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마무리하며
오리진 "올해의 마지막 레터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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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되짚어보면 딱히 어떻게 보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분명 1년이란 기간 속에는 수많은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우리의 순간들은 이렇게 쉽게 잊힙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을 남깁니다. 다만 기록에는 늘 한계가 있어요. 시간을 들여야 하고, 무엇을 남길지 무엇을 버릴지 선택해야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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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데이터는 다릅니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머문 시간과 클릭한 콘텐츠, 접속 횟수와 같은 나의 행동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적재합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이 됩니다.
요즘의 플랫폼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내가 따로 애쓰지 않아도 그간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회고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이러한 '연말 결산' 콘텐츠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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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새 연례 행사가 된
2. 나를 기억해주는 시스템, 그 대가는
- [부록] 얼렁뚱땅 연말결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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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 일정 기간의 이용 기록을 요약해 보여주는 콘텐츠를 리캡(Recap) 콘텐츠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대중적으로 각인시킨 것은 2016년 Spotify의 연말 결산 콘텐츠 'Wrapped'였어요. 매해 12월, 한 해 동안의 청취 기록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이 콘텐츠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하나의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2025년 Wrapped 콘텐츠는 공개되고 24시간 안에 2억 명의 고객들이 이용했다고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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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캡 콘텐츠가 특별한 것은 전체 사용자 평균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구성된 콘텐츠라는 점이에요.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장르나 아티스트 등을 숫자와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풀어냈는데, 이런 것이 단순 데이터의 나열을 넘어선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이 콘텐츠가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에 더해 '올해 당신은 이런 사람이었다'라는 자체적인 해석도 곁들여줍니다. 취향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성격 유형이나 소속 클럽을 정해주는 등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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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클럽에 속해 계신가요 © Spot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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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결과를 SNS에 공유하며 같은 성격 유형을 찾거나, 내가 특별한 취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곤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음악 자체보다도, 내가 '이런 선택을 해온 사람'이라는 일종의 서사입니다. 나의 취향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연말이 다가오면 연말 결산용으로 취향을 편집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길티 플레저 노래들은 잠시 숨겨두고, 좀 쿨해보이는 노래나 아티스트를 한동안 듣는다든지 말이에요. 🤣
이런 공유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일종의 놀이이기도 합니다. 스포티파이는 이런 측면을 놓치지 않고 올해 Wrapped Party 기능 (친구끼리 음악 데이터를 서로 비교하고 사소한 순위를 매겨주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재미 요소를 매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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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ify Wrapped Party © 인생 녹음 중 유튜브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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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을 타고 점점 더 많은 플랫폼이 리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례로는 네이버 웹툰 리포트, 멜론의 마이 레코드, 치지직 연말 결산 등이 있고, 해외 사례로는 링크드인, 듀오링고, 그리고 이번 2025년 12월 2일부터 처음으로 영상 시청까지 포함하여 리캡 콘텐츠를 공개한 유튜브가 있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웹툰, 영상, 소셜 네트워크, 언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들이 이제 자체 연말 결산을 제공하고 있어요.
어느새 리캡 콘텐츠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다만, 추억과 재미 속에 자칫 잊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 콘텐츠, 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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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리캡 (기대해보고 있어요) © 9to5ma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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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여겨 본 소식이 있습니다. ChatGPT에서도 연말 리캡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해요. 아직 한국에는 오픈되지 않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12월 23일부터 리캡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고받은 메시지 수, 자주 사용한 프롬프트, 한 해를 요약하는 시나 이미지, 그리고 '나의 유형'까지 보여준다고 하네요.
이 소식을 흥미롭게 본 이유는 ChatGPT는 음악이나 영상 플랫폼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나 취향 확인을 넘어, 가장 개인적인 비밀과 감정까지 담기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과연 어디까지 나를 분석하고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에,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을지에 대한 왠지 모를 불안감도 함께 듭니다. '기억해 준다'라는 말이 갑자기 '들여다보고 있다'라는 말처럼 느껴진달까요.
카카오가 공개했던 '연령별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이미지를 기억하시나요?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화제가 됐었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근데 카톡은 이런 걸 어떻게 다 아는 거임? 대화 내용을 다 보고 있는 거 아냐?"
실제로는 이모티콘 통계를 기반으로 한 '감정 표현 키워드', 즉 이모티콘 관련 데이터였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저 사진만 봤을 때는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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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은 ChatGPT에서도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ChatGPT에서 제공하는 리캡 콘텐츠는 결과의 성격에 따라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접속 기록이나 메시지 수처럼 사용 패턴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임시 대화를 포함해 일상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자주 사용하는 프롬프트나 한 해를 요약하는 이미지처럼 대화 '내용'에 대한 요약은 메모리 정보*를 참고합니다.
*메모리 정보 : ChatGPT와의 대화 중 특정한 내용을 기억하라고 고객이 직접 요청했거나 ChatGPT가 맥락상 중요하다고 판단해 저장한 정보
이 메모리 정보는 언제든지 설정을 통해 비활성화할 수 있죠. 다만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다시 말하면 ChatGPT 리캡 콘텐츠를 보려면 메모리 참고 설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리캡 콘텐츠는 플랫폼 입장에서 고객에게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동의를 자연스럽게 얻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유튜브 리캡 콘텐츠 역시 '시청 기록 자동 삭제'나 '시청 기록 중단'이 설정되면 사용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내년에는 리캡을 받기 위해 기록 설정을 변경하겠다는 반응도 보였어요.
흥미로운 점은 기업이 내 데이터를 적재하고 분석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 등의 '연말 결산'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해진다는 점입니다. 밈까지 있을 정도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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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어디까지 수집되고, 얼마나 안전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메신저 기록이나 AI와의 대화 로그는 생각보다 '나'에 밀접한 데이터입니다. 몇 줄의 문장만으로도 생활 패턴이나 관심사, 감정 상태까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데이터가 하나의 계정 아래 적재되고, 분석되어 리캡 콘텐츠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꽤 많은 걸 전제합니다. 해킹이나 유출은 '설마'의 영역이지만, 그 '설마' 이전에 우리는 어디까지 시스템이 우리에 대해 알아도 괜찮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를 알아주는 개인 맞춤형 리캡 콘텐츠. 연말이 다가오면 즐길 수 있는 재미이자 추억이고,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는 플랫폼에 내가 허용해 온 데이터 접근 범위를 시각화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리캡 콘텐츠는 앞으로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며, 자세해질 텐데, 가끔은 이렇게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플랫폼이 나의 기억을 어디까지 대신하도록 허용하고 싶은지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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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부터 12월 30일까지, 1년의 시간 동안 89개의 레터를 보내드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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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9개는 피드백 레터였는데요,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모든 레터를
꽉꽉 담았습니다. 한 해의 이슈를 한눈에!
수고해 주신 찬비 님과 관심을 보내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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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 레터 💕
- 2/6 | 어거스트 레터 두 달 치 하이라이트(스포 있음)
- 4/8 | 3월의 레터를 모아 🌸봄🌸
- 5/8 | 4월 레터모음 찵여왔어요🙃
- 6/12 | 6월, your 어거스트 레터 모음
- 8/12 | 7월 레터모음이니까 피드백 예쁘게 써줘😎
- 9/11 | 집 나간 에디터도 돌아오게 만드는 📮
- 10/14 | 연휴만큼 소중한 여러분의 9월 레터 후기를 담았어요
- 11/11 | 📮 우리가 10월에 이야기한 것들
- 12/9 | 📮 11월 피드백 결산 : 도파민부터 커리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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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했어요.
떠나간 에디터들의 근황을 알아보는 특집입니다.
에디터 후니 님, 한새벽 님, 움큼 님, 장희수 님, FRIDAY 님이 다시 들러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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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특집 👏
- 7/31 | 초보 사장의 만 2년 회고록
- 8/7 | 어두운 물 속에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 8/14 | 인공ヌㅣ능✒ 도입ㅇㅔ✿도 사✿ㄹr♛ヌㅣヌㅣ♝ 않을 직업?❦
- 8/21 | 교수로 진화한 어느 에디터의 일기
- 8/28 | 퇴사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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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FRIDAY 님의 '퇴사하고 싶으세요?'(레터)는
올해 구독자 여러분이 🏆 가장 많은 피드백을 남겨주신 레터 이기도 했어요.
구독자님들의 피드백에 대한
💬 에디터의 코멘트 (9/11 레터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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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올해 🏆 가장 많이 열어주신 레터는
어떤 레터였을까요? (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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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스티벌 트렌드 낋여왔습니다
(2025-04-01 발행, 에디터 요니,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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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적으로는 음악 페스티벌이 단순히 유행하는 공간 체험을 넘어 일상에 자리잡은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계속 발전해도 사람들은 실제적 경험을 갈구합니다.
한국에서도 음악 페스티벌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자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해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미국의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일본의 썸머소닉처럼 국내와 해외로부터 사람을 끌어모으고 철학과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한국의 브랜드가 탄탄하게 자리잡을 그 날을, 페스티벌 씬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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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의 말미에 들어가는 오늘의 콘텐츠 추천,
때로는 레터의 내용보다 어떤 걸 추천할지 더 고민하곤 합니다. 🤔
🏆 가장 즐겨주신 오늘의 콘텐츠
"단돈 50만 원" 들고 떠난 한국인을 좋아하는
일본 소도시, 마쓰야마, 다카마쓰 몰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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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2025년을 짧게 정리해 봤는데,
이렇게 정리되기엔 아쉬운 순간이 참 많았죠!
저는 제 차례가 되면 레터 첫 줄 에디터의 한마디에
여러분께 징징대는 마음으로 고민을 슬쩍 적어보기도,
오콘추에 좋아하는 걸 사심 가득하게 넣기도 하면서
어거스트와 2025년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어요.
Q.
여러분은 어땠나요?
어거스트와 함께한 순간이 궁금합니다!
👀
다가올 새해에도 어거스트는 변함없이,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다루는 레터로
여러분의 메일함을 두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잠시 쉬었다가, 2026년 1월 6일 새해 첫 레터와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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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세계관에 대한 입문이 늦었습니다. 콩콩밭밭에서 부터 시작해서 콩콩밥밥, 콩콩팡팡의 스핀오프로 이어지는 나영석 PD의 '콩콩~' 시리즈 말이죠.
이제서야 다시 보면서 푹 빠져있습니다.
KKPP 푸드라는 가상의 회사가 나영석 PD의 실제 회사 에그이즈커밍과 업무협약을 맺고 구내식당 음식 제공부터 해외 탐방까지 한다는 컨셉이고, 그 과정에서 이광수 씨가 사내 대표, 김우빈 씨가 감사, 도경수 씨가 본부장으로 역할을 맡았는데요. 마치 실제 회사 대 회사의 업무처럼 계약하고, 품의를 올리고, 결재받고 하는 '과몰입'이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에그이즈커밍 홈페이지를 통해 품의서와 사내 이사 임명 공지를 공개하는 등 실제 회사같이 꾸민 홈페이지 마케팅이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제작사에 대한 관심까지 가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 자체가 참 똑똑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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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여정을 전시회로 꾸려 시청자들을 만나는 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마케팅팀 일 잘한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참 재미있게 일하는 것 같아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건 어쩌면 일하는 사람들 자체가 재미를 느끼고 마음을 써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해에는 저도 한번 마음을 다잡고 즐겁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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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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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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