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저희도
구현모 "돈이 전부는 아니고 약 85%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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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뉴스레터라는 매체에 대한 메타인지이자 셀프 피드백을 남기고자 합니다. 참으로 간만에 ‘미디어’ 뉴스레터라는 이름에 맞는 레터일텐데요, 마냥 부정적이지도 그렇다고 무책임한 긍정주의만을 담지 않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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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뜨거운 남자다
2. 뉴스레터는 왜? 3. 원 빅 슈퍼스타가 없다
4. 그래서, 안 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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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뉴미디어는 정말로 핫했습니다. 사실, 뉴미디어는 언제나 핫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 그리고 지금까지도 항상 ‘뉴미디어’는 존재합니다. 뉴미디어는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
이토록 올드 미디어와 대비되는 상대적 개념이던 뉴미디어가 구체적인 하나의 장르이자 테마로 묶이게 된 건 바로 버즈피드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10대나 20대 초반은 잘 알지 못하는 버즈피드는 2010년 중반 전세계 뉴미디어 열풍을 가져온 혁신적인 회사였습니다. 버즈피드는 클릭을 만들어내는 귀여운 동물 영상을 비롯해 “여름에 필요한 XX가지”로 대표되는 리스티클을 크게 유행시켰습니다. 웹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와 앱까지 전방위적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2015년 기준 월 방문자 수가 무려 1억 3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버즈피드가 국내 언론에서 주목 받게 된 계기는 바로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면서 이 시대의 경쟁자는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아니라 바로 버즈피드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버즈피드 영상 속 고양이를 이기고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야만 하며 이를 위해 유통 전략 (기존 웹 → SNS)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수준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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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를 전후로 플랫폼 혁명도 일어났습니다. 국내에선 싸이월드, 해외에서는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들로 인해 기존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트래픽은 검색엔진을 넘어서 SNS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네이트로 대표되는 포털사이트는 이제 자기네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SNS라는 다른 차원의 악마들과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SNS의 등장과 함께 ‘UGC(User-Generated Content)’로 대표되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범람하는 영상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엠군, 판도라TV가 있고 해외에서는 데일리모션과 유튜브 등이 있습니다. 90년대생이라면 다 기억하는 원더걸스의 텔미, 쏘핫 그리고 노바디 UGC가 그 예시입니다. 기존 미디어들이 제작해서 시청자들에게 유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뉴미디어 플랫폼은 시청자가 제작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유통하는 방식이었기에 ‘뉴’였습니다.
자, 여기까지 보면 2010년대 ‘뉴미디어’라고 불리는 현상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 근본적인 인터넷 환경의 변화입니다. 검색 엔진과 포털에서 벗어나 SNS가 생겨났습니다. 둘, 이렇게 바뀌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존 사업자를 위협하는 신규 콘텐츠 제작자들이 탄생했습니다. 버즈피드와 뉴욕타임즈의 구도를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셋, 이제 우리는 ‘글’이 아니라 ‘영상’을 주 포맷으로 서로를 매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밑에는 제로 금리에 따른 유동성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제로 금리로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흥하기 위한 유동성 정책이 전 세계에 영향을 펼쳤죠. 미디어 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 스타트업들이 2010년대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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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가 각광받게 된 계기를 돌아봅시다. 사실 뉴스레터는 아주 오래된 매체입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언론사들도 시도했으며,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는 아주 유명한 개인 뉴스레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들해졌습니다.
다시 관심 받게 된 계기는 이걸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회사가 있겠지만 크게 3군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스킴(theSkimm)입니다. 20대 여성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로 미국에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4년 만에 뉴스레터 구독자 400만 명을 모았습니다. 주요 독자가 20대 여성으로 21년 기준 4천만 달러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시사 미디어 시장에서 여성 구독자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습니다. 하지만 광고주는 너무나 탐내하는 세그먼트입니다. 그렇기에 이들만 골라서 잡은 스킴의 탁월함에 모두가 감탄했습니다. 특히 이들이 자랑하는 간명하고, 경쾌한 화법은 그들의 상징이 됐습니다.
두번째는 모닝브루 & 디인포메이션입니다. 앞서 말한 스킴이 20대 여성을 겨냥했다면, 여기는 20대 젊은 엘리트를 노렸습니다. 젊은 전문가들을 위한 전 세계 정치, 사회, 문화, 유통, 마케팅 뉴스를 다루는 뉴스레터입니다. 2020년에 35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같은 해 독일 전통 미디어 기업 엑셀 스프링거에게 약 800억의 가치로 인수됐습니다. 연매출은 25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2013년 12월에 창업한 테크 전문 유료 언론사입니다. 퀄리티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이 매체는 테크 분야의 속도, 심층 분석, 단독 보도로 유명합니다. 1년 기준 749달러를 자랑하는 이 어마무시한 가격에도 철저히 유료 구독으로 회사를 운영할 만큼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2022년 기준 4만 5천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기업 대상으로는 약 80만 달러의 구독 상품도 판매했다고 하니, 아마 B2B가 매출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듯합니다.
마지막은 서브스택입니다. 앞서 두 회사가 콘텐츠 제작자라면, 이 회사는 유통업체입니다. 누구나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입니다. 여러 개인 작가들이 서브스택을 통해 자신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00억 넘는 투자를 받았으며 기업 가치는 1조가 넘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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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미디어들도 힘을 쏟았습니다. 복스(Vox)와 같은 신생 회사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기존 미디어 회사들도 재빨리 운영하고 있던 뉴스레터를 더욱 확대했습니다. 매체의 형태를 끊임없이 확장했습니다.
이렇게 각광받으니, 한국에서도 비슷한 플레이어들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플랫폼 측면에서는 스티비와 메일리가 대표적입니다. 둘 다 뉴스레터 솔루션인데요, 실제로 저희를 포함해 대부분의 한국 뉴스레터 크리에이터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서브스택으로 불러도 무방하겠죠.
콘텐츠 측면에서는 뉴닉과 어피티가 대표적입니다. 뉴닉은 MZ세대를 위한 뉴스레터인데, 24년 7월 기준 구독자 약 70만 명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어피티는 2030을 위한 종합 경제 미디어를 표방하고, 총 구독자는 약 85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여러 팀 혹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니 기존 회사들도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기존 언론사들은 뉴스레터를 재개하거나 확장하고, 광고주들도 뉴스레터에 광고를 집행합니다.
그렇게 뉴스레터는 뜨거워졌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뉴스레터라는 매체는 빠르게 뜨거워졌고, 사그라들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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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돈을 크게 번 사업자가 많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킴은 조용히 인수됐고, 모닝브루와 디인포메이션은 돈을 벌고 있으나 그 이외 사업자들이 혜성처럼 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사업자가 혜성처럼 끊임없이 등장해야 하는지도 반문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것이 곧 시장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 많은 사업자가 등장하지만 이것이 곧 시장 확대를 의미하진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존재해서 각광받은 업계라면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 소식과 엑싯 소식이 들려야만 여전히 핫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에 걸맞는 밸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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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다르지만, 뉴미디어로 각광 받던 VICE는 지난 2023년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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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인수 내지 엑싯 소식이 들리지만, 국내는 아예 조용합니다. 뉴닉은 외연 확장을 위해 퍼블리를 인수했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다만 폭발적인 성장이라든가, 수익성과 관련된 뉴스는 들리지 않습니다. 어피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트렌드 뉴스레터 캐릿처럼 대학내일이라는 전통 광고 대행사가 운영하여 비즈니스 모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우, 뉴스레터 데일리트렌드처럼 김소희라는 업계 전문가가 컨퍼런스와 엮어서 추가 수익화를 운영할 수 있는 경우에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듯합니다. 어거스트요? 모든 제안에 열려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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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근본으로 돌아가봅니다. 우선, 뉴스레터는 활자 매체입니다. 사람들은 활자 매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텍스트힙이라고 하지만, 소설과 에세이 등 이미 문학을 좋아하는 매니아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대중적인 시선으로 뉴스레터는 유용하지만, 딱히 손이 가지 않는 매체입니다. 읽고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및 주식 매체에는 지불할지언정 그 이외의 인사이트 매체에는 쉽게 간편결제 버튼이 가지 않습니다. 이해합니다.
동시에 광고 단가도 낮습니다. 유튜브 PPL 등은 잠깐만 노출되어도 몇 백, 브랜디드로 하면 몇 천과 몇 억 단위의 보상이 오고 갑니다. 하지만 텍스트 매체의 광고 단가는 거기까지 갈 수 없습니다. ‘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전통 종이 신문이 아니고서야 영상 매체급의 광고 단가를 받기는 여간 쉽지 않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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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 운영되는 뉴스레터들은 무엇일까요?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하는 뉴스레터거나(어거스트) 혹은 본진의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거나(캐릿) 혹은 아주 소수 인원으로서 손익분기점을 맞춰가며 운영되는 뉴스레터일 확률이 높습니다. 언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꿔서 지평을 넓혀가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뉴스레터의 현실은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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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스레터는 미국 소수의 스타트업이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고, 한국에서는 꽤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점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우선, 기존 뉴스레터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유의미한 규모로 엑싯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평가는 유지될 겁니다. 좋든싫든 시장을 흔드는 슈퍼스타가 나와야 세간의 이목을 끌 수 있습니다.
AI로 관심이 옮겨간 지금, 단순히 콘텐츠만으로는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AI가 뉴스레터 및 뉴미디어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자본이 투하된 OTT 연관 사업들도 하나둘씩 식어가는 시국입니다. 그렇기에 활자 기반 뉴미디어 시장은 더욱 힘듭니다.
다만, 이게 ‘브랜드’가 되거나 혹은 활자에서 영상 등 다른 매체로 전이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는 라부부처럼 핫해지라는 건 아닙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민음사, 작가 이슬아, 서울국제도서전 등처럼 기대하는 이미지와 그에 맞는 산출물을 뉴스레터 이외의 곳에서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매체가 영상이 된다면 광고 단가의 테이블이 달라지고, 꾸준히 이어진다면 소수 팬덤을 위한 굿즈가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팬덤을 향한 커머스 사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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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단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광고 비즈니스는 유지한 채로 유료 구독도 받고, 커머스 사업도 준비해보고, 컨퍼런스도 해봐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은 줄이고, 전문성 있는 에디터들을 외부에서 비정기 기고로 모셔와야 합니다. 고정비는 낮추되 콘텐츠의 차별성은 살려야 하니까요. 무엇 하나 쉽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저널리즘, 활자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 등에 저는 많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현실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그려내거나,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이 시장은 특이합니다. 활자 매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지루하고 재미 없습니다. 그만큼 오래된 시장이라 오히려 들어오는 돈의 규모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관심은 아주 잠깐의 조명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기 위해선 그 회사들로도 많은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어야만 합니다. 과연, 이번엔 다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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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제가 참 좋아했던 가수인 이수영입니다. SNS도 안 하시고 소식도 안 들리네요. 근황 아시는 분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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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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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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