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드래곤을 키웠으니까요 여름이 다가오면서 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 극장가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기는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개봉작들은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중에서도 제 눈에 띄었던 것은 드림웍스의 첫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인 《드래곤 길들이기》인데요. 개봉 이후 주말 동안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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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디즈니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던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 라인업에 드림웍스가 출사표를 내밀면서, 앞으로는 또 어떤 작품들을 접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요즘이에요.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왜 애니메이션을 자꾸 실사화 버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요? 그리고 관객인 우리는 이 작품들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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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 벌 구석, 그런데 트렌드를 곁들인
2. ???: 투슬리스 배우 연기 너무 잘하더라
3. 리메이크도 하나의 작품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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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몇 년간 디즈니는 꾸준히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디즈니랜드 등 자사 IP를 현실로 가져오는 데 강점이 있는 회사인 만큼, 이같은 실사화 시도가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2010년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디즈니의 ‘실사화 시도’는 영화 업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는 2019년 이후로 그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알라딘》, 《라이온 킹》, 《덤보》, 《말레피센트 2》, 《레이디와 트램프》 등의 작품이 개봉하며 정점을 찍었고요. 팬데믹을 거치며 잠시 주춤한 후, 올해까지 매년 1~2편씩 실사화 작품들이 등장하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유효했던 덕인지, 넷플릭스마저 《원피스》, 《유유백서》, 《카우보이 비밥》 등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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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만화들이 자꾸 실사화로 돌아와서 신기하면서도 걱정됩니다. ©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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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더 넓게 보면 최근 콘텐츠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는 리메이크 트렌드의 일부이기도 한데요.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 IP들이 리메이크와 속편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바로 기존에 흥행했던 IP를 활용한 ‘안정적인 수입’ 때문인데요. 원작의 팬층이 매출을 어느 정도 받쳐줄 수 있고, 리메이크 소식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자연스럽게 홍보까지 가능하죠. 게다가 새로운 스토리를 쓰는 것보다 공수가 덜 드니, 제작 결정이 훨씬 용이할 겁니다.
그리고 실사화 리메이크 전략은 성공적인 매출과 새로운 투자로 이어져 왔습니다. 앞서 소개한 디즈니 《알라딘》은 2019년 개봉 당시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죠. 같은 해 개봉한 《라이온 킹》은 여러 비판점에도 불구하고 16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흥행 수익을 달성하며 역대 가장 많은 수입을 낸 실사화 작품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실사화 제작을 통해 기존 IP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객까지 유입시킬 수 있으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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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도 꾸준히 실사화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 Dis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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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들어서는 20년이 넘은 ‘고전 명작’뿐만 아니라, 2010년대의 인기 작품들에 대한 실사화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레터 초반에 소개한 《드래곤 길들이기》 애니메이션은 2010년, 그리고 디즈니가 내년에 새로운 실사화 시리즈로 준비중인 《모아나》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2016년작입니다. 현재는 《백설공주》의 흥행 참패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2011년작 《라푼젤》또한 실사화 논의 중에 있고요.
이렇게 점점 실사화 주기가 빨라지는 현상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요. AI를 필두로 CG와 모션 캡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작 효율성 자체가 향상되고, OTT가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문제도 있겠습니다. 이미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기에 각색에만 속도를 낸다면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테고요. 이런 속도라면 《겨울왕국》의 실사화 버전도 너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보게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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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슬리스 배우 연기 너무 잘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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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작품이 나온다면 무엇이 가장 기대되시나요? 캐릭터와 배우 간의 싱크로율, 세계관의 디테일한 모습, 혹은 원작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서사 등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요. 다른 매체보다도 애니메이션은 이미 영상화가 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소설을 영화화할 때처럼 얼마나 시각화를 잘 했는지의 문제보다는, 애니메이션의 비주얼을 얼마나 고퀄리티로 재현했는지에 대해 주로 관심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사 버전 《드래곤 길들이기》는 ‘팬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원작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후기를 찾아보니 원작을 재현하는 데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영화라는 게 주된 평이더라고요. 사실상 스토리는 원작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드래곤 투슬리스의 비행 장면이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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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진짜 같은 비주얼만으로는 실사화의 의미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드래곤 길들이기》의 투슬리스도, 《릴로 앤 스티치》의 스티치도 아무리 실사화가 된다고 한들 CG로 구현해야 하는 캐릭터잖아요. 콘텐츠를 리메이크할 때, 그저 형식적인 복제가 아닌 ‘무언가 다른 요소’가 필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납니다.
검증받은 IP가 리메이크되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사실상 원래 아는 이야기를 해상도만 높여서 다시 보는 것과 같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리메이크작은 기존 작품보다 ‘뭔가 나은 것’을 보여줘야만 합니다. 그것이 비주얼이 되었든, 스토리상 개연성이 되었든, 캐릭터의 재해석이든 말이죠.
다만 원작의 팬들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단순히 인기를 담보하지만은 않습니다. 리메이크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로 원작의 좋은 점을 어느 정도까지 재현하고, 더 좋은 버전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미션이 생겨납니다. 원작 팬들은 무조건적으로 리메이크작을 좋게만 봐주기보다는 오히려 제작자들보다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어요.
실제로 리메이크작이 원작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품에 대한 로튼 토마토 평점을 비교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요, 대부분이 원작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원작의 유명세로 쉽게 바이럴은 탈지언정,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별개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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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보다 좋은 관람객 평가를 받은 작품은 오직 3편 뿐입니다.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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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콘텐츠 리메이크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제작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새로운 IP를 개발하기보다는 성공할 만한 콘텐츠만 제작하게 되고, 관객은 OTT로는 새로운 작품을 ‘찍먹’하는 대신 정말로 체험해 볼만한 작품들 위주로 극장 관람을 선택하게 되었죠. 여러 상황을 미루어 보면, 리메이크가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트렌드는 당분간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편, 픽사 스튜디오의 CCO 피트 닥터(Pete Docter)는 지난해 《인사이드 아웃2》 개봉과 함께 진행한 타임지 인터뷰에서 실사화에 대한 의견을 내비친 바 있어요. (팬들이 배우 조쉬 오코너를 《라따뚜이》 실사화 캐스팅으로 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스튜디오 작품의 실사화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리메이크 자체에도 크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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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오코너 본인도 이 작품의 팬이라고 하네요. © Pix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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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닥터는 해당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 세계의 규칙’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의 말은 이러한 장르적 규칙이 존재하기에 실사화는 애니메이션이 가진 가치의 일부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읽혔어요. 창작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지금의 트렌드가 콘텐츠간의 위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작은 우려가 들었습니다. 영화가 애니메이션보다 상위 레벨의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기에, 계속해서 실사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요.
리메이크 과정에서 당연히 퀄리티가 상승해야하는 요소가 있긴 하겠지만, 대체로 실사화는 '업그레이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표현되고 있잖아요. 우리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이 영화나 TV 시리즈로 바뀐 버전을 접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요. 더불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와 가족 타겟, 영화는 성인 관객 타겟이라는 구분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물론 실사화로 인해 기존 작품의 가치가 낮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IP의 생명력이 연장되면서, 더 오래오래 접할 수 있어 팬으로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보고 있거든요. 하지만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만 하다 보면 언젠가 리메이크를 더 이상 할만한 작품들이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 올 수도 있겠죠. (어쩌면 이미 고갈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 시기가 왔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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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를 쓰면서 제가 바라는 리메이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아무래도 제가 디즈니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 중 하나가 실사화 라인업에 올라 있다보니 더욱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도 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저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당연히 작품 자체의 형식적인 완성도도 중요하겠죠. 단순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현실에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만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로 옮겨오면서 드러나는 배우의 연기력과 영화적인 연출, CG 기술력까지 다층적인 요소들의 조화도 이루어져야 할 테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원작의 실사화 버전이 ‘좋은 작품’이 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조화는 원작을 ‘잘 옮겨오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리메이크가 그저 원작 재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작품이 전하는 가치가 지금 시대의 관객에게 어떻게 새롭게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표현 방식은 캐릭터의 비주얼을 바꾸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등의 선택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요즘의 리메이크나 혹은 실사화 작품들이 추구하는 여러가지 시도는 앞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보기 위한 실험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계속 변하는데, 좋아하는 작품은 계속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 또한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거든요. 다음 번엔 어떤 오래된 이야기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 아주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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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매번 생각지 못한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는 돌고래유괴단이 또다시 ‘끝까지 봐야 하는 광고’를 만들어 왔습니다. 웬만하면 광고 풀버전은 스킵해왔는데, 이번 짐빔하이볼 광고 영상은 자연스럽게 끝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장원영과 박정민 두 사람의 캐릭터성 차이가 명확해서 재밌기도 하고요. 7년 전 회사에서 뵈었던 신우석 감독님, 이렇게 거물이 되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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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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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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