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 너 덕분에 20만원 아낌 안녕하세요, 어거스트 구현모입니다. 제가 레터를 편집 및 발송하는 과정에서 기존 레터의 미리보기 텍스트에 들어갈 내용을 수신인으로 잘못 기입했습니다. 졸지에 말도 안되는 발신인을 가진 스팸 레터를 받으신 것처럼 됐는데 혼선 및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사과 말씀과 함께 재발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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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이 "풍족한 추석연휴 보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단다단> 시청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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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꾸 직접 체험한 것 위주로 소개하게 되는 에디터 숭이입니다. 저번 만남에서 생생한 이별 후기를 풀었다면 이번엔 조금이나마 더 유용한 정보들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단, 미리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라면 꽤 지루하실 수도 있어요. 혹은 이미 외국계에 계신다면 이미 아시는 내용이실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AI를 이용한 외국계 구직이 궁금하시다면 조금 더 읽어주세요
왜 숭이가 갑자기 외국계에 기웃댄 건지 배경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현재 제 직업은 예능PD라고 밝혔었는데요, 방송 업계는 굉장히 한국적이거든요. 그러니 갑자기 외국계를 가려고 하는 게 앞뒤가 안 맞아 보일 거예요.
그러나 외국계 OTT 기업의 특수한 포지션 채용이 뜨자 마음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당장 방송 제작 환경에 있으면서도 앞으로를 위해 커리어 확장을 할 수 있는 방향이 또 뭐가 있을지에 대한 궁금함은 늘 있었고, 외국계 OTT가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를 알아보기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산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저연차 입장에서 콘텐츠 업계의 답은 채널 뿐일까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예능 제작이 점점 스튜디오화 되어가고, 글로벌 OTT로 팔린 예능 위주로 대박을 치는 최근 산업 상황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외국계 회사 도전이 아예 처음은 아니에요. 5년 전 생애 첫 사회생활이었던 인턴도 외국계 광고회사였고, 경영컨설팅 업이 궁금하여 RA(Research Assistant) 포지션으로 지원하기 위해 약 3년 전에도 트라이를 했었답니다. 그때도 진입에 성공했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AI가 없어서 제 영어 서류를 검수하는 데 돈은 더 쓰긴 했지만요. 그리고 이번엔 인턴이 아니라 정규직 주니어 포지션으로 지원하는 것이란 점에서 하나의 차이가 더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도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끝까지 지켜봐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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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문 이력서 작성, 국문 이력서 번역만으로 될까? 2. 한국말도 어려운데! 영어 면접 준비 3. 난이도가 높지만 일단 해보는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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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이력서 작성, 국문 이력서 번역만으로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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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를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대학 졸업에 가까워지고 있거나 갓 졸업하신 분이 계실까요? 그렇다면 국문 이력서는 만들어 두셨을까요? 저는 이 시기에 바로 만들어두지 않아서 조금 후회한 경험이 있답니다.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이력서도 첫 시작을 한 뒤 변화가 있을 때마다 덧셈을 하는 느낌으로 추가해 두면 되지만 시간이 더 지나서 아예 초안을 만들려고 하니 꽤나 기억력이 바래져 있었다는 걸 느꼈어요.
혹시 아직 초안의 초안도 만들어두지 않은 분들을 위해 이번 문단을 바칩니다. 이력서는 자기소개서와 다르게 구구절절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험들을 한 두 쪽 안에서 표현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포맷이지요. 지면이 한정적인 만큼 모든 문장이 가장 최선의 표현이라면 완벽합니다. 아직 문서 만들기에 약하시다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무료 템플릿을 사용해 수정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제 남은 건 증명사진 하나 뿐입니다.
이 한정적 양식에 자신을 끼워 맞추다 보면, 자연히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세워집니다. 대학 입시 때부터 자기소개서의 기본은 1,000자입니다. STAR기법, 즉 Situation (상황), Task (과제), Action (행동), Result (결과)로 스토리텔링 하기에 딱 좋은 넉넉한 글자수죠. 하고 싶은 말을 웬만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력서는 줄이고 줄여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긴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 기업들 또한 보통 자체 채용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한국인에게 이력서가 필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제가 그랬습니다), 이력서 하나 쯤은 있어야 인턴/경력/프리랜서 지원 시 편하게 활용하실 수 있더라구요.
이력서의 방향은 경력의 유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통 사항은 인적사항(이름, 연락처, 이메일, 포트폴리오) / 학력 / 자격증 / 취미 정도가 있겠습니다. 만약 경력 없는 학생이라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최대한 학교 생활 안에서 해온 경험을 통해 ‘가르치면 잘 하겠는데?’란 감각을 주기 위하여 아르바이트 경험, 교내/대외활동, 수상 경력 모두 끌어와야 하겠죠. 이 시기의 지원자에게 가장 최고는 배우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미 경력이 있다면 무엇을 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결과 중심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센스 있게 링크드인(LinkedIn)을 추가해 봐도 좋고, 경력 요약(Professional Summary)을 통해 전문성 영역과 핵심 성과를 3-4줄 내 표현하고 주요 경력(Work Experience)을 잘 적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명, 직무명, 근무기간은 기본 정보이니, 한 눈에 보이도록 핵심 업무를 소개하면서 가능하다면 수치화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죠. 덧붙여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해 본인이 일하면서 갖춘 역량(Skill)을 간단한 단어들로 나열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본 포맷에 맞춰서 국문 이력서를 다 작성했다면, 이제 영문 이력서 버전으로 바꿀 차례입니다. 단순히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차원에서 문장 번역을 하면 어색하더라구요! 한국어는 한자어가 많은 특성이 있어 똑같은 길이의 한 문장이더라도 영어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직역하니 그냥 말 길게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선 단어 순서도 바꿔줘야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처음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때 저는 파파고나 딥엘 같은 번역 사이트를 이용하면서도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심지어 20만원 정도를 내고 사설 첨삭 업체에 맡겨본 적도 있습니다. 변화는 드라마틱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없으니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돈을 쓴거죠.
이번엔 AI가 있어서 돈을 좀 아꼈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한 플랫폼을 두 개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바로 챗GPT, 너무 흔하디 흔한 정보죠? 내용적인 측면에서 말을 고치고 다듬기 위해 썼습니다. 또 하나는 포맷을 바꾸기 귀찮아서 찾아 직접 결 찾고 결제해 본 플랫폼입니다. 이력서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채용 과정에 도움을 주는 Zety인데, 꼭 여기만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고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면 짧게 결제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챗GPT는 번역 AI를 귀찮게 거칠 필요도 없이, 1차로 작성해둔 국문 이력서 pdf를 첨부하면 영문 이력서로 바로 번역을 해줍니다. 그리고 나선 더 나은 글을 만들기 위해 계속, 귀찮을 정도로 질문했습니다. (저는 GPT를 실용적 목적 말고도 심리상담가로도 활용했기 때문에 월 구독을 하고 있었습니다.) GPT를 비롯한 언어형 AI를 잘 쓰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프롬포트를 통해 채찍을 잘 휘두르는 것입니다! 여러 SNS(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개꿀 프롬포트를 알려주겠다면서 알고 싶으면 댓글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전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말을 많이 걸면 장땡입니다.
이력서 수정에 좋았던 프롬포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이력서 검토에 연봉 1억 달러를 받는 전문가입니다. /회사이름/에 지원하고자 작성한 서류를 읽고, 지원자의 개선을 위해 엄격한 평가를 진행하세요. 지원자의 감정을 고려할 필요 없이 오탈자를 검토하시고, 논리를 철저히 검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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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이력서를 넣고 받은 피드백입니다. 서류를 이미 제출하고 피드백 받았던 건 좀 판단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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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력서 플랫폼은 국문 양식에서 영문으로 수정하기 번거로워 사용했습니다. 아무래도 외국계 기업의 감성을 따르기 위해서는 영문 CV나 이력서 예시를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국내용 국문 이력서와 영어 이력서는 문화적 배경, 기업 문화, 언어 스타일 차이 때문에 강조하는 부분, 표현 방식 등이 꽤 다릅니다. 파일 저장을 위해선 유료 구독이 필요했었는데요, 저같은 경우는 2-3천원에 2주 멤버십을 결제해 이용했습니다. 커피 한 잔 아끼면 되는 값이죠.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 사이트에 영문 이력서 pdf를 올리면 직접 텍스트를 옮겨 주고 마이페이지를 만들어 줍니다. 문장마다 수정 제안을 해 줍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썩 믿음 가지 않으면 저는 쪼르르 GPT에게 달려가 ‘Zety에선 ///(국문)을 —(영문)으로 수정하라고 하는데, 내 의도는 000이야. 괜찮아?’하고 한 번 더 물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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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ety 이력서 페이지. 지금은 구독 취소했는데 히스토리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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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자신감이고 경험입니다. 아르바이트, 인턴, 정규직 포함해 10개 이상의 면접을 보면서 나오는 질문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단 걸 느낍니다. 갑자기 지원자의 은밀한 취향이나 평소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을 묻진 않으니까요. 실무면접이나 PT면접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결국 ‘왜 이 직무의 일을 하고 싶고, 왜 이 회사에 오고 싶느냐’로 시작해서 ‘너는 누구인가’를 캐묻는 과정이죠. 과거에 어떤 걸 잘한다고 느꼈고, 무엇이 어렵다고 느꼈고, 어떻게 소통하는 사람인지이며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서 페르소나를 몇 개 준비해 둔다면 한국말로 면접을 볼 순 있습니다.
반면 토종 한국인인 제게 영어면접이 두렵기만 했습니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나는 '한국말론 똑똑하게 말을 잘할 수 있는데 언어만 바뀌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오픽이든 아이엘츠든 점수 따야 할 때만 바짝 준비하고 다시 한국말만 쓰다 보니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고 표현하고 싶은 문장은 있는데, 당장 정확한 표현과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대충 말을 마무리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면 전달하고 싶은 내용도 미세하게 달라지기 마련이죠. 단기간에 언어 실력을 점프시키기 어렵기도 하구요.
위 소개해드린 것처럼 영문 이력서를 완성한 저는 외국계 기업의 서류를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원한 기업의 다음 절차는 리크루터 스크리닝 콜(Screening Call)이었습니다. 채용 과정 초반에 이뤄지는 30분-1시간 동안의 간단한 전화·화상 만남입니다. 면접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인사팀(리크루터)였습니다. 기업 후기를 찾아보니 면접 시간의 최대 반 이상은 영어 질문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날짜는 1주도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영어를 해야 한다니,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어떡하겠어요, 해야죠.
AI를 활용해 그나~마 다른 언어에 친숙해질 수 있는 지름길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두 단계가 필요합니다. 우선 필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답변을 만들어 둬야겠죠. 위에서 말씀드린 STAR 기법으로 내용을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친숙한 한국어말로 내용을 정리합니다. 내용에 친숙해진 다음엔 그걸 그대로 GPT에게 번역시킵니다. 전 당시 하고 있던 일이 있어서 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 OPIC IH레벨이고 토익 900점대 초반이니, 가장 기본적인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어’라는 프롬포트를 추가로 입력해서 괜히 어려운 말을 달달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났습니다. 이후 GPT가 제 대답들에 대한 문장을 영어로 내 주면 그것들을 세 번 정도 읽었습니다. 암기한 게 아니라,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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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IM칩 (physical SIM) 과 eSIM의 차이 © Mobili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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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론, AI 음성대화를 활용해 가상 면접을 봤습니다. 주변에 영어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으니 목 인터뷰(Mock Interview) 보려면 볼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토종 한국인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진짜 사람이랑 대화하기엔 쪽팔렸어요. 그래서 전엔 모르는 외국인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고 싶어서 링글을 활용했었는데 이왕 GPT 유료 결제한 김에 음성 대화를 영어로 시도해봤습니다.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AI의 영역은 음성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이에요.
원하는 면접관 모드를 프롬포트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까진 한국어를 사용해도 됩니다. 첫 시도엔 ‘나는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이지만 영어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너랑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 기본적인 질문을 해 줬으면 좋겠다’ 하면서 질문리스트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해보고 나선 혹시 모를 압박 면접을 대비했습니다. 기본 질문을 하고 내 대답에 따른 추가 질문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인간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AI에겐 갈 길이 멀어요. 첫 프롬포트로 입력하더라도 매번 알잘딱깔센으로 추가 질문을 잘 하진 못하더라고요. 제가 영어로 대답을 하면 자꾸 ‘그렇군요~’하는 식으로 맞장구 피드백만 보내기에 말미에 추가 질문 해달라고 매번 덧붙여 말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거쳐 임한 첫 면접의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영어 질문은 두 개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저희 회사의 핵심 가치 중 무엇이 가장 좋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디서든 응용 가능한 질문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는 피드백 문화를 중요시 하는데, 상사에게 피드백 해본적 있나요?’ 였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허탈했는데 저는 리크루터 님으로부터 교훈을 하나 얻었어요. 첫 질문은 좀 긴장해서 교과서같은 답변을 했어요. 문장을 외운 건 아니지만 한국인은 또 모범생 마인드가 있어 문장을 외운 것처럼 보였나봐요. 리크루터 분께서 ‘우린 완벽한 영어를 원하는 게 아니라, 너의 의견을 원하니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됩니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영어 면접 과정에서 배운 깨달음은 이게 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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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원한 회사는 외국계지만 직무 자체는 한국인들과 주로 소통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리크루터와의 스크리닝 인터뷰 이후로 있던 약 5번 이상 면접 과정에서 영어 질문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어는 잘 해요?’라는 질문은 간간이 있었지만요.
지원 경험을 돌이켜 보니 제게 가장 낯선 것은 영어 서류/면접 이었으나, 도전만으로 극복했습니다. 이전까지 외국계 기업은 항상 토종 한국인인 저에게 높은 장벽처럼 느껴져 왔었지만, AI를 활용한 덕분에 이전보다는 더 발전된 지원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쓰고자 하는 영어 문장의 정확한 뉘앙스를 알지 못해 갑갑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영어 표현도 한국말로 풀어 설명해 주는 AI 덕분에 더 전하고 싶은 내용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외국계 기업은 한국 공채 시스템과 달리 언제 발표가 나오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는 3개월을 기다릴 수도, 또 누구는 반 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지요 흑흑. 결과까지 몇 주 동안 긴장하며 기다리느라 위병이 나기도 했습니다.
최종 면접까지 닿은 다음의 제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이유가 뭘까 복기해 보면, 전형과 전형 사이의 기다림이 고통을 주기 시작하자 면접 자리에서 명석하게 해내던 것들도 점차 흐리멍텅 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이 직무에 지원했는지 정리하는 것에 급급해 여기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답변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또 면접관님이 회사의 단점을 말해주시는 리얼리티 체크(Reality Check) 앞에서 날렵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웅’ 했어요.
실패했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다음 전형으로 넘어가면서 외국계 회사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느낀 설렘이 있었습니다. 채용 과정은 일차적으로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지만, 외국계 기업에서 여러 차례 1대1 인터뷰를 하면서 채용 과정은 지원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과정이기도 하구나 와닿기도 했어요. 면접관 분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면서 여태 겪은 한국 기업 채용과 다른 존중을 느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광고, 경영컨설팅, 일반 대기업 등 여러 인턴 경험을 해 보고 K-POP 업계에서 짧은 정규직을 거친 이후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다시 채용 시장에 나와 방송 일을 하게 된 것인데요, 이런 이유로 여태 한국계 기업에서 방송 관련 직무를 구할 땐 ‘다른 저연차들보다 나이가 많은데 / 가방끈이 긴데 버틸 수 있겠냐’는 (다소 무례한 투의) 질문을 자주 듣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에 좀 지쳐 저의 지난 선택들이 잘못되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과정에선 누군가가 저의 커리어 경로에 대해 궁금해 하고 차분히 들어주는 경험을 쌓음으로써 ‘이런 환경도 있었지!’ 하고 시야를 넓혔습니다. 새로운 기회가 그 자체로 생동감을 준 것입니다.
‘칠전팔기’란 말이 있죠. 넘어져야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넘어지지 않고 갸우뚱 거리기만 한다면 다시 일어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뉴스레터로 남기는 것처럼 저의 지난 실패를, 실수를 회고해 볼 수 있는 것도 도전한 자만이 아는 큰 장점입니다.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인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 주는 교훈처럼요. 이번은 최종 목전까지 갔으니, 다음은 합격이겠죠? 언제 또 이번처럼 저와 결이 잘 맞는 외국계 기업과 직무를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또 기회가 있다면 이번보다 10% 더 자신감이 생긴 채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 전까지 저는 영어 회화 실력 좀 늘려 두려고 최근에 온라인 영어회화 플랫폼에 수강 등록해 두었답니다.
새로운 기회 앞에서 도전을 망설이고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공유합니다.
‘You’ll never be ready. Mer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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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록은 제 지난 3개월(7월~9월)의 이직 시도를 통째로 담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연애도, 이직도 망한 ‘실패 전문가’ 숭이 에디터입니다! 다음은 성공담으로 찾아오고 싶어요. 올해 초만 해도, 다른 사람의 성공적 이직 소식을 들으면서 ‘얼마나 좋았을까’ 했었어요. 합격해서 부럽다기보단,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알게 되고, 그 일을 전념해 할 수 있는 적절한 기업을 찾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우니까요. 그런 곳을 한 번 찾고 나니 최종 결과 전까지 ‘이 곳이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도 들더라구요.
근데 막상 또 떨어지고 나니까 ‘이 곳이 아니면 안 되는 게 어딨어’ 하고 느껴요. 결과를 기다릴 때보다 아싸리 탈락을 받은 이후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마냥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또 찾아 나설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엔 새로운 프로젝트에 소개를 받아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PD의 삶이 연장되었습니다. 다음엔 더 재밌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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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숭이>의 코멘트
첫 공개에 15화를 와르르 푸는 자신감이 뭔지 아세요? 다음 화를 계속 누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이틀 꼬박 쏟아 본 시리즈, <은중과 상연>입니다. 어떤 사람이 보면 좋냐. 단짝과 절교해 본 사람, 짝사랑 지독히 해 본 사람, 인터넷 소설 읽어본 사람, 아이돌 좋아해 본 사람, 김고은/박지현 연기 궁금한 사람, <벌새> 좋아하는 사람, <유미의 세포들> 다음 시즌 보고 싶은 사람. 제가 영화는 500개 넘게 보고 책도 700권 가까이 읽었어도 다 본 드라마는 10개 채 안 될 텐데요, 이건 추천하겠습니다. 저 한 번 믿고 맛봐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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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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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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