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트렌드가 뜨는 시대
오리진 "오 마이 갓. 페이커가 T1과 4년 더 재계약했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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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요즘 뭐가 유행이야?" 예전에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 TV에서 방영 중인 인기 프로그램, 포털 실시간 검색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등이 그 답을 대신해줬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모두가 보는 콘텐츠는 점점 줄어들고, 나만 보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의 레터에서는 유튜브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 폐지 소식과 함께, '공통의 화제'가 아직 유효한지에 대해 다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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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튜브, 인급동을 없애다
2. 🥚 vs 🐔 : 사용자의 변화? 플랫폼의 전략?
3. 다만 우려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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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는 이 소식에서 시작합니다. 유튜브는 7월 1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인기 급상승 (Trending)'탭을 전 세계에서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7월 22일부터 해당 페이지가 사라졌어요. 2015년에 출시된 이후 10년간, 인급동은 사용자에게 지금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창이자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인기를 증명하는 '지표' 가 되어왔습니다. '인급동 1위 뮤비', '인급동 1위 유튜버'와 같은 타이틀은 인기를 증명하는 상징이 되기도 했죠.
그러나 유튜브는 인급동 폐지를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요즈음의 트렌드는 이전보다 더 많은 팬덤과 작은 트렌드의 집합"이라고 말이죠. 사람들은 더이상 공통의 화제를 통해 볼만한 콘텐츠를 탐색하지 않고, 숏츠나 홈에서의 알고리즘을 통해 나에게 자신에게 유효한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파악해 나간다고 합니다. 지난 5년간 유튜브 인급동의 사용률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전체 시청 시간의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대신 유튜브는 Youtube Charts 기능을 좀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음악, 영화와 같이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인기 순위를 매기는 기능입니다. 현재는 음악, 영화, 뮤직비디오 정도만 제공되고 있지만, 향후 카테고리가 확장되면 내가 즐겨보는 콘텐츠의 유형에 따라 맞춤 카테고리와 맞춤 차트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오늘날 트렌딩 콘텐츠를 발견하는 방식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하나의 트렌딩 리스트에서 벗어나 카테고리별 차트로 전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차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입니다. (So, we're making updates to better match how people discover trending content today by shifting away from one all-encompassing Trending list towards category-specific charts that we’ll continue to invest in over time.)”
- Youtube, 7/10/2025
결국 하나의 공통된 집단적 트렌드(즉 '메가 트렌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유행은 다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보여주는 하나의 '인기 트렌드'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어쩌면 아무 관련 없는 콘텐츠 모음일 수도 있는 것이죠. 더이상 모두가 즐기는 메가 트렌드는 없고, 사용자의 관심사, 취향에 따라 작고 세밀하게 쪼개진 다양한 마이크로 트렌드가 더 의미있다는 것이 이번 유튜브의 결정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튜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악, 웹툰, 검색 서비스 등에서도 이미 인기 콘텐츠의 비중을 줄이고 맞춤형 추천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이번 소식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콘텐츠 플랫폼이 인기 콘텐츠를 아예 배제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트렌드'의 시대가 저물고 '똑똑한 발견'의 시대가 온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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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용어를 탐구해보고 갑니다. 별개로, 메가 트렌드가 없다는 것이 '트렌드'라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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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s 🐔 : 사용자의 변화? 플랫폼의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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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뿐만 아니라 여러 서비스에서 '인기 콘텐츠'는 홈 화면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2021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삭제했고, 멜론과 플로는 'Top 100' 차트를 유지하지만 홈 화면에서는 개인화 추천이 먼저 노출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처음부터 홈 화면 전체를 청취 맥락 기반 추천으로 설계했으며, 네이버 웹툰도 (모바일 기준) 인기 순보다 사용자의 감상 이력을 기반으로 작품을 추천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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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기술은 개인의 취향을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했기에 '많이 본 것'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AI 기술 발전으로 개개인의 취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개인은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고 더 탐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 어플의 Top 100 차트의 경우, 팬을 많이 보유한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의 곡만 추천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 음악을 듣는 맥락(분위기), 계절/시간, 기존 나의 취향에 따라 더 많은 노래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맞춰, 맞춤형 콘텐츠를 더 잘 찾아주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음악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예로 들면, 스포티파이 같은 앱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5위 사업자였던 스포티파이는 국내에서 어느덧 3위 사업자로 떠올랐으며, 기존 굳건한 1위를 차지하던 멜론은 2위로 내려왔거든요. 이러한 데에 가장 언급되는 것은 스포티파이의 광고 요금제 플랜 출시이지만, 0원, 100원, 통신사 끼워팔기, 멤버십 끼워팔기 등으로 다른 음악 어플리케이션도 실질적으로 무료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요인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어요.
'내가 스포티파이를 쓰는 이유'와 같은 여러 게시글이나 유튜브를 보면, "내가 어떤 상황, 어떤 기분이더라도 스포티파이는 만족시켜 준다"라던지 "추천 알고리즘이 말도 안 돼서 내 취향인지도 몰랐던 아티스트를 발견하게 된다"라는 평이 공통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존의 Top 100, 인기 차트 중심의 국내 앱들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맞춤형 콘텐츠를 점점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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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변화에는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의 전략적 의도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에 초기부터 많은 투자를 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 기성 플랫폼에 비해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유튜브는 홈 비디오 수준의 영상이 대부분이었고, 넷플릭스는 초기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지 못해 인기 시리즈보다는 오래된 영화, B급 영화, 외국 영화 위주였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모두 방대한 콘텐츠의 양에 비해, 히트작/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에 '전체 인기'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대신 이들은 '나에게 맞춘 콘텐츠'라는 컨셉으로 콘텐츠 탐색의 불편함을 개선하려고 한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넷플릭스는 2000년도부터 영화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는 '시네매치'라는 추천 알고리즘을 발표하고 지속 개발해 나갑니다.
추천 알고리즘 기술을 지속 개발시켜 나가는 데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각 사업자가 추가로 가진 요인은 '맞춤형 광고'와 '오리지널 콘텐츠'일 겁니다. 구글은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하기 전, AdWords(2000년) 나 Adsense (2003년)와 같은 광고 서비스를 내놓으며 광고 매출을 확대하고 있었는데, 떠오르는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검색 광고를 동영상 광고로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유튜브는 현재 분기 98억 달러 수준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성장의 과정에서 유튜브는 사용자의 취향 분석, 그에 기반한 추천을 통해 클릭/조회 여부를 분석하여 어떠한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더 볼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광고에 관심을 가질지를 실험해 나갔고, 그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좀 더 광고주에게 정밀한 광고 상품을 제공할 수 있었어요. 다시 말하면 추천 알고리즘은 광고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에 핵심적인 요소였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양질의 콘텐츠 확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시청 기록, 평가, 취향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볼만한 방향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감독, 어떤 배우를 선호하는지도 분석해서 콘텐츠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종합해 보면, '나에게 맞는 추천'이라는 것은 사업자의 광고 상품 고도화, 콘텐츠 제작 등 사업적인 니즈에 맞춰서도 제공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단위의 투자 등의 이유로 제작자들이 TV/방송사를 떠나 넷플릭스에 양질의 콘텐츠가 몰리게 되었고, 콘텐츠를 따라 사용자와 광고가 플랫폼으로 모여드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유튜브도 그러한 방송사의 하락에 맞춰 기성 방송인 등이 유튜브에 몰려들면서 전체적인 콘텐츠의 질이 높아지고 사용자가 더 증가한 흐름이 있었죠. 이러한 플랫폼 대이동 속에서, 우리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변화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취향을 추천해 주고, 그러한 취향을 강화해 주는 알고리즘에 맞춰 시청하는 방식에 학습되면서 더 이상 하나의 공통된, 집단적 트렌드가 의미를 더욱더 잃어가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요.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고객의 요구와 맞물린 점이 있기에 그러한 전략이 먹힌 것이니까요. 그리고 하나의 인기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하는 니즈도 기존의 사용성에 의해 학습된 것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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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양한 마이크로 트렌드와 팬덤이 알고리즘을 통해 강화되면서, 사용자가 너무 편향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 파리저(Eli Pariser)가 소개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개념은 이 현상을 잘 설명해줍니다.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사용자에게 맞춰 필터링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이미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어 시야가 좁아지고 편향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비스별 알고리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보고/좋아한 콘텐츠의 연장선만 탐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오히려 다양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정치 콘텐츠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튜브에서 특정 사상을 강화하는 영상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사용자의 확신은 강화되고, 다른 의견은 점점 멀어집니다. 아시아경제의 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하고, 반대되는 뉴스를 찾아보는 비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지고 자신만의 알고리즘만 접하게 된다면 이러한 편향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어요.
문제는 정치 뿐만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우리가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내가 콘텐츠를 선택한다기보다, 알고리즘이 나를 선택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취향이어서 보게 된 것인지, 반복 노출된 끝에 취향으로 학습된 것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니까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플랫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용자는 의식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때때로 알고리즘을 초기화시키거나 나와 다른 의견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역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사용자가 기존의 취향에서 더나아가 '새로운 발견'을 경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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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인급동의 폐지는 단순한 기능 종료가 아니라, 트렌드라는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집단적인 관심사를 대변하는 리스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각자의 화면 속에서 수많은, 다른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트렌드는 하나의 메가 트렌드가 아니라 다양한 마이크로 트렌드가 우연히 겹치는 형태로서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이기도 합니다. 거대 트렌드에 가려 보여지지 않았던 작은 취향은 더 존중받고, '나'라는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더 탐색해나가는 기회를 제공하니까요. 다만 동시에, 우리가 서로 다른 세계에 갇혀 살아가게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의 개인적인 입장은 여전히 '세상이 지금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기 콘텐츠 등으로 그렇게 제 취향 버블에서 때때로 벗어나 사회 전반을 보고, 나는 몰랐던 것들에 대해 파악하고 싶었거든요. 홈에서 인기 콘텐츠의 비중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러 서비스 등에서 아직도 인기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에는 그러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인급동 폐지, 메가 트렌드의 종식을 나타내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인기 콘텐츠를 없애는 것이 정답일까요, 혹은 앞서 말씀드린 아쉬움과 같은 이유로 나중에는 인기 트렌드가 다시 도입되게 될까요? 혹은 다른 주제에 대한 '발견'과 같은 새로운 탐색 형태가 나타날까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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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뉴스에 계속 나오는 이스라엘-이란 전쟁, 중동 문화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알아가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들으니까 얼추 이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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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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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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