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유튜브 다 믿지 말랬지"의 시대 안녕하세요. 에디터 움큼입니다.
상식이 상식같지 않은 요즘, 전 하루 종일 뉴스를 검색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상식들이 와장창 깨져나간 이후로 뉴스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없어서요😂
오늘 레터에서는 전 세계를 깜짝 놀래켰던 '계엄의 밤'에 활약한 유튜브의 '공'을 먼저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 유튜브 라이브가 어떤 언론 보도보다도 빠르고 생생하게 현장 상황을 중계했죠. 많은 국민이 상황을 파악하고 민의를 한 데 모으는 데 크게 기여한 유튜브의 공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계엄 선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게 된 유튜브의 '과'를 짚어볼 계획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 봤다고 추측하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이 해당 유튜브 채널 영상들을 즐겨 봤는가와 무관하게 실제 유튜브는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영상만 보다보니 극단적인 성향이 강화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과'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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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레터를 위해 사연을 모집해요 ]
어거스트와 보낸 2024년은 어떠셨나요? 어떤 이야기든 어거스트에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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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튜브의 공 - 누구나 전 세계에 송출 가능한 실시간 플랫폼
2. 유튜브의 과 - 자신이 믿는 것만 믿게 만드는 알고리즘
3. 우리가 민주주의를 믿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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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의 공 - 누구자 전 세계에 송출 가능한 실시간 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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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밤 10시 40분, 웬 이상한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속보] 尹, 비상계엄 선포 "내란 획책, 국가 사법 행정 시스템 마비"라는 뉴스링크였는데, 처음엔 정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한 30초 동안 속으로 '개꿀잼 몰카인가? 계엄이 내가 아는 그 계엄이 맞나? 근데 그 계엄이 갑자기 이렇게 선언됐다고? 그럼 그 계엄이 아니고 다른 계엄이 있나? 북한이 쳐들어온 거 아님?'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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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3분에는 카톡으로 이런 사진도 전달받았습니다. 국회로 들어가는 길이 경찰에 의해 막혔다고요. 이날 밤 내내 국방부 전경, 전차 사진,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든 모습 등 사진이 카톡방마다 퍼날라졌습니다. 그 어떤 뉴스보다도 빨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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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지인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국회 출입구가 막혔다', '원화값이 1,430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소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11시 7분쯤, 국회 진입 통제가 풀려 의원들이 국회에 진입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11시 20분에는 이재명 대표 등이 국회에 도착했다는 뉴스도 떴지만, 11시 30분에는 계엄 포고문이 나왔고, 이때부터는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하더라구요.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중략)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이 포고령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이 상식적이지 않은 계엄이 국회의원 표결을 거쳐 해제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계엄 포고령이 뿌려지고 군부대가 국회로 모이고 있으며 영등포 일대는 헬기 소리로 매우 시끄럽다는 소식까지 들려온 뒤로는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이때가 밤 11시 30분~40분쯤이었구요. 조금 뒤에는 아래와 같은 모 매체의 결기어린 공지 글도 돌아다녔습니다.
“<공지> 편집국원 여러분 내일부터 우리 편집국이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있게 됩니다. 기사 및 편집 검열도 받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저와 편집국 리더들은 중심을 잃지 않고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국장 및 에디터들의 지휘에 집중하시고 일시불란하게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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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봉 두드리는 우원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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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국회의원이 모일 수 있을지, 그래서 계엄을 해제할 수 있을지 가장 불안하고 긴장감이 높아진 때 제가 본 것은 유튜브였습니다. KBS·MBC·SBS나 종편채널, YTN·연합뉴스TV 같은 보도전문채널 등 수많은 방송국 등에서 국회 본회의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주고 있었고, 본회의 장이 아닌 국회 본청 안에서 계엄군과 대치하는 과정도 방송국은 물론 여러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줬거든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도 유튜브 라이브로 실시간 중계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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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 본관에 진입을 시도하는 가운데 국회 직원과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계엄군의 진입을 막는 모습입니다. 이 모습을 언론사 카메라 뿐 아니라 휴대전화들이 찍고 있으니 계엄군도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MBC 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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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일단락된 지금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성인이 스마트폰을 상시 휴대하고 있고, 일어나는 상황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는 물론 인스타그램·페이스북·X 같은 SNS를 통해 알릴 수 있으며, 특히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까지 가능한 유튜브 같은 플랫폼 덕에 이번 계엄 사태를 그날 밤이 지나기 전에 일단은 잘 막을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포털 뉴스, 카톡, X,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 등 거의 모든 사용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여 소식이 전파됐지만, 아무래도 있는 상황 그대로 영상으로 쏴주는 것만큼 현장감이 살아있는 게 없죠. 게다가, 다른 서비스들은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한 뒤 별도로 업로드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유튜브는 당장 촬영을 폭력으로 제압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그렇게 제압당하는 것마저도 송출이 가능합니다.
유튜브 실시간 중계 덕에 많은 국민들이 돌아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다급함을 느낀 분들께서 빠르게 움직여주신 덕에 국회로 모여 계엄군, 경찰 등과 대치할 수도 있었구요. 그리고 아마, 계엄군이나 경찰 분들도 계엄 그 자체의 불법성에 대한 우려를 했겠지만, 눈 앞에 들이대진 수십 수백개의 카메라 앞에서는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되셨을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유혈 사태도 없이 계엄을 잘 해제할 수 있었던 것 같구요.
그래서 외쳐봅니다 유튜브 만ㅅ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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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의 과 - 자신이 믿는 것만 믿게 만드는 알고리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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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만세를 속 시원하게 외칠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저는 지금 '유튜브 만세'와 '유튜브 너 때문에 다 망했잖아'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드는 혼란 상태입니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기습적인 계엄령 선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유튜브의 공은 굉장히 크다고 믿고, 다른 SNS의 기여도 굉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여론의 수렴과 민의의 소통이 이뤄지는 디지털 광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말입니다. 어쩌다 기습 계엄이라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는가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유튜브는 여론의 수렴이나 민의의 소통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져 있는, 의견의 교환 없이 수렴만이 이뤄지는 파편화된 디지털 골방의 끝판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수많은 원인 중에 유튜브도 영향을 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1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담화를 통해 밝힌 긴급 계엄에 대한 입장을 요약하면 대략 이런 것 같습니다. '민주당 때문에 국정 운영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계엄령으로 질서를 정상화해야 했다. 잠깐 군대 투입해서 질서를 바로세우려던 것이므로 이건 폭동도 내란도 아니었다. 또한 지난 총선은 정상적인 선거가 아니라 부정 선거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11%로 떨어진 지금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이런 생각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계엄 같은 무책임하고 불법으로 추정되는 지시를 내리는 것에는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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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한민국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어쩌다 이렇게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생각에 깊게 빠져들게 되었는가. 쉽게 말하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가 많은 독자분들이 고민하시는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는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요, 여러 매체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런 극단적인 믿음을 갖게 된 계기가 극우 유튜브 채널 시청일 것으로 추정(위 영상)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22대 총선 부정선거 같은 경우는 이미 선관위 자체 조사가 끝났으며, 검찰도 조사에 나섰지만 관계자 전부 무혐의로 결론났거든요. 다음은 이와 관련한 기사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법적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사전투표 조작이 입증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극우 유튜버들과 보수 진영 후보들은 지난 21대 총선 결과가 조작이라며 여러 건의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기각 판결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에는 22대 총선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며 선관위 관계자 5명이 고발됐지만, 검찰은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 대통령은 정말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했을까?', 뉴시스
어떤 분께서는 '대통령이 유튜브 좀 보면서 민심을 알아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진짜 증거가 있을 수도 있잖아? 당장 없더라도 부정선거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인데 말끔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냐?' 라고 물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를 뒤흔들 중대한 문제인 만큼 깔끔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미 대통령 본인이 수십 년 동안 몸 담은 검찰과 선관위 자체 조사를 통해 부정선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증이 이뤄진 상태이고, 대통령이 진짜 증거를 갖고 있었다면 깔끔하게 공개했으면 될 일이지 이렇게 느닷없는 한 밤 중의 계엄 선포로 해결하려 시도할 일이 전혀 아니죠.
남은 하나의 주장, '대통령이 유튜브 좀 보면서 민심을 알아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에도 아주 동의합니다. 대통령도 유튜브 좀 볼 수도 있죠. 그깟 유튜브가 뭐라고 보면 안되겠어요. 다만 문제는, 유튜브가 갖고 있는 확증편향 유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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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버블'이란,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자신이 보던 콘텐츠만 보게 되는 경향성이 강화되어, 자신만의 생각(Bubble)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 NBC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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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고도화된 추천 알고리즘으로 유명합니다. 시청자가 한 번 영상을 시청하면 이를 기반으로 △연령대 △지역 △성향 등을 고려하여 시청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영상을 다시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30대 남성이고 롤 관련 게임 영상을 자주 시청합니다. 그러면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이 시청한 영상 또는 게임 영상, 그도 아니면 봤던 영상과 비슷한 롤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자가 보고 싶은 영상을 따로 찾을 필요 없이 추천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보고 싶은 영상을 찾기 위해 굳이 검색 탭을 눌러서 따로 찾아보는 노력을 들일 필요 없이, 내 입맛에 맞는 영상만 착착 추천해주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알고리즘의 부작용입니다. 알고리즘이 최적화될수록 유튜브는 시청자의 기존 성향에 기반하여 비슷한 영상을 추천하게 되고, 시청자는 사회의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특정 성향 또는 특정 주장에만 갇히게 될 우려가 생깁니다. 이를 '필터 버블'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게 된다는 의미에서 '버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죠.
좀 고전적인 단어로 얘기하면, 언론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 효과라고도 부릅니다. 그 뜻은 필터 버블과 동일합니다, '보고 싶은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대로만 정보를 수용한다'는 말이죠.
윤 대통령이 꼭 유튜브에서만 정보를 습득하지는 않았겠지만, 저는 어쩌면 윤 대통령이 필터 버블에 갇혀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몇 유튜브 채널 이용자에게서는 필터 버블이 발생했다는 연구도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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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지난해 12월 진행한, '한국인의 유튜브 뉴스 이용과 확증편향성' 연구입니다. ©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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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발표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연구 '한국인의 유튜브 뉴스 이용과 확증편향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응답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20~30%대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다른 세대는 증가하다 꺾이는 양상을 보인 반면 60대는 조사기간 내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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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진보와 보수에서 유명한(?) 6개 채널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 결과, 약 23%는 일종의 '확증편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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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뤄진 이 연구는 당시 나름 편향적(?)이고 또 이름 좀 날린다는 채널 6개를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진보적 성향에서는 △알릴레오(유시민) △김용민TV △김어준의 뉴스공장 3개 채널을 선정했구요. 보수적 성향에서는 △신의 한 수 △펜앤마이크TV △홍카콜라(홍준표) 3개 채널을 선정해 분석했습니다.
6개의 채널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 96만명을 분석한 결과, 진보와 보수 모두 고르게 이용하는 경우는 5만 명 정도에 불과한 반면, 진보 또는 보수 채널만 편향적으로 이용하는 숫자는 대략 23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즉,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사람 중 편식이 심한 사람과 편식을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대략 5대 1에 가까웠다는 의미이죠.
물론, 96만 명의 이용자 중 23만 명을 제외한 다른 이용자들에게서는 이러한 경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연구의 저자는 유튜브가 꼭 한국 정치 지형에서의 확증 편향 성향을 심각하게 강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 96만명 중 23만명은 뉴스를 편식하는, 확증편향성이 나타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이 연구가 진행된 기간이 2020년부터 2022년 기간이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봤을 수도 있다고 지목된 채널은 위의 6개 채널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의 필터 버블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특정 언론은 못 믿는다, 특정 유튜브는 믿는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우리 관념 속의 누군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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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함께 포옹하는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제 검색능력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둘이 함께 찍힌 사진도 대략 이런 구도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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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연구를 추가로 소개드립니다. 앞서 소개드린 연구에 참여하신 분께서 교신저자로 참여하신 연구인데요, 제목은 '유튜브는 사용자들을 정치적으로 양극화시키는가? : 주요 정치 및 시사 관련 유튜브 채널 구독자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입니다. (궁금하시면 링크를 통해 원문도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원문 전체를 읽으시기엔 좀 긴 감이 있으니 요약해드리면,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앞선 연구와 비슷하게 △알릴레오 △김용민TV △김어준의 뉴스공장 △홍카콜라 △신의한수 △펜앤마이크 6개 채널을 구독하는 15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진보나 보수의 특정 성향의 채널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상대 진영에 속하는 정당이 이념적으로 보다 극단적이라고 인식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반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실제 정도보다 다른 당 지지자를 더 말이 안통하는 상대로 생각한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죠. 분배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를 실제보다 훨씬 더 분배정의에 치중된 사람들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실제보다 훨씬 더 부자들만 잘 먹고 잘 살게 만들려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유튜브 사용이 한국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와 정서적 양극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연구를 마쳤는데요, 조금의 상상력을 더해보자면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도 편향성이 강한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시청하다 야당의 정치적 성향을 실제보다 더 극단적이라고 믿게됐을지도 모릅니다.
실시간으로 거침없이 전 세계로 한국의 계엄 상황을 공유한 덕에 파국에 이르는 것만은 막은 유튜브의 공, 반면 사람을 필터 버블 속에 갇히게 만들어 극단적 의견만 수용하게 만들어버린 유튜브의 과. 우리는 유튜브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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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파트에서는 이번 계엄사태를 통해 바라본 유튜브의 공과 과, 빛과 어둠을 살펴봤는데요.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유튜브를 지금처럼 놔둬야해 아니면 바꿔야해?'라는 질문에 대한 제가 생각한 답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의견이 오가는 공론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고, 최대한 많은 사람(a.k.a. 국민)의 의견을 모아 제일 나은 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자는 거니까요. 그러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어느 의견이 더 나은 의견인지 공정하게 검증돼야 할 겁니다. 그래서 '자유'와 '민주'가 늘 함께 다닌다고 생각하구요.
그렇기에, 지금의 유튜브를 비롯한 SNS의 추천 알고리즘 문제는 반드시 도마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터 버블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우리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공론장에서 주고 받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목적 자체를 달성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극단적인 주장만 편식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는 아마 행복해지기 어려운 사회에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까지는 또다른 합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고도의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IT기업이고, 추천 알고리즘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만큼, 어느 선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제한해야할지는 굉장히 합의보기 어려운 사안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추천 알고리즘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고전에 나오는 말들을 인용하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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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대표 저서 ⟪자유론⟫. 번역은 책세상 버전이 좋아 추천드립니다. © 책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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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고전 ⟪자유론⟫을 번역하신 서병훈 서강대학교 교수님께서는 들어가는 말에 이런 말씀을 남겼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자기 확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라는 모순적 이중 구조 앞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중략) 정치적 자아에 눈을 뜨고 자신의 생각과 믿음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발아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귀한 토양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하나를 더 요구한다.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아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라,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기 생각에만 갇혀 있는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을 수 있을까요. '필터 버블'은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암초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단순히 필터 버블을 넘어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공론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누군가는 이렇게 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극단적인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는 상황 자체를 막으면 되는 것 아니야?" 뭐 가령 극단적인 유튜버들 양 극단에서 한 10개씩 쳐내버린다든지요. 저는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자유론⟫의 한 구절입니다.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한다면 그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것이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중략)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킴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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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에 절대 다수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의견이라고 해서 입 다물게 만든다면, 마틴 루터 킹 목사님도 흑인의 자유도 성취하지 못했을 겁니다. ©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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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막는 일이나, 필터 버블에 둘러싸여 자기가 보는 것만 믿는 사람이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많이 말하고, 많이 듣고, 많이 다투되 상대방을 잡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나아갈 방향을 합의하기 위한 토론. 지난하고 괴롭고 귀찮고 지겨운 그 과정 자체가 있지 않으면 '민주주의 체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피곤하게 합의해가는 과정은 우리나라가 탄핵 이후의 한국을 그려나가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41%)보다 "신뢰하지 않는다(51%)"는 응답이 더 높은 지경이니까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내기 위한 토론과 합의를 추구하는 모습은 기대보다는 아쉬웠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 과반을 넘어선 것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우리 사회는 이번 계엄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탄핵을 계기로 그간 높아져 오기만 한 불신의 벽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탄핵은 계엄의 끝일 뿐,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지는 않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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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움큼>의 코멘트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할 때부터 보려다 계기가 없어 못 보고 있었는데요, 이번 계엄령 선포를 계기로 뒤늦게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도 많지 않아서 걱정보단 부담스럽지 않더라구요. 계엄 이후 ⟨서울의 봄⟩을 다시 보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남산의 부장들⟩도 재밌게 봐서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에 있어요!
특히,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박통'은 정말 그 '박통'을 보는 것 같아서 내내 소름이 돋더라구요.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 배우가 '전두광' 역할을 너무 잘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링크로 드린 유튜브 영상의 베플도 재밌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내드리는 레터를 마지막으로 잠시 어거스트 에디터 일을 쉬게 되어 인사드립니다. 개인 신상 변화가 좀 있어서 레터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워져서요. 올해 5월 처음 인사드리고 지금까지 9건의 레터를 보내드렸는데요, 처음 썼던 ' 기자 때려친 썰 푼다' 레터나 최근 보내드린 ' '헉 누구누구 연예인 충격!' 뉴스가 양산되는 이유' 레터에는 특히 많은 피드백을 보내주셨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구독자 분들께서 보내주셨던 관심과 칭찬, 격려, 질책 모두 감사했습니다. 레터를 쓰면서 너무 즐거웠고, 바쁜 게 정리되는대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거스트 계속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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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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