나 NPR 같은 조직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들은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고, 공공적인 역할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직들은 애초에 순수한 시장 경쟁 속에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닙니다. 이들은 수신료, 기부, 공적 지원, 재단 후원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자원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만으로 생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회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일정한 자원을 제공하는 구조 속에서 유지되는 조직입니다.
이 조직들의 성공은 자유시장에서의 언론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기보다 언론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시장논리만으로 뉴스를 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비영리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탐사보도로 잘 알려진 ProPublica 같은 조직은 매우 중요한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보도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고, 저널리즘의 기준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하지만 이 조직의 재정 구조를 보면, 광고나 구독 수익이 아니라 기부와 재단 지원, 프로젝트 기반 펀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시장 경쟁만으로 운영되는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사례들을 조금 더 넓게 보면, 하나의 공통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성공한 언론 조직일수록 시장 밖의 자원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조직은 공적 재원을 통해 유지되고, 어떤 조직은 기부와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어떤 조직은 뉴스 외의 다른 서비스에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즉,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조직들도 순수한 뉴스 판매만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언론 사례들을 톺아보고 나면, 뉴스라는 재화가 가진 성격에 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뉴스는 개인이 소비하고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정보니까요. 그래서 그 가치를 시장 가격만으로 완전히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성공한 언론 조직조차도 시장 밖의 자원을 필요로 한다면, 문제는 특정 조직의 경영 능력이나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뉴스라는 상품 자체가 시장에서 가진 한계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언론 산업의 어려움은 실패의 신호라기보다 이 산업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충분히 유지되기 어렵다는 신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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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언론과 뉴스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언론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인프라라는 말은 조금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도로나 철도, 전기망이나 수도 시설 같은 것을 인프라라고 부릅니다. 눈에 보이고,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유지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인프라의 핵심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에 있습니다. 그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라는 점입니다.
도로가 없으면 물류가 멈추고, 전기가 없으면 산업이 멈추고, 학교가 없으면 사회의 미래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언론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흔들립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민주주의가 뭔데! 또는, 나는 언론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은 충분히 나올 수 있고, 오히려 건강한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구조의 일부로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정부의 권력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도록 설계해 두었다고 배웁니다. 이른바 삼권분립입니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습니다. 이 세 권력이 서로를 제대로 견제하지 않거나,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경우 그들을 감시할 다른 공식적인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 틈을 메워 온 존재가 언론이었습니다.
언론은 법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그 존재만으로 권력의 움직임을 드러내고, 숨겨진 사실을 공론장으로 끌어내고, 시민이 권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권력이 완전히 닫힌 공간에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사회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반 장치입니다. 언론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권력이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고, 시민이 권력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랫동안 언론을 하나의 산업으로만 이해해 왔습니다. 다른 기업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수익이 늘어나면 성공이라고 하고, 수익이 줄어들면 실패라고 판단해 왔습니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면 좋은 경영이라고 평가했고, 적자가 나면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으로는 사회에서 언론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론의 기능을 시장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요.
뉴스를 사회적 인프라로 보고 공적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국가가 돈을 지원하면,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가. 세금이나 공적 재원을 통해 운영되는 언론이 과연 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권력과 자원의 관계를 경계하는 태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조금 더 정확하게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자원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는지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다른 영역에서 비슷한 구조를 운영해 왔습니다. 대학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정부가 연구 주제나 강의 내용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행정부가 판결 내용을 지시할 수는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공적 기관이지만, 정치 권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기관들이 완벽하게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적 재원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재정과 권력을 분리하는 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를 사회적 인프라로 바라보고 공적 투자를 논의하는 일은 뉴스라는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권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는 제도를 설계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공적 재원을 직접 정부가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된 기금이나 위원회를 통해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지원 기준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정치 권력이 임의로 개입할 수 없도록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 기관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특정 권력이 자원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정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성이 항상 언론의 편집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언론은 어차피 광고주와 시장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 기업의 알고리즘/정책으로부터의 압력은요? 과연 독립성을 보장할까요? 어떤 재원도 완전히 중립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독립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향력이 더 투명하게 드러나고, 더 견제 가능하며, 더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뉴스를 인프라로 보고 사회가 일정한 책임을 지는 구조는 오히려 언론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기보다 더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안정한 재정 구조 속에서 매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조직은 장기적인 감시 역할을 수행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뉴스에 대한 공적 투자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언론이 사회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라고 믿는다면, 그 장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일정한 자원을 투입하는 일은 특별한 특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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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장희수>의 코멘트
포켓몬 30주년입니다! 연초부터 다양한 이벤트와 콜라보 굿즈가 계속 보이네요. 5-6월에는 서울숲에서도 포켓몬을 만나볼 수 있다던데... 그때까지 저는 포코피아 섬 꾸미기에 열중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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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숭이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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