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소송·고소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
하은 "모두 즐겁고 무탈한 날만 가득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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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하은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저는 회고를 잘 챙기는 편은 아닌데, 이번 레터를 쓰다 보니 작년에 겪었던 일 하나를 매듭짓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실 작년에 주거침입을 당했는데, 그 침입자에게 고소를 당하는 일을 겪었거든요. 살면서 제가 경찰서 조사실에 앉아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하하). 자세한 이야기는 본문에서 더 나누어 볼게요. 오늘 레터는 대한민국의 갈등 현주소부터, 제가 고소 사건을 겪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점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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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은 갈등공화국?
2. 어느 날, 고소장이 날아왔다 3. 너 고소! 아니면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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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스 면에는 젠더·세대·정치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연일 보도됩니다. 댓글 창에서는 그런 갈등이 날 선 언어로 분출되기도 하고요. 세계적인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의 갈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2016년 자료에 따르면, OECD 30개국 중 한국의 ‘갈등 지수’는 3위로 최상위권이었습니다. 반면 정부의 갈등 관리 역량을 나타내는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2021년 6월,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과 국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리포트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한국은 12개의 갈등 항목 중 7개의 분야에서 ‘갈등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혔습니다. 나머지 항목에서도 대체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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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양상은 최근 국내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은 4점 만점에 3.04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라고 해요. 결국 한국 사회의 갈등은 어느 한 시점에 갑자기 치솟았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누적돼 온 문제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이제는 한국을 두고 ‘갈등 공화국’이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죠.
갈등은 통계 밖 일상에서도 쉽게 체감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댓글 창이 대표적일 텐데요. 악의적인 비방성 댓글은 해마다 늘고, 그 대상도 연예인을 넘어 일반인에게까지 무분별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35조 3,480억원에 치달았고, 악성 댓글에 대처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손해배상 비용으로 인한 규모도 3조 5,000억원 수준이라고 하네요.
당사자 간의 합의로 풀리지 않는 갈등과 분쟁은 소송·고소·고발 같은 법적 절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주춤하는 듯했던 소송 건수는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며 다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민·형사뿐 아니라 가사 사건까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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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개념으로는 고소가 있습니다. 소송과 고소의 차이를 잠깐 짚고 넘어가 볼게요.
- 소송 : 법원에 분쟁 해결을 요청하는 정식 절차로, 대립하는 양 당사자 존재
- 고소 :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 표시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가정하에, 소송이든 고소든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당합니다. 소송은 평균 1~2년, 길게는 3~4년까지 이어지는 긴 싸움이 되곤 하죠. 고소는 비교적 빨리 마무리될 수 있지만, 고소 이후 민사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수백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변호사 선임료를 생각하면 금전적 부담도 만만치 않고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법적 대응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법적 다툼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저 역시 뜻하지 않게 그런 일을 겪었는데요. 사건의 시작은 옆집 아주머니의 주거침입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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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어느 날 밤, 옆집 아주머니의 갑작스러운 요구였습니다. “마사지기 소음 때문에 집을 확인해야겠다”라며 집 안을 보여달라고 하더라고요. 저희 집에는 마사지기가 없을뿐더러, 늦은 밤에 낯선 이에게 집을 보여줄 이유도 없었기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현관에 서 있던 저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소란을 들은 부모님이 안방에서 나오셨지만, 아주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곧장 현관 옆 방으로 들어가 이불이며 옷가지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어요.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고, 결국 112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수십 차례 퇴거 명령을 반복한 끝에 아주머니는 저희 집에서 나왔습니다. 이후 경찰이 아주머니의 처벌 의사를 물었지만, 저희 가족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어요.
경찰의 도움으로 상황은 일단 정리됐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해코지를 당할까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사건 당일 집 안을 직접 보여드렸고, 아주머니로부터 “오해해서 미안하다”라는 사과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다 끝난 일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4개월 뒤, 경찰서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부모님을 고소했으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었어요. (지면 관계상 많은 내용을 생략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제 브런치에서 확인해 주세요)
고소장을 열람해 보니 아주머니는 변호사를 선임해 저희 부모님을 ‘특수상해’로 고소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허위로 주장하는 피해 내용이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각종 타박상은 물론 종아리 신경 마비, 추간판전위 등을 주장하며 상해진단서와 대학병원 소견서까지 증거로 제출한 상태였거든요. 선처를 베풀고 집을 보여준 대가가 고소라니, 억울함을 넘어 황당했습니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법률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저에겐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두었거든요. 음성 위주이긴 했지만, 그 자체로 충분한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담받을 때도 “이 정도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내심 기대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보다 냉정하고 보수적이었습니다. 변호사님들의 소견은 대체로 비슷했는데요. 상대방의 고소 내용이 악의적인 허구이고 우리 쪽에 증거가 있더라도, 죄명이 ‘특수상해’인 만큼 위험이 크니 변호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죠. (특수상해는 죄질이 무거워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형사 절차는 멈추지 않다고 합니다)
상담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불안이 커지던 찰나, 마지막으로 만난 변호사님은 사건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피고소인’ 신분이지만, 사건의 발단은 상대방의 주거침입이며 실질적인 피해자는 저희 가족이라는 점이었죠.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조언에 용기를 얻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건을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날부터 가족 모두가 퇴근 후에는 조사 준비에 매진했습니다. 9시간 시차가 나는 해외에 있는 언니도 밤낮없이 힘을 보태줬고요. 이후 저는 사건의 전 과정을 지켜본 목격자로서 참고인 조사를, 부모님은 피고소인으로서 각각 조사를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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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님 자리에서 조사받는 건가? 싶었는데, 사진과 흡사한 조사실에서 받았습니다. 신기한 경험··· © 전국경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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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주 뒤, 우편이 도착했습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보니 ‘혐의없음’에 따른 불송치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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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조사를 준비하던 시기에는 드라마 <서초동>이 방영 중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굿파트너>, <에스콰이어>, <프로보노〉 등 법정 드라마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죠. 미디어 속 변호사는 대개 의뢰인을 위해 발로 뛰며 직접 증거를 모으고, 모든 문제를 알아서 척척 해결해 주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이미지를 접하며 ‘변호사를 선임하기만 하면 의뢰인인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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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니, 변호사마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 방식이 훨씬 다양했습니다. 특히 대비가 뚜렷했던 두 사례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 변호사A : 부모님 각각의 예상 질의응답 리스트를 뽑고, 모의 진술 연습까지 철저히 시뮬레이션해 드리겠습니다.
- 변호사B : 조사 3일 전, 당일 1시간 정도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과 원하는 바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번에 변호사를 선임하진 않았지만, 여러 견해를 들어본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법률 상담은 다다익선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만약 선임을 고려 중이라면 여러 곳에서 충분히 상담을 받아보신 뒤, 내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조력자를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사를 준비하며 머릿속에 가장 오래 맴돌았던 고민은 맞고소였습니다. 선처를 악의로 갚은 상대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었거든요. 112 신고 이력과 주거 침입 증거가 워낙 확실해, 아주머니의 혐의를 입증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다만 맞고소를 망설이게 만든 건, 고소장 제출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었습니다. 상대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예상됐어요.
- 미합의 시 : 상대는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건 당일부터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았을 때, 처벌 결과에 감정적으로 반응해 보복성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습니다.
- 합의 시 : 합의금 논의가 뒤따릅니다. 상대가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추가적인 변호사 선임 비용은 물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 과정에서 겪게 될 시간적·정신적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가족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여러 가능성을 따져본 끝에 결국 맞고소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사람과 어떤 형태로든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속 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고소장을 받은 지 약 두 달 만에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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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내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옆집 아주머니는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변호사까지 선임해 고소를 진행했을까요?
한국과 일본의 사법체계는 유사한 편이지만, 고소 남용 현상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집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피고소인 수는 일본보다 217배 많았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그 기저에 ‘분노’의 심리가 깔려 있다고 설명합니다.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는 감정이 복수심으로 번지고, 그 복수심이 고소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이때 피고소인의 처벌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소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말하자면 일종의 분풀이에 가까운 행동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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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을 보니 한국의 독특한 정서인 ‘한(恨)’이 떠오릅니다. 과거에는 분노를 안으로 삭히는 ’한’의 정서가 강했다면, 오늘날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크게 달라졌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이를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서구적 개인주의의 유입이 맞물린 결과로 설명합니다. 충효(忠孝)를 중시하던 공동체적 가치관은 약해진 반면, 그 빈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가치관이 정착하기 전에 ‘손해 보고 살지 마라’는 개인주의 사고가 확산됐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분노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 늘었고, SNS를 통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고소·고발의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치관의 변화가 전부는 아닐 겁니다.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고소가 쉬워진 환경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법률 용어를 잘 몰라도 쉽게 작성할 수 있는 고소장 양식이 마련됐고,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소장을 작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분별한 허위 고소가 늘어날수록, 정말 법의 도움이 절실한 피해자들의 사건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겪었던 사건만 보더라도, 수사관 한 분이 고소인·피고소인 2명·참고인을 조사하는 데 각 1시간씩, 최소 4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자료 검토에 드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겁니다. 이런 사건이 수십, 수백 건씩 쌓이면 수사력 낭비는 커질 수밖에 없겠죠.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2023년 10월부턴 소권 남용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지만, 고소권 남용 문제 해결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법안은 아직 국회를 넘지 못했다고 하네요. 한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법적 피해자의 적법한 고소권은 더 세심하게 보장해야 하지만, 고소권의 무분별한 남용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입니다.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릅니다.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사회의 질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제기되는 고소는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피해를 줍니다. 고소라는 권리가 본래의 목적을 잃고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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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의 코멘트
저는 좋아하는 가수가 생기면 한동안 그분의 노래만 무한 반복해서 듣곤 하는데요. 작년 말부터는 주혜린 님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영상에서 여러분의 취향을 저격할 노래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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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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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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