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역주행 #텍스트힙
찬비 "이번주는 내내 비가 예정되어 있네요. 고온 vs 다습, 밸런스 게임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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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저에게 있었던 6월의 큰 이벤트는 서울국제도서전이었어요. 마치 그전에는 안 사고 있었던 것처럼(?) 서국도를 기점으로 책을 또 왕창 사버렸네요. 오늘은 지난 상반기의 서점가 트렌드를 살펴보고, 저의 상반기 추천 책과 하반기에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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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5년 상반기 키워드: #한국문학 #역주행 #텍스트힙
2. 제 상반기 추천작은요: #앤솔로지 #샐리루니 #대충탁월하게
3. 하반기에 같이 읽으실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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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키워드: #한국문학 #역주행 #텍스트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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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예스24, 밀리의서재 등의 서점/플랫폼에서는 6-7월에 모두 상반기를 결산하는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각각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포트를 내지만, 공통으로 보이는 트렌드에서 출판계 전반의 경향을 볼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었던 키워드는 #한국문학 #역주행 그리고 #텍스트힙 이었습니다. 키워드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주요 트렌드로는 필사 관련 도서의 여전한 인기와 정치 분야 및 ‘헌법’ 관련서의 출간/판매 증가세가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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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 분야의 인기가 여전합니다. 일단, 서점 전반적으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외에도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랭크되며 여전한 인기를 보였어요. 교보문고에서는 위 세 권의 책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모두 들었어요. 한강 작가로 유입된 독자들의 관심은 한국 문학 전반으로도 이어졌는데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더라도 문학 분야에서는 전년 대비 21.9% 성장*했다고 합니다.
젊은 작가들의 신작 역시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작을 발행한 백수린, 성해나, 김금희 작가의 신작 초반 판매량은 직전 작 대비 1.5배~10배까지 상승했고, 2025 이상문학상 및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전년 작 대비 모두 30%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안에 소설 분야는 2024년 14종에서 올해 23종으로 증가하기도 했고요.
*교보문고 기준 / **예스24 기준
#역주행 SNS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에 출간된 도서가 베스트셀러 상위 순위에 오르는 ‘역주행’ 도서도 작년에 이어 꾸준히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 3년간 계속해서 순위가 오르고 있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과 올 상반기 화제의 책이었던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모두 책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으로 판매량이 올랐습니다. 아이돌 장원영이 유퀴즈에서 추천한 ⟪초역 부처의 말⟫, 모델 홍진경이 유튜브에서 추천한 ⟪스토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서 볼 수 있었어요.
#텍스트힙 이러한 배경에는 젊은 독자층의 유입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소설 분야에서는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7.7%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모순⟫과 ⟪급류⟫도 20대 독자 비중이 40%*나 되었다고 하고요.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인플루언서가 추천한 책이 숏폼을 통해 바이럴이 되고, 이 콘텐츠를 본 20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는 패턴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작년부터 이야기되었던 ‘텍스트힙’과 떼어서 설명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텍스트힙이란 텍스트(text) 읽는 것을 힙(hip)하다고 여기는 트렌드로, 책을 읽으면서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고 감상을 공유하거나,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입니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함께 경험하는 데에 방점이 있는 것이죠. 작년부터 이야기되었던 트렌드이고 금방 사그라들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열풍은 여전하고 주역은 Z세대인 20대 여성입니다. 올해에도 성황리에 마무리된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보였다고 하고요.
시 역시 20대 독자의 힘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시 분야 전체 구매 건 중 20대 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0.8%*였다고 하니까요. 시는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기에 분량도 적절할뿐더러 짧은 구절로도 크게 공감을 불러올 수 있어 텍스트힙 트렌드에 딱 부합합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에서 인기를 얻은 시집은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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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토마토코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제철코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라고 하는데요, 여름이 돌아오자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토마토 컵라면⟫과 같이 토마토가 제목에 들어간 시집들의 인기가 다시 오르고 토마토 디저트와 오브제가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문학과 제철 음식이 엮이는 조합, 생소하면서도 이게 되네 싶습니다.
텍스트힙이라는 열풍은 분명 출판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고 있습니다. 국내 5대 주요 서점 매출액도 늘고, Z세대의 도서 구매도 증가하는 것이 보이고요. 분명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줄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펼쳐보도록 할 것입니다. '읽는 경험'을 고려해 책을 만들고 판매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겠죠.
다만 '힙'한 것은 동력이 짧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된다면 더 이상 '힙'해지지 않겠죠. 책 사진을 찍고 인증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 정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출판계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다음 트렌드가 아니라, 트렌드가 사라진 후에도 남을 수 있는 진짜 독서 문화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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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상반기 추천작은요: #앤솔로지 #샐리루니 #대충탁월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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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 문학동네, Faber & Faber, 마름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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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확인해보면서 놀랐던 것은 저 역시도 상반기에 이전보다 한국 소설을 (많이 사고) 꽤 읽었다는 것이었어요. 올해는 북클럽 문학동네에 가입해서 매년 발행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더 꼼꼼히 읽었는데요, 자연스럽게 읽고 좋았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아는 이름이 생기니까 더 궁금해지고요. 그렇게 갑자기 한국 소설에 홀려서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들을 사고 빌려서 후루룩 읽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즈음에 만난 게 바로 다람 출판사의 얽힘 시리즈 첫 번째 책인 ⟪봄이 오면 녹는⟫입니다.
이 책은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작가의 단편소설을 담은 앤솔로지인데, 세 작품에서 공유되는 세계관과 소재가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에요. 작품간 연결 지점이 있다 보니 두 번째 작품부터는 ‘어? 앞에서 나왔던 그거다’ 하고 반갑게 읽게 되더라고요. 세 작품을 통과하는 키워드는 ‘손절’인데, 세 작가가 손절을 다루기 위해 등장시키는 캐릭터를 마주하며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돌아보게 되었어요. 원래도 이서수 작가를 좋아했는데, 이 책에 실린 '언 강 위의 우리'는 이전에 읽었던 작품과는 약간 결이 달라 색다르기도 했고요.
마지막에 참여한 세 작가가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면서 풀어낸 코멘터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공동 작업이 새롭고 즐거웠던 것이 코멘터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졌거든요. 혼자 각자의 작품을 쓰던 작가들이 다른 작가가 작업 중인 작품을 보고, 그들의 작업 방식을 질문하고 답한 것을 읽는 경험도 새로웠고, 또 새로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모름지기 앤솔로지라면 이 정도로 같이 작업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얽힘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도 구매했어요!) 새로운 방식의 앤솔로지를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즐겁게 읽으실 거예요.
아직 국내에 번역본이 출간되진 않았지만, 샐리 루니 작가의 신작 ⟪Intermezzo⟫도 출간되면 꼬옥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었어요. 루니 작가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암 투병하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두 형제, 피터와 아이반이 주인공인데, 두 형제의 나이도, 성격도, 가치관도, 직업도 굊아히 달라요. 성공적인 인권변호사이지만 속은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는 형 피터와 남에게 관대하고 가치관도 명확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체스 선수인 동생 아이반이 각자의 세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전 루니 작가의 작품과 전반적인 설정이나 느낌이 비슷하긴 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나이 차이와 그에 따른 입장 차이를 무게감 있게 다루어요. 30대 중반인 피터와 20대 초반인 아이반의 관계, 피터가 만나는 20대 초반의 나오미, 그리고 아이반이 만나게 되는 30대 중반 여성 마가렛.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오해하고, 부딪치면서 자신의 몰랐던 면들을 알아가게 됩니다. 등장인물의 심리가 직접적으로 주어지지만 동시에 주변 상황 묘사는 굉장히 디테일해서 초반에는 더디게 읽히는데, 파트2의 마지막 부분부터 몰아치는 클라이막스가 있어요. 그때까지 차근히 쌓아가는 이야기를 버텨주시기를!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이민경 작가의 ⟪게릴라 러닝⟫입니다. 자신의 산만한 기술을 최대한으로 써먹는 법을 터득한 작가가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인데요, 키워드는 ‘대충 탁월하게’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운 탓에 못할 것 같다 지레 겁먹고 미루지 말고,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결과도 꽤 괜찮다는 말이에요. ‘결과가 어떻든 꾸준한 태도로 임하기만 하면 된다’거나 ‘대충 임했다면 대충 끝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작가의 물음에 뜨끔했습니다.
산만하게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어서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꼭 이런 질문이 붙습니다. 쓸모없는 걸 왜 하냐, 왜 하나에 집중해서 꾸준히 못 하냐고요. 여기에 대해 이민경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무언가에 푹 빠질 정도의 흥미, 자주 찾아오지 않는 것이니까 그 에너지에 기대서 최대한 오래 몰입해 보라고요. 이게 될까? 고민하는 시간에 빨리 시도해 보는 게 진짜 될지 안 될지를 더 빨리 알 수 있게 한다고요. 그렇게 흥미로 시작한 것에 푹 빠져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게 되면 그게 분명 새로운 문을 열어줄 거라고요.
‘나는 최대한 많은 성인들이 지금의 자기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흥미를 갖는 분야를 들고파는 세상을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 큰 울림을 주었어요. 이 책을 읽고 저는 계속 쓸모가 없을 것 같다며 10년 넘게 미루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무언가 시작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 분에게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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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읽으려고 생각 중인 책 세 권을 짧게 소개하며 레터를 마쳐보려고 해요. 첫 번째는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한 권성민 작가의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입니다.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이미 너무 재미있게 봤던지라,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이 책을 읽은 구현모 에디터 인스타그램에 있는 후기를 인용하자면…
“흰색과 검은색을 섞어서 회색으로 살아가는 건 사회가 아니다. 흰색이랑 검은색이 적당히 공존하는 게 사회이고, 대화와 숙의가 그 사회의 근간이 될 거다. (...) 대분열의 시대에 우린 입장했고, 좋든싫든 몇십 년을 살아야 한다. 이 사회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읽어볼 법하다.”
프로그램만큼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책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백영옥 작가의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입니다. 곧 수지·이진욱 배우를 주연으로 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요, 그 시기에 맞춰 다듬은 문장으로 김영사에서 재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긴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는 설정으로 시작해요. 실연당한 사람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홀린 듯 참여하겠다고 해버린 이 모임은 아침 7시에 모여 코스 요리를 먹고, 실연을 다룬 영화를 연달아 네 편을 본 후에 이별 후 처리하고 싶은 물건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사실 저는 이 책의 초판과 두 번째 개정판을 가지고 있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면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가늠해 보려고요.
마지막은 줄리아 카메론 작가의 ⟪아티스트 웨이⟫인데요, 모닝 페이지 하면 다 아실 책일 것 같아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형식·주제·검열 없이 A4용지로 세 페이지 분량의 글을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입니다. 아침에 세 페이지나 쓸 시간을 낸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꼭 세 페이지까지 써야 할까 해서 시도를 해볼 생각도 안 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일기를 쓰려고 앉을 때마다 죄다 내일 뭘 해야 하고, 그 다음엔 무얼 해야 하고 쓰는 걸로 끝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쓰는 게 일기 맞아? 싶을 때쯤 그래서 모닝 페이지가 세 장씩 써야 하는 거라고 누군가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두 페이지 정도 할 일, 해야 하는 일을 치워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하는 생각을 쓸 수 있다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모닝 페이지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저와 하반기 함께 하실 분? 또는 다른 책 추천해 주실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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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여전히 보드게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넷 모였다 싶으면 슬금슬금 보드게임 꺼내고 있어요. 아직 뉴비지만 이 깊고 깊은 바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요.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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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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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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