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홍대병 웨딩 후기
구현모 "별 하나에 로또 1등, 별 하나에 주식 우상향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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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저는 지난 4월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은 스몰을 넘어 마이크로였습니다. 양가 친지를 포함해 20명 내외로 진행했으니까요. 오늘은 제가 왜 스몰웨딩을 했는지 되짚어보고, 이 모든 과정에서 느낀 후기를 같이 나눠보고자 합니다.
아, 추석을 앞두고 한 가지 공지를 드려요. 이번 추석 연휴 때 어거스트도 쉬어갑니다. 10월 14일에 다시 뵈어요!
+ 지난 레터에서 '뭉뭉'이라는 성함으로 피드백 주신 분, 꼭 '이메일 주소'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숭이도 기다리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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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아는 결혼식의 시발점은
2. 그래서 넌 왜 했는데? 홍대병이야?
3. 마이크로 웨딩의 현실
4. 결혼 : 가족으로부터 독립, 미디어로부터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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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을 짚기 전에 일반적인 결혼식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결혼식은 소위 ‘서구식’입니다. 이 시작은 19세기 말 서양 선교사의 도래와 함께 서양식 혼례가 섞인 결과라고 합니다. 그래서 1부에서는 서구식 결혼식 (웨딩드레스와 버진로드) 을 치르고, 2부에서 폐백 (한국식)을 하는 ‘짬뽕’ 결혼식이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이 됐죠. 결혼식을 하는 장소도 달라졌습니다. 마을 한가운데에서 식당 (1910년대) 그리고 전문 예식장 (1930년대)로 이동했습니다.
전쟁 이후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이 결혼식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예식장 결혼식이 표준화되고, 드레스와 부케 그리고 답례품이 일종의 문화가 됐습니다. 동네잔치에서 품앗이하던 풍습이 현대의 ‘축의금’ 문화가 됐고, 그 축의금에 답하기 위한 떡과 카스텔라가 답례품이 됐습니다.
한국의 결혼식 문화는 왜 점점 화려해지고, 거대해졌을까요? 우선 앞서 말씀드렸듯 ‘동네잔치’가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축하해줄 소수의 지인을 부르기보다 부모님의 지인과 친척까지 함께 불러서 축하하는 것이 기본값이었기 때문이죠.
동시에 체면 문화와 SNS도 한몫했습니다. 꽤 예전에 ‘예식장 하객 알바’가 뉴스가 됐습니다. 하객이 적으면 수치스럽다는 이상한 편견 때문에 하객을 가득 채우는 아르바이트가 생겼었죠. SNS도 아마 서양에서 온 브라이덜 샤워를 이식하고, 각기 다양한 프로포즈 세레모니 및 결혼식 꾸미기 문화를 낳았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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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지인을 부르지 않고, 양가 부모님과 부모님의 친척을 부르는 스몰웨딩을 치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하나,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축하해주더라도 대부분의 결혼식은 다음날 잊어버린다. 둘, 결혼식에 쓸 자원을 아껴서 주거 환경에 쓰자. 셋, 대부분의 결혼식은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 모두 에너지가 많이 든다. 넷, 부모님에게 돈을 받지 말고 시작하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결혼식을 많이 갔지만, 제가 사회자나 축사로 참여했다거나 결혼식 밥이 압도적으로 맛있던 게 아니라면 12시간 안에 휘발됩니다. 네이버 지도 앱의 위치 검색 기록만이 기억합니다. 축사와 축가 내용부터 지인의 반려자 얼굴까지 아무런 기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결혼하는 본인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대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결혼식을 크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수백 명이 오는 결혼식을 하고 그 안에서 축하하는 말을 나눈다고 해서 과연 그만큼 내가 기쁘고 좋을까라는 회의감도 들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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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자원도 많이 듭니다. 결혼식을 하는 과정에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체력이 많이 듭니다. 일반적인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알아보는’ 과정은 물론이고 드레스 및 결혼식장 투어도 쉽지 않습니다. 대체 왜 사진을 못 찍게 하는지, 대체 왜 카드 결제는 안 되는지, 대체 왜 예약 시스템은 이렇게 후진지 토로할 시간에 ‘하지 않음’을 택한 거죠.
제가 돈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이 모든 과정을 돈으로 해결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여기에 투자할 자원을 개인의 정신건강 혹은 주거 환경에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셋째로, 결혼식을 하는 데에 앞서 생기는 모임들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바로 청첩장 모임이죠. 지인들과 약속을 잡고, 장소를 찾고, 시간을 내는 이 모든 과정이 기꺼이 손님을 모시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모임에 지쳐서 결혼식 전까지 버티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양가 부모님에게 돈을 받고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님은 결혼식을 앞두고 자식들에게 다시 한번 지원을 해주시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 일부를 주신다거나 혹은 받으신 축의금을 전액 자녀에게 전달한다거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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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받으면 편합니다. 결혼 전에 돈이 들어갈 일이 많기 때문이죠. 집 보증금 (혹은 매수 금액), 가전 가구의 비용, 웨딩홀 예약 비용, 드레스 비용, 신혼여행 비용 등등 정말 모든 것이 돈입니다. 대신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받는 만큼 양가 부모님들에게 매번 정성을 표하는 것도 도리입니다.
저희는 결혼식이 자립이라고 생각해서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고, 양가 부모님에게 마음만 받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에 둘만의 경제력으로 해결해야만 했고 여기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가 스몰을 넘어선 마이크로 웨딩이었죠.
그럴싸하게 이유를 4가지로 만들었지만, 쉽게 말하면 ‘우리가 편하려고’ 작은 결혼식을 택했습니다. 내 몸이 편하기 위해서 청첩장 모임을 포기했고, 내 마음이 편하려고 부모님에게 돈을 받지 않고자 했습니다.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항상 받은 만큼 무언가를 해드려야 하는 것이 한국식 효도이며 저희는 아주 약간 독립적인 효도를 택하고 싶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의 결혼식이 ‘부모님’의 행사였다면, 적어도 저희 둘의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서 지극히 우리의 편의를 위한 꽤 ‘이기적인’ 결혼식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초광속 + 초고효율적인 숙제 해결과 같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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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스몰을 넘어서 ‘마이크로’ 웨딩이었습니다. 수도권 기준으로 스몰웨딩을 진행하는 곳들은 대개 보증 인원을 50명가량 요구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본인들 포함 25명이었기에 ‘마이크로’라고 불릴 만한 규모였습니다. 이 마이크로 웨딩을 할 만한 곳을 찾다가 비가 오는 야외 잔디밭에서 하게 됐습니다. 어바웃 타임 같았냐고요? 비 안 맞으려고 실내에서 해서 모르겠습니다.
내가 스몰웨딩을 한 이유를 적으면 일기지만, 이 스몰웨딩 과정에서 담긴 커뮤니케이션의 교훈을 담으면 뉴스레터가 됩니다. 결혼과 결혼식 모두 커뮤니케이션이고, 이 커뮤니케이션이 미디어의 본질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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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 파트1. 설득과 협상
스몰웨딩을 하는 출발점은 설득과 협상입니다. 우선 파트너 설득입니다. 저희는 운이 좋게도 둘 다 결혼식에 큰 흥미와 낭만이 없어서 쉬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둘 중 하나라도 다른 뜻이 있으면 설득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파트너와 합의했다면, 이후는 양가 부모님을 본인들이 직접 설득하는 일입니다. 세상 모든 부모에게 자녀의 결혼식은 가장 벅찬 자리입니다. 그 자리를 친척들과 친구들 모이는 화려한 곳이 아니라 소박한 곳에서 하겠다고 하면,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신랑이 장모님을, 신부가 시댁을 설득하려고 들면 참사가 일어납니다.
효도가 셀프이듯, 설득도 셀프여야 합니다. 본인이 스몰웨딩을 하고 싶은 이유를 제시하고, 전체 결혼식 비용이 줄어들며 부모님의 노후 비용도 보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혜택도 보여드려야 합니다. 만약, 부모님이 여유가 되셔서 현금 지원을 해주신다면 필요한 만큼 타협하는 것도 훌륭한 사회인의 자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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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 파트 2. 탐색과 진행
일단 예산을 정해야 합니다. 예산이 너무 크면 굳이 스몰 웨딩을 해야 하나 싶습니다. 예산은 크게 1) 장소 2) 당일 행사 진행에 들어가는 비용 (의복, 음식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싸집니다. 예를 들어 서울 기준 종로 한복판에서 하면 5백만 원이 넘게 드는데, 경기도에서 하면 50만 원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 5백만 원이 일반 예식장에 비하면 싸긴 한데, 겨우 스무 명이 오는 자리에 그만큼 쓰는 것도 아까웠습니다. 서울 중심에 있는 개조 한옥이다 보니 주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곳은 인기가 많아서 저희는 신청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지자체 공공 예식장도 알아봤는데 이 역시 저희는 너무 늦었습니다. 자연스레 경기도로 넘어갑니다.
스몰웨딩 장소를 정했으면, 여기서부터 부부가 선택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나의 체력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해당 장소와 연결된 플래너를 쓰면 됩니다. 그만큼 수많은 선택지를 고민하고 탐색하는 비용이 줄어듭니다. 스몰로 하는 만큼 모든 것을 내 뜻대로 꾸미고 싶다면 직접 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플래너를 꼈습니다. 그저 ‘딸깍’ 버튼 누르면서 미션을 완수하고 싶었거든요.
식사는 출장 뷔페를 부르면 되고, 나머지는 플래너 혹은 장소 제공 업체와 잘 해결하면 됩니다. 저희는 잔디밭에서 진행하고자 했는데, 하필 비가 와서 실내에서 했습니다. 사회자와 주례 및 축가 등도 없었습니다. 의외로 셀프 사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례와 축가 역시 양가 부모님의 축사로 대체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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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 파트 3. 자주 묻는 말들
하나, 그렇게 해도 신부 (혹은 신랑)이 괜찮아 해? 일생에 한 번인데?
스몰웨딩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진행하는 신랑과 신부의 단결된 의지입니다. 결혼은 좋았으나 결혼’식’은 최소한의 스트레스와 비용으로 완수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하나도 아쉽지 않고, 반년이 지나니 결혼 기념’일’ 말고 당일의 기억이 삭제됐습니다.
둘, 양가 부모님들은? 뿌리신 건? 네가 뿌린 건?
부모님들도 합의해 주셔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양가의 지원 없이 저희가 헤쳐나가다 보니 오히려 그냥 믿고 따라와 주셨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축의라는 게 낸 만큼 돌아와야만 하는 개념이 됐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꼭 그래야 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나한테서 나간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더불어 진짜 친한 친구들은 이렇게 설명하니 카카오톡이든 만나서든 주더라고요.
셋, 돈 얼마 들었어?
계산해 보니 식대 포함 800만 원 내외가 들었습니다. 경기도에서 해서 대관료가 좀 쌌습니다. 의외로 식대가 인당 8만 원가량으로 예상보다 비쌌는데, 오히려 인원이 적어서 더 셌나 싶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고기가 껴있는 출장 뷔페 스타일이라 전 만족했습니다.
넷, 그렇게 아껴서 뭐 하니? 떼잉
축의금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둘만이 모은 돈과 버는 돈으로 가전 및 가구 그리고 거주비까지 충당하면서 결혼 준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했고, 생활비에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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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가족으로부터 독립, 미디어로부터 독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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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하면서 인생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결혼식은 흔히들 부모의 행사라고 불립니다. 실제로 한겨레 분석 기사에 따르면, 과거 청첩장들은 부모들이 주어로 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립의 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평생 자립하는 기술을 배우고, 경우에 따라 더 빨리 독립하지만, 사회적으로 독립 세대로 인정받는 건 결혼 이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혼식은 그 선언이고요.
이 주도권이 사회, 미디어, 혹은 가족들의 손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과정의 주도권을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결혼식에 대해 갖고 있는 로망도 의심하고, 관련된 관례와 풍습도 한 번 더 의심하고, SNS와 미디어에 있는 이야기마저 의심해봐야 한다고요. 한평생 살아가는 반려자와의 출발을 선포하는 시작이니만큼, 형태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서 스스로가 바라는 대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를 즐겨 봅니다. 자극적이거든요. 거기서 느끼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입니다. 서로 원하는 바를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하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며 대화하면 생각보다 해결 안 되는 문제가 없습니다. (돈과 거주 제외하고요.)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만, 인생 독립의 시작을 앞둔 분이라면 한 번 내가 원하는 방법이 맞는지, 아니라면 어떻게 결정하고 소통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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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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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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