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화, 글로벌을 유통 관점으로 바라보기
요니 "새로운 다짐보단 방향성을 재정비하게 되는 한 해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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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요니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해맞이의 감흥이 떨어지지만 이럴수록 의식적으로 다가오는 날들을 새롭게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기업들의 신년사를 읽는 것입니다. 새로운 해를 맞아 보도하는 기사는 각 기업이 어떤 키워드에 무게를 두고 한 해의 전략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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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제가 몸담은 유통 업계를 다루는 기사에서는 단연 AI, 기술, 글로벌이라는 키워드가 두드러졌는데요. 이런 움직임이 우리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까? 하는 질문들이 떠올랐어요. 2026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와 관련해 머릿속에 떠올랐던 질문들과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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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은 정말 AI로 쇼핑하게 될까?
2. 로봇에게 집 안을 얼마나 맡길 수 있을까?
3. 커머스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은 돈을 벌어다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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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레터에서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에 관해 한번 언급한 적 있었죠. (AI야 내가 딸깍하면 이것 좀 대신 해줘) 유통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 등 쇼핑의 전체 밸류체인이 에이전트화되어 AI 에이전트가 상품 검색부터 비교, 추천, 결제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시 저는 AI 쇼핑 에이전트의 빠른 대중화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ChatGPT의 쇼핑 어시스턴트 기능으로 쇼핑을 시도하면서,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에이전틱 커머스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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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질의만으로도 사람들이 이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요소를 주로 비교하는지 인식해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추운 날씨에 입을 내의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두께감과 촉감의 선호도를 묻습니다.
- 추가로 3~4개 추천 후보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사용자의 긍정·부정 평가와 그 이유를 수집하고, 대화 상호작용 속에서 추가 선호를 파악해 추천을 고도화합니다. 이미지, 판매 플랫폼, 가격, 스타일을 통해 더 세밀한 정보를 얻습니다.
- 그에 따른 추천 결과에서 각 제품의 특징을 비교합니다.
AI 쇼핑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제품군에 대한 질의를 던지면 해당 제품의 어떤 점을 고려해 구매하는지 먼저 나열한 후 여러 웹사이트와 커머스 플랫폼의 상품 정보와 리뷰를 종합해 비교를 수행합니다.
단순히 '필요→구매'가 아니라 사람이 물건을 살 때 거치는 '필요→비교→결정'이라는 사고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합니다. 물론 각국 소비자의 선호 플랫폼이나 현지 취향을 반영해야 하지만 그 정도는 빠르게 개선될 거로 생각합니다.
클릭 없이 완전히 생성형 AI만으로 쇼핑하는 최종 단계까지 가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받아 상품을 비교하고 최종 결정을 사람이 내리는 단계는 무섭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실질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쇼핑이 완전히 자동화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상품 비교에 쓰는 시간은 극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우리는 발견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여러 업계 리포트에서 강조하고 있듯, 많은 커머스 플랫폼은 이미 AI 에이전트 쇼핑의 부상에 대비해 SEO(검색엔진 최적화) 대신 AEO(인공지능 최적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 정보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공식 정보여야 하고, 고객 리뷰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해당 제품군을 왜, 어떤 이유로 구매하는지 근거를 댈 수 있는 메타데이터로 제공하겠죠. 기업들이 동참할수록 쇼핑 에이전트의 정확도는 더 올라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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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의 오프라인에서는 완전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제공하게 될 거예요. 2010년대 온라인 커머스가 힘을 얻기 시작한 이후로 오프라인 커머스와 관련해서는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빠짐없이 따라붙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조차 역성장하며 그 효과를 의심받는 2026년 현재, 어떤 경험이 사람들에게서 소비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이 다시 브랜드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비교를 대신해 줄수록, 오프라인은 발견의 즐거움을 위해 찾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AI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찾아주지만, 몰랐던 것과의 우연한 마주침은 여전히 오프라인의 몫입니다.
더현대서울이 오프라인 경험을 내세웠지만 효과를 의심받는 이유는 그곳이 여전히 소비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은 비효율의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고, 그 답은 브랜드의 세계관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능동적으로 탐색하게 만드는, 소모적인 보여주기가 아니라 브랜드를 사랑하고, 동경하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공간 그 자체에서의 직접적인 수익성은 못 얻더라도, 전체적인 브랜드 가치에 대한 효용을 계산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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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보내는 오늘(1월 6일)부터 CES 2026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립니다. 행사에 앞서 삼성전자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를 주제로 티저 영상을 공개했고, LG전자는 홈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공개하며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AI를 탑재한 로봇이 단순 기능을 넘어 삶의 플랫폼이 되는 비전이 본격화된 2026년, 우리는 로봇에게 집 안을 얼마나 맡길 수 있을까요?
진짜 할 일이 '0'이 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할 겁니다.
- 로봇청소기를 떠올려보세요. 지금은 '신혼 가전 3대 이모님'이라 불릴 정도로 보편화되었습니다. 내가 할 일은 버튼 하나 누르는 것뿐이고, 청소기가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걸레 빤 물까지 비워줍니다.
- 하지만 현재의 스마트 냉장고는? 남은 식재료를 인식해서 요리를 제안해 줍니다. '오~ 똑똑한데? 그렇지만 다른 거 먹고 싶은데. 그리고 요리는 내가 해야 하네.' 여전히 사용자의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 스마트 거울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피부 관리 방법을 추천해 줍니다. 처음엔 신기하지만, 자주 들여다봐야 하니 귀찮습니다. 오히려 신경 쓸 일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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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쓸 일이 많은 것은 확산하기 어렵습니다. LG가 제시한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은 로봇이 스케줄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작업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전을 제어하며 가사를 직접 수행한다고 합니다. 이 비전대로라면 사람이 할 일은 정말 없습니다. 로봇이 알아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된 수건을 개어 정리하고, 청소 동선의 장애물을 치웁니다. 모든 걸 한 번에 맡길 수 있다면 정말 제로 레이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가격, 학습 비용 때문에 B2C 시장의 문턱을 빠르게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이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내 생활 패턴을 학습한다는 것, 카메라로 냉장고 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초기 가격은 수백만 원을 넘을 텐데, 과연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가를 확신하기 전까지 개인이 그 돈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B2B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호텔 객실 정리, 짐 운반은 이미 로봇들이 많이 대체하고 있죠. 그에 더해 신축 아파트 빌트인 옵션, 요양 시설 등에서 로봇이 먼저 도입될 수 있을 거예요. 개인의 '제로 레이버'에 대한 확신은 빨리 찾아오기 힘듭니다. 충분히 검증되고 가격도 낮아진 후에야 개인 소비자에게 확산될 겁니다.
저는 LG의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이 정말 현실적이고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26년 한 해 동안 개인 소비자가 집 안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술은 준비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기술이 우리 집 안에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2026년 삼성과 LG가 제안하는 집의 비전은 2000년대 중반의 '유비쿼터스', 2010년대 초반의 'IoT', 2010년대 후반의 '스마트홈'같은 과거의 비전들과는 분명히 다른 미래를 그려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기에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2026년은 그 비전을 제시하는 첫 단계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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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은 돈을 벌어다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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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Kcon 올리브영 부스 © 올리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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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지난 12월 중국 상하이에 해외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올리브영은 올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Pasadena)에 1호점을 오픈하고, 일본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는 두 기업입니다.
국내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커머스 플랫폼에게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해졌습니다. 패션과 뷰티 시장의 대표적인 두 회사도 모두 "패션/뷰티 시장에서 국내에 더 가져올 파이가 남아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바운드 외국인들의 매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저력을 확인했고, 역직구몰 등을 통해서도 시장성을 검증했습니다. 2025년 올리브영의 방한 외국인 매출은 1조 원을 돌파했고, 무신사 스탠다드의 외국인 판매액도 전년 대비 49% 증가했습니다.
국내에서의 성공이 무조건 글로벌의 성공으로 이어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올리브영은 중국에서 실패의 쓴맛을 겪은 바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에서 10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누적 적자 160억 원을 남긴 채 2025년 상하이 법인을 청산했습니다. 중국에서 저가 C-뷰티와 고가 유럽 럭셔리 사이에 끼여 애매한 포지셔닝 때문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메리트를 잃었죠. 한국 가격에 관세까지 더해지니 중국에서 더 비싸졌고, 자신만만했던 시작과는 달리 한국 화장품은 직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리브영은 미국에서 승산을 봤습니다. 2024년 한국은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미 화장품 수출은 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54.3% 급증했습니다. K-뷰티에 대한 수요가 검증된 시장에서 올리브영이 국내에서 쌓아온 MD력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한데 풀어 보려 할 것입니다. 중저가 K-뷰티 브랜드 소싱과 테스터는 기본이고, 국내 여러 대형 매장에서 시도해 왔던 팝업 스토어 콘텐츠, 개인화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해 미국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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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의 승산은 문화에 있습니다. 상하이 화이하이루의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는 K-pop IP를 활용한 엔하이픈 성훈 캠페인을 펼쳤고요, 상하이의 성수동인 안푸루 매장에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44개를 중국에 독점 공급해 희소성 전략을 펼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은 티몰에서 먼저 검증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온·오프 하이브리드 방식도 활용했습니다. 무신사는 2026년 상반기에만 난징둥루, 쉬자후이, 항저우 등 3개 지역에 추가 출점을 예정하고 있고, 향후 5년간 중국에 100개 매장을 열고 2030년까지 온오프라인 통합 매출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이번 도전은 2010년대의 해외 진출과는 또 다른 국면에 있다는 것입니다. 2026년은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 측면에서 해외 진출을 바라보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인이 생각하는 K-뷰티, 중국인이 생각하는 K-패션은 이제 단순히 가격이 싼 제품군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취향이고 문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1호점만으로 손익분기를 넘기는 어렵습니다. 현지 반응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가치'로 접근하는 이번 진출은 덜 험난할 것이고,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초기 투자비 회수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무신사와 올리브영의 성장 모멘텀이기도 하지만, 한편 한국이라는 K-브랜드의 성장 모멘텀도 될 수 있는 두 기업의 해외 진출을 응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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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화, 글로벌, 2026년 한 해 동안 이것들이 우리 삶을 극적으로 바꿀까요? 아직은 아닐 거라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AI와 집 안의 로봇,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은 서서히 뚜렷한 방향을 드러내 보일 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2026년은 극적인 변화의 해가 아니라, 변화의 첫 단계를 제시하는 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들이 어떻게 우리 삶에 스며들지 지켜보는 것, 그것이 올해 제가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지점입니다.
올해를 마무리할 무렵 저의 이 레터를 다시 읽어보며 한 해를 되돌아보면 재미있겠죠? 그때 다시 한번 이 글을 생각해주시길 바라며 레터를 마무리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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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2월 중순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 인테리어 영상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나만의 근거와 이유가 있는 선택을 추구하는 저에게, 이 분의 집 소개 영상은 정말 제가 원하는 추구 미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선과 공간에 의도를 갖고 설계하고 공들인 과정이 정말 멋집니다. (물론 롯데월드를 내려다보는 집과 재력 역시도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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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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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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