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닌 SNS 피드
낫또 "가끔 인스타 피드가 징그럽게 느껴져요.... 근데 징그러운 거 나도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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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객원 에디터 낫또입니다.
저는 현재 한 브랜드의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 말인 즉슨 매일매일 SNS 피드를 열고, 스크롤을 내리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분석하는 것이 저의 임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새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누군가의 일상보다는 정체불명의 계정이 올린 자극적인 썸네일과 수준 이하의 낚시성 콘텐츠들이 훨씬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속절없이 눌러봅니다만....) 이런 경험을 저만 하는 건 아닌 듯해요. 한때 사심 없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던 공간은 어느새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의 바다가 된 지 오래고, 점점 그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내 피드는 내 것이 아니게 되었고, 그 자리는 플랫폼이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저의 글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왜 요즘 내 피드에서 친구들의 일상을 보기가 힘들어졌을까?” 그리고 저처럼 그런 SNS가 점점 피곤해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없는 분들에게 이 레터를 바칩니다.
※ 어거스트는 5월 연휴 동안 잠시 쉬고, 5월 8일 피드백 레터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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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피드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고 계신가요?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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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이렇게 변한걸까 2. 우리는 어떤 디지털 관계를 원하나 3. 가장 사적인 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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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관계, 관심사, 게시물 관련성, 콘텐츠 반응 등을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최근 메타(Meta)는 알고리즘의 우선순위를 ‘반응(engagement)’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누가 내 친구냐보다, 어떤 콘텐츠에 내가 ‘반응’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피드는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보다는, 강한 감정을 유도하는 낯선 콘텐츠로 가득 차게 됩니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이 현실을 공식 석상에서 인정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이제 메시징앱이나 커뮤니티 기반 소셜미디어가 아니며, 방송형(Broadcast) 콘텐츠 플랫폼, 즉 TV처럼 일방향 정보를 소비하는 앱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이죠.
메타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의 재판 과정에서 공개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친구 콘텐츠 소비율’은 11%에 불과했고, 2025년 현재는 7%까지 감소했습니다. 우리가 느꼈던 막연한 인상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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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메타가 관계보다 반응을 우선시하는 알고리즘을 채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반응 중심의 알고리즘은 사용자 참여도와 체류시간을 극대화하고, 이는 직접적으로 광고 수익과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2024년 4분기 기준, 메타의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46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메타는 실적 발표를 통해,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 최적화가 광고 성과 향상과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마을의 광장이나 교회가 했던 사회적 연결의 역할을 이제는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이 내가 선택한 관계와 맥락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사용자들은 비즈니스적으로 최적화된 기준에 따라 낯선 타인의 강한 메세지들과 프로파간다에 무작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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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이렇게 우리와 상관도 없는 많은 사람들, 혹은 정보들과 연결되어도 괜찮은가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한 사람이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약 150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흔히 ‘던바의 수’라고 불리는 이 주장은 인간의 대뇌 신피질 크기와 관계 유지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쉽게 말하면 뇌에도 용량이 정해져 있고, 일정한 관계 이상을 관리하려면 과부하가 온다는 겁니다.
갑론을박이 있는 주장이지만, 저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던바의 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인스타그램 친구는 몇 명인가요? 그리고 그 중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친구는 몇 명인가요? 또 그중에서 밀도 있게 소통하는 친구는 몇 명인가요? SNS가 제공하는 무한한 연결 가능성과 인간의 인지적 한계 사이에 근본적인 불일치가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20명 이상의 친구와 밀도 있게 소통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제 이름을 따 이른바 ‘낫또의 수’ 이론을 펼치고 싶달까요. 일정한 수 이상의 관계를 맺을 때 우리 뇌는 각 관계의 깊이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마치 한정된 수의 픽셀로 더 큰 이미지를 표현하려 할 때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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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간관계의 화질을 떨어뜨리는 SNS에 저만 피로한 건 아니었나 봅니다. 최근 비 알고리즘형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됩니다. 올해 주요 플랫폼 사용자들은 점점 더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소규모 커뮤니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텀블러(Tumblr)의 부활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출시(2013년) 전 출시(2007년) 되어, 한때 밀레니얼 세대가 활발히 사용한 플랫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옛날 인터넷’이라는 이미지로 퇴색했던 플랫폼이죠. 그런데 최근, 알고리즘에 피로를 느낀 사용자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큐레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으면서 텀블러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네이버 블로그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텀블러의 경우 2025년 현재 신규 가입자 중 60%가 Z세대이며, 그 절반 이상이 ‘익명성과 자기표현의 자유로움’을 이유로 플랫폼에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텀블러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피드를 주도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Best Stuff First’ 기능을 비활성화하면, 팔로우한 계정의 콘텐츠를 시간순으로, 자신이 직접 선택한 연결망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 지난 24년 말, 베타로 제공 해오던 '주제 기반의 커뮤니티 기능'을 정식 출시하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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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역시 다수의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지만 그 연결 방식이 알고리즘이나 수익 모델이 아닌, 사용자의 선택과 취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되고있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플랫폼의 부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리듬으로 콘텐츠를 소화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느낍니다. 저는 더 조용하고 진정성 있는, 개인의 '선택'에 의한 커뮤니티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이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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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수많은 SNS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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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저 역시 현재 메타를 필두로 하는 소셜 미디어 생태계에 불만이 많다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은 늘 역설로 가득합니다. 플랫폼을 완전히 떠날 수도 없거니와 심지어 저는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자니까요. 하루 종일 ‘이거 완전.... 진짜 저질이구만?’ 하고 생각하면서도 콘텐츠를 스크리닝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그 ‘저질’ 콘텐츠를 저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지금 알고리즘을 만족시키기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와 진짜로 연결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걸까? 아니면 그냥 월급 받으니까? 이 질문은 단순히 알고리즘에 대한 반감을 넘어서, 제가 일과 어떻게 관계 맺고 싶은지에 대한 가치관 문제로 이어집니다.
매일매일 스스로와 싸우는 중이지만, 저는 이 딜레마에서 도망치기보다는 피로함을 꺼내놓는 그 자체도 하나의 실천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플랫폼은 계속 변하고 알고리즘은 더 영리해지겠지만, 그 속에서 저는 여전히 콘텐츠를 만들며 무뎌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숫자를 좇고 때로는 사람을 향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순간에도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제가 이 구조 안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식이니까요.
매번 의미를 틔워내는 데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 때로는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피로를 인식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이 세계 안에서 내가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윤리이자, 또 가장 사적인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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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낫또>의 코멘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이 가끔은 뜻밖의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최근 아주 예스럽고 정겨운 한국 아파트 거실에서,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7080 음악을 디제잉 하는 유튜브 영상을 발견했어요. 조회수는 150회 남짓. 이 귀한 보물을 알고리즘이 던져준 덕에, 저는 이 영상 속 DJ에게 DM을 보냈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실제로 만나 친구가 되고, 함께 오프라인 파티까지 열었어요.
“알고리즘 망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피드의 끝자락에서 건진 한 알의 진주 같은 인연이, 뜻깊은 날들을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 계정에 다른 플레이리스트도 노동요로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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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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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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