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어요. 스냅(스냅챗의 모기업)이 2026년에 AR 글래스를 출시한다는 기사였죠. 저의 첫 생각은, '아니, 스냅챗이 아직 있단 말이야?' 였고 그다음 생각은 '근데 SNS 아니었나? 스냅챗이 왜 AR 글래스를....'이었습니다. 

스냅챗을 애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10년 넘게 지난 것 같아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참 흥미롭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한번 스냅이 어떤 꿈을 꾸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스냅챗의 흥망과 변화

그러나 요즈음 스냅챗은 예전과 같은 주류 메신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2017년 상장한 이후 2017-2018년 1년간의 스냅챗의 주가를 보면 그 흐름을 짐작해 볼 수 있는데요. 주가 하락의 포인트를 보면, 매출은 늘었지만 사용자 성장이 둔화했다는 것입니다.

2016년 2분기 기준 17.2%이던 사용자 증가율이 2017년 2분기에는 5%에 그쳤습니다. 2018년 2월에는 스냅챗을 활발히 사용해 오던 카일리 제너가 그 당시 '더 이상 아무도 스냅챗을 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트윗을 올리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어요. 모든 서비스에는 수명이 있지만, 스냅챗은 짧은 전성기 후 빠르게 둔화해 가는 듯 보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스냅챗의 혁신이 스냅챗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8월, 페이스북 소유의 인스타그램이 스냅챗의 기능에 대한 명백한 표절인 'Stories' 기능을 출시합니다. 스냅챗과 마찬가지로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휘발성 콘텐츠 기능인데요. 요즈음도 사용하고 계신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기능 출시 당시, 스냅챗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마크 저커버그가 '스냅챗의 기능을 모방해서 스냅챗을 죽이려고 한다'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정말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출시 8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Stories의 사용자가 스냅챗의 사용자를 넘어섰고, 1~2년 만에 4억 명의 사용자를 기록합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친구를 그대로 가져온 인스타그램에서,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냅챗의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스냅챗만의 독특함이 사라져 버렸죠. 스냅챗이 지인과 친구 간의 1:1 메시지에서 일시성을 제공했다면, 인스타그램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에 대한 스냅을 보여줄 수 있게 했으니까요. 일시성의 장점은 유지하고요. 인스타그램의 성공은 아이러니하게 스냅챗이 가져온 '일시성'이 얼마나 고객들이 원하던 기능인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봅니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스냅챗의 AR 필터 기능을 도입하고, 왓츠앱과 같은 다른 메신저도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을 도입하면서 참신성을 잃습니다. 그러나 관에 못을 박은 건 '틱톡'의 부상이었을 겁니다. 2018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틱톡이 공개되면서, 스냅챗의 주 이용자인 1020을 가져가 버렸으니까요. 친구들과 지인 간의 개인적인 소통을 지원하는 스냅챗과 달리, 숏폼 영상을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럴' 특성을 지닌 틱톡은 유행을 선도하게 됩니다. 스냅챗과 마찬가지로 틱톡만의 AR 필터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 15초가량의 숏폼 영상을 무한히 스크롤 해서 내리는 틱톡의 핵심 기능과 '챌린지'는 사람들의 스크린 타임을 가져가게 되죠. 

이러한 상황에서 스냅챗은 메신저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이게 할 요인이 부족했습니다. 틱톡은 챌린지를 통해서 가수나 밴드 등이 음악에 대해 홍보비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챌린지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을 분배해 주는 광고 모델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죠.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주는 곳에 사람들과 콘텐츠가 몰리기 마련이고, 스냅챗은 그러한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콘텐츠가 부족했습니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난립과 경쟁 속에서 스냅챗은 변화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메신저에서 벗어나,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기술 회사로 탈바꿈하고자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AR 필터와 카메라 플랫폼을 강화했고, 전략적으로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커머스와 광고 수익화를 시도했죠. 그 결과 스냅은 점차 '유령처럼 사라지는 메신저'에서 눈앞의 현실을 증강하는 플랫폼으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은 바로 AR, 그리고 카메라입니다.

스냅은 어떤 꿈을 꾸는가

2015년에 이미 AR 필터를 제공하는 Lens를 출시하여 인기를 얻었던 스냅챗은 2016년 9월 사명을 'Snap Inc'로 변경하면서 메신저에서 더 나아가 '카메라'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합니다. 2016년에는 카메라 선글라스인 'Spectacles'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선글라스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말 카메라가 내장된 선글라스였기 때문이죠. 카메라로 일상을 찍어서 스냅챗에 올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록, 발표된 지 한참 후에나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기대가 가라앉은 점, 스냅챗에만 업로드할 수 있는 제한된 호환성, '누군가가 날 찍고 있다'라는 데에 대중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 등으로 잘 되진 못했지만요. (2018년에 단종되고 맙니다....) 스냅챗으로 다시 회귀해야만 하는 구조가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급등하는 시점과 맞물려 잘 되지 못한 패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에서 '일시성' 중심의 메신저에서 카메라를 중심으로 일상의 스냅을 찍어 보내고, 필터를 제공하는 시각적 기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변환하는 스냅챗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이후 스냅은 AR 필터 기능에 집중하며 AR 크리에이터들을 모아나갑니다. 먼저 필터를 만들 수 있도록 기능을 출시하고 지원하며, AR 필터 생태계를 개방했어요. 2017년 말 Lens studio를 출시하여 외부 개발자나 브랜드, 크리에이터가 AR 필터를 만들 수 있게 오픈했습니다. 2018년에는 Lens studio 2를 통해 얼굴뿐만 아니라 애완동물, 손과 같은 몸의 일부, 풍경에 AR 필터를 씌울 수 있게 확장해 나갔고요. 같은 해, 렌즈 필터를 구경할 수 있는 메뉴를 스냅챗 앱에서 제공하기 시작하기도 했죠. 그에 따라 100,000개가 넘는 필터가 만들어졌으며, 25억 회 조회 (2018년 기준) 되었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AR/렌즈 기술력의 확보 및 강화를 위해 큰 규모의 투자와 인수를 단행하기도 했죠. 2015년에는 Looksery를 1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였고, 2020년에는 동영상 속 얼굴 애니메이션 기술 확보를 위해 AI Factory를 약 1억 7천만 달러에, 21년에는 WaveOptics라는 회사를 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렇게 인수된 회사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고도화된 도구를 제공하였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돈도 지원하며 커뮤니티를 키우고 만들어 나갔습니다. (2020년 AR 필터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3백 50만 달러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AR에 대한 투자는 스냅챗 메신저에 관한 관심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AR 필터 기능을 메신저 내에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 SNS를 휩쓸었던 아기 얼굴 필터나 성별 전환 필터를 기억하시나요? 비록 고객들은 스냅챗에서 필터를 사용해 외부 서비스 (틱톡,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행동을 보였지만, 다시 말하면 외부 서비스를 주로 쓰는 사용자도 스냅챗의 필터 기능을 쓰러 다시 스냅챗을 찾았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필터의 인기는 2019년 2분기 앱 다운로드 수를 67% 증가시키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토끼 귀, 아이 얼굴, 성별 전환이라는 재미있는 필터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AR 필터는 스냅의 실질적인 매출로도 이어집니다. 2022년에 스냅챗은 비즈니스를 위한 Sponsored AR Filter 기능을 발표합니다. 광고주가 직접 간단하게 광고를 위한 필터를 만들어서 게시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인데요. 이를 쇼핑과 연계하여 브랜드들이 제품 카탈로그와 AR 필터를 연계할 수 있는 '쇼핑 렌즈'를 출시합니다. 이를 통해 광고주들은 스냅챗이 제공하는 도구를 사용하여 제품을 3D화하고, 필터로 만들어 고객이 직접 써볼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되었죠.

선글라스나 메이크업 제품, 의류 등을 단순히 소개하거나 큐레이션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필터를 통해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직접 써보는' 경험과 접목한 커머스 필터는 재미 요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56%의 고객이 광고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고 하며, 63%의 고객이 스냅챗으로 인해 실제 구매까지 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스냅이 발표한 '2024년 Snap 결산'에 따르면 뷰티, 패션에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상 쇼핑 렌즈를 체험했으며, 66%의 럭셔리 제품 고객들은 실제 매장에서보다 AR로 체험해 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AR 기술을 통해 스냅챗은 다시 흥미로운 앱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필터가 추가되고, 친구들과 메시지나 스토리로 공유할 수 있으며, 크리에이터들을 발견할 수 있죠. 브랜드들도 35세 이하 고객들에게 재미있게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스냅챗의 꿈은 모바일을 넘어 현실에 있습니다. 

스냅은 2026년 AR 글래스 출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메타가 야심 차게 진출해 있는 시장이죠. 그렇지만 스냅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2016년부터 글래스 형태의 카메라에 투자해 오고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들인 투자비가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죠.

'Spectacles'라는 이름으로 벌써 5개의 기기가 2016년, 2018년, 2019년, 2021년, 그리고 2024년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처음 세 번의 출시는 'AR' 글래스라는 개념보다는 안경 형태의 영상, 사진 캡처 기기였습니다. 2021년도에 출시된 네 번째 기기가 처음으로 AR이 가능한 기기였고, 2024년에 출시된 다섯 번째 기기는 개발자들에게만 공개되고 일반 고객에게는 판매되지 않는 기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2026년에 공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AR 글래스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지난 10년간의 개발 성과를 발표하는 셈이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기이기 때문에 어떨지는 상상에만 맡길 뿐이지만, 다섯번째 기기에 비해 훨씬 작고 가벼울 것이며 AI 챗봇 기능이 지원될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메타가 거대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AR 글래스에 투자하고, 구글과 애플이 에이전트가 탑재된 XR 글래스를 계속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금, '스냅챗만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스냅의 경우, 매출은 늘고 있지만 높은 R&D 비용, 그리고 AI/AR 기술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 운영비로 인해서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훨씬 매출 규모가 큰 애플과 구글, 메타와 함께 이 오랜 레이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저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스냅챗이 가진 장점은 바로 '재미'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냅은 줄곧 복잡한 기술을 일상에서 쉽게 쓰이는 가벼운,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들어 제공해 왔으니까요. 토끼 귀나 성별 전환 필터처럼 소소하지만 강력한 유희를 제공하고, 이를 커머스와 연결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냈죠. 

개발자에게만 제공된 스냅 Spectacles 24년도 버전에 대한 후기나 데모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사람 간의 '상호 작용'과 '재미'였습니다. 'Connected Lens'라는 기능으로 내가 보는 AR 요소를 친구도 같이 보고 상호 작용할 수 있고, 내가 보는 화면을 친구에게 보낼 수도 있다고 하죠. 그리고 지금까지 Lens studio 등으로 축적해 온 다양한 렌즈, 즉 AR 필터나 기능을 제공합니다. 3d로 만들어진 용이나 판타지 세계를 펼쳐볼 수 있고, AI 기능으로 내가 상상하는 것을 말로 말하면 눈앞에 만들어줄 수 있고, 같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에게 짓궂은 필터를 씌우고 웃을 수도 있죠.

메타나 애플, 구글이 좀 더 기술적으로 무거운, 진지한 기능을 제공한다면 스냅은 가벼운, 재미있는 다양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타는 사람들이 만들어 올리는 Sparks AR 플랫폼을 25년 1월부로 폐쇄했지만(새로운 폼팩터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해요) 스냅은 계속 스튜디오를 개방해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능을 지원해 갈 것이라는 것도 다양한 사용 시나리오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실제로 홍보에는 음식을 할 때 레시피를 제공받는다거나 번역을 제공한다는 실용적인 시나리오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AR, VR이라는 것이 논의와 상상이 오래되었음에도 기대에 비해 상용화되지 않은 것은 기술의 문제도 있겠지만 '굳이 AR/VR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재미'야말로 그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스냅은 AR 글래스를 모바일 화면이 제한하는 상상력을 펼칠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과연 지난 10년간의 도전은 성공이 될까요, 실패가 될까요? 어떻든 간에, 테크 공룡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스냅챗의 도전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스냅챗이 일시성과 카메라 중심 소셜 미디어라는 혁신으로 시작했듯, 또 다른 혁신을 시장에 소개해 줄 수 있을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볼까요. 

Create the world you want to see(네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 스냅챗의 슬로건대로, 스냅챗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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