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산업, 산업화와 규제 사이
구현모 "하느님 집 대신에 로또로 주셔도 잘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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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현모입니다.
담배가 케데헌을 이깁니다. 진짜입니다. 전 세계 담배의 일타 강사, 필립 모리스의 2025년 주가 상승률은 30%로 S&P500을 가볍게 이겼습니다. 심지어 매 분기별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매출 덕에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했죠. 그렇게 오래되고 이미 큰 기업이 1년 단위로 10%가량의 매출 상승을 보였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주가가 16%가량 상승했으나 필립 모리스에 비하면 아쉬운 주가 상승률입니다(시가총액은 넷플릭스가 더 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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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필립 모리스가 괄목상대할 만한 주가 상승률과 매출 성장을 보인 데에는 그만큼 변화에 적응했고 트렌드를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기업이라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했다고 묘사할 정도로 훌륭하게 새나라의 회사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담배를 비롯해 술과 도박 산업이 어떻게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하는지 돌아보고, 그리고 죄악산업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다른 나라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은 술 담배 도박을 못하는 겁쟁이 구현모가 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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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오래된 산업, 꽤나 변화에 예민한 산업 2. 같은 노력, 다른 결과 이유는 시장 차이
3. 죄악, 산업화와 규제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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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도박, 흡연 그리고 성 산업까지 죄악 산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소비재 산업이기 때문인지 변화에 예민합니다.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늘 규제를 만들기 때문에 변화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전기차는 휘발유차를 이기지 못했으나, 전자 담배는 연초와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최소 공존에 성공했습니다. 연초담배의 아이콘인 필립 모리스는 궐련형 전자 담배 IQOS를 2014년에 내놓았고 거의 매년 두 자릿 수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한국 KT&G의 전자담배 릴 역시 출시 후 3년 동안 총 2.4조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근처를 둘러보아도 연초와 전자 담배는 취향 차이라면서 동등하게 생각한다거나 혹은 둘 다 피는 흡연자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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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를 대표 주자로 한 담배 회사의 무서운 점은 담배를 제외한 형태의 니코틴 공급 경로 전체를 먹었다는 것입니다. 필립 모리스가 출시한 구강 니코틴 파우치 ZYN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빠르게 퍼졌고 지난 2023년 기준 1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시가총액이 1조 미만인 기업도 수두룩한데, 저 제품만 매출이 1조가 나왔다니 신기합니다.
주류 회사들도 노력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저도수, 저칼로리 주류 혹은 높은 도수의 캔맥주를 내놓는 등 다변화를 추구합니다. 맥주는 물론이고 와인이나 위스키 등 아예 다른 종류의 주류 시설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회사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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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양지로 나서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홍콩, 마카오 등 소수 오프라인 카지노와 유럽에 국한되던 도박 산업은 미국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교수들은 이 산업이 제2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사태에 버금간다고 각성을 촉구할 정도입니다. 제가 일전에 쓴 이 레터를 보시면 좀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으십니다.
성산업도 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성매매, 원정 성매매 등 비교적 전통적인 성산업은 시대를 거치며 유사 연애를 판매하는 비교적 라이트한 관계 매매 산업 혹은 디지털 섹슈얼 인플루언서 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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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담배 산업이야 말로 죄악산업 중 최고였습니다. 앞서 말한 여러 산업 중 압도적인 성장 격차를 만들었습니다. 그 전까지 불황에 강한 경기방어산업으로 꼽히던 친구가 이젠 일반 IT기업에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장에 불을 뿜고 있을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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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라이벌인 술과 비교하면 차이의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자의 90% 이상이 니코틴 중독에 이르는 반면, 알코올 중독은 그보다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물론 알코올 사용 장애를 겪는 분들도 많지만, 그건 술 섭취하시는 분들 중 소수에 불과합니다. 반면, 담배는 한 번 들어가면 탈출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중독자가 된다고 하네요.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예전에 비해 술을 못 마셔”라면서 술은 줄여도, 담배를 줄이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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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흡연율과 음주율 차이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종교에서 음주를 지양할지언정 흡연을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이로 인해 이슬람 문화권은 음주율이 상당히 낮지만, 반대로 흡연율은 꽤나 높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담배를 안 핀다고 하지만, 이는 소위 선진국 중심의 이야기이며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파멸적으로 높은 흡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흡연에 관대한 곳이 많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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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1월엔 술 안 먹기)’와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술 없는 일상 탐색)’ 및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건강 관리)’ 등으로 묘사되는 젊은층의 건강 고관여도 문화도 중요했습니다. 아예 무알콜 술집까지 등장하는 등 선진국 청년들을 중심으로 알코올과 거리를 두는 트렌드가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저 문화 자체가 힙하고 우월해보이니 이젠 알코올 마케팅 자체가 휘청이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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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회사들의 전략도 달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담배 회사는 니코틴 공급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연초에 대한 규제와 건강 우려가 커지자, 전자 담배로 비켜갔습니다. 전자 담배까지 문제가 되자 니코틴 공급에 집중한 니코틴 파우치(잇몸 담배)를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이 니코틴 파우치는 미국 FDA로부터 ‘금연 도구’로 승인받았습니다. 중독자와 탈중독자 모두를 겨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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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주류 회사는 우선 주종 확장의 전략을 취했습니다. 술은 담배 대비 중독률도 낮고, 문화가 변하면서 먹고 취하는 문화도 점점 ‘열등한 것’으로 취급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먹진 않더라도 적당히 비싼 술을 먹는 젊은층이 많아졌습니다. 밀맥주 블루문으로 유명한 몰슨 쿠어스는 자회사 쿠어스 위스키로 위스키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컨스텔레이션 브랜즈는 와인 라인업을 축소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급격한 불황으로 인해 더 비싼 술을 먹을 수 없게된 여파가 크지 않나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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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산업은 앞서 두 회사와 아예 다른 종류의 노력을 보였습니다. 우선 규제가 풀린 만큼 미국 젊은이들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팬듀얼 서비스를 운영하는 미국 플러터 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입니다. 잠깐 여행 갔을 때 하는 도박이 아니라 일상생활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게 ‘판타지 스포츠’라는 게이미피케이션으로 고객을 낚아서 더 하드코어한 도박의 세계로 진출시키는 전략입니다.
담배는 고객을 360도로 포위하고, 술은 횡적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으며, 도박은 허들 자체를 낮추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담배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주류 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드를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도박은 크게 성공했으나 너무나 성공한 나머지 다시금 규제의 심판대에 오를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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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산업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늘 복잡미묘한 감정이 듭니다. 분명히 돈이 될 만한 산업이기도 하고, 아예 부정할 수도 없지만 동시에 무한 긍정을 표출할 수도 없습니다. 죄악이기에 규제할 명분이 있지만, 산업이기에 무조건 조이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죄악은 늘 규제와 산업화 사이 어딘가에 머물게 됩니다. 전자 담배가 그 예시입니다. 지금까지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만, 담배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관장하는 법인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를 '연초의 잎'으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세금 부과 대상도 아니었고, 경고 문구 표시 및 온라인 판매 제한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이로 인해 청소년의 흡연률이 올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규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모든 규제는 선한 의도를 담고 있지만 결과에는 아쉬운 부분이 섞여있습니다. 우선 합성니코틴 사용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로 분류되면서 가격은 오를 것이지만, 일반 연초와 같이 유해성분 등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존 연초 담배가 타르와 같은 다양한 발암물질이 많다는 논리로 규제의 대상이었는데 그것이 없는 니코틴 파우치나 합성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 등도 동일한 잣대로 대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연초보다 낫다면, 다른 세율을 적용해 연초에서의 이동을 유도하는 게 건강 증진에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온라인 주류 판매도 늘 공방의 연속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전통주를 제외한 소주와 맥주 그리고 와인 등은 온라인에서 구매가 불가합니다. 배달 앱에서도 주류만 별도로 구매하는 건 안됩니다. 실제로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인터넷 술 쇼핑이 한국에서만 안된다고 이 규제를 풀어보는 걸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술을 먹지 않아서 체감하지 않았는데, 인터넷 인증 인프라가 정말 잘 설치된 한국에서 성인인증 기반 온라인 주류 판매가 왜 안될까 싶네요.
이런 이슈는 규제를 제안하는 쪽에서도 명분이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도 명분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만큼 성인인증 인프라가 잘 설치된 나라가 있을까 싶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 인증서 등 간편인증서 시스템도 잘 되어 있죠. 이런 인증 인프라 사용을 전제로 온라인 주류를 판매하면 무엇이 문제일까 싶습니다. 동시에 부모님 주민번호로 술을 사서 몰래 마실 청소년들도 그려집니다.
결국 이런 문제는 나쁜 짓(죄악 행위)을 덜 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산업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에 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후자의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죄악행위는 아니지만, 실제로 주식거래 시 발생하는 거래세 중 절반은 농어촌특별세로 잡힙니다. (정의 자체에 논란이 많지만) 불로소득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발전이 필요한 농어촌에 귀속시키는 셈이죠. 죄악산업 중에선 주세와 담배소비세에 교육세가 붙고 있습니다.
몇몇 나라가 죄악의 산업화를 고민하는 이유는 그만큼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싱가폴과 일본은 산업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더 산업화할 만한 영역은 도박밖에 없습니다. 주류는 이미 충분히 산업화되었으며, 성 역시 관계 비즈니스로 형태를 바꾸어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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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일본은 지난 2018년 특정복합관광시설(IR) 정비법을 통과시키며 카지노 합법화를 시작했습니다. 내국인 출입 횟수 제한을 걸어두고 오사카, 요코하마, 홋카이도 등 일본 내 도시의 리조트에 카지노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지노관리위원회에서 3년 단위로 면허 갱신 절차를 밟는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공공기관이 아니라 MGM리조트, 일본의 오릭스 그룹 등 다양한 민간 사업자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지노는 미끼일뿐, 특정 지역을 유명 관광 허브로 만들고자 함이 목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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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지난 2004년 카지노를 도입했습니다. 초대 총리 리콴유는 반대했으나 IMF, 닷컴 버블, 사스까지 맞고 나니 경제를 살릴 수가 없어서 산업 진흥 측면에서 재검토 후 허가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와 센토사에 개장한 복합 리조트 안에 카지노가 들어섰습니다. 연령은 21세로 제한하고 싱가포르 시민과 영주권자에게는 입장료를 부과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금했다고 합니다. 카지노가 속한 해당 리조트가 싱가포르 연간 GDP의 1~2%를 차지합니다.
한국은 외국인 대상으로만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국인 대상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합니다. 반면, 일본과 싱가폴은 약간의 장벽이 있을지언정 내외국인 모두가 비슷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불법 도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10대들은 바카라에 빠지고, 군대에선 사설 토토에 중독됩니다. 비정상적인 도파민을 겪다보니 뇌의 시스템이 고장나고, 사회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인센티브 구조(근로 소득, 투자 소득) 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물론 이 문제를 고치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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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은 투입할지언정 돈을 마련할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내/외국인 대상으로 한 카지노를 더욱 개발해서 이를 더 큰 산업으로 만들고 거기서 나오는 세수를 투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특히 더이상 제조업 강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한국으로서는 싱가포르와 일본 등 인바운드 관광대국이 시도하는 것들을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추진해보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아니면 아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습니다.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최대한 많이 해당 지자체에 귀속시키고 동시에 해당 지역에게 특정 시설을 추가로 받아달라는 일종의 협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항상 쓰레기 매립지로 고생인데 중앙정부에서 해당 지역을 규제 샌드박스식으로 풀어주어서 카지노 리조트 유치를 돕는 대신 쓰레기 매립지도 받게하는 건 어떨까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많은 문제가 지역의 부활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문제가 해결되어야지만 지역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중 작지 않은 원동력이 관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내국인 대상 리조트형 카지노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싱가폴 마리나베이, 한국의 강원랜드가 예시입니다. 전국 팔도에 카지노를 만들자는 건 아니지만 관광 활성화에 힘쓰고 있고 그만한 책임감과 준비가 되어 있는 지자체에는 새로 허가를 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죄악 산업들을 최대한 톺아보고, 한국에 적용한 가능한 부분이 무엇일지 짚어봤습니다. 죄악을 죄악시하지말고 산업화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효용과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마중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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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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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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