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자기 객관화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 볼까요? 자기 객관화는 말 그대로 '자기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인데요. 심리학자 Tasha Eurich(타샤 유리치, 이하 유리치)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높아지려면, 두 가지 자기 인식이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한다고 해요. 하나는 자신의 감정과 가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이해하는 ‘내부 자기 인식’, 또 하나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는 ‘외부 자기 인식’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두 가지 자기 인식 간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즉, 내가 스스로를 잘 안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 영역이 균형 있게 발달해야 진정한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진다고 해요. 실제로 조직에서 완벽하게 자기 인식을 하는 사람은 약 10~15%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만큼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죠.
저 역시 제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하며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제가 생각한 대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럴 땐 어떤 사람의 관점을 믿어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건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까지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져 어렵더라고요.
유리치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단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맹점(Blind Spot)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고 해요. 맹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어떤 게 부족하고 어떤 게 충분한지를 판단하지 못하니, 필요한 피드백을 받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에서는 본인의 고쳐지지 않는 단점으로 인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게 되죠.
돌이켜보면 과거의 저는, 저의 한계를 모른 채 제게 오는 모든 피드백을 무조건 수용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사, 동료에게 받는 피드백 중 건강한 피드백과 불건강한 피드백을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저 자신을 몰아붙였죠. 불건강한 피드백을 진심으로 수용하다 보니 피해의식이 커졌고, 피드백을 아무리 수용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리곤 그게 마음의 병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리치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은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6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 비판적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째, 타인의 관점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셋째, 상황(“방 분위기”)을 읽어내고 메시지를 청중에 맞춰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넷째, 자신의 기여와 성과에 대해 과대평가(과소평가)한다.
다섯째,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여섯째, 성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는 타인에게 전가한다.
저도 한때 자기 객관화가 잘 안 되었던 사람으로서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의 특징을 위 여섯 가지 특징을 다음 네 가지 키워드로도 축약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과도한 인정욕구와 자의식 과잉, 책임 회피, 그리고 피해의식이요. 동료든 상사든 누군가와는 꼭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현대 직장 생활에서, 위의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과 꼭 협업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면… 인생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죠.
만약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리더가 있다면 어떨까요? 리더는 자신의 약점을 인식할 수 없으므로, 팀원들의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과소평가)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팀 내/외부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문제 인식이 되지 않거나 인식 하더라도 개선을 하지 않아 팀 성과를 저하하고, 팀 리더십 발휘에도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팀원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팀 리더가 피드백을 주더라도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문제가 개선되지 않겠죠. 커리어적으로 성장하기도 힘들고요. 이쯤 되니 자기 객관화는 팀 리더든 팀원이든 일잘러가 되려면 꼭 필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모든 직무에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겠지만, 저는 특히 제 직무인 PM(Product Manager)에게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 이유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간에서 일이 잘 흘러가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일이 뭔가 잘못되어 협업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문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저에게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지, 그것을 빠르게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알고리즘이 머릿속에서 착착 굴려야 해요. 문제 발견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갈등은 점점 극으로 치달아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문제를 빠르게 발견하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그것을 수용하고 개선하는 일은 맹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쉽게 하기 힘듭니다. 평소에 뼈를 깎는 (...) 자기 객관화를 하지 않으면 PM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뜻이죠.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