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 이제 손 놓을까 고민 중이라면
나나 "카페인 줄이기 실천이 너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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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극장에서 무슨 영화를 보셨나요? 저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을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극장에 가보니 마블의 신작 영화가 걸려있더라고요. 마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기존 캡틴 아메리카의 자리를 이어받은 샘 윌슨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시리즈의 전작들에 비해 흥행 성적은 아쉽습니다. 작품 자체의 한계도 있겠지만, 마블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과거에 비하면 그 기세는 많이 약해진 요즘인데요. 오늘 레터는 국내 영화 시장을 중심으로 MCU의 근황을 짚어보고, 앞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행보에 대해 알아봅니다.
* 이하 <캡틴 아메리카 4>로 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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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의 폼이 아닌 MCU 2. 마블의 돌파구는 코믹스? 3. 관객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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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4>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34번째 영화입니다.(정말 많이도 나왔네요...)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발돋움하며 MCU는 국내에서 최고로 흥행한 IP로 자리 잡게 되었죠. 심지어 4번째 어벤져스 영화였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19년 개봉 당시 무려 <아바타>를 제치고 국내외에서 흥행 1위 자리를 차지했었습니다.
그런데 마블 영화의 위상은 모두가 알다시피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특히 국내에서의 입지가 많이 달라졌어요. 이번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4>를 단적으로 살펴볼게요.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에 개봉한 영화 중, 박스오피스 순위는 <미키17>(260만) , <히트맨2>(250만), <하얼빈> (210만)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캡틴 아메리카 4>는 165만 관객으로, 오컬트 영화인 <검은 수녀들>과 비등한 성적을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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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23년 이후로 개봉한 마블 영화들의 실적이 아쉬운데요. <더 마블스(2023)>,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2023)>는 각자 시리즈의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의 인기를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데드풀과 울버린>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이기는 했지만,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보니 변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고요.
MCU의 콘텐츠 영향력은 확실히 예전과 같지 않아졌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간략하게 짚어보자면, 우선 콘텐츠 자체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습니다. 2012년 당시 <어벤져스>의 개봉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았거나 마블 코믹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도 영화만으로 재미를 느끼고 팬이 될 수 있었죠. 폭발적인 인기 속에 ‘인피니티 사가(페이즈 1 ~ 페이즈 3)’는 마무리되고, 관객들은 그다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후 ‘멀티버스 사가(페이즈 4 ~ 페이즈 6)’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2021년 출범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완다비전>이 <닥터 스트레인지>의 후속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주요한 연계점이 되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혼란을 줬습니다. 해당 시리즈를 보러 간 관객에게는 그저 마블 세계관의 다른 작품일 뿐인 데도요. 이후 작품들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결국 MCU 콘텐츠는 그 자체로 관객에게 ‘숙제’처럼 느껴지는 인식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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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위해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졌습니다. © redd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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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극장에 가는 관객의 행태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관객들은 마블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팬데믹은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스케쥴뿐만 아니라 콘텐츠 소비 지형까지 변화시켰어요. 극장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오르면서 인상된 티켓값은 관객들이 ‘실패하지 않을 영화’, 혹은 ‘정말 보고 싶은 영화’ 딱 한 편만 고르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연이어 과거의 명작을 재개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 티겟값의 부담이 덜했던 예전이라면 여러 작품을 재미 삼아 다 볼 수 있었을 텐데요. 웬만한 OTT 한 달 구독료보다 티켓 가격이 비싸졌다 보니, 마블이 의도한 영화-드라마 간 ‘플라이휠’이 돌기 어려워졌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올 텐데, 굳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극장에 갈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오히려 <서브스턴스>, <콘클라베>와 같은 해외 독립/예술 영화나 국내 영화의 성적이 눈에 띄는 요즘인데요. 이는 단지 마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국내에서 해외 블록버스터 성적이 부진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합니다. 마블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이자, 유행에 민감한 한국 관객의 변화는 글로벌 영화 시장의 변화와도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을 것이고요.
"큰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그것조차도 이제는 뒤집어진 것 같아요.
관객층이 굉장히 어려지면서 오히려 이런 좀 장르 영화, 매니악한 영화,
(그런) 취향이 극장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 영화 평론가 김효정 (인터뷰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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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튜디오는 누구보다 이 이슈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마블의 행보는 방대해진 세계관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으로 보여요. 더불어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 기존에 팔았던 캐릭터 판권들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코믹스 기반 IP의 ‘근본’을 다지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지난 1월에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레트로한 카툰풍 작화로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선보였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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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마블 드라마에 견줄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빌딩도 좋지만,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마블이 추구하는 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 캐릭터들을 되살리면서도 기존 MCU 연계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거든요. 예전 작품들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흐름과 스파이더맨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서 나오는 시너지가 초창기 MCU 분위기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내부에서도 반응이 좋은지,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매년 새 시즌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해요.
더불어 마블 스튜디오는 인기 코믹스 시리즈인 ‘판타스틱 4’를 통해 프랜차이즈에 새로운 추진력을 얻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거의 10년 주기로 리부트되었던 판타스틱 4시리즈는 올해 여름 4번째 리부트를 시도하는데요. 실사화 시리즈의 흥행은 매번 실패해 왔지만, 원작의 팬덤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또다시 추진할 수 있게된 모양입니다. 멀티버스로 확장해온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확실히 좋아하는’ 무언가로 어필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더라고요.
당분간 MCU가 ‘판타스틱 4’를 주요 서사로 가져가려는 의도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어벤져스> 후속작 캐스팅을 통해 명백해졌습니다. 2026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둠스데이>에 아이언맨을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는데요. 그가 맡은 역할 ‘닥터 둠’은 판타스틱 4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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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개봉 예정인 판타스틱4 리부트 © 마블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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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2026년 ~ 2027년에 공개될 <어벤져스> 후속작들은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해당 작품들을 맡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going back to a central narrative라고 언급하며, ‘멀티버스 사가’로 확장되고 혼란스러워진 세계관을 재정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멀티버스 사가 이전의 설정을 다시 중심으로 잡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마치 기업의 구조조정 예고장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마블 스튜디오가 최근에 보여준 행보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마블은 최근 몇년간의 시도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코어팬의 마음을 잡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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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지금과 같이 영화-드라마 연계 전략이 지속된다면 관객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팬심을 넘어서지 못할 것 같아요. 디즈니의 실적이 매 분기 아쉬운 평가를 받는 와중에 그 전략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별개로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판타스틱 4’를 활용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캐릭터에게 이입하고,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팬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팬데믹으로 2020년에 마블 영화가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의 마블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안정적인 성적을 올렸었죠. 하지만 세계관의 확장을 의도했던 ‘멀티버스’ 설정은 그동안 관객들이 애착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관계성과 서사를 해체하고 말았어요.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20년이 되어가는 프랜차이즈 속 캐릭터 간 맥락을 이해하고 즐기기에는 이미 너무 오래된 시리즈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2019년에 개봉한 <캡틴 마블>의 Gen-Z 비중은 40%였던 것에 비해, 2023년 후속작 <더 마블스>에서는 19%에 불과했다고 해요. 페이즈가 거듭될 수록, 팬들도 함께 나이들었지만 그에 비해 새로운 팬의 유입은 적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어요.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지 않는 시장은 결국 고여서 도태되기 마련이죠. 그래서인지 기존 배우나 감독이 <어벤져스> 시리즈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전통적인 블록버스터에 대한 선호가 무너지고, 관객의 프로파일이 많이 달라진 지금 마블이 다시 잡고자 하는 ‘코어팬’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시점에 마블의 핵심 가치인 ‘코믹스’를 기반으로 방대해진 콘텐츠를 재정비하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방향성을 잃었을 때는 무엇보다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론이죠. 하지만 마블 코믹스의 근간은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비록 마블이 비교적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아 왔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국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미국 밖의 관객들은 ‘미국의 히어로들이 활약하는 모습’에 마음껏 설렘을 느끼기 어려워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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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의 스틸컷 © 마블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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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객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MCU가 런칭한 2008년 이후 관객은 변했고 세상도 변했습니다. 관성적으로, 혹은 기존 시리즈에 대한 애착으로 영화를 봐도 괜찮은 시대는 이미 지나갔어요. 이를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요. 더이상 영화 시장에서 '액션 블록버스터의 성공 공식'이 적용되지 않게 된 것처럼요.
그래서 MCU가 ‘잘 되는’ 방향성을 잡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어떤 한 작품이 흥행이 잘 되었다고 프랜차이즈 전체의 인기가 끌어올려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MCU의 입지는 대중성보다는 매니악한 팬들의 영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아마 계속 팬의 영역에서 보게 될 것 같지만요.)
작품을 보러 오는 관객의 시간과 비용 가치가 나날이 귀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올해에는 페이즈 5의 마지막 영화 <썬더볼츠*>와 페이즈 6의 시작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의 개봉이 걸려 있어, 마블에게 중요한 기점이 되는 한 해가 될 것 같은데요. 과연 MCU는 지난한 ‘멀티버스’의 악몽을 떨치고 새로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벤져스>는 과연 식상하지 않게 돌아올 수 있을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프랜차이즈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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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구독자분들께서 대체로 레터가 발송되는 아침 시간에 이 레터를 읽고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아침에 작업을 할 때 종종 즐겨듣는 뮤지션 HAIM의 신곡이 나왔습니다. 노래도 좋지만, 뮤비의 감각적인 분위기도 한몫하는데요. 2020년 Summer Girl 뮤비에서 보여준 추구미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 더욱 매력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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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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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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