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넥스트는 아니고 온 지 꽤 됐어요
구현모 "저는 총을 잘 못쏴요. 그래도 로또는 잘 맞춰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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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여러분들은 e스포츠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임요환, 페이커,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등이 떠오를 겁니다. 오늘은 롤만 아시는 분들을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또 하나의 e스포츠, 발로란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 역시 발로란트 e스포츠 입문자니까, 함께 편하게 읽으실 수 있게 써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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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박사님을 아세요?
2. 피땀눈물이 담겨 있는 발로란트 리그
3. 체스에 펜싱을 더하면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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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란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제작한 FPS (1인칭 슛팅 게임) 게임입니다. FPS는 1인칭으로 진행되는 슛팅게임인데, 레인보우식스나 서든 어택처럼 '총 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이 총쏘는 게임의 대표 주자로는 서든어택, 카운터스트라이크, 레인보우식스 그리고 오버워치 등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각 게임이 속한 장르는 다른데요, 치고 박는 액션성이 더 부각된 게임(오버워치)이 있고 보다 정교한 전략적 움직임과 자원 활용이 부각된 장르(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있습니다.
발로란트는 둘 중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FPS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고유 능력을 가진 요원(캐릭터)을 선택하여 상대 팀과 대결합니다. 5대5로 이뤄지는 경기에서 공격팀은 폭탄을 설치하고, 수비팀은 이를 막아내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폭탄을 설치해서 터트리거나 혹은 상대방 5명을 먼저 섬멸하는 쪽이 이깁니다.
첫 12라운드를 전반전, 이후 12라운드를 후반전이라 부르는데 이중 13번을 이기는 쪽이 승리팀입니다. 전/후반전을 시작하는 1라운드와 13라운드에 각 800크레드(게임 내 자원)를 주는데 이를 활용해서 총기를 구매합니다. 전 라운드의 성적(킬, 승리 등)에 따라 다음 라운드에 추가 자원이 부여됩니다. 매 라운드마다 자원을 소비해 총기를 구매해야 하는 만큼 전략적 자원 활용이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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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들은 타격대, 척후대, 감시자, 전략가까지 총 4개의 역할군으로 구분됩니다. 타격대는 최전방 공격수, 척후대는 스킬로 상대방의 시야를 차단하고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 감시자는 변수를 차단하며 각 지역을 점유하는 수비수, 전략가는 연막 등으로 상대방의 시야를 차단하며 우리 팀의 진출과 폭탄 설치를 돕는 역할입니다.
각 역할군마다 5~6개의 요원이 있으며 각 요원은 고유한 스킬이 있습니다. 그 궁극기를 어떻게 쓰느냐는 정말로 중요하죠. 더불어 맵마다 공격 루트가 다르기에 전술적 사고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지대가 있는 맵은 그 언덕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중요합니다. 동시에 옆으로 돌아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전투 운영도 가능합니다.
요원, 스킬, 아이템, 맵, 그리고 맵 내에서 운영까지 독립변수가 다섯 가지나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발로란트가 마치 체스와 펜싱과 섞인 게임이라고 느껴집니다. 팀 단위에서 각 플레이어를 어디에 배치할지는 체스와 같고, 각 플레이어가 현장에서 느끼는 건 펜싱과 같은 백척간두의 총기 전투니까요.
그동안 FPS 장르는 한국에서 그리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서든어택, 레인보우 식스, 오버워치 등 다양한 FPS가 사랑받았지만 대중적인 e스포츠로 진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오버워치가 잠시 롤의 턱끝까지 쫓아왔지만 제작사의 부실한 운영 및 패치 등으로 인해 인기가 더욱 크게 타오르진 못했습니다. 서든어택은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의 대회가 있으나 크게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서든어택2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조기 종료되면서 인기 자체가 사그라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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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발로란트는 왜 다르고, 왜 주목해야 할까요?
우선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녹여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초기 방송국이 주도했으며, 이후 각 지역 리그에게 자체적인 운영권을 주었습니다. 한국, 중국, 유럽 등 지역별로 나뉜 리그 구조도 라이엇이 의도한 게 아니라, 각 지역의 구단들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구도였습니다. 더불어 각 게임단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리그의 흥행과 상관없이 각자도생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롤 최고 권위 대회인 월즈에서는 우승한 팀과 선수에게 스킨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스킨의 매출을 제작사에게서 공유받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월즈는 1년에 한 번밖에 없으며, 우승팀은 단 한 팀입니다. 다른 팀들은 수익을 공유받을 길이 크게 없습니다. 결국 ‘Winner takes all’이라고 불릴 만큼 최고의 팀만 그만큼의 열매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리그 흥행과 팀의 먹고사니즘이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발로란트는 게임 및 대회의 흥행이 게임단의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를 짰습니다. 우선 신인 발굴 시스템, 챌린저스 리그, 권역별 국제 리그, 최고 권위 국제 대회의 연계를 원활히 했습니다. 프리미어라는 신인 발굴 시스템에서 신인이 나오면, 그 선수들은 각 팀이 속한 챌린저스 리그에서 게임을 뛸 수 있습니다. 챌린저스에서 국제 리그로 승격된 팀은 각 권역별 국제 리그에서 경기를 하며 그 중에서 상위권 팀을 모아 최고 권위 국제 대회인 마스터스와 챔피언스를 펼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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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시스템과 국제 리그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팬들은 지켜보는 '맛'이 있습니다. 새로운 선수와 팀이 리그에 등장하는 것은 그 리그 흥행의 좋은 자극이 됩니다. 각 지역별 대표팀의 경기는 각국 시청자의 몰입을 제곱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렇게 리그가 흥하면, 팬들은 발로란트 안에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아이템을 사거나 혹은 국제 대회 기간마다 판매되는 특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매출의 특정 비율을 팀과 공유합니다. 이외에도 중계권, 오프라인 티켓 판매, 리그 스폰서십 등에서 나오는 매출도 공유합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팀에게 분배된 총 금액은 1,000억 원에 달하며 이중 60%가량이 디지털 굿즈 판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팀별로 최소 12억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었다고 합니다.
롤의 오래된 팬으로서 롤 이스포츠의 가장 큰 아쉬움은 모든 팀의 초점이 ‘월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팀과 리그가 ‘월즈 우승’에 집중하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다른 대회들의 중요성이 낮아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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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란트는 약간 다릅니다. 발로란트의 세계 대회는 1년에 2번 있는 마스터즈(시즌 중 진행)와 1번 있는 챔피언스가 있습니다. 시즌 중간의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곳이 마스터즈이며, 올 한 해 최강팀을 가리는 곳이 챔피언스입니다. 챔피언스가 마스터즈보다 조금 더 위상이 높지만,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마치 추석(마스터즈)과 설(챔피언스)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설의 위상이 조금 더 높지만, 추석 역시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불리죠.
이 모든 것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라이엇은 발로란트 신인 발굴에 진심이며, 게임단의 지속 가능한 운영에도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회의 굵고 짧은 흥행보다 조금 가늘더라도 좀 더 길게 갈 수 있는 흥행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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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란트는 보는 맛이 좋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발로란트는 체스의 머리싸움에 펜싱의 칼싸움을 합친 게임입니다. 관객인 우리는 응원하는 팀의 허를 찌르는 전술에 환호하고, 각 게이머들의 에임(조준)에 따라 0.1초마다 갈리는 생과 사의 싸움을 볼 수 있습니다. 13라운드 선승제로 진행되며 그렇게 먼저 2세트를 따내야 하기 때문에 1시간 내내 도파민이 터집니다. 롤이 경기 중간중간마다 나오는 한타에 환호한다면, 발로란트는 조준 하나하나마다 격하게 환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권만큼이나 보는 맛이 좋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가장 받을 만한 질문은 "한국이 FPS도 잘해?"일 겁니다. 사실 FPS는 한국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장르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한국이 단언컨대 최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T1과 젠지가 상반기 최고 권위 대회인 발로란트 마스터스를 우승했으나, 그보다 약간 더 위상이 높은 발로란트 챔피언스는 아직까지 한국팀이 우승한 적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발로란트 프로팀의 1군 로스터는 대개 5~7명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에 감독과 코치를 더하면 대략적으로 7~10명 정도의 멤버가 구성됩니다. 발로란트와 같은 FPS는 문자 그대로 ‘조준’을 잘해야만 게임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준’이라는 것은 정말 미세한 움직임에도 크게 영향을 받으며 그날의 컨디션에도 좌지우지됩니다. 동시에 리그 중에도 패치가 잦기 때문에, 1군 로스터가 사실상 고정되는 타 게임들과 달리 로스터 내에서 교체 기용이 자주 일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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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코치의 중요도도 높습니다. 발로란트는 농구처럼 게임 중간에 작전 타임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의 흐름이 좋지 않을 때 작전 타임으로 반등의 기회를 엿보는 것도 능력입니다. 동시에 다음 판에서 어떤 캐릭터를 이용하고 어떤 무기로 운영할지 제안하는 것도 코치의 역량입니다. 게임 안에서 과열된 선수들이 볼 수 없는 더 큰 그림을 보면서 길을 열어줄 수 있죠.
올해 이전까지 발로란트 최강팀은 한국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퍼시픽(한국이 속한 리그) VS 전 세계’라고 할 정도로 한국이 속한 퍼시픽 리그의 선수들이 엄청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팀은 T1, 젠지, DRX, 농심 레드포스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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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25년 마스터스를 우승했습니다. 2024년까지 부진했던 T1은 올해 리그 내 라이벌팀에서 핵심 선수인 메테오와 버즈를 영입하며 리빌딩을 했습니다. 퍼시픽 지역 리그 준우승에 이어서 25년도 발로란트 마스터스 방콕까지 우승하면서 강팀으로 올라섰습니다. 다만 상반기에 너무나 큰 힘을 쓴 나머지, 하반기 마스터스와 EWC라는 세계 대회 모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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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는 정말 굵직한 강팀입니다. 한국팀들이 속한 퍼시픽 리그 최초로 2024년도 마스터스 결승에 진출한 팀이자, 최초로 마스터스를 우승한 팀입니다. 2024년도 발로란트에서 가장 화제가 된 팀입니다. 올해 2025 마스터스 방콕에는 진출하지 못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2025 마스터스 토론토 진출은 성공했으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승은 하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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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는 모든 한국 발로란트 시청자들의 첫사랑입니다. 한국 발로란트 초창기 시절, 한국팀의 국제전을 책임지던 팀입니다. 모든 시청자들이 발로란트의 국제전 우승을 바라며 새벽까지 밤을 지새웠죠. 매년 강팀으로 꼽혔으나 유독 국제전과 인연이 없습니다. 비록 초창기 DRX의 영혼이라 불리던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나, 여전히 DRX의 국제전 우승을 바라는 팬들은 많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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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레드포스는 최근에 재창단했습니다. 발로란트 챌린저스에서 팀을 운영하다 해체 후 24년 연말 신 프리사 게이밍이라는 팀을 인수하며 퍼시픽 리그에 진출했습니다.
현재의 한국 발로란트가 소위 ‘저점 매수’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이 최강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언더독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에서 언더독 한국이 4강까지 올라가며 전국민에게 잊지 못할 짜릿함을 준 것처럼, 발로란트 e스포츠 한국팀들은 그 짜릿함을 세계 대회에서 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T1의 발로란트 마스터스 미라클런을 보고 팬이 되었습니다.
발로란트는 분명히 성장 중인 게임입니다. 매년 30% 넘는 리그 흥행 성장세를 보이고, 한국 내에서도 PC방 점유율 5위에 꾸준히 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게임 구단인 티원과 젠지도 발로란트 게임단을 운영하면서 팬덤을 조금씩 키우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만 알고 있는 여러분, 발로란트 e스포츠 한 번 보시면 어떠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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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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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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