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으로 다시 돌아가 '과정'을 돌아보기
찬비 "왜 자꾸 주말마다 비가 오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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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한 고등학교의 영어 수행평가 과제를 보게 되었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의 지문을 찾아 한글로 해석해보고 그 내용을 요약하는 간단한 과제였어요. 예전 같았으면 구글에 들어가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고 사전을 끼고 어떻게든 번역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했겠지만, 지금의 저는 '그냥 AI 돌리면 금방이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과제를 낸 선생님의 의도는 영어 지문을 직접 읽고 해석하는 것이었을 텐데, 의도대로 과제를 하는 학생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생성형 AI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는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더라고요.
오늘은 두 언어학자의 책 ⟪쓰기의 미래⟫(나오미 배런 저, 북트리거 출판)와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김성우 저, 유유 출판)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하려 해요. 생성형 AI가 널리 쓰이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읽고 써야 하는 걸까요? 최근 제가 접했던 AI 소식과 들었던 생각을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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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게 너무 간편해져 버렸다 2. 언어학자가 바라본 AI시대의 글쓰기 3. 왜 우리는 읽고 쓰는가? 목적과 과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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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데이는 에세이에서 암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불치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해 AI가 가져올 커다란 가능성을 이야기했어요.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를 앞둔 우리는 최신 AI 기술을 직접 써보면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파악하고, AI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필 것을 조언했습니다. AI에 대한 레터를 주구장창 써왔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저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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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는 다른 많은 분들이 그렇듯 AI를 매일매일 생활의 일부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구글링으로는 잘 찾아지는 것 같지 않다면 검색 대신에 사용하기도 하고, 장황하게 적혀있는 문서를 깔끔하게 요약해달라고도 하고, 속상할 땐 그저 제 말에 공감해달라고 하거나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질문을 해달라고 하기도 해요. 생성형 AI가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을 알고 있긴 하지만, LLM(거대 언어 모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매일 새로이 알게 되는 나날입니다.
최근에 접했던 가장 흥미로운 트렌드는 ‘바이브 코딩(vibecoding)’입니다. AI 연구자이자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코드를 하나도 쓰거나 읽지 않아도 AI만을 활용해서 코딩하는 ‘느낌(vibe)’을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에러가 나면 그 에러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하면 알아서 고쳐준대요. 누군가 앱을 출시할 정도로 엄청나진 않지만 나에겐 꼭 필요한 소소한 앱을 만들고 싶다면, 이제는 코딩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사람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죠.
저도 최근에 소소하게 시도한 것이 있어요. 웹페이지를 PDF 파일로 다운로드받는 파이썬 코드를 AI에게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파이썬을 아예 할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를 만들려면 한참을 붙잡고 공부해야 했을 것이고, 그래서 시도할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하지만 AI로 시도해 볼 수 있단 생각이 든 덕에 금방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AI라고 해서 한 번에 에러 없는 코드를 산출해 주진 않았는데요,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에러 나는 부분은 새로운 코드로 대체하면서 제가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고작 3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어요.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바이브 코딩의 큰 장점입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개발자들을 아예 대체하는 건 불가하겠지만, 코딩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저처럼 초심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쉬운 시도'를 넘어서 AI가 있는데 왜 기술면접을 준비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냐는 문제제기도 있었어요.
문제제기를 한 것은 '인터뷰 코더'라는 툴을 개발한 로이 리(Roy Lee)라는 컬럼비아대학교 학생이입니다. 미국 빅테크에 취업하려면 알고리즘 문제에 익숙해질 때까지 리트코드라는 플랫폼에서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는 이러한 전형적인 면접 방식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려는 목적으로(혹은 사업의 일환으로) 면접관 몰래 AI를 활용해 기술 면접을 볼 수 있는 ‘인터뷰 코더’라는 툴을 개발했습니다. 이 툴을 사용해 실제로 아마존에 합격하기도 했다는데요, 자신이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징계를 받아 자퇴한 정보까지 활용해 툴을 홍보하고 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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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하드포크에서 인터뷰코더를 사용해 합격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합격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차피 빅테크 개발자도 AI를 활용해 개발할 텐데, 왜 이러한 형태의 기술 면접이 아직까지도 필요한지 모르겠다’고요.
그는 이미 리트코드의 문제를 수없이 풀어서 굉장히 상위 랭크에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시간을 쓴 것이 아깝다고 이야기했어요. 리트코드 문제를 잘 푼다고 개발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도 말했죠. 관행적으로 해오던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은 납득했지만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제적이겠다 싶었는데😅, 인터뷰어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 했어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생성형 AI로 많은 것들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시대, 우리가 당연하게 하던 것들을 모조리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다는 것이요. 특히, LLM의 특성상 우리의 읽기와 쓰기에 영향을 크게 주리라는 것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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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생산성’입니다. 긴 글을 내가 원하는 길이로 요약해 주고, 단순히 개요와 조건을 적어주면 AI가 에세이도 척척 완성하니까요. 더 나아가 온갖 책과 영상, 광고와 온라인 강좌들은 한목소리로 외칩니다.
“콘텐츠 발행도 자동화해서 수익을 창출하세요”
“블로그, 이제 10분만에 포스팅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요”
발행하는 사람도 제대로 읽지 않고 발견한 사람도 알맹이 없는 정보라 슬쩍 보고 지나가는 글이 온라인 공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진짜 가치 있는 정보를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요. 이대로 가면, 가까운 미래에는 글을 직접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될까요? 언젠가는 AI 없이는 글을 못 쓰게 될까요? 온갖 상상을 하며 실마리를 던져줄 책을 찾았습니다.
지난 21년 8월에 발행한 레터 ‘긴 텍스트가 한없이 부담스런 당신에게’에서는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김성우, 엄기호 저, 따비 출판)를 인용하며 리터러시와 문해력을 이야기했었고, 이후 23년 2월에 발행했던 레터 ‘새해의 독서할 결심: '잘' 읽는 법에 관하여’에서는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의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어크로스 출판)을 함께 읽었어요. 어떤 매체로 읽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능동적’ 읽기를 강조하는 내용의 레터였죠.
그리고 2년 만에 생성형 AI로 또 달라진 읽기·쓰기 지형에서 이전에 마주했던 두 언어학자의 책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쓰기의 미래⟫와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이하 ⟪인공지능은~⟫)가 바로 그 두 책이에요.
둘 다 생성형 AI가 읽기·쓰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는데요, 두 책의 작가가 모두 언어학자이긴 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살짝 달라요. ⟪쓰기의 미래⟫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집필을 시작했다고 내용에도 언급되는 만큼 살짝 더 앞선 시기를 다루고 있고, 생성형 AI 이전부터 문어와 쓰기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으며 논지를 전개한다는 점이에요. 읽다 보면 챗GPT의 등장이 변화를 가속했을 뿐, 이전부터 글쓰기를 컴퓨터가 도와주고 평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를테면, 이전에도 도구가 달라지면서 우리의 글쓰기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도구는 바로 워드프로세서였습니다.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쓸 땐 한 번 쓴 것을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할 경우엔 글자 단위는 물론, 문장과 문단 단위까지의 수정도 용이합니다. 그렇기에 ‘일단 쓰자’는 말을 더 쉽게 할 수 있겠죠. 어쩌면 워드프로세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도 글을 ‘제대로’ 쓰려면 펜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도 있었겠지요.
맞춤법 검사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분명 맞춤법 검사기는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오타를 바로잡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맞춤법 검사기가 있기 때문에 맞춤법에 안이해지게 되기도 해요. 맞춤법 검사기로 빠르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기도 하고요. 맞춤법 검사기는 생성형 AI는 아니지만 글쓰기를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도움 없이도 맞춤법을 올바르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맞춤법 검사기를 의식적으로 쓰게 될 것처럼, 생성형 AI 역시 나의 목적에 맞춰서 의식적으로 사용하자는 이야기로 읽었어요.
⟪쓰기의 미래⟫가 명확하게 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인공지능은~⟫은 쓰기와 함께 읽기도 다루면서 총체적인 ‘리터러시’를 주제로 합니다. 또한 보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바라보며 접근해요. 단순히 생성형 AI가 얼마나 생산적일 수 있다든지, AI 활용법을 빠르게 습득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식의 논의에서 벗어나서 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AI와 관계를 맺으며 읽고 써야 하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술만큼이나 이 기술에 대응하는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생성형 AI가 생산성을 높여준다면, 우리는 귀찮은 일을 할 시간을 아껴 여가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혹은 두 명이 할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걸까요? 생산성을 강조하는 현재의 담론으로는 사회문화적인 영향까지의 숙고로 이어질 수 없다고 작가는 지적합니다. 그저 AI를 잘 쓰는 사람은 승승장구하며 더 나은 대우를 받고, AI를 익히지 못한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기술-능력주의’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요.
또한 ⟪쓰기의 미래⟫가 생성형 AI를 인간이 글을 쓰는 데에 활용하는 도구의 차원으로 이야기했다면, ⟪인공지능은~⟫에서는 협력하는 상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요. 최근의 생성형 AI가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을 활용해 어떻게 읽기와 쓰기를 재발명할 수 있을 것인가 상상해 보아야 한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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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두 작가는 모두 AI와 협업하는 글쓰기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도 재미있었어요. ⟪쓰기의 미래⟫에서는 내 글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설립하라고 조언합니다. 맞춤법 검사기부터 문법, 표현을 수정해주는 도구, 그리고 아예 작문을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우리의 글쓰기를 도와줄 수 있는 툴은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글을 쓰는 것은 나이기에 어디까지 도구의 도움을 받을 것이고, 어디부터는 내가 선택할 것인지 기준을 정립하고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은~⟫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리터러시를 새롭게 상상하는 계기로 삼자고 이야기해요. AI가 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이죠. 생성형 AI는 다양한 소스의 정보를 취합해 적절히 분류하고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에 능합니다. 이를 활용해 여러 사람의 전문적 지식이나 의견을 취합해 '함께 쓰기'를 보다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지도 몰라요. 또한 평소 작업했던 글과 머릿 속의 생각을 말로 풀어서 개요로 정리해달라고 한다면 초안을 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도 있을 것이고, 글을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언제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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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우리가 계속해서 글을 쓰는 존재로 남으려면 글을 쓰는 과정을 즐기면서, 글을 쓰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두 책에서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이면서 동시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합니다. 빈 공간에 단어를 나열하면서 사고의 흐름을 언어화하고, 적어둔 단어를 읽으면서 새로운 생각을 싹틔우는 과정. 이 문장에 적절한 단어는 무엇일지 고심하며 수정하는 것. 그렇게 정리된 글을 다시 읽는 것이 주는 기쁨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요.
여러분은 글을 왜 쓰시나요? 사람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다르겠지만 ⟪쓰기의 미래⟫에서는 다음 세 가지의 목적이 주요하다면 글을 ‘잘’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이 좀 더 중요해진다고 이야기해요.
- 내면 탐구 -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 외면 탐구 - 세상을 이해하고 나의 뜻을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서
- 개인적 해방감 - 감정을 분출하거나 저항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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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혹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쓰기 위해 우리는 글쓰는 기술을 습득하고 그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만약 편집과 텍스트 생성을 점점 더 AI에 위탁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알기 위한, 그리고 의미 있는 인간적 유대를 위한 글쓰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능력과 동기를 지닐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477쪽, ⟪쓰기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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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위 세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요. 저에게 글쓰기는 끊임없이 한계를 맞닥뜨리는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와 함께 찾아오는 기쁨과 성취감을 잘 알기에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 때문에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을, 그리고 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또 정리된 생각을 바라보는 순간을 몹시 아낍니다.
그렇기에 리서치할 때, 다음에 쓸 문장이나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또는 간단한 윤문 정도는 AI와 기꺼이 함께하지만 개요만 주고 초안을 써내라고 주문하거나 AI가 쓴 글을 수정하는 식으로는 쓰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이 글이 제 글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고 내용에 충분히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로만 의지합니다. 그런데 이 기쁨과 가치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요? 이를테면, 작문 과제를 받고서 AI를 돌려 휘릭 제출할 생각이었던 학생이라면?
앞으로 교육 장면에서는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왔던 관행을 모두 멈추고 목적부터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글을 쓰면서 성장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글을 쓰면서 “토론하고, 탐구하고,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숙고하고, 주장하고, 분석하고, 해석”(495쪽, ⟪쓰기의 미래⟫)하기 때문이겠지요. 단순히 글을 쓸 것을 요구하기 전에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고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면서 우리가 글을 쓰면서 하게 되는 것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에서 작가는 생성형 AI와 자주 함께 언급되는 키워드 ‘생산성’이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생산성이 사람들에게 와닿는 키워드라는 것은 주어진 시간 내에 적정한 퀄리티로 많은 결과물을 내는 것을 높게 평가하는 세태가 있기 때문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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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을 과제 수행에 동원하고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제출하는 학습자들을 옹호할 순 없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속도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믿는 습속을 빚어내는 건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적·제도적·구조적 압력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잘못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해도 ‘걸리지만 않으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분명 문화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
리터러시에 대해 숙고하면서 계속 던지게 되는 질문은 ‘우리가 언제 리터러시를 제대로 배우고 가르친 적이 있었는가’입니다. 삶과 사회와 리터러시를 엮어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리터러시를 배우고 가르치기보다는 사회경제적인 보상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자본이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으로서 리터러시를 대해 왔던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447-8쪽,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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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기존 교육이 지향해온 성과주의를 내려놓고,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도록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산성의 반대말인 ‘과정성’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요. 이건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생성형 AI가 순식간에 바꾼 수많은 국면 앞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관행을 바라보며 왜 이것을 해왔는지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고, 그 목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액션을 생각해 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레터는 질문으로 끝내보려 해요. 내킨다면 피드백으로 여러분의 답을 보내주셔도 좋아요. 여러분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 의미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이 세운 생성형 AI 활용 기준은 어떤 것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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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발행했던 레터 ‘30년 차 테크 기자가 돌아본 실리콘밸리’에서 제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호스트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테크 전문 기자인 카라 스위셔와 그의 회고록 ⟪Burn Book⟫을 소개했었어요. 이 책의 한국어판이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직접 소식을 알려주셨어요.
30년 동안 실리콘밸리를 취재해 온 스위셔는 빅테크 CEO들이 창업 초기 단계부터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세계적인 테크 리더가 이 책의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볼 뿐인데도 실리콘밸리의 연대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요즘 외신에서도 계속 주목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와 긴밀하게 교류했었기에 그의 재미있고 명석했던 젊은 시절과 현재의 ‘실망스러운’ 모습까지를 스위셔의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요.
이 책이 궁금하신 구독자 여러분을 위해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가 읽고 싶은 이유를 아래 링크로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총 다섯 분께 책을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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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2025-04-17 ~ 2025-04-23 (일주일)
- 참여 방법: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에 대해 기대되는 포인트 또는 읽어보고 싶은 이유 등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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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코첼라 시즌이 다시 돌아왔어요. 비가 오는 주말에 돌아다니면서도 대기할 때마다 틈틈이 코첼라 무대를 챙겨봤습니다. 저의 원픽은 금요일 헤드라이너였던 레이디가가 무대였어요. 이번 레이디가가의 정규 7집 앨범 ‘메이헴(MAYHEM)’을 3월 내내 닳도록 들었는데요, 코첼라 무대는 4막짜리 오페라 같았어요. 아직 영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SNL 아브라카다브라 무대를 추천할게요. 아쉽게 놓치신 분들은 Weekend 2가 남았으니 이번 주말에는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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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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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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