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심란합니다
오리진 "산불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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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요즈음 여러 가지 뉴스로 인터넷이 시끄럽습니다. 내일로 예정된 헌재 선고, 국토 1/4을 집어삼킨 산불, 故 김새론 씨나 뉴진스 멤버들의 소송과 같은 사건들이요. 정치, 사회, 연예, 경제를 가리지 않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한가운데, 각자의 주장으로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한 싸움의 시작점을 들여다보면, 좋은 정보가 부재한 자리에서 생긴 혼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있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논쟁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오늘은 그 정보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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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회수를 위해 칼춤을 추는 사람들 2. 뉴스는 어떠한가 3. 유료화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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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 교통사고 현장에 보험 차량보다 먼저 와있는 사설 견인차(렉카)에 빗대어, 사건·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이슈를 짜깁기해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유튜버 '뻑가', '구제역', '카라큘라', '전국진', '탈덕 수용소'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은 타인의 실수나 고통을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조회수를 올립니다. '알 권리'를 빙자하지만, 그들의 영상에는 자신만의 해석과 조롱, 가치 판단이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이 이런 말들을 했는데 커뮤니티 안 할 리가 없다, 이 사람은 메갈이다'와 같이 주장한다고 할 때, 이 주장에는 페미니스트는 마땅히 조롱받고 '색출 당해야 하는' 나쁜 존재라는 가치판단에 기반한 혐오가 깔려있습니다. 물론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인 만큼 정말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한 근거도 없죠. 그리고 이런 사이버 렉카가 만드는 영상은 계속 확산되고 재생산되어 거짓도 진실처럼 둔갑하게 됩니다.
아이돌, BJ·유튜버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은 물론이고 장애인, 난민, 외국인(조선족·중국인)과 같은 소수자 혐오를 기반으로 조롱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정의를 자처하며 다른 사이버 렉카를 비난하기도 하죠.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며 대상 시청층과 공감대를 조성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번이라도 클릭하게 되면 조회수, 시청 시간, 댓글 수가 올라가고, 이는 곧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논쟁이 생기고 커질수록 수익이 커집니다. 유튜브는 유튜버의 영상이 조회수가 잘 나오고 시청 완료율, 댓글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상응하는 정산을 해주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점은 이들은 혐오로 싸게 먹히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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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콘텐츠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TV를 못 보게 했는데 이제 그 아이들이 커서 부모님들이 유튜브를 볼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래는 유튜브에서 최근 찾은 영상의 썸네일입니다. '정계선 재판관은 간첩이다', '이재명 판결은 호남 좌파 사법부의 작품이다' 같은 의혹과 주장들이 썸네일과 함께 퍼집니다. 혐오와 편견, 조작을 먹고 자란 영상은 사회 혼란을 부추깁니다. 심지어 산불조차 중국인과 간첩이 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고개를 들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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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사이버 렉카들이 아직 제대로 된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요즈음 고소 및 신상 공개 청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그렇다 할 처벌법이나 대책안이 통과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플랫폼의 자정 노력도 부족하고요.
조회수를 위해 칼춤을 추는 사이버 렉카들, 그러한 영상을 규제하지 않고 알고리즘으로 퍼뜨리는 플랫폼 사,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대중으로 인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혐오가 무분별하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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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어떤가요. 사이버 렉카만이 문제일까요? 가끔은, 렉카 영상과 뉴스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사이버 렉카가 "짜깁기"를 시작하는 그 최초의 퍼즐 조각이 되는 기사 말이죠.
故 김새론 씨에 대해 생전에 다루었던 연예 기사를 볼까요. 기억해 보면 '다시 술을 마신다', '웃으며 호화파티를 한다', '생활고를 꾸며낸다'는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한 기사들을 한 번쯤 봤을 거로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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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후에서야 언론에서는 음주 운전 이후 고인이 얼마나 반성하고 배상을 하였는지, 얼마나 성실하게 아르바이트 등에 임했는지에 대해 앞다투어 다루었습니다. 그러한 기사를 보면서 왜 이러한 이야기는 왜 '지금' 나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전할 필요가 없었다면, 적어도 위의 사진과 같이 고인을 거짓말쟁이, 반성도 하지 않고 파티를 벌이며 노는 기행을 벌이는 사람으로 보도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 사이버 렉카와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조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팔릴만한 문장'이고 그것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이니까요. 물론 모든 기자가 이러한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구조에 있습니다.
24년 신문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신문 산업의 수익 구조는 전체 매출액의 64%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포털을 장식하는 인터넷 신문 산업의 경우, 전체 매체 수 비중 80%(6,248개 매체)로 종이 신문 대비 매체 수가 월등히 많습니다. 이러한 인터넷 신문사는 매출액 규모 1억 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절반 이상이며, 종이 신문 대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6.6%로,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이고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 신문의 54.4%는 수시로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있는 속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취재 윤리강령이 없는 매체가 절반을 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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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인터넷 뉴스는 '빠르고, 자극적으로,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진실이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은 묻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조회수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질문에 대해 다룰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기사로 쓰이기 어려운 산업 구조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구조를 핑계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안하고 내보내는 무책임한 보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방송 뉴스나 신문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독보도, 특종을 위한 경쟁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사실 확인이나 본질에 대한 탐구가 부족한 '받아쓰기' 기사, 논란이 되는 말을 그대로 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유력 정치인의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발언을 팩트 체크 없이 단순 인용하여 기사화함에 따라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진다는 것이죠.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 신뢰도는 31%에 그칩니다. 47개국 중 38위에 해당하죠. 여러 연구를 통해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은 SNS를 통한 뉴스 소비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졌으나, 이는 올바른 정보를 소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SNS상의 뉴스는 앞서 말씀드렸던 사이버 렉카의 경우와 같이 정제되지 않았고, 길고 복잡한 구조나 맥락 없이 단편적인 부분을 감정적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전반적으로 보면,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은 SNS 뉴스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 혐오와 분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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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조회수', 그리고 그에 기반한 광고 수익 모델로 인해 정보의 전반적인 질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신뢰가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익 모델의 변화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유료 콘텐츠라면요?
해외에서는 이미 정보의 유료화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료 구독 기반의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고, 페이월 모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페이월(paywall)은 지불을 뜻하는 pay와 장벽을 뜻하는 wall의 합성어로, 무료로 볼 수 있는 횟수를 초과하였을 때 더 이상 못 보도록 하는 디지털 제한을 말합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22%의 미국인이 돈을 내고 유료 뉴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영역의 선두 주자인 뉴욕타임즈는 1,14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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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직 포털 중심의 뉴스 생태계에 머물러 있습니다만, 유료화에 대한 시도는 있어 왔습니다. 중앙일보는 '더 중앙 플러스'로 누적 유료 구독자 10만 명 (25년 2월 기준)을 달성하며 비교적 성공적인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SBS는 '스브스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로 앱을 만들고 팟캐스트와 구독형 콘텐츠를 시도 중입니다. 앱 자체는 무료이지만,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는 '돈 되는 지식 레시피'(월 3,900원)를 통해 유료화를 실험해 보고 있죠.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는 글을 유료로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이 서비스가 2023년 월 이용자 600만 명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구독자와 거래액 모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즈음에 시작했던 유료화 실험에서 살아남은 언론사들이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분위기입니다. SBS의 시도는 언론사의 유료화 실험이 포털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는 면모가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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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료화'를 통한 수익 모델에만 기댈 것은 아닙니다. 유료화도 단점이 있으니까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 양질의 뉴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저소득층의 경우 무료 콘텐츠나 SNS 뉴스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는 양질의, 믿을 수 있는 정보는 페이월 뒤에 두고 저질의 정보, 혹은 정보의 극히 일부만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평등한 접근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웃긴 지점은 이런 의견을 게재한 기사 자체도 나머지 내용을 못 읽도록 막아놓았다는 부분입니다.)
구독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특정 매체에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여론 다양성이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꺼이 유료 구독하기로 하는 매체는 잘 알려진 일부 매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독에 쓰는 돈이 한정되어 있음에 따라 특정 매체의 성향을 담은 뉴스만 대중이 접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뉴스의 유료화가 저소득층과 뉴스에 돈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오히려 사회의 양극화, 가짜 뉴스와 혐오로 더욱 몰아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언론사의 수익 다양화 실험은 계속되겠고, 결국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뉴스의 유료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무료 콘텐츠에 대한, 즉, '현재 이 시점부터'의 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인 정보를 받기 위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무료 콘텐츠에서도 가짜뉴스와 혐오를 피해 기본적인 진실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문제가 구조적인 이유로 인한 것인 만큼 정부 규제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경우와 같이, 플랫폼 사에게 플랫폼에 올려지는 콘텐츠에 대한 자정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죠. 콘텐츠에 대한 심의 규제가 아닌, 문제 있는 콘텐츠를 인지하면 제거하며, 주기적으로 위험 요인 분석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규제입니다. X의 경우 가짜 뉴스의 경우 '커뮤니티 노트'를 통해 사실을 정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이버 렉카의 문제 있을 수 있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 것을 조절할 수도 있겠죠.
언론사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자율 규제 기구의 징계 권한을 높이고, 그 외로 외부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외부 감시기구를 의무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신문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여 취재 윤리강령을 가지고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언론사 평가를 통해 언론 투명성, 신뢰도를 측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플랫폼에서의 언론사 노출 순서가 투명성, 신뢰도에 따라 노출되고, 일정 수준을 도달하지 못하면 노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나, 해당에 따라 광고를 하도록 하게 하는 방식도 있겠습니다. 광고의 논리상 어려울 수 있으나, 정부 광고에 대해서는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 등을 지표로 고려하도록 21년도에 추가된 바 있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얘기해보았지만, 언론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결국 플랫폼의 노력, 언론사의 자정을 통한 정보의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에는 우리의 책임도 막중합니다. 바로, 자극적이기만 한 허위 정보를 소비하지 않는 것이고 올바른 정보를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야만 합니다. 가짜 뉴스와 혐오가 판치는 시대,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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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벌써 3달이 지났네요. 사고 이후 로컬라이저 개선 작업이나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사고 대응 훈련 등이 진행되는 소식이 간간히 들립니다만, 그러한 부분이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여진다는 말이 참 비극적이네요.
BBC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과학 수사관의 심정을 다루어서 가져와봤습니다. 산불과 싸운 소방관의 심정도 같았을까요. 안타까운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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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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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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