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IM에 대해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지난 4~5월, 해킹 사태로 인해 USIM 대란이 일었었죠. USIM 부족으로 더 지난 시점에 변경하신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때 저는 eSIM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택했었는데요, 사실 정확히 뭔지 모르고 넘어갔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아이폰 17 Air를 계기로 eSIM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 정리해 보려 합니다. |
|
|
1. iPhone 17 Air, USIM 트레이가 없다고? 2. eSIM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3. 국내에서의 확산이 더딘 이유 4. eSIM은 확대될까 |
|
|
iPhone 17 Air, USIM 트레이가 없다고? |
|
|
지난 9월 애플 이벤트에서 아이폰 17 시리즈가 공개됐습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존의 '플러스' 모델을 대체한 새로운 'Air' 모델의 등장입니다. 이 제품은 두께 5.6mm로 기존 아이폰 중 가장 얇은 모델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또 다른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처음으로 전 세계 대상으로 출시되는 eSIM 단독 지원 아이폰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
|
|
SIM이란 Subscriber Identity Module (가입자 식별 모듈)을 의미합니다.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가입자를 식별해 주는 모듈이며, 개인정보를 저장하여 네트워크, 전화, 문자 메시지와 같은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SIM은 물리적인 '칩' 형태로 제공되어 왔는데요. 핸드폰 기기 변경이나 신규 개통 시 핸드폰 측면의 트레이를 열어 USIM 칩을 끼워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아이폰 Air에서는 이러한 USIM 칩을 끼울 수 있는 트레이를 없앴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아니, 그러면 통신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Air 모델은 물리적인 USIM 칩을 미지원하는 대신, eSIM(embedded SIM, 내장형 SIM)이라는 디지털 형식으로 개통, 사용할 수 있는 SIM을 지원합니다.
애플은 이미 2022년 아이폰 14시리즈부터 북미 시장에서는 USIM칩 트레이가 없는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물리 SIM을 지원했죠. 이번 17 Air는 그 흐름을 깨고, 글로벌 단일 정책으로 eSIM 전용을 택한 첫 사례입니다.
이러한 애플의 실험은 아직 아이폰 17 Air에만 국한되어 있어요. 아이폰 17의 일반, 프로, 프로맥스는 일부 지역에서만 eSIM 단독으로 출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USIM칩을 탑재할 수 있는 트레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출시되었으니까요. 다만 애플이 걸어온 길을 떠올려 보면, 홈 버튼, 이어폰 단자까지 줄줄이 사라져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Air 모델을 'USIM 칩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기도 합니다. |
|
|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eSIM은 별도의 칩 삽입이 필요 없이 사용 가능한 SIM 입니다. 기존처럼 작은 칩을 받아 휴대폰 옆 트레이에 끼우는 방식이 아니라, 기기 안에 기본으로 탑재된 칩에 통신사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해 활성화하는 구조*입니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USIM을 수령해 꽂던 과정을 QR 코드 스캔 한 번, 혹은 인증 번호 입력 한 번으로 대체한 셈이죠.
*기존 USIM 칩에는 가입자 식별 정보, 인증키, 인증 파라미터 등이 이미 저장되어 있는 형식인 반면 eSIM은 그런 정보가 미리 저장되어 있지 않고, 해당 정보를 담은 프로파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내려받아 활성화하여 사용하는 방식임
이 방식은 여러 장점을 갖습니다. 물리적인 칩을 분실하거나 복제당할 위험이 줄어들고, 발급 신청 후 언제 어디서든 셀프 개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편리합니다. 가격적인 우위도 있어요. 국내에서 6-8천 원 정도 하는 USIM칩 대비 eSIM은 3천 원 수준으로 발급되며, 해외에서는 무료로 eSIM을 발급해 주는 경우도 많죠.
* eSIM의 경우 현재 2,750원 수준의 발급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해당이 기존 USIM에서의 수수료가 유지된 것인지 혹은 운영 비용/로열티 지급으로 인한 금액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eSIM은 여러 개의 통신사 프로파일을 저장하고 전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신사별로 발급된 '정보가 이미 저장된 USIM 칩'이 필요없이, 필요한 통신사 프로파일을 발급받아 그때 그때 활성화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개통의 편리함'과 결부해 생각해 보면, 통신사를 찾아갈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고 구매하여 한 핸드폰에서 저장하고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한국 eSIM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외국 eSIM을 신청하여 같이 쓸 수 있고, 하나의 핸드폰에 업무용, 개인용 분리의 목적으로 각기 다른 통신사 및 번호를 사용할 수 있죠. (단 동시 활성화할 수 있는 개수에는 제한이 있어요.)
다만 단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기 자체가 eSIM을 지원해야 하며, eSIM을 탑재하지 않은 구형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 USIM 칩은 단순히 꽂으면 되지만, eSIM은 QR 코드로 프로파일을 내려받고 초기 설정을 해야하기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한, 비대면/온라인을 선호하는 세대에게는 장점인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더불어 교통카드와 같이 NFC USIM 모듈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일부 서비스는 eSIM에서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도 제약 사항입니다.
*NFC 지원 서비스는 (1) 기기에 내장된 NFC를 사용하거나, (2) 앱 내에 정보를 저장하여 사용하거나, (3) NFC 지원 USIM의 NFC 모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나눠 볼 수 있음. USIM을 활용하여 NFC 기능을 지원하는 서비스의 경우, eSIM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됨 (애플 페이에서의 티머니 지원은, 애플이 기기의 NFC 기능 사용을 특정 앱에만 허용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 제휴 및 개발을 통해 기기의 NFC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경우) |
|
|
USIM칩 (physical SIM) 과 eSIM의 차이 © Mobilise |
|
|
그런데 이런 eSIM, 잘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것 같지 않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5,500만 명 사용자 중 1%도 안 되는 숫자가 eSIM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국내에서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단 국내에서 eSIM 지원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는 2016년도부터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2022년 9월에서부터야 정식으로 스마트폰에 서비스되어 단독 개통이 가능해졌거든요. 국내에 도입되기 전 2021년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등 69개 국가의 175개 사업자가 상업용 eSI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비교해보면 꽤 늦은 시작이죠.
두 번째는 아직 국내 개통의 기본값이 'USIM 칩'이라는 것입니다. 이에는 통신사의 소극적인 확대 정책이 지적됩니다. 22년 도입 당시 나온 기사로 짐작해 보면 기존 통신사가 USIM 칩 판매를 통해 얻어 온 매출 방어가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아요. 6,000원~8,000원 수준으로 판매되는 USIM의 원가가 3,000원 수준이라고 하니까요. (USIM 매출은 3사 합산 242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매출뿐만 아니라, eSIM을 통한 자유로운 해지 및 통신사 변동이 가능한 점이 통신사에게는 달가운 부분이 아니기도 하고요.
또한 제도로 인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만 생긴 제약이 이유가 될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eSIM으로 개통할 때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 기기 고유 번호)를 요구합니다. 이는 과기정통부의 제도 때문인 것인데요, 단말기 복제 차단 등을 방지하기 위해 통신사에 고객의 기기 고유 번호를 반드시 등록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통신사를 제외하고, 해외 통신사의 경우 IMEI를 등록하지 않고 eSIM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eSIM으로 개통할 때 기기 정보를 찾아 입력해 줘야 하고, 기기 변경 시 기존의 기기에 대한 정보를 통신사를 통해 제거해 줘야 하는 허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점은 eSIM의 장점인 '간편함'을 무색하게 하는 면이 있죠. 한 핸드폰에 등록하는 번호의 명의가 같아야 한다는 규제도 같은 맥락으로, 법인 명의와 개인 명의와 같이 명의가 다른 번호를 동시 등록하는 것을 막게 되면서 eSIM의 장점을 빛바래게 합니다.
즉, eSIM은 보안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갖춘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제도와 서비스 환경이 이러한 부분을 온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수요가 있는 해외여행 등의 경우에서 eSIM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해외 데이터 이용 방식에서 'SIM' 방식이 로밍 방식보다 더 늘었다고 하죠. SIM이라는 이름으로 퉁쳐졌습니다만, SIM을 위해 지출한 '평균 비용이 3천 원대라는 점'에서 (USIM은 6-8천 원대) 늘어난 SIM은 eSIM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 이번 USIM 대란 시 칩 부족으로 eSIM 전환이나 eSIM을 통한 개통을 SKT에서 장려하게 되면서 eSIM에 대한 인지도가 늘어난 면도 있고요. |
|
|
사실 USIM 칩 트레이를 없애는 것은 애플의 독자적 흐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8월에 공개된 구글 픽셀 10시리즈 역시 북미에서만큼은 물리SIM 슬롯이 없는 eSIM 전용 모델로 출시됐으니까요. 삼성은 여전히 물리 SIM을 유지하고 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머지않아 갤럭시도 같은 길을 택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도 합니다.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구글과 애플은 왜 물리적인 트레이를 없앴을까?'라는 것입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점과 맞물립니다. 스마트폰은 대중화되었고, 충분히 고도화되었으며 이제 그 누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폼팩터'를 제공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 되었으니까요. 기존 대비 더 얇다든지, 가볍다든지, 접을 수 있다든지 등이요.
그중의 하나가 초슬림 경쟁인 듯도 합니다. 갤럭시 S25 엣지가 5.8mm 두께의 초슬림 스마트폰으로 출시되었고, 이번 아이폰이 5.6mm로 출시된 것이니까요. 이러한 폼팩터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과 성능입니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하면서도 스마트폰 사용에 중요한 지속성, 즉 배터리 성능을 확보해야 하죠. USIM칩이 들어가는 물리적인 트레이를 제거하는 것은 그런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슬롯을 제거함으로써 배터리 용량을 더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일례로 아이폰 17 Air의 경우, eSIM 전용 모델과 USIM도 같이 지원하는 모델 간의 배터리 성능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죠. (3.7% 더 제공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다양한 SIM 슬롯 규격 등을 맞출 필요 없이 공급망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제조사에게 매력적입니다.
더 나아가 통신사가 담당하던 개통 과정을 자사 계정과 설정 프로세스에 통합함으로써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서비스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eSIM을 보호하는 보안 프로세스를 추가하여 타 제조사 대비 보안 우위성을 기기 홍보에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웨어러블/스마트 기기(Apple은 eSIM 적용을 Apple Watch부터 시작했습니다.) 에 넣어 USIM 칩을 넣지 않고도 eSIM을 통해 기기 간 연결을 지원할 수 있어 통합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죠. |
|
|
SIM 칩은 초기의 카드 형태에서 Mini 형태로, Micro로, Nano로 꾸준히 작아져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음 단계는 eSIM이 되는 것이죠. 결국 eSIM으로의 전환은 현재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SIM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기술이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정교함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휴대폰에 충전 단자를 끼우는 것이 아니라 충전된 배터리팩을 가지고 다니며 바꿔 끼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누가 이어폰을 그 돈 주고 사냐'며 대체되지 않을 것 같았던 유선 이어폰도, 2016년 스마트폰에서 이어폰 단자가 제거되고 난 후에는 무선 이어폰에 자리를 내주었죠. 이처럼, 제조사의 추세는 물리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디지털화이며 그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성공해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삶에 무수한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주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그러한 변화가 영 마음에 안 드는 분들도 계시죠. 아이폰 17 Air가 eSIM만 지원하는 모델로 전 세계 출시되는 것을 주목하는 것도, 이 제품이 촉발할 미래가 어떨 것인가에 대한 관심일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eSIM의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어떠한 흐름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미 북미에서는 eSIM만 사용하는 제품들이 나왔고 많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편의성도 개선되어 사람들이 잘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비대면/온라인 가입에서,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는 확실히 개통 및 사용에서의 편리함을 제공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확산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어폰 단자나 배터리 팩이 눈에 보이는 불편을 해소했던 것과 달리, SIM은 해외 여행/출장이나 여러 번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닌 일반 사용자에게 특별한 불편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즉 '왜 굳이'냐는 것입니다.
기기 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 통신사마다 다른 정책을 두고 호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 기존의 여러 기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초기 설정이 번거롭다는 점, 그리고 국가별로 제도에 따라 사용성이 달라진다는 점이 큰 허들입니다. 다만 이러한 점은 다시 말하면 기기가 늘어나고, 호환성 및 초기 세팅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개선된다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제조사의 방향성과 해외 시장의 흐름, 젊은 세대의 디지털 친화성, 그리고 비대면/온라인에 대한 수요를 생각했을 때 eSIM은 결국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은 제조사가 주도하는 전환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규제와 사용자 경험이 함께 개선된다면 빠르게 대중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질문은 결국 'eSIM이 확산될까?'가 아니라 '우리가 이 변화를 편리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뭘 해야할까?' 일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 기기 제조사의 '사용자 경험' 개선 노력이, 그리고 그에 맞춘 제도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
|
|
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뒤늦게 이 콤비를 발견하고 웃겨하고 있어요. 😂 본편을 보면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
|
|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
|
|
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
|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