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여 락페 매니아
요니 "여름싫어맨에게 락페스티벌 없는 여름은 성립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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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요니입니다.
2019년을 뒤흔들었던 블랙핑크의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무대를 기억하시나요. 해외로 진출한 K-팝이 서브컬쳐 팬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 중심의 산업이라는 틀을 벗어나, 대중들이 즐겨듣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해 준 중요한 무대였죠. 이 이후 르세라핌의 코첼라, 뉴진스의 롤라팔루자, 레드벨벳의 프리마베라 등 케이팝 아이돌들이 다양한 해외 음악 페스티벌에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보며 저는 또 다른 새로운 트렌드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 페스티벌의 지형도가 많이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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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페스티벌의 과거와 현재의 헤드라이너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헤드라이너란 해당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서 마지막 순서로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로, 축제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카드입니다. 관객들은 헤드라이너를 보기 위해 하루 또는 페스티벌 전체의 티켓을 구매하기도 하고, 언론 역시 이들의 이름을 중심으로 페스티벌을 평가하곤 하죠.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단연 락밴드가 차지했습니다. 코첼라뿐만 아니라 글래스톤베리, 프리마베라 와 같은 세계적인 페스티벌에서도 락밴드들이 헤드라이너와 메인 라인업을 차지하곤 했죠. 일례로, 코첼라에서도 2013년에는 3일 내내 Blur, The Stone Roeses, Phoenix, Red Hot Chili Peppers와 같은 락 밴드가 헤드라이너였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3년엔 Bad Bunny, Frank Ocean, Blackpink와 같은 글로벌 팝스타들이 헤드라이너로 자리 잡았고, 힙합과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이렇듯 음악 페스티벌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대형 페스티벌들은 더 이상 특정 장르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대신,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섞어 하나의 거대한 음악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 씬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락 밴드와 아이돌이 같은 무대에 서고 공연의 소비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라인업만 무차별하게 섭외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락을 비롯한 음악 페스티벌 씬의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페스티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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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 페스티벌 씬 Health Check ✅ 2. 그들의 생존전략, 넓고 얕게 vs. 니치 3. 소셜 미디어와 Z세대가 만드는 페스티벌 경험의 변화
4. 유행을 넘어 문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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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페스티벌 씬 Health Check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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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은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전성기였습니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서울 재즈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르의 페스티벌이 확산되었으며, CJ ENM, 현대카드와 같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죠.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페스티벌 씬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COVID-19 팬데믹이 터지면서 페스티벌 시장은 한순간에 침체기를 맞았습니다. 2020년부터 3여년간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불가능해졌고,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으로 인해 대규모 이벤트가 전면 취소되거나 축소 운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몇 페스티벌들은 VR 콘서트, 유튜브 스트리밍 등의 디지털 대안을 시도했으나, 현장 경험이 중요한 페스티벌 특성상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23년 이후, 엔데믹과 함께 페스티벌 시장은 급격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대형 페스티벌들이 정상 개최되고, 일부 페스티벌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팬데믹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티켓 가격 상승, 지나친 상업화, 운영 미숙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도 합니다.
2014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3일권 정가는 18만 7천 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24만 원으로 약 28%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2000년부터 무료로 운영해오던 부산국제록페스티벌도 19년만인 2019년부터 유료화되었고, 2024년에는 3일권 기준 23만 2천 원의 입장료가 책정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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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가격뿐일까요. 현장을 찾은 관객들이 음악 축제보다는 광고판이 된 것 같다고 느낄 만큼 곳곳에 대기업 스폰서 부스와 광고 영상이 넘쳐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에 음악 페스티벌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섭외비, 무대 설치와 인력 운영 비용 등 필수 고정비가 계속 증가하면서 티켓 매출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연 한 건당 수억 원이 투입되기도 하고, 한 번의 실패도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구조 속에서 페스티벌은 스폰서 유치와 부가 수익 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관객의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는데, 주최 측은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죠.
코로나 이후 페스티벌 운영사들은 수익성 문제와 변화하는 관객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놓였습니다. 새로운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런칭되는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단순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어떤 페스티벌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시점에 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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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음악 페스티벌들은 특정 음악 장르에 충실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대한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팝, 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페스티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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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 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2010년대 초반까지는 록 중심이던 이 페스티벌은 팝 스타와 힙합 아티스트를 추가하고, 50:50 성비 라인업으로 타 페스티벌에는 없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어요. 올해엔 그래미 수상자인 사프리나 카펜터, 영국 팝스타 찰리XCX,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채플 론이 헤드라이너로 섭외되었습니다.
국내외 여러 대형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으며, 점점 더 멀티 장르 페스티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라인업이 발표되는 페스티벌을 보면 이름에서 ‘록’ ‘일렉트로닉’ 등 장르에 대한 언급은 빠지고 포괄적인 뮤직 페스티벌을 표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일부 페스티벌들은 장르 연성화의 흐름을 따르기보다 특정한 컨셉과 메세지를 강조하며 차별화된 니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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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철원에서 개최되는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입니다. 이 페스티벌은 단순히 음악 공연이 아니라 평화와 국경 없는 음악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동선이 철저히 구분되는 다른 페스티벌과는 달리 DMZ피스트레인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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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은 철원 지역 주민과 군인들에게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DMZ 페스티벌이 잠깐의 행사가 아닌 지역 주민들도 어우러질 수 있는 지속적인 축제로 이어지게끔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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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시는 2024년 시작한 아시아 팝 페스티벌입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을 주요 컨셉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 밴드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와 인도까지 포괄하는 아시아 음악의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해외 무대에 설 기회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해 신진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최 장소가 인천의 파라다이스 시티인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아시아 전역의 음악 팬덤을 고려한 입지 선정입니다. 뾰족한 컨셉을 가진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단순히 아티스트 섭외의 개념을 넘어 아시아 음악 산업과 글로벌 무대의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장르 또는 테마를 강조한 페스티벌은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교류 및 선순환 그리고 페스티벌에 대한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형성하는 데에 유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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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미디어와 Z세대가 만드는 페스티벌 경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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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라인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페스티벌에서 아티스트 섭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직접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일상화된 만큼 얼마나 대단한 아티스트를 모셔올 수 있는지 하나만으로는 사람들을 페스티벌 공간으로 끌어모으기엔 충분치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Z세대는 페스티벌을 단순한 음악 감상의 장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기록할 만한 경험의 장으로 소비합니다. Z세대는 팬데믹을 직접 겪으며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결핍을 크게 느꼈고, 엔데믹 이후 장소가 주는 특수한 경험을 더욱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무한히 볼 수 있는 공연 영상을 넘어서, 그 장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 요소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에서 매년 발표하는 빅데이터 기반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가 중심이 된 로컬 관광 의향은 Z세대에서 62.9%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합니다. 2023년 이후 중소도시와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한 로컬 힙 트렌드가 퍼지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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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은 이에 대응해 경험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더 그레이트풀 캠프는 양양의 백사장 캠핑장에서 다같이 캠핑을 하며 즐기는 페스티벌입니다. 기존 공연장 무대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관객이 자유롭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합니다. 또, 서핑, 요가클래스, 캠프파이어, 운동회 등 관객이 일부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해 페스티벌에 참여한 관객들이 음악 공연과 활동형 축제에 흠뻑 젖어들도록 경험 요소를 제공합니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가는 곳'이었던 페스티벌이, 이제는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순간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는 지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페스티벌이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니라, 감각적이고 공유 가능한 체험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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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한 공연 시장 속에서,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어떤 페스티벌이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관객이자 관찰자로서 여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봤지만, 하나의 페스티벌이 모든 니즈를 충족할 수는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각 페스티벌이 타겟하는 관객 규모와 그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경험의 깊이에 따라서 각각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형 페스티벌은 다양한 연령대와 관심사를 고려한 운영 방식이 필요합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페스티벌 문화를 경험했던 관객층이 이제는 장년층이 되어가고 있으며, 가족 단위로 페스티벌을 찾는 모습도 최근 들어 많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패밀리 존, 휴게 공간, 배리어프리 동선 설계 같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또한, 20대 관객층을 유입하기 위한 소셜 미디어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있습니다. 페스티벌을 처음 경험해보고 싶은 Z세대는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만한 경험을 찾습니다. 따라서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확산력이 곧 페스티벌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중소형 페스티벌은 대형 페스티벌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정 장르나 철학을 기반으로 한 페스티벌은 오히려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죠.
DMZ 피스트레인이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라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듯, 개별 페스티벌이 가진 이야기와 공간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라 지역성과 결합된 경험,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요소들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로컬 힙’ 트렌드 속에서 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페스티벌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락, 재즈, 일렉트로닉, K-POP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페스티벌이 시도되는 지금,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이라는 고민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질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음악 페스티벌이 단순히 유행하는 공간 체험을 넘어 일상에 자리잡은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계속 발전해도 사람들은 실제적 경험을 갈구합니다.
한국에서도 음악 페스티벌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자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해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미국의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일본의 썸머소닉처럼 국내와 해외로부터 사람을 끌어모으고 철학과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한국의 브랜드가 탄탄하게 자리잡을 그 날을, 페스티벌 씬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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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2014년 프리마베라 사운드에서 들은 Arcade Fire의 Wake Up, 15년 넘는 공연 관람의 역사 중 손에 꼽히게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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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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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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