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의 본질과 잘 받아들이는 법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에디터 요니입니다.
요새 부쩍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세상이 나만 빼고 일주일 동안 멈춰서 혼자 신나게 놀면 좋겠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감정을 주고받고, 일터에서 목표에 맞춰 움직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종종 너무 벅차게 느껴졌거든요. 아무도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나 역시 그 어떤 반응에도 응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잠시라도 갖고 싶다는 생각. 그런 바람에서 비롯된 생각이겠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곰곰이 되짚어 봤습니다. 올해 들어 유난히 일터에서 성과 압박을 자주 체감했고, 최근에는 결혼이라는 큰 전환점을 지나면서 가족과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긴장감도 커졌어요. 내 말과 행동에 대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자꾸 걱정하게 되면서, 때로는 그 반응을 마주하기 싫어 회피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물론 싫다는 생각을 백번쯤하고 나서 결국 눈 질끈 감고 해내곤 했지만요) 이런 감정들, 저만 겪는 건 아니겠지요?
사실 피드백을 받고 난 뒤 의연할 수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지금 내가 혼나고 있는 건가?”, “왜 이렇게 지적하는 거지?”, “불편하다” 같은 감정이 불쑥 튀어나오곤 하죠. 이는 피드백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존재를 부정하는 말처럼 느껴질 때 정서적 위협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이 두려운 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을 피하고 싶은 이런 마음이 내가 나약해서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책 ⟨일의 99%는 피드백이다⟩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그것⟫을 기반으로 피드백의 본질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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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그것, 피드백
2.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지는 나
3. 아파하지 말고, 대화를 자주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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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이라고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이번 기획서, 좋긴 한데…”로 시작하는 회의실 속 한 마디, “이건 좀 아쉬워”라는 메신저 피드백, 혹은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인사 평가처럼 공식적인 순간들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피드백을 ‘성과에 대한 평가’로 인식하곤 합니다. 리더나 동료가 구성원에게 주는 일방적인 평가를 통칭해 ‘피드백’이라 부르곤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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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래 피드백(feedback)이란 ‘결과를 다시 입력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뜻합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를 “행동이나 과정의 결과를 원래의 주체에게 전달하여 수정하게 하는 정보”라고 정의합니다. 기계나 시스템에서 출력값을 다시 투입해 오류를 줄이는 것처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피드백은 다음 행동을 조정하게 하는 ‘되먹임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죠. 즉, 피드백은 일방적이고 공식적인 평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상 전반에 걸쳐 여러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으며, 그 결과로 행동을 조정하게 만드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인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인사에 대한 반응, 말투 하나에 담긴 뉘앙스, 어떤 회의에서의 고개 끄덕임이나 무표정한 얼굴까지도 모두 피드백이 될 수 있죠. 누가 일부러 평가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읽고 해석하며 살아갑니다. 피드백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몸짓, 심지어 침묵으로도 전달되는 일상의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응원이 되기도 하고, 거절이 되기도 하며, 때론 무관심의 표현이 되기도 하죠. 우리는 이런 신호를 해석해 다음 행동을 조율하며,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피드백이 왜 때로는 그토록 불편하게 느껴질까요? 단순히 말투가 날카로워서, 내용이 틀려서만은 아닙니다. 어떤 피드백은 우리가 믿고 있는 ‘나 자신’의 이미지, 혹은 상대와의 관계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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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의 99%는 피드백이다⟩는 이러한 피드백의 본질을 세분화해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어떤 피드백이 어떤 감정을 일으키고,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를 조망한다는 데 있습니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가장 생산적이고 덜 상처받는 방식이 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피드백과 관련해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 반응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피드백의 세 가지 트리거 진실(Truth), 관계(Relationship), 정체성(Identity)을 제시합니다.
- 진실(Truth): 피드백이 옳든 그르든,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건드릴 때
- 관계(Relationship): 피드백을 주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감정 반응이 결정될 때
- 정체성(Identity): 피드백이 내가 믿는 나에 대한 감각을 흔들 때
“피드백이 옳건 그르건 현명하건 어리석건 피드백과 관련된 무언가로 인해 정체성이 무너진” 다는 인용처럼, 나에 대한 피드백이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피드백을 잘 받는다는 것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술을 넘어서 그 피드백이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그것으로부터 나를 분리해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피드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힘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피드백을 나에 대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대신, 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그 정보를 가공하고 평가할 수 있는 주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피드백이 감정적 측면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질수록, ‘이 피드백이 나를 정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이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메타인지 훈련입니다.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피드백이 어떤 전제와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바라보는 연습. 이 거리를 둘 수 있는 힘이야말로, 피드백에 짓눌리지 않고 성장의 재료로 삼는 데 필요한 첫걸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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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디렉팅하고 나레이션에 참여한 넷플릭스 다큐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그것》은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줍니다. 3편 ‘꿈의 직업’ 편에서는 호텔 총지배인, AI 로보틱스 개발자, 로비스트 등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날마다 치열하게 일하면서 계속 질문합니다.
난 옳은 길을 가는 건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은 만족스러운가?
이 질문들은 자기 피드백(self-feedback) 그 자체입니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피드백을 기다리기보다 자신을 향한 질문을 일상화하며,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조정해 나갑니다. 이런 자기 피드백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는 성찰의 도구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자기 피드백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는 자기 피드백이 자신을 정신적으로 피로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죠. 타인과 주고받을 때는 조심스러워지는 평가 피드백이,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이루어질 때는 어떠한 필터도 틀도 없이 가차 없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피드백조차 내 기대와 불안, 비교 심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대, 주변의 시선, 문화적 기준 같은 외부 요소에 의해 충분히 왜곡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피드백은 종종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처럼 작용합니다. 문제는 그 거울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추지 않는다는 점이죠. 특히 요즘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나’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연출하는 환경에서는, 자기 피드백조차 외부 시선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 속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자기 피드백이 성과 중심 사회, 즉 ‘일이 곧 존재’가 되는 일 중심주의(Workism) 과 맞물릴 때 그 압력은 훨씬 강해집니다. ‘일을 잘하는 나’가 곧 ‘괜찮은 나’로 등치되는 환경 속에서 피드백은 존재를 평가받는 감각으로 변질됩니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질문하게 됩니다. ‘이 일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과연 괜찮은 사람일까?’와 같은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면을 다치게 하는 가시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 피드백이 정체성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 필요한 건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내면의 피드백을 해석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일의 99%는 피드백이다⟩에서는 “우리는 피드백을 통해 듣는 내용보다, 그 말을 듣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 때문에 흔들린다.”라고 합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 즉 순간적인 반응과 감정적인 생각이 반복된다면 그 피드백이 나의 감정과 기대, 막연한 비교 등 무엇에 의해 생성되었는지를 먼저 식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준 없이 자신을 평가하고 흔들리는 방식은 남이 던져주는 부정적 피드백보다 나에게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피드백을 ‘받는 기술’에 머무르지 말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언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도구, 성장을 설계하는 장치로 바라보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남이, 내가 스스로 주는 피드백을 자각하고 틀을 만들어 연습해 보는 것을 일상적으로 시도해 보는 방법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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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중심으로 피드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특히 HR 테크 산업에서는 성과 평가와 개인 성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 설계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레몬베이스나 클랩 같은 HR 테크 기업들은 ‘피드백은 위계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관계적이고 발전적인 대화여야 한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단순한 평가를 넘어, 피드백을 통해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분명 좋은 시도이고, 산업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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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레몬베이스는 매주 직원 스스로가 작성하는 'Weekly 리포트'와 정기적인 '1:1 미팅 피드백'을 중심으로 개인의 성과뿐 아니라 협업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기록하도록 유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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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은 조직 구성원끼리 나눈 면담과 텍스트 피드백 내용들을 기반으로 대시보드를 구축해 일방적인 피드백이 아닌 쌍방의 건설적인 피드백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피드백을 단지 결과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대화로 전환하려는 실험입니다.
이런 전문적인 설계를 시도하는 솔루션에서 배워 일상으로 옮겨와 보는 것도 좋은 방식입니다. 조직에 요구할 수도 있고, 관계 안에서 먼저 시도해 볼 수도 있겠죠. “나는 어떤 피드백을 원하고 있는가?”, “이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자주 요청하고, 자주 연습해 보는 것 어떤가요.
예컨대 레몬베이스의 Weekly 리포트처럼 한 주를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습관을 들이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 예를 들어 금요일 오후나 월요일 아침에 ‘이번 주 가장 잘한 일’, ‘다음 주에 개선하고 싶은 일’을 한 줄씩 적어 보는 것이죠. 특별한 시스템이 없어도 자신만의 루틴으로 피드백 감각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는 클랩처럼 ‘칭찬–격려–제안’의 구조를 따라 관계 안에서 감정을 건설적으로 나누는 방식을 실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 친구, 연인과의 대화에서 “이번 주 너의 이런 모습이 좋았어(칭찬), 그걸 보며 나도 힘이 났어(격려), 다음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제안)” 같은 세 줄 피드백을 주고받는 거죠.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정제된 형식 안에서는 훨씬 부드럽게 전달되고, 서로의 기대를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은 일상의 모든 접점에서 우리를 흔들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한 신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자주 묻고, 더 많이 말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완벽한 태도를 갖추는 일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오늘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해볼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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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햄찌. 솔직함과 귀여움으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면서, 포화된 것처럼 보이는 콘텐츠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콘텐츠에는 어떤 한 끗이 있나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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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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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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