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찰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지난 12월 3일, 대한민국의 역사에 잊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비상계엄의 선포에 법적,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습니다.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거리가 있겠지만, 오늘 저는 그동안은 당연하한 것이었지만 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발생할 뻔 했고, 어쩌면 모든 기본권의 근간이 될 '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레터는 정치적 이념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치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은 이번 레터를 쉬어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제관계, 경제, 문화를 모두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생각에 이번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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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레터를 위해 사연을 모집해요 ]
어거스트와 보낸 2024년은 어떠셨나요? 어떤 이야기든 어거스트에게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모아 연말 레터에 담아볼게요.
이야기를 보내주신 분들께는 어거스트 굿즈를 보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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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년은 걸어와 현재가 된다
2. '당연한 것'이 사라진다면
3. 지켜내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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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0일(현지시간),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여받는 자리였죠.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 재단 이사장은 연설을 통해 “올해의 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깊이 탐구한 작품에 수여됐다”며 “(한강의 작품은) 변화를 향한 열망만큼이나 나락은 늘 가까이에 있음을 보여주고, 인간 존재의 비극적 조건을 조명한다”라고 수상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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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여한 한강 작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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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인 엘렌 맛손은 한강을 위한 시상 연설에서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특히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의 일부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한강의 글에서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이며, 계속해서 움직인다. 잊는 것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며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한 걸음 내딛거나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힘도 갖고 있다. 빛이 사라져도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 위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아무것도 그대로 지나가거나, 끝나버리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그것을 과거로 묻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강의 작품 세계의 일부라는 평가를 던진 겁니다.
한강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이번 시상 연설에서도 거론된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개인들이 겪은 고통과 내면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작품입니다. 실존 인물인 문재학 열사의 이야기를 주요 모티브로 삼아 주인공 '동호'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당시 광주상고 1학년이었던 문재학 열사는 계엄군의 ‘상무충정작전’(전남도청 재수복 작전)이 시행되기 이틀 전인 5월 25일, 전남도청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유족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시위 도중 총을 맞아 사망한 초등학교 동창 양창근(16·숭일고1)의 시신을 발견했고, 친구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도청에 남았다가 계엄군에 의해 명을 달리했습니다.
문재학 열사의 이 사연은 ⟪소년이 온다⟫ 속 친구 정대의 시신을 수습하겠다며 도청에 남은 주인공 동호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소설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주며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대해 다루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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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작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고통과 내면에 대해 다루는, 문학의 사회적 의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소설가 현기영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대해 '망각에 저항하는 문학'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강의 소설에 대해 분석한 한 논문에서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 '집합적 개인들의 이야기로 재구성된 5・18 민주화 운동의 기억'이라고 평가하며, '중대한 공유기억을 전달하는 강력한 시학적 장치로서 기억 공유를 실행하기 위한 객체적 장으로 기능한다'고 묘사하기도 했죠.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직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보다도 ⟪소년이 온다⟫가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2016년에 진행되었던 해당 인터뷰를 통해 80년 광주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의 직접적인 인터뷰 문장 중 일부를 옮겨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5‧18 생존자들의 자살률이 11%라고 한다. 소설을 읽은 젊은 세대가 ‘광주는 조금 큰 촛불시위인줄 알았다’ ‘조금 다쳤다고만 알았는데 이렇게 잔혹했는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하더라.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정말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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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 한강, 2024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 '빛과 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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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한 지 8년이 지났지만 '1980년 광주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언급한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 양상은 달랐지만, 그때와 동일하게 계엄령이 전국으로 선포되며 해제되는 과정을 전 세계가 목격했죠. 그리고 노벨상 수상을 앞둔 한강 작가의 강연에 참석한 전 세계의 언론은 계엄 사태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한국 내 표현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겠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강 작가는 "언어에는 강압적으로 그걸 눌러서 길을 막으려 한다고 해도 잘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며 "그런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리고 이것은, 12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새벽 제가 생각했던 화두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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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12월 4일 새벽, 국회가 빠르게 소집되지 못해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못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난 2017년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보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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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문건 속에 포함된 포고령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계엄임무수행군의 임무수행을 지원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통행 및 이동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 다수가 제한되게 됩니다. 언론, 인터넷, 통신, 출판, 보도는 검열을 받아야 하며, 이는 사전검열을 원칙으로 운영됩니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막기 위한 조치로 온라인 공간을 포함한 인터넷, SNS상의 활동도 검열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비상 계엄 선포 후 발표된 포고령을 보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죠. 만일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제가 지금 작성하고 있는 레터를 여러분들이 읽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기본권을 제한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날 새벽 순식간에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언론통제가 일상화된 싱가포르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는,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사회에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사태가 조금은 다른 무게로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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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인민행동당 중심의 일당우위 체제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경제' 국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죠. 싱가포르의 방송은 미디어코프(Mediacorp)라는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데, 싱가포르 내의 지상파 TV채널, 라디오 채널, 엔터테인먼트 등 대다수 언론 관계 기업들이 이 미디어 그룹 아래에 속합니다. 이 거대한 미디어 그룹은 싱가포르 재무부가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는 국영 투자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로, 껍데기는 민간기업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관리 하에 있는 국영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죠. 이외에도 싱가포르는 주요 언론매체의 이사회와 편집자 등 주요 직책의 인사권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도록 하는 미디어 규제 법률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언론 통제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국내에 몇 안 되는 독립 뉴스웹 ‘더 온라인 시티즌(The Online Citizen)’을 강제로 폐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는 1974년 만들어진 싱가포르 신문출판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얻지 못하면 신문을 발행할 수 없는데 인가가 1년 단위로 갱신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허가가 없으면 언론사를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해 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언론의 자유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됩니다. 지난 2023년 국경없는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가 발표한 싱가포르의 언론자유지수는 129위로,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경제 발전의 모델이라고 자랑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혹평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통제는 비단 언론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소셜미디어에까지 싱가포르 정부는 영향을 확대하고 있죠. 지난 2022년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업체에 유해 콘텐츠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의 삭제 지시를 업체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71만5000달러(약 9억8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IMDA는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비롯한 플랫폼에 싱가포르 사용자들의 접속 차단도 지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X, 스레드, 블라인드, 커뮤니티 등에 작성하는 모든 콘텐츠와 댓글이 전부 열람되고 검열될 수 있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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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Independent Singap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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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가 없어도 경제적으로 풍족하면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저도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그 생각에 동의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자유를 통제받았던 사람'과 '원래 가지고 있던 자유를 뺏긴 사람'이 체감하는 것은 꽤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기조의 차이 없이, 거의 동일한 뉴스를, 그것도 전부가 아닌 일부만 공개한다고 상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한 정치, 사회적 뉴스보다는 오늘의 날씨, 일부 시민들간의 다툼 등 비교적 작은 이슈들을 위주로만 뉴스를 다룬다면요? A라는 언론사가 뉴스를 다루는 방식이 답답해서 B, C, D 등 다른 언론사들의 뉴스를 비교해보고 싶지만,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면요?
국가가 검열하고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소식만을 받아볼 수 있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가치관에 기반해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사회의 다양성은 제한받고 민주주의는 보장받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는지, 반대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 국민 여론은 어떤지, 그 사람들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느꼈던 답답함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출발했거든요. 어쩌면 우리들이 이토록 자유롭게 각자의 사상에 기반해 정치적인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커뮤니티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우리에게 언론의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견해나 사상, 가치관 등이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펼쳐질 때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질서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국제엠네스티는 표현의 자유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와 같은 다른 인권의 기반이 되며,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권리라고 말합니다. 또한 결사 및 평화적 집회의 자유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권리라고도 하죠.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외의 모든 기본권 또한 보장받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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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번 12월 3일의 사태는 약 6시간 만에 빠르게 마무리되었지만, 이런 사태가 언젠가 또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45년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한강 작가의 말처럼 '언어가 가지는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언론 통제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을지, 실제로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전적으로 침해당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앞서 있었던 비상계엄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죠. 실제로 이번 계엄 포고령이 배포된 이후 다수의 전문가들은 '언론 통제는 불가능'하다며 '(포고령의 내용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현재 한국의 상황은 45년 전과는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러나 실효성의 문제를 떠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죠. 언론노조를 비롯해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피디연합회 등 8개 언론 현업단체는 4일 자정께 긴급 공동성명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온 국민이 피로 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반 세기 동안의 역사적 성취와 6공화국 헌법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반민주, 반역사, 반자유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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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는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집중했지만, 사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시도하는 것은 크고 작은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 세계 520여명의 기자들이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에서 구금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에선 언론의 비판보도를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죠.
비단 해외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노벨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작품 ⟪소년이 온다⟫는 2014년 세종도서 심사에서 탈락했고, 2014년 런던 도서전과 2016년 파리 도서전 참가도 배제 지시를 받았습니다. 당시 진흥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에 줄을 쳐가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검사해, 사실상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하기까지 했죠.
당시 배경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있었습니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이 블랙리스트에는 소설가 한강, 영화감독 봉준호, 박찬욱 등 총 9,473명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주로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의 명단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국정 농단 특검 수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고, 문화예술계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로 남았습니다.
방식이야 다양하지만, 기본권이 침해받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속에서 개인은 어떤 일을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입니다. 어거스트는 언론사는 아니지만, 장문의 글을 통해 미디어와 사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뉴스레터의 에디터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실시간으로 속보를 발행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겠지만, 대신에 깊이 생각했으면 하는 화두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 사태에 대해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점에,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 한강은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주목된 이 순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켜내야 할 권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지켜져야 할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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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본질에 대해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한다. 언어를 다루는 문학 작품은 필연적으로 어떤 온기를 품고 있다.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나는 이 문학상을,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In the darkest night, there is language that asks what we are made of, that insists on imagining into the first person perspectives of the people and living beings that inhabit this planet; language that connects us to one another. Literature that deals in this language inevitably holds a kind of body heat. Just as inevitably, the work of reading and writing literature stands in opposition to all acts that destroy life. I would like to share the meaning of this award, which is for literature, with you — standing here together.
- 2024년 12월 10일,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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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Zoe>의 코멘트
계엄 후 찾아온 수많은 변화 중, 경제적 후폭풍에 대해 정리한 스브스뉴스의 영상을 끝으로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합니다. 오늘의 레터가 정신적 가치에의 침해에 대해 논했다면, 이 영상은 경제사회적 관점에서 계엄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침해했는지에 대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조금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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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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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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