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면 온리팬스 정복 끝
구현모 "제 주식에 따사로운 빨간 불이 오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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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몇 달 전 한국 주식 업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SOOP(구 아프리카)입니다. 글로벌을 표방하며 숲이 BJ들의 해외 송출을 지원하는데, 이 덕분에 '한갱'이라는 여성 BJ가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의 별풍선을 받았기 때문이죠. 관련하여 애널리스트가 만든 리포트에 나온 한갱의 방송 사진도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됐습니다.
유사 성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글로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음지라고 불리지만 그 어떤 양지보다 따사로운 돈의 빛을 받는 사업자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바로 '온리팬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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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리팬스, 제2의 대영제국을 꿈꾸다
2. 온리팬스를 알기 위해선 포르노와 팬덤을 다 봐야만 합니다
3. 온리팬스는 이종 네트워크의 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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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팬스는 아마 근 몇 년 동안 가장 주목 받은 영국 스타트업일 겁니다. 지난 2016년에 설립된 온리팬스는 영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입니다. 팬과 크리에이터를 연결 해주는 팬덤 플랫폼입니다. 팬들은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유료 구독하거나 단건 결제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유료 결제한 팬들을 위한 독점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현재 대다수의 콘텐츠가 포르노지만, 포르노가 아닌 크리에이터들도 있습니다. 축구선수 더글라스 코스타, 영화배우 벨라손과 데니스 리차즈와 가수 사파리 사무엘스도 온리팬스 계정을 운영합니다. 가수 박재범도 앨범 홍보 차원에서 계정을 만들어 콘텐츠를 올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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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팬스만 이 영역의 유일한 사업자는 아닙니다. 팬슬리, 팬딩, 라이키 등 다양한 사업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가장 성공했을 겁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포르노 대기업 아이로의 2배로 추정되며, 누적 가입자는 3억 명으로 파악되며, 24년 매출은 무려 6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현시대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미국에서 출발한 것을 고려하면, 이렇게 세계적인 플랫폼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온 건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온리팬스가 주목받는 건 지금의 위치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올라오는 속도 때문입니다. 2019년에는 연 매출이 3억 달러였는데요, 무려 5년 새에 2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온리팬스가 실제로 가져가는 수익은 매우 적겠지만, 디지털 콘텐츠만으로 한국 1등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연 매출이 비슷하다는 게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등록된 유저는 3억 명 이상인데, 매출의 66%가량이 미국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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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온리팬스라고 해서 낙원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근간인 영미권에서 나온 회사라 그런지, 그 어느 곳보다 빈부격차가 큽니다. 상위 0.1% 크리에이터는 상위 1%보다 평균적으로 15배 더 많이 벌고, 상위 10% 평균보다는 무려 100배 더 번다고 합니다. 온리팬스 크리에이터 1인 연평균 총매출이 1,800달러로 분석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위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을 잠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WP 기사에 따르면, 상위 10%가 전체 매출의 73%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온리팬스 상위 0.01% 크리에이터이자 트위치 스트리머인 Amouranth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무려 5,700만 달러의 매출을 온리팬스에서 기록한 것을 인증하여 큰 화제가 됐습니다. 저도 찾다 보니 알았는데, 이분은 자신의 질에서 효모를 추출해 맥주를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기이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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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팬스를 알기 위해선 포르노와 팬덤을 다 봐야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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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팬스의 성장 배경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포르노와 팬덤 두 가지를 다 봐야만 합니다. 포르노 산업은 인류의 흥망성쇠와 함께했습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P2P 및 웹하드 → 토렌트 공유 → 스트리밍 사이트로 형태만 바꾸어가며 계속 존재해 왔죠. 이 말인즉슨 기존 사업자가 만든 일종의 규칙이 있다는 뜻입니다.
포르노 산업은 대개 1) 특정 국가 내에서 프로덕션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며 (제작사 & 배우) 2) 인터넷을 통해 여러 나라로 유포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매출은 콘텐츠 결제가 대부분입니다. 기존 영화 산업과 유사합니다. 다만, 포르노 배우들은 영화 및 드라마 배우들과 달리 공개적인 광고를 받기가 어렵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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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르노 산업에 균열이 생긴 건 코로나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과 같은 형태로 제작이 어려워졌으며, 동시에 여러 플랫폼 사업자가 새롭게 나타나거나 더욱 공격적으로 진출했으며 소비자들의 모바일 콘텐츠 소비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에 팬덤 산업을 봐봅시다. 기존까지 크리에이터들은 유통 채널 (플랫폼, 방송사)에 종속됐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전후로 기존에 모아둔 팬들을 바탕으로 팬들에게 직접 결제를 유도할 수 있는 상품 (콘텐츠 등)을 만들거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오프라인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제작사에게 종속되어 있던 포르노 배우들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립니다. 일본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일본의 경우, 제작사들이 끊임없이 신인배우를 발굴하고 새롭게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기존 배우들은 탑급을 제외하면 언젠가는 은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기존 드라마 및 영화와 달리 포르노는 단 한 명의 주연 배우만 필요로 하며 시청자들은 늘 새로운 얼굴을 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존 배우들은 고급 술집 등 음지의 성 산업으로 빠지거나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일본 배우들은 대만, 미국, 한국 등 (일본 기준)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대만의 성 산업 엑스포에 참여한다거나 한국에서 팬미팅을 하거나 미국에서 촬영하는 등 행보를 넓히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키라라 아스카와 미카미 유아 등 유명 배우들은 일본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며 큐텐 (일본의 쿠팡)에서도 상위에 랭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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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크리에이터들도 제작사에서 독립을 꿈꿉니다. 이 독립에선 크게 2가지를 전제로 합니다. 하나는 자신만의 팬덤을 만드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유통 채널을 대체할 플랫폼입니다. 콘텐츠를 제작해도 보고 결제할 채널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전자는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 및 틱톡) 로 구축이 가능하고 후자는 코로나 전후로 주목 받은 팬덤 플랫폼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리팬스가 기존 사업자인 폰허브 등을 제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크리에이터는 1) 기존 포르노 출연으로 얻은 팬덤을 2) 자신의 소셜 미디어 채널로 귀속시키며 3) 이를 온리팬스라는 플랫폼까지 연결하는 결제 퍼널(결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퍼널로 비단 온리팬스를 통한 결제뿐만 아니라 성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별풍'까지 유도할 수 있으니 성인물 크리에이터들한텐 완벽한 선순환입니다. 제작사가 가져가는 것이 없으니 돈을 더 많이 버는 곳은 기본이죠. 이 구조의 성공 가능성이 보이니, 아마추어들도 포르노가 아니라 온리팬스로 데뷔를 하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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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직원당 매출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Louis Glee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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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온리팬스 성공의 또다른 수혜자는 기존 소셜 미디어 사업자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섹슈얼 콘텐츠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관심을 받습니다. 다만, 이 자체를 상품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야한 콘텐츠는 봐줄지언정 포르노를 봐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끝단이 온리팬스라면 소셜 미디어는 잃을 게 없습니다. 플랫폼의 책임이 없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들은 소셜 미디어를 레버리지 삼아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셜 미디어에 뜨거운 콘텐츠를 올립니다. 소셜 미디어는 해당 콘텐츠의 최종 판매 중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외부 PR 리스크에서 자유롭습니다. 거대 소셜 미디어 입장에선 가장 확실한 공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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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팬스의 성공에서 우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존 SNS를 대체하는 일보다 이를 이용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더 쉽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업자가 기존 소셜 미디어를 '같은 영역에서' 대체하거나 공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트릴러, 젠리 등 많은 플레이어가 있었죠.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온리팬스가 성공한 원인은 기존 소셜 미디어를 대체하기보다 공생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선상에서 경쟁한 게 아니라, 같은 퍼널 안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크리에이터에게 인지도를 주었고, 온리팬스는 소셜 미디어가 제공할 수 없는 성인용 콘텐츠 결제 기능을 크리에이터에게 주었습니다. 명백히 다른 영역에서 겹치지 않는 기능을 수행하니까 공격하거나 경쟁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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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쓰는 온리팬스 크리에이터만 따로 모아둔 페이지도 있습니다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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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만 나옵니다. 기존 포르노를 팬덤 산업의 현미경으로 보니 새로운 부가가치가 나옵니다. 너무나 익숙하고 오래된 비즈니스일지언정 다른 문법으로 해석하면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종 네트워크의 곱인 온리팬스가 그 산증인입니다. 모든 온리팬스 크리에이터들은 인스타와 트위터 등 기존 소셜 미디어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개별 크리에이터를 넘어서 온리팬스라는 플랫폼 자체가 기존 SNS와 연결되지 않으면 외부로 알려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즉, 자신들의 네트워크가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아예 새로운 생태계로 진화한 겁니다. 이를 한국에 빗대면 어떻게 될까요? 숲 혹은 치지직이라는 국내 네트워크가 온리팬스라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된다면 더 거대한 생태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인스타와 트위터라는 해외 네트워크와 국내 네트워크가 합쳐질 수도 있겠죠. 결국 나만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압도적으로 락인(Lock-in) 시키거나 모든 고객 접점을 가진다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네트워크와의 합체를 전제로 전략을 짜면 어떨까 싶습니다. 네트워크끼리 합쳐지면 합보다는 곱으로 효과가 커지니까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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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IP는 유통마저 지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한국 연예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옛날의 연예계는 방송국이 연예인 (IP) 을 공채로 뽑고, 직접 유통 (드라마 출연) 했습니다. 이후 그 권리는 소속사로 넘어갔고, 이젠 권력의 추가 연예인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IP는 유통의 권한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지위를 가져야만 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비욘세와 같은 거대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지만 단단한 팬덤을 가졌다면 상품화에 유리한 유통망을 택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수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존 권력의 균열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됩니다. 온리팬스를 분석하면 포르노, 팬덤,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키워드가 나옵니다. 이런 사후 해석은 너무나 쉽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콘텐츠 창작자와 유통 채널 사이의 갈등을 예측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 가능성을 전망하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이를 새롭게 쓰는 일은 어렵습니다. 결국 기존의 권력 체계가 분열되는 그 빈틈의 실을 잡아야 하며, 그 실을 당길 때 혁신이 발생합니다. 기존의 밸류체인에 순응하기보다 그 균열에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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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풍채가 보여주는 품격. 요즘 가장 재밌게 보는 211 쉐프의 컨설팅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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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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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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