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하는 거예요? 여러분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코끼리 밥솥으로 유명한 ‘조지루시’가 떠올라요. 1918년에 일본 오사카에서 보온병 브랜드로 시작한 조지루시는 현재 일본의 가전제품 대기업으로 자리를 잡아 명성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렇게 오래된 브랜드라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로고를 몇 번 바꾸었을 법도 한데요, 현재의 로고는 1984년 일본의 디자인 회사 PAOS와 광고회사 덴츠가 개발한 이후로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하던 브랜드의 로고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니, 조금 신기하기도 한데요. 이와 달리 대부분의 브랜드는 오랜 시간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리브랜딩’을 시도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 들어 여러 브랜드로부터 들려오는 리브랜딩 소식은 거의 유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요.
오늘 레터는 지금 시대의 리브랜딩과 그 필요성에 대해 들여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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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브랜딩, 많이 들어는 봤는데 2. 브랜딩에도 유행이 있다면 3. 한 발짝 물러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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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여러 방식으로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로고 디자인, 키비주얼 등 다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고객에게 각인시키려 하죠. 그리고 브랜드도 마치 사람의 생애 주기처럼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치는 변화의 단계를 겪습니다. 이를 브랜드 생애 주기(Brand Life Cycle)라고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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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은 후, 기업은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브랜드 로고를 바꾸거나(renewal), 시장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재정의하거나(re-positioning),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강화(reinforcement)하는 등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취하는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브랜드가 변화를 선택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오늘 레터에서는 리뉴얼과 리브랜딩으로 단순하게 나눠서 그 의미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브랜드 리뉴얼은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와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메시지를 재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로고 리뉴얼이 가장 대표적일 텐데요, 쉽게는 뉴욕타임즈(NYT)의 로고 변화 히스토리를 그 사례로 볼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브랜드의 레거시와 고객층을 유지하면서 변화했기 때문에, 차이가 극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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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리브랜딩(re-branding)은 보다 총체적인 변화를 뜻합니다. 리브랜딩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로고나 브랜드명을 포함해 메시지나 핵심 가치, 타겟 고객까지 손보게 되는 포괄적인 개편이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브랜드의 슬로건이나 이미지를 새 시대에 맞게 고쳐 쓰는 것(Brand refresh)보다 한 단계 더 깊은 수준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이 리브랜딩을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 이미지의 개선입니다. 브랜드 자체가 오랫동안 생존해 와서 ‘노후화’되는 경우가 개선의 가장 주된 이유입니다. 20년, 30년 이상을 살아남은 브랜드들이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케이스가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시장 상황의 변화입니다. 인수합병이나 팬데믹 같은 거대한 시장 변화 등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 기업에는 항상 발생하니까요.
최근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리브랜딩 사례는 아무래도 코스메틱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변신입니다. 무려 2000년에 런칭된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브랜드로 20년을 넘게 국내외에서 사랑받아 왔지만, 한한령과 코로나19 이슈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니스프리는 오랫동안 고수해 온 제주도 기반의 브랜드 컨셉을 벗어나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브랜드 이미지의 확장을 모색하게 되었죠. (이는 앞에서 언급한 리브랜딩 사유를 모두 충족한다고 볼 수 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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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뿐만 아니라 제품 라인업, 매장 설계, 패키징까지 모두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오랫동안 함께해온 모델 윤아와 작별하고, 아이브의 장원영과 세븐틴의 민규를 메인 모델로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 노렸어요. 하지만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호의적이기보다는 ‘예전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탄탄했어야 말이죠.
브랜딩 성과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일이기에 당시에는 저도 판단이 어려웠습니다만 리브랜딩 공개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이니스프리의 실적은 그다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그동안 국내 뷰티 시장 내 경쟁이 워낙 치열해진 탓에 2024년 말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8%로 감소했거든요. 아무래도 리브랜딩이 실적 반등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리브랜딩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더 나빠졌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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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 성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최근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브랜드의 리브랜딩 소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의 변신을 꾀한 ‘당근’과 같이 사명 변경을 동반한 리브랜딩이 있었고, 작년 말 공개된 롯데리아의 리브랜딩은 로고 변경과 함께 제품과 매장에 변화가 있었죠. 다음 달에 공개 예정인 대한항공의 새로운 CI도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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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사이 리브랜딩한 브랜드들의 로고 © 에디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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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리브랜딩한 브랜드들에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로고들이 주는 느낌이 비슷합니다. 전반적으로 기존 디자인에 비해 단순해지고 색감도 더 뚜렷해졌어요. 동시에 새로운 비전(구체적으로는 브랜드마다 다르겠습니다만)을 추구하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분명 브랜드들이 각자의 상황과 이유로 리브랜딩을 실행했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그 결과물과 메시지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서 미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를 단순히 디자인 트렌드만으로 분석할 수는 없고요, 시장을 관통하는 사회의 변화를 먼저 살펴봐야 해요.
과거의 흐름부터 되짚어 볼까요. 2000년대 초 인터넷의 발전으로 소비 환경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브랜드들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입체적인 그래픽이 지배하던 90년대의 로고들은 웹 환경에서 눈에 띄기 어려웠어요. 테크 기업 중심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죠.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며 모바일 환경은 소비자들에게 일상이 되었어요. 이 시점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주목받으며 이들을 잡기 위한 브랜드 활동이 주가 됩니다.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도록 로고는 더욱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기업에게 더욱 과감한 리브랜딩이 요구되는 환경을 만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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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환경이 일상이 되면서 온라인 쇼핑과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급증했고, 동시에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 시대에 직면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큐레이션이 필요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요.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한눈에 들어오는 심플한 디자인과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해졌어요. 과거의 리브랜딩이 디지털 환경의 적응을 위한 변화였다면, 지금 시대의 리브랜딩은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리브랜딩은 기존의 브랜드 자산에 더해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작업입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새로운 가치는 결국 젊은 고객이 지향하는 가치고요.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는 것은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가 시각적으로 비슷해 보인다면 업계와 상관없이 지금의 시장은 ‘어떻게든 새로운(젊은, 해외의) 고객을 잡아서 생존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의 리브랜딩 릴레이는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 그리고 디지털 환경의 강세라는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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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이 지금 시대에 왜 중요해졌는지, 그리고 왜 최근 들어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케이스가 늘었는지에 대해서 시장의 변화를 통해 함께 살펴봤어요. 그런데 잠깐, 리브랜딩이 필연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리브랜딩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듭니다. 단순히 제품과 매장 리뉴얼 비용 문제도 있지만 내부 직원들의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고, 때에 따라 대행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며, 시장에 내놓은 후의 영향도 고려해야 해요.
그만큼 리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 즉 브랜드가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일입니다. 먼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 브랜드 메시지부터 재구축해야 하는 시점이 맞나요?
✅ 지금 필요한 것이 단순히 ‘새로운 이미지’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정체성’인가요?
✅ 브랜드가 유지해 온 장점과 레거시를 버리는 선택은 아닐까요?
로고를 바꾸고 슬로건을 새로 잡았다고 고객이 무조건 환호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브랜드 담당자나 업계인에게는 올드해 보이는 기존 디자인이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브랜드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의류 브랜드 갭(Gap)이 있습니다. 20년간 사용해 온 로고를 리뉴얼했지만 기존 브랜드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변화로 소비자 반발을 샀고, 결국 6일 만에 기존 로고로 다시 돌아갔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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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리브랜딩 후에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소비자도 언젠가는 수긍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새로운 것을 무조건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변화는 낯설고,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의 UI가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자꾸 바뀌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니까요. (담당자 입장에서는 계속 고쳐온 과정 때문에 괜찮아 보일 수도 있지만요...)
리브랜딩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기존의 가치가 있어야 개선점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여러 브랜드와 일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아쉬운 순간들은 주로 너무 쉽게 변화를 결정했을 때였어요. 단순히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리브랜딩 이전에 브랜드 자산부터 점검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결국 브랜드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해야 리브랜딩도 비로소 잘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브랜딩은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올 한 해 동안에도 여러 브랜드가 그동안 준비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변화하게 되겠죠. 봄이 오면 어떤 브랜드가 색다른 캠페인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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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최근 걸그룹 씬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신인, 키키(KiiiKiii)를 소개합니다.
3월 말 데뷔를 앞둔 이 신인 걸그룹은 정식 데뷔 전 뮤비 ‘I DO ME’를 깜짝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들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은 제가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스타일리스트 김소정 님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괜히 정이 가더라고요. 하나씩 클릭해 보는 맛이 있는 키키의 공식 홈페이지도 살짝 구경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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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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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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