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은 소중합니다
나나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65레벨을 달성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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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무료 앱을 사용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모바일 게임 광고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저렴한 그래픽과 숨막힐 정도로 답답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환장의 콜라보, 어디서든 한 번쯤 접해보셨을 거예요. 사실상 모바일 환경에서는 거의 이와 같은 광고들만 존재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주 노출되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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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게임으로 해보지 않았어도 어쩐지 너무 익숙합니다.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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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광고들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먼저 드시나요? 광고를 보고 게임에 흥미가 생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답답하거나 짜증 난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어쩌다 이렇게 천편일률적인 게임 광고 시청에 우리의 시간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광고를 계속 봐야 하는 걸까요?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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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게임 광고가 밈이 된 이유 2. 광고와 유저의 잘못된 만남 3. 과연 변화는 가능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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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양산형 게임’으로 불리는 모바일 게임 광고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보는 사람을 자극하는 플레이 영상이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이목을 끕니다. 그리고 쉽게 영상을 스킵하거나 끄기 어려운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게임의 실질적인 매력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다운로드를 늘리고 보자는 속셈이 너무 뻔하게 보입니다. 워낙 그 패턴이 정형화 되어있어서 ‘모바일 게임 광고’ 자체가 일종의 밈이 될 정도니까요.
광고업계 종사자였던 저조차도 이런 게임 광고들을 보면 빨리 광고를 끄고 싶어서 어떻게든 넘겨보려고 시도하는 편인데요. 아예 닫기 버튼이 가짜로 만들어져 있거나, 소리 뮤트를 누르면 다운로드 페이지로 넘어가기도 하더라고요. 도대체 이런 광고가 얼마나 많은 건지 찾아보니 아예 이런 케이스들을 모아둔 레딧 커뮤니티까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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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red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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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쉽게 광고를 끌 수 없게 만드는 ‘다크 패턴’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와 같이 가짜 버튼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 영상을 2~3개씩 연달아 띄운 후 다운로드 팝업을 띄우거나 자동으로 스토어 연결을 시키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억지로 유저를 끌고 와 다운로드 받은 게임은 실제 영상과 다른 경우가 빈번합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 리뷰들을 살펴봐도 ‘광고에서 본 그 게임이 아니다’는 리뷰가 넘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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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광고에서만 보고 실제로는 플레이할 수 없었던 ‘그 게임’ 모음집이 실제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 D3PUBLISH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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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게임 제작사들은 대체 왜 굳이 가짜 게임을 만드는 걸까요? 유저는 영상을 보고 게임에 매력을 느낀 거라면, 그 게임을 그대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잖아요. 그 첫 번째 이유는 비용 회수입니다. 광고의 목적은 ‘일단 게임을 깔게 하는 것’이지, 실제 게임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유저가 혹할만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이들을 통해 CPI(Cost-Per-Install, 앱 설치당 비용)을 낮추려는 전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와 다른 플레이에 실망해 금방 게임을 삭제할 거예요. 하지만 이들은 게임 제작사가 애초에 타겟한 고객이 아닙니다. 게임 엔진 플랫폼 유니티(Unity)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고작 1.83%의 유저가 인앱 결제를 만들어낸다고 해요. 그리고 이 유저들이 게임의 주요 매출을 만들어 내죠. 게임 산업에서는 이를 두고 ‘고래 사냥’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즉, 100명의 사람의 관심을 끈 뒤 수십에서 수백, 혹은 그 이상의의 과금을 할 단 1명의 고래만 사로잡으면 된다는 겁니다.
이들이 가짜 게임 영상을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A/B 테스트에 있습니다. 단순히 다운로드를 늘려 돈 쓸 고객을 잡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비자가 광고에 반응하는 지표 자체도 중요한 시장 조사가 될 거예요. 실제 게임을 완벽하게 만들 시간에 여러 개의 가짜 게임 영상을 만들어 유저 반응을 테스트하고 어떤 게임 형식이나 보상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지 알아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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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sidious World of Fake Mobile Game Ads 영상 일부 © Htw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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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프로덕트 개발 과정에서 주로 활용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방식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어요. 빠르게 테스트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반응이 좋으면 그 내용을 게임에 적용하는 식으로요. 위에서 소개한 채널 Htwo의 영상에서는 이러한 매커니즘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한번 시청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그동안 저는 매번 이런 광고들을 볼 때마다 ‘대체 이런 걸 누가 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2020년대 무렵부터 시장의 검증을 거쳐온 이 게임들은 정말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강제로 조회수를 늘려 인지를 양적으로 늘리고, 인앱 과금을 유도해 비용을 회수하고, 광고에 대한 반응을 참고해 성장을 거듭해온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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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광고로 유명한(negative) 라스트워, WOS, 로얄매치의 순위가 눈에 띄네요 © 모바일인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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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최근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이러한 양산형 게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공 방정식’이 정형화 되었기에 우리가 이런 광고를 계속 접하고 있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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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게임들이 실제로 얼마나 재밌든 아니든 대다수의 소비자가 ‘실험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광고가 광고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한 명의 소비자가 하루에 노출되는 광고의 수는 적게는 3,000개에서 10,000개까지도 된다고 해요.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10년대 이전까지는 하루에 200개 수준이었다고 하니, 변화의 폭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특정 광고 형태에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이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문제입니다. 2024년 미국 IAB(인터랙티브 광고 협회)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게이머의 56%가 게임 광고는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해요.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게임 산업과 광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 회피(Ad Avoidan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가 광고를 피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취한다는 뜻인데요.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광고를 방해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형화된 형식과 문법이 지배하는 매스미디어 광고가 아니라, 어느 타이밍에 광고에 노출될지 알 수 없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러한 광고 회피 현상이 더더욱 심화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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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고가 주는 피로도는 결국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게 합니다. 유저들은 광고를 그만 보기 위해 게임 속 인앱 결제로 ‘광고 제거 상품’을 구매하거나, 플랫폼에서 구독 서비스를 결제하거나, 광고 차단 플러그인을 찾아서 써야만 합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시간을 소모하고 시간을 낭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다니, 어느 쪽이든 소비자가 손해인 상황인 것 같아요.
더불어 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광고가 노출되는 플랫폼 자체를 꺼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료 앱 사용을 위해 어느 정도 광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거예요. 하지만 반복적인 광고 노출은 사용자의 흐름을 방해하기에, 앱 삭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이는 광고 수익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여러 서비스들에게도 안 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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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삭제 이유 3위는 '너무 많은 광고'라고 합니다.
해외 조사지만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 sen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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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국 모바일 광고의 전반적인 퀄리티 이슈와도 직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존 전통 매체에 비하면 단가가 저렴해서 소자본으로도 집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게 소비자들이 가짜 광고를 봐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광고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시간을 재화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오늘의 주제인 게임 광고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게임 광고를 보는 우리는 언제 시간을 빼앗겼다고 느낄까요. 그저 억지로 게임을 하도록 들이밀어진다고 느껴질 때, 심지어 그 광고가 나를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느껴질 때 ‘내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곤 하죠. 본질적으로는 우리가 정보를 전달받는 주체로 존중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런 광고들에 불쾌함을 느낀다고 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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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기관과 플랫폼은 소비자가 게임 광고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 광고의 대표적인 문제인 허위 광고는 전면적으로 광고의 진실성과 위배되는 요소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가짜 광고로 악명이 높은 플레이릭스(Playrix)의 ‘꿈의 정원’ 시리즈는 2020년 영국 광고 규제기관(ASA)으로부터 허위 광고 판정을 받고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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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인용한 BBC 기사에도 게임 광고가 붙어 있습니다. 자기 얘긴 줄 알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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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미국과 캐나다의 게임물 등급을 심의하는 자율 규제 기구인 ESRB는 자체적인 광고심의위원회(ARC, Advertising Review Council)를 통해 게임 광고가 반드시 실제 게임 내용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라 등급을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고요. (해당 법안은 실질적 규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는 개정안이 발효될 예정이라고 해요)
각 플랫폼의 규제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구글 광고 정책이 기본적으로 허위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요. 플레이스토어는 사기 행위(Deceptive Behavior) 항목을 통해 앱의 설명이나 스크린샷, 아이콘 등에서 거짓된 정보를 담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레이싱 게임’으로 광고한 앱이 실제로 퍼즐 게임이면 안 된다는 사례를 포함해서요. (물론 앱스토어에도 비슷한 정책이 존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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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운영사인 밸브(Valve)는 2025년 2월 스팀 업데이트와 함께 강제 광고를 전면 금지했는데요. 무료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의 경우 유저가 게임을 하기 위해 광고를 시청하거나, 광고 시청을 통해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스팀의 정책이 기존 게임 광고 생태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임 광고는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다운로드를 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잖아요. 이런 광고들은 다른 무료 게임 속에서 인앱 광고로 등장하며 악순환을 만들고 있었고요. 스팀의 정책은 게임이 그 자체로 광고주이자 매체가 되고 있었던 기형적인 구조에 제동을 걸고, 되도록 건전한 대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거예요. 시장에 출시된 게임 앱의 개수가 70만 개 이상인 상황에서, 심의 기구나 플랫폼이 이 모든 게임 광고를 하나하나 실제 게임과 교차 검증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스팀의 정책이 아무리 혁신적이라고 한들 또 다른 사각지대를 노린 꼼수가 등장할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배하는 모바일 게임 광고에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게임 광고의 신뢰성 문제는 단순히 광고 생태계 내의 문제가 아니라, 모바일 게임 자체에 대한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시대에 맞는 규제를 만들고, 플랫폼이 적절한 정책을 구축하며 퍼블리셔들이 정직한 광고를 만들게 하는 것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광고 시청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앞으로는 게임 광고를 보며 한숨을 쉬기보다는 정말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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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저의 학창 시절을 함께한 아티스트 우타다 히카루의 신곡이 지난 5월 7일 공개되었어요. 종종 90년대의 무대 영상을 보며 오랫동안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해 온 사람의 성장에 대해 되새겨보곤 하는데요.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저에게도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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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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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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