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써서라도 폰과 멀어지겠다는 사람들
찬비 "4월은 정말 잔인한가요? 5월 연휴만을 기다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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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진 요즘입니다. 다들 산뜻한 날씨를 즐기셨나요? 추위도 가셨겠다, 저도 최대한 실내보다는 밖에서 활동하려 하고 있어요. 실내에서는 폰을 최대한 덜 들여다보려 하고요. 제 요즘 관심사가 아이폰 스크린 타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거든요.
스마트폰과 SNS 없이는 살 수 없는 동시에 숏폼 중독은 모두가 겪는 것이 되어버리니 스마트폰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지내보았다는 영상을 틱톡/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돈을 내는 서비스와 모임도 생겼더라고요.
이렇게 모두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힘겨워하고 있다면 이것이 개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맞을까요? 최근 미국 법원에서는 최초로 유저의 중독에 플랫폼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어디까지가 기업의 책임이고, 어디까지 규제로 막아야 하는 걸까요? 오늘은 스마트폰 중독을 개인, 공동체, 그리고 플랫폼 세 층위에서 이야기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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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서는 폰을 내려놓을 수 없어서
2. 일단, 아이들부터 보호하기로
3.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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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튜브 추천에 우연히 뜬 위 영상을 보았습니다. 인플루언서로 살고 있음에도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을 보통 직장인의 일과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일주일 중 하루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 하루 동안에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는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촬영해서 남긴대요. 영상 후반에 보여주는 '아날로그 바구니'에는 크로스 워드 퍼즐, 뜨개질할 수 있는 실과 바늘, 손으로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 등이 담겨있는데, 폰 없이 생활하기 위해선 취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영상 하나를 보고 나니 계속 비슷한 영상이 추천되었어요. 아예 이쪽 장르가 명확히 있는 것 같더라고요. #dopaminedetox 태그 달린 틱톡 조회수가 8천만 회를 넘었다니 말 다 했죠. 비슷한 태그로는 #analoglife #stopscrolling 이 있습니다. “7일간 폰 없이 살아봤다”, “스크롤을 끊었더니 인생이 바뀌었다”와 같이 이전과 이후의 삶을 비교하는 서사가 대부분입니다. 폰을 덜 쓴다는 이야기를 숏폼에 올리고 그걸 유저들이 숏폼에서 찾아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만큼 이런 영상을 찾아보면서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브릭(Brick)이라는 디지털 디톡스 기기입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해요. 차단하고 싶은 앱과 웹사이트를 지정하고 스마트폰을 기기에 태그하면 다시 기기에 태그하기 전까지는 해당 앱과 웹사이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SNS를 차단한 후에 브릭 기기를 집에 두고 외출한다면 외출하는 동안은 SNS를 쓸 수 없는 거죠. 현재 가격은 59달러이고, 구독 모델이 없어서 구매하면 평생 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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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은 심플한데 차단을 풀려면 물리적으로 기기를 태그해야 하는 것과 같이 엄격하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저의 니즈를 잘 읽은 상품입니다. 2023년 말에 출시된 제품으로, 쓰고 나니 광명 찾았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특히, 올해 1~2월에 비즈니스 인사이더, 포춘 등의 언론에서 브릭을 다루면서 판매량이 더 크게 상승했다고 하네요.
하드웨어로는 브릭이 있다면, 소프트웨어로는 오팔이 있습니다. 오팔(Opal)은 iOS 앱으로서 스크린 타임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애플의 스크린 타임 API를 활용해서 차단할 웹/웹사이트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타이머가 끝날 때까지 앱이 차단되는 구조입니다. 이미 애플에서 구현한 기능인데도 왜 유료로 사용하냐면 경고를 끄고 계속 이용하는 것이 너무 쉬우니 돈을 내고서라도 이용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겠죠. 저도 아이폰 유저이지만, 사용 시간이 넘어 잠겨있는 앱을 15분만 더, 15분만 더 하고 쉽게 더 쓰거든요. 구독료는 연 $100이라는데, 누적 다운로드가 750만 건이고, 매월 20만 명이 신규로 다운받는다고 합니다.
브릭과 오팔이 보여주는 건 제품의 성공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드립니다'라는 서비스로 굴러가는 기업이 생겼고, 수백만 명이 거기에 돈을 내고 있다는 것. 연 100달러짜리 구독료를 내면서까지 외부의 도움을 구해야 할 만큼, 혼자 힘으로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휴대폰을 반납하고 집중하는 돕는 프로그램도 눈에 띕니다. 유럽의 오프라인 클럽(The Offline Club)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오프라인에 모여 휴대폰을 맡기고 다른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는 행사입니다. 45분간은 책을 읽거나 퍼즐을 맞추는 등 각자 자신의 취미 활동을 하다가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이후 30분간은 다시 조용히 자신의 활동을 하는 식이라고 해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0유로를 내야 하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참여한다고 합니다.
서울 강동구립 둔촌도서관에서는 스마트폰을 ‘휴대폰 감옥’에 맡긴 뒤 책을 읽도록 하는 ‘책 읽는 치유 시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인스타그램의 후기 사진을 보면 1시간 모래시계를 두고 책에 몰입해 있는 이용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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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문화의 날인 수요일에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 둔촌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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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딥 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우리가 건강(fitness)을 위해 운동과 식단 관리를 하듯 인지적인 건강(cognitive fitness)을 위한 관리도 필요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운동과 식단 관리가 1950년대에는 상식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듯, 인지 능력을 유지하거나 향상하기 위해서는 SNS를 멀리하고, 하루 1만 보를 걷듯 독서하고, 스마트폰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어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요. 돈을 내고 식단과 운동을 관리하듯, 스마트폰 사용도 비슷한 지점에 온 것이 아닐까요.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가 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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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도 이렇게 스스로와 싸우고 있는데, 뇌가 아직 발달 중인 아이들은 어떨까요. 각국 정부는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혼자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몇몇 국가에서는 중독적인 SNS/숏폼 플랫폼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고, 앱을 지정해 연령 제한(age-gating)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호주인데요, 작년 12월부터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유저는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금지된 앱은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X, 유튜브, 레딧, 스레드, 트위치, 킥입니다. 이전 레터에서도 썼던 조너선 하이트의 책 ⟪불안 사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시행까지 이어졌습니다. 플랫폼이 나이 확인과 차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벌금으로 최대 4,950만 호주 달러(약 480억 원)를 부과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입니다.
법안이 시행되고 약 4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 잘 시행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미성년 유저가 많이 이용하는 앱 중 로블록스, 디스코드 같은 앱은 금지되지 않아 여전히 이용할 수 있고, 12-15세의 61%가 여전히 계정에 접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플랫폼이 금지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호주가 시작한 변화의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비롯해 7개 앱을 플랫폼 설계상 아동에게 주는 위험이 크다며 고위험군으로 분류했고, 16세 미만 유저는 사용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미성년자가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디지털 제품·서비스에 대해 나이 검증 의무를 부과하고, 16세 미만 사용자 계정에는 법정대리인 계정을 연동하도록 해 보호자의 관리/감독 없이는 청소년 유저가 이용할 수 없도록 했어요. 프랑스는 1월에 15세 미만 유저의 SNS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영국은 규제 도입을 위해 일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덴마크도 2026년 중 입법을 앞두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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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SNS의 본국인 미국에서는 이정도 강도의 제한은 없지만, 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는 작년 한 해 동안 보편화되었습니다. 25-26학년도의 경우,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학교의 비율이 75%로 전년도(60%) 대비 높아졌다고 합니다. 아예 휴대폰을 반납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고 소지는 하되 사용만 금지하는 학교도 있지만, 실제로 정책을 도입한 학교 관리자들은 점심시간 학생 간 상호작용이 증가했(89%)으며, 연간 발생하는 사건이 감소했다(80%)고 응답했습니다.
자발적으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곳도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마을 그레이스톤즈에서는 부모들이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스마트 기기를 사주지 않겠다’라고 약속하고 지키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운동이 있다고 해요.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8개 초등학교 학부모의 70%가 서약에 참여했고, 이후에도 어른과 아이 모두가 참여하는 워크숍과 팟캐스트, 폰 없이 즐길 수 있는 행사 등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폰이 없어도 된다는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고 해요.
강제성이 없는데도 이 운동이 작동하는 건 아이들의 스마트폰 문제가 개별 가정에서는 풀 수 없는 또래 압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법이든, 학교 규정이든, 마을 차원의 약속이든 공동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네요. 그런데 정작 이 중독을 만들어 낸 플랫폼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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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멕시코주와 캘리포니아 LA에서 처음으로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는 평결이 났습니다. 미국 뉴멕시코주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달 24일, 메타가 자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아동이 성적 학대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혐의로 3억 7,500만 달러(약 5,6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냈어요. 검찰은 14세 아동으로 위장하여 잠복 수사를 진행했고, 실제 성 착취 메시지가 아동에게 전송되는 과정을 증거로 제시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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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날인 25일, 캘리포니아주의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어려서 SNS 중독으로 고통을 겪은 여성의 정신 건강에 책임이 있다며 총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좋아요, 알림 푸시와 같은 기능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되었고, 이 과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중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배심원이 판단한 것이죠.
벌금의 액수는 위 건보다 작지만 이 소송 건이 더 중요한데, 왜냐하면 SNS의 중독적 특성을 문제 삼는 다른 2천 건 이상의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도 재판(bellwether case)이기 때문입니다. 두 소송 모두 피고 측에서 항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아직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을 순 없지만, 그동안 법적 제약 없이 달릴 수 있었던 플랫폼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왜인지 더 상세히 설명해 볼게요.
그동안 플랫폼은 미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해 갈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A에게 소송을 걸어야 하고, 페이스북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거죠. 1996년에 생긴 이 법안의 최초 목적은 이용자(제3자) 게시물에 대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보호하면서 인터넷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 법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소송 걱정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플랫폼에도 유용한 방패 역할을 해냈습니다. ‘콘텐츠를 보여주는 통로일 뿐’이라며 법적인 책임에서 비껴가면서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플랫폼이 한 것은 인지과학자를 고용하고 수많은 실험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최소한의 마찰을 경험하고 최대한 플랫폼에 오래 체류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여 최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사용자는 그러한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졌던 것이고요.
그런데 캘리포니아 소송 건에서 원고는 플랫폼의 콘텐츠가 아니라 ‘설계’가 중독을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230조를 우회할 수 있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배심원단이 이 전략을 받아들이면서 대형 플랫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죠.
확실한 의의는 있지만 논란도 많습니다. 배심원단은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좋아요, 알림 푸시가 문제적인 설계임을 인정했지만, 플랫폼이 제품 설계를 어떻게 수정해야 한다고 제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콘텐츠 없이 설계만으로 중독을 만들 수 있는지도 미지수예요. 예를 들어, 많은 쇼핑 앱에서도 무한 스크롤을 도입했지만 그렇다고 쇼핑 앱 체류시간이 인스타그램만큼 길진 않으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과연 제품 설계를 콘텐츠에서 떼어내 독립적인 요소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캘리포니아 소송 건에서 피고 측인 메타와 구글은 원고가 겪은 고통을 초래하는 것에는 그의 가정 환경을 포함해 수많은 요소가 있을 수 있고, SNS가 그의 고통에 대한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의 이야기도 분명 공감은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스마트폰 중독에도 SNS 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중독을 겪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책임도 없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많은 개인이 겪고 있고 그것이 결국 사회적인 비용으로 작용한다면 그 원인이 되는 쪽을 규제하는 것이 더 나은 대응 방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 합리적일까요? 어디까지가 단순히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높이는 것이고, 어디부터가 중독이어서 허용하면 안 되는 걸까요. 모두가 어떤 기능이 중독을 유도하는지는 아는데, 안 된다는 선을 그을 수 있는 명확한 범위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게 이 레터를 쓰면서 고민되는 포인트였습니다. 무한 스크롤, 자정에 보내는 알림 푸시, 뷰티 필터 기능만 없앤다고 중독이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을 테고, 플랫폼은 유저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기능을 찾겠죠.
혼자서 마치 당장 내일 플랫폼을 규제할 법안을 입법할 것처럼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는데, 간단히 답이 나올 수 있었다면 이미 누군가 제시했겠다 싶고요.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플랫폼에만 이런 제약을 걸어야 하나? 아예 인지과학자를 고용해 실험하는 것부터 막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가 접었습니다…
명확하게 든 생각은 하나 있었어요. 지금은 대상으로 SNS 플랫폼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러한 논의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플랫폼들로도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AI 챗봇 앱에 중독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캐릭터AI에 제기된 소송(Garcia v. Character Technologies)과 오픈AI에 제기된 소송(Raine v. OpenAI)은 모두 챗봇과 대화 후 자살한 자녀의 부모님이 제기한 소송으로, 제품 설계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파민을 좇아 SNS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AI 챗봇에 생기는 감정적인 의존하게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플랫폼 규제를 논의한다면 이다음 단계까지 미리 내다봐야 할 거예요.
이번 소송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이용자들의 취약성을 파고드는 설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문제”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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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1990년대에 있었던 ‘빅토바코(Big Tobacco)’ 소송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지금은 담배 광고가 없는 것이나 담배 껍질에 유해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게 너무 당연하지만, 처음 주정부가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1994년부터 미국 연방 차원의 포괄적 규제가 만들어진 2009년까지, 15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아마도 이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거예요. 연령 제한이 각국에서 입법이 되더라도 효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법원의 평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가 되어야 할 것이고요. 그럼에도 이 문제가 혼자서는 풀 수 없다는 건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 개인들이 모여 규제를 요청하고, 정부가 합리적인 규제 범위를 정하고, 기업이 그 규제에 따르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죠.
저는 일단, 제 스크린 타임에 좀 집중하고 있으려고요. 습관적으로 폰을 집어 들어 알림을 체크하는 걸 의식적으로 줄이고, 손으로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친구들을 모아 보드게임을 해야겠어요. 그렇게 조금씩 스크린 없이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 폰을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보냈던 이날들이 실내에서 흡연하던 과거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가 되어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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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업을 찬비 에디터님 글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가 일하는 분야와는 너무 달라서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특히 AI 시대에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많이 와닿더라고요. 가장 무서운(?) 건 과연 AI가 무엇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너무 멀리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에디터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끄덕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를 잘 살아내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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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비 | 그러게요, AI의 흐름이 닿지 않는 곳이 없네요. 벌써 이 레터를 발행했을 때와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중국에선 퇴사한 동료를 대체하는 에이전트를 만들어 논란이 되었다고 하고, API 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사람 쓰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한 것 같고요. 격변의 시기, 레터 읽어주시고 피드백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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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오늘의 레터는 SNS 사용이나 숏폼 콘텐츠를 계속 보는 것이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했는데요, 관련해서 과학적으로 설명한 좋은 영상이 있어 추천합니다. 정말 숏폼 콘텐츠를 보게 되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까요? 혹은 숏폼 콘텐츠를 많이 본다면 뭐가 안 좋아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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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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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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