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불로장생약, 웰니스 산업
요니 "한국인의 한 해는 3월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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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의 유튜브 콘텐츠 시리즈가 연일 화제입니다. 그 중 붓기차 빼빼수를 판매하는 인플루언서 ‘슈블리맘’이라는 부캐를 연기한 영상에는 “이수지가 진짜 팔이피플이 된 줄 알았다”, “그냥 또 하나의 인플루언서 광고인 줄 알았다”는 댓글이 가득하죠.
영상을 보면서 공감하며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즐겁게 볼 수만은 없었어요. 저 역시 슈블리맘의 구독자들처럼 인스타그램에서 건강 레시피, 디톡스 비법, 식단 조절에 대해 다루는 여러 인플루언서 계정을 팔로우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며 종종 그들이 소개하는 제품을 따라 사 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옷이나 화장품, 생활 용품 광고는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건강 식품이나 건강 관리 용품은 어째서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구매하고 있었을까요?
2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시리즈 《애플 사이다 비니거》와 함께 이토록 일상에 침투한 웰니스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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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을 말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 2.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웰니스 인플루언서 마켓
3. 경계를 흐리는 마케팅, 규제로 선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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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호주 출신 인플루언서 벨 깁슨(Belle Gibson)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깁슨은 2010년대 초반 건강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운영한 젊은 여성 사업가로, 자신이 건강 요법으로 말기 뇌종양을 극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약물 치료 없이 클린 이팅(Clean Eating), 자연 요법만으로 병을 이겨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웰니스 멘토로 떠올랐죠. 하지만 2015년 그녀가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몇 년간의 사기극은 끝을 맺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웰니스 산업의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벨 깁슨은 자신의 암을 극복기와 그 비법이라 주장하는 건강 레시피를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고, 더 홀 팬트리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디지털 사업을 키웁니다. 유명해진 이후에는 건강식품과 웰니스 관련 기업들과 협업해 광고 수익을 얻고, 인터뷰나 강연을 기반으로 더 큰 명성을 쌓았죠. 벨 깁슨과 대립하는 등장인물 밀라 블레이크는 피부암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떠나 멕시코의 웰니스 센터에서 주스 식이요법과 생활 치료를 병행합니다. 자신의 극복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해 책을 출판하기까지 하고, 암 환자들에게 대체 의학 라이프스타일 전도사가 됩니다.
SNS로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어 강력한 신뢰 관계를 쌓고, 자신의 건강 비법을 전도하고, 광고와 강연으로 돈을 버는 이 모습, 어딘가 익숙하게 들리지 않나요? 벨 깁슨의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도입에서 언급한 슈블리맘 캐릭터와 같은 각종 SNS 인플루언서들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경험을 보여주며 상품을 팔고, 소위 사업가로 성장하는 모습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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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Wellness)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정서적 건강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는 웰니스를 “삶의 모든 측면에서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증진하려는 적극적인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웰니스 개념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의료 중심의 건강 관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팬데믹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웰니스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맥킨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산업은 2024년 기준 약 1.8조 달러 규모에 이르렀으며, 최근 10년 동안 5~10%씩 성장하며 연간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세는 웰니스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으로 자리잡아, 세계 각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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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웰니스 인플루언서 마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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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호텔의 웰니스 프로그램 참여자들 © For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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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는 웰니스 산업의 규모를 2022년 기준 5.6조 달러로 추산했는데, 이는 맥킨지가 제시한 1.8조 달러 규모보다 약 세 배 높은 수치입니다. GWI에서는 웰니스 리조트, 스파, 명상 센터, 고급 요양 시설과 같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산업을 포함해 웰니스 산업을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장기 휴가를 활용해 웰니스 리조트나 고급 스파를 방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수 주간 머무르는 형태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소비재 중심의 웰니스 산업이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연간 평균 휴가 일수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이며, 짧은 휴가와 바쁜 일상 속에서 장기 체류형 웰니스보다 일상에서 쉽게 소비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소비재 중심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에서 K-뷰티 및 건강기능식품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정책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한 것도 (중소벤처기업부, 2024) 한국의 웰니스 산업이 부동산·서비스보다는 소비재 중심으로 발전한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웰니스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과거 인플루언서 마켓이 주로 의류, 소품, 잡화 등의 제품 판매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홈뷰티 디바이스, 다이어트 보조제, 심지어 의료기기까지 판매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2023) 이는 단순한 소비재보다 웰니스 제품이 신뢰를 기반으로 판매되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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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제품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며, 체감할 수 있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소비자들은 웰니스 제품을 구매할 때 단순히 정보나 광고 뿐 아니라 실제 경험한 후기를 더욱 신뢰하게 되는데, 이는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며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과 맞아떨어집니다. “내가 직접 사용해 보고 효과를 봤다"는 메시지가 강력한 판매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CJ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얻는데, 특히 젊은 층에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SNS에서 노출되는 건강기능식품 정보가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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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를 흐리는 마케팅, 규제로 선을 만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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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건강기능식품 및 웰니스 제품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영역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신뢰와 경험을 앞세운 개인 브랜드 구축이 주요한 판매 전략이 되고 있죠.
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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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지금 불완전한 상태이고,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더 나빠질 것이다.
✅ 나도 당신과 같은 문제를 겪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나의 문제는 해결됐다.
✅ "이걸 구매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일부 제품들은 실제로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진짜 필요한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정말 더 건강해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점점 더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 걸까요? 위와 같은 전략은 사람들이 제품의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능보다는, 불안과 공감에 기반한 개개인의 증언에 더 의지하게 만듭니다.
웰니스 산업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문화가 되었습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이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고,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다이어트 보조제, 홈뷰티 디바이스 등의 웰니스 제품이 SNS와 유통 플랫폼을 통해 거의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간 한국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2022년에는 건강기능식품 영업신고 제외 대상 확대,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자의 교육 의무 완화 등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를 위해 추진되었지만, 부작용 문제와 소비자 보호에 대해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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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적발한 소비자 기만 광고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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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규제 완화 이후 건강기능식품과 웰니스 소비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부작용 사례나 허위·과장 광고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광고 범위가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과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들었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쿠팡, 올리브영, 와디즈 같은 유통 플랫폼 역시 웰니스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제품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제품의 광고 및 판매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광고 및 판매 주체도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웰니스 제품의 광고 및 판매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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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식욕억제제 사탕(Fit Tea Appetite-Suppressant Lollipops)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홍보했다가 규제의 철퇴를 맞은 사례가 있습니다. 다이어트 보조제가 실제로는 승인받지 않은 제품으로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되었고, FDA는 해당 제품에 충분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경고장과 함께 해당 제품의 광고를 삭제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규제는 미국보다 한층 더 적극적입니다. 유럽 연합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건강과 관련된 주장을 하려면 유럽식품안전청의 과학적 평가를 거쳐 승인된 문구만 사용할 수 있으며, 승인되지 않은 표현을 광고에 사용할 경우 벌금 부과 및 판매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건강기능식품에 영양 표시제와 허위·과장 광고 규제 정책을 적용하여 소비자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건강기능식품과 웰니스 소비재의 광고 및 판매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SNS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플랫폼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현재와 같이 소비자 기만 광고를 적발하여 단발적 제재만을 가하는 방식으로는 허위 광고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광고 및 판매 심의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유통 플랫폼 차원의 검증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광고와 판매의 주체가 웰니스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를 바라봅니다. 올바른 선을 그어주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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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벨 깁슨과 《애플 사이다 비니거》의 벨 깁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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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이다 비니거》시리즈의 결론은 무언가 시원찮습니다. 벨 깁슨이 어떻게 됐나 시청자들이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어디로 갔을까요? 왜인지 열린듯한 결말은 ‘벨 깁슨 사건’ 이후의 일을 상상해보게 만들죠. 벨 깁슨이라는 한 인물은 사건의 스케일 덕에 잘못이 폭로되었지만 웰니스 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큰 산업의 흐름 속에서 도드라지는 문제 요인 하나만 제거되었을 뿐 SNS를 통해 전파되는 웰니스 마케팅은 확장되어 가며, 대중들은 인플루언서의 메세지에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러한 흐름을 경계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규제와 플랫폼의 엄격한 판매 기준이 필요합니다. 정책을 통한 장기적인 정책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 2의 벨 깁슨이 나타날 것은 분명합니다. 웰니스 산업이 진정한 사람들의 웰니스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환경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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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백색 소음만 있다면 시장통에서도 집중력 MAX… 요새 이거 없으면 일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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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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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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