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때문에 마계로 납치됐다?! #이세계행정물 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고전 문학의 제목을 웹소설 식으로 다시 짓는다면? 이라는 게시글을 보신 적이 있나요? '돗자리 장수가 혈통을 숨김', '고래가 너무 강함'.... 어떤 작품일 것 같으신가요? 각각 《삼국지》, 《모비딕》인데,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서 웃기기도 웃겼지만, 웹소설 식 제목이 그 어떤 어려운 작품이라도 더 재밌어 보이게 만들어준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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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을 웹소설식으로 풀면... 어쩌면 변신은 #벌레빙의물일지도 ©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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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품의 내용과 핵심 컨셉을 줄글로,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형식의 제목을 가지곤 합니다. 이런 특성은 소설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었지만, 동시에 유치하다는 선입견을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다 똑같은 작품의 양산이 아니냐'는 편견을 한 꺼풀 벗겨보면, 웹소설의 장르도, 내용도 이전에 비해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크게 성장해 온 웹소설, 그럼에도 앞으로도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지금, 한 번 웹소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재미의 세계, 그 한 축을 담당하는 웹소설의 챕터로 페이지를 넘겨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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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IP시대에 딱 맞는
2. 회.빙.환은 왜 흥하나
3. 새로운 장르 문학? 놀이 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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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24년 기준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약 1조 3천500억 원에 다다랐습니다. 다른 조사에서는 웹소설 시장의 규모를 2014년 약 200억 원, 2017년 약 2,700억 원 정도로 추정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웹소설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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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1조를 넘어섰다는 겁니다 © 매경 이코노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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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지고 보면 웹소설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1990년대의 《퇴마록》, 《드래곤 라자》 와 같은 PC 통신 소설, 2001년 《그놈은 멋있었다》와 같은 인터넷 소설 등 수많은 온라인 연재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웹소설은 왜 이렇게 급속도로 주목받게 된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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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죽고잡냐?'를 기억하십니까 © 귀여니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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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먼저 기존의 '인터넷 소설'과 지금 우리가 말하는 '웹소설'을 구분해보고자 합니다. 웹소설이라는 명칭 자체는 2013년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런칭하며 생긴 말인데요, 말을 뜯어보면 인터넷이나 웹(Web)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인터넷 어디에든 연재할 수 있는, 누구나 무료로 연재하고 읽던 인터넷 소설과 달리, 오늘날 우리가 웹소설이라고 말할 때, 보통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유료 소설 콘텐츠'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료화 여부, 플랫폼의 유무가 그 차이입니다.
먼저, 인터넷 소설의 유료화는 인터넷 소설 사이트 '조아라'가 2008년 정액제(프리미엄 소설을 일정 시간 동안 열람할 수 있게 함)를 도입하며 시작했습니다. 이후 '편당 결제', '기다리면 무료'(24시간마다 회차를 무료로 푸는 형태) 모델을 통해 유료화가 정착되었어요. 기존에 진출해있던 온라인 소설 사이트가 무료 소설을 기반으로 유료 소설을 살 수 있게 하는 혼합된 형태인 반면, 카카오페이지 같은 후발 주자는 유료 연재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에서 그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유료화는 기존의 출판 구조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웹소설'만의 문법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됩니다. 과거에는 조아라 같은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웹소설 작품/작가라도 출판사에게 '발굴'되어 단행본 출판으로 이어져야 돈을 벌 수 있었기에 기존의 출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또 결국에는 '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 책으로서의 소설 작법을 따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유료화 모델로 창작자가 별도의 출판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매체에 맞춰 가독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내용 전개와 구성이 서서히 변하게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작자가 플랫폼으로 모이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플랫폼과 계약하여 작가가 되고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등단'의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책으로 판매되었을 소설을 회차 단위로 나누어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플랫폼의 특성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규모도 달라졌죠. '월 1억 매출의 작가' 와 같은 이야기가 화제가 되며,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이 떠오르게 됐습니다.
그에 따라 편의성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누구나 연재할 수 있었던 무료 인터넷 소설은 작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연재 중단도 잦았습니다. 반면 유료 모델에선 플랫폼이 작가와 계약을 맺고 일정 수준의 품질과 연재 주기를 보장하며, 이용자 취향에 맞는 추천 시스템까지 갖추면서 웹소설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졌습니다. 창작자가 몰리고, 경쟁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퀄리티가 올라갔기도 하고요. 그뿐만 아니라 매출 극대화를 위해 작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표지, 삽화를 통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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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플랫폼을 볼까요. 현재 웹소설 시장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추정 매출 기준으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약 84%를 점유하고 있죠. 인터넷 소설의 길은 많은 회사들이 닦아왔지만, 웹소설이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된 데에는 이 두 대형 플랫폼 사의 전략적 투자가 역할을 했습니다.
간편 결제 시스템, 카카오의 ‘기다리면 무료’, 광고 보상 모델(캐시 프렌즈) 등은 유료 결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고, 억대 규모의 공모전으로 작가를 발굴하며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시켰습니다. 플랫폼 사의 주도로 웹소설이 웹툰으로 재탄생하거나 드라마/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인지도와 대중의 유입이 발생했죠. 그리고 이러한 웹툰화, 영상화는 원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커지게 되어 창작자에게도 매력적인 부분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웹소설이 플랫폼의 콘텐츠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의 2016년 국내 진출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며 대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스튜디오 단위의 공급 계약으로 좋은 대본을 선점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따라 해외 OTT가 동일한 전략으로 국내에 진출하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방송사에서 자체 OTT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국내 방송사 및 OTT 간에 콘텐츠 확보 경쟁, 차별화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바로 콘텐츠의 원재료가 되는 스토리였습니다.
그 가운데 웹소설은 가장 ‘준비된 스토리’였습니다. 완결된 구조, 명확한 장르성, 연재로 다져진 팬덤, 영상화에 적합한 구성이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죠. 특히 웹툰이나 드라마 등 다른 매체로의 리메이크가 매우 용이해, 플랫폼들이 전략적으로 집중하기에 딱 맞는 포맷이었습니다. ⟨재벌집 막내 아들 ⟩을 예로 들면, 웹소설 원작에서 시작하여 22년 JTBC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고, 다시 드라마의 유명세를 타고 웹툰으로 제작되었죠. 또한 웹툰은 규모가 커지면서 '팀' 단위, '스튜디오' 작업으로 변해가는 데에 반해, 웹소설은 아직 1인 창작 중심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제작 단가가 저비용이라는 이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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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뿐만 아니라 배우 매니지먼트와 영상 제작사를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고, 네이버는 스튜디오 N을 통해 자체 IP 영상화 또는 외부 협업을 진행하며 IP 기반의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웹소설은 그저 단순한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가 아니라 모든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웹소설→웹툰→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그리고 다시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이 웹툰화되고, 웹툰이 웹소설화되는 순환되는 구조를 띠기도 합니다. 화제였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의 경우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웹툰화, 이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죠. 네이버 시리즈의 IP 기반으로 스튜디오 N에서 영상화 기획을 한 작품입니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이용자 수는 585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인터넷 소설, 수익모델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어느새 성큼 우리 옆으로 다가와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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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제목에는 유행하는 테마가 있다고들 합니다. 누군가 뭔가를 숨기거나(《주인공이 힘을 숨김》, 《좀비가 힘을 숨김》), 망나니가 나오거나(《망나니 투수가 되었다》, 《검찰청 망나니》), 상태창이 등장하거나(《상태창 바둑 마스터》, 《상태창으로 스타 강사》) 하는 식이죠. 그 외에도 ‘레벨 업’, ‘천마’, ‘~하는 법’ 같은 패턴들이 있지만, 결국은 유행 요소가 있고 그것이 어떤 틀처럼 반복되고 변주되는 구조를 가진다는 데에서 웹소설만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클리셰의 대표주자가 바로 ‘회.빙.환’입니다. 회귀, 빙의, 환생—즉, 죽거나 사고로 과거로 돌아가거나, 다른 인물에 빙의하거나, 기억을 가진 채 다시 태어나는 설정이죠. 이 세 가지는 2019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유행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흔히 '회빙환은 언제까지 유효할까요?'라는 질문이 나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어떤 소재가 아니라 하나의 마스터 플롯, 혹은 문법처럼 굳어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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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트럭이라고 하죠. 이세계 이동, 환생하거나, 회귀하게 하는 매개체로 쓰이곤 해서요. 트럭 운전사들이 이런 클리셰에 대해 다른 차로 해달라고 항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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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행에 대해서 많은 평론가나 웹툰 작가 등은 사회적 감정과 독자 취향을 동시에 반영한 결과로 해석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어려운 경제/사회 속에서 청년 세대가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생각함에 따라 회귀/빙의/환생을 통해 좋은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낸다던가, 혹은 불합리한 현실 속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 있던 청년 세대가 가진 시원하고 통쾌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던가, 작은 실수로 미끄러지는 불확실한 현실 속 오답을 미리 알고 다시 나에게 현명한 방향으로 상황을 풀어나가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다고들 말해왔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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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분명 이 트렌드가 사회적인 감정을 반영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는 웹소설의 매체적인 특성을 보좌할 수 있는 적절한 소재이기에 장수하며 '문법'처럼 쓰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웹소설은 양적으로 쏟아지고 있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첫 5회, 혹은 무료 제공 회차까지 읽어보고 구미에 당기지 않으면 이탈하는 구조이죠. 기존 단행본에 비해 독자가 작가가 세워둔 세계관을 천천히 이해하고 따라갈 시간이 부족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내용을 줄글로 표현하는 웹소설 식 제목이 나오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세계관에 대해 빠르게 이해하고 흥미를 붙이기 위해 작가와 독자 모두가 공유하는 ‘틀’이 필요하고, 회빙환은 그 가장 효율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웹소설은 매일 연재되며 한 회씩 소비되는 구조입니다. 그에 따라 웹소설은 기존의 단행본과 달리 매일매일 독자의 관심을 끌어줘야 하는 구조가 되었죠. '사이다' 구조를 원하는 독자, 줄거리를 쌓아가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독자에 대한 비판이 있곤 하지만, 사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원하면 한 번에 끝까지 읽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던 책과 달리 웹소설은 회차 단위이기 때문에 매일 일정 시간에만 일정 분량을 볼 수 있으니까요. 즉, 호기심이 즉각적으로 충족되지 않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하루 한 편씩 연재되는 상황에서, 캐릭터 빌드업이라는 이유로 10일 넘게 줄거리가 진행되지 않으면 이탈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객은 기존의 긴 호흡으로 성장하는 주인공 성장물 대신, 이미 완성된 주인공이 똑똑하게 상황을 풀어나가는, 이른바 '사이다' 전개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어수룩하고, 모자란 주인공의 성장을 매일 한 회씩 기다리며 함께 하기 어려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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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통 이런 상황에서 웹소설을 읽곤 합니다 ©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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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빙의/환생 설정은 그러한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적합한 소재입니다. '이미 겪어본 일이니 알고 있다' 혹은 이미 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서사에 '빙의한다'라는 개념으로 주인공은 이미 다른 인물 대비 지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에 따라 매일 연재되는 회차분을 열람하는 고객에게 지루함 없이 매일 통쾌한 쾌락을 전하기 쉽습니다.
세계관 설명이 쉬운 서사 구조이기도 합니다. 전지적 시점을 띠기 때문에 빠르게 세계관을 풀어낼 수 있고,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를 활용해 클리셰를 비틀어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도 용이하죠. 한마디로 효율적이고, 빠르고 편한 장치입니다.
성장물이 유행하다가, 이세계물이 떠오르고, 상태창이 떠올랐다가, 다시 회빙환으로 주도권이 옮겨온 것처럼, 시대마다 유행 플롯은 바뀌어 왔습니다. 사람들은 회빙환이라는 소재의 수명에 관해 묻습니다만, 사실 이러한 유행 플롯은 소재 자체의 매력성보다는 웹소설이라는 매체에 얼마나 적합한지에 따라 채택되고 지속됩니다. 향후 회빙환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트렌드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그 트렌드를 굴리는 틀은 웹소설이 가지는 매체적 특성에 기인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고려해 볼 수 있는 지점은 웹소설에서 통하는 소재가 영상에도 통할지입니다. 회차 단위로 짧은 시간 내에 소비되는 웹툰, 웹소설의 매체적 특성에 맞춘 트렌드는 긴 호흡의 드라마/영화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드라마, 영화에 대한 기대치도 다르다 보니, 웹소설에서는 문법처럼 받아들여진 회,빙,환의 소재는 반복될 시 영상에서는 관객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죠. 영상으로 만들기 위한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웹소설에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웹소설의 이러한 문법이 다른 매체에서도 문법처럼 자리 잡을지, 혹은 언젠가 웹소설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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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빙, 환의 요소를 갖춘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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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은 전통적 장르 문학처럼 일정한 규칙과 관습을 따릅니다. 둘 다 반복 가능한 서사의 틀을 가지고 있고, 독자와 작가가 그 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독자와 작가는 그 틀을 따르면서, 작품별로 어떤 변주를 하였는지를 즐깁니다. 예를 들면 무협에는 정파, 사파, 마교(혹은 혈교), 구파일방, 오대세가 같은 기본 설정이(김용 문학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이러한 요소들은 무협 세계관의 필수적인 문법으로 취급되고 있는 듯합니다), 판타지에는 엘프, 오크 등이 있는 것처럼요. 웹소설이라는 것을 하나의 장르로 보면 앞서 말씀드렸던 회,빙,환이라는 소재 등이 그런 문법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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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머글이 돌 정도로 정해져 있는 요소들이 있죠 ©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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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웹소설이 기존 장르문학과 다른 점은, 그 틀이 훨씬 빠르고 유동적으로 소비되고, 조합되고, 변주된다는 점입니다. SF, 로맨스와 같이 큰 단위의 장르로 정의되었던 장르 문학과 달리 웹소설에서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며 독자적인, 세부적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웹소설은 전통적 장르문학처럼 일정한 규칙과 클리셰를 따르지만, 동시에 그것을 장르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가변적인 프레임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물'로 부르는 장르보다 더 쪼개진 취향 단위의 서브 장르들이 해시태그의 형태로 생성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판물(로맨스+판타지), #이세계 요리물, #헌터물, #상태창/시스템과 같은 식이죠. 그래서 겉으로 보면 “맨날 똑같은 거 아냐?” 싶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세분화된 취향과 결합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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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존 장르문학이 완결된 구조 안에서 주제 의식과 서사를 밀도 있게 끌어갔다면, 웹소설은 독자의 반응에 맞춰 트렌드가 만들어지며, 새로운 세부 트렌드가 생기곤 합니다. 작가와 독자가 동시에 장르 문법을 가지고 노는 커뮤니티형 서사 공간에 가까워졌달까요. 웹소설은 정해진 공식 안에서 무한히 조합되는 모듈형 이야기 플랫폼이자, 독자와 작가가 동시에 문법을 활용하고 즐기는 커뮤니티 적 장르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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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독자간 소통이 가능합니다 © 카카오페이지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1화 댓글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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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문학' 하면 고전이나 순수문학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반대로 장르문학은 종종 ‘문학’의 바깥에서 소비되어 왔죠. 탐정 소설, 무협, 로맨스, 판타지 같은 것들요. 인기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문학계의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웹소설의 부상으로 장르 문학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순수문학이 리얼리즘, 심리, 철학 등을 탐구했다면 장르 문학은 어떠한 엔터테인먼트, 상상력으로 하는 즐거운 놀이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새로운 독자층의 유입이라는 면에서 중요합니다. 기존 문학을 읽던 사람이 웹소설로 넘어오는 경우보다 기존 문학을 거의 안 읽던 사람들이, 웹소설로 글을 읽기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길지 않고, 매일 한 회씩 읽는 리듬이 생기고, 어느새 작품을 골라 보는 눈이 생깁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명작' 웹소설을 찾게 되고, 단행본으로 넘어가고, 다양한 책을 읽어보게 되죠.
웹소설은 더 세분되고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같이 소통하고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장르 문학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순수 문학에 비교하며 '웹소설은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개념으로 볼 매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텍스트 기반의 놀이 문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문학이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무분별한 복제, 표절, AI를 활용한 창작 등은 경계해야겠죠. 웹소설이 가져다준 이 즐거운 문화를 계속 향유해나가기 위해 작가의 책임, 전반적인 품질에 대한 보완은 항상 고민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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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오늘 뉴스레터의 제목을 가지고 ChatGPT에 내용을 상상해보라고 말해봤는데, 답변이 웃겨서 가져왔습니다. 피곤할 때 꾸는 꿈 같네요.
[뉴스레터를 잘못 보냈다가 마왕이 됨]
마계 각 지역 군단장, 사제, 악마귀족, 대마수들, 그리고 심지어 일부 성좌(神座)까지 총집합한 상태였다. 전원이 내가 방금 전송한 뉴스레터를 “신탁”으로 받아들였고, 그걸 기반으로 미래 전략을 수립하려는 중이다....근데 그걸 내가 썼다고? 나는 그 문장 기억도 안 난다고요.
그리고—
“오늘부터, 당신이 제47대 마왕이십니다.”
그렇게 나는, 뉴스레터 하나 잘못 보냈다가 마왕이 되었다.
📎 다음화 예고
제2화. 마계 연설문을 쓰라고요? Word도 안 깔려 있는데요?
💬 대표 대사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엔 불이 아니라, 마감이 있다.” — 제47대 마왕, ‘금요일 5시 회의’ 중 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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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요즘 보고 있는 웹소설 추천합니다. 인터넷 괴담을 작성하던 사람이 자기가 쓴 괴담이 실재하는 세계로 떨어져, 괴담을 탐험하는 회사에 입사한다는 설정인데 참 재밌습니다. 1부가 완결되고 2부를 기다리는 지금, 시작하기 딱 좋은 시점인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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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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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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