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전략 안녕하세요, 에디터 하은입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드라마를 보시나요? 저는 최근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좋거나 나쁜 동재》를 보고 있습니다. 《비밀의 숲》에서 동재는 ‘느그 동재’와 ‘우리 동재’를 오가며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애증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었는데요. 그런 동재가 주인공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스핀오프 제작이 확정됐을 때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습니다.
《좋거나 나쁜 동재》 외에도, 꾸준히 국내외에서 다양한 스핀오프 제작 소식이 들려오고 있죠. 오늘 레터에서는 스핀오프의 의미부터 확장 방식까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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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핀오프란 무엇인가
2. 80년 전부터 사용되던 방송계의 필승법?
3. 이젠 마케팅도 스핀오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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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오프(spin-off)’는 흔히 대중문화에서 접하는 개념이지만, 경제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경제 분야에서 스핀오프는 기업 분할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일부 또는 특정 부문을 독립된 자회사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방식인데요. 주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기존 기업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2)분리된 자회사는 특화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하여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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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사업 부문을 분리하면 기존 기업이 떠안는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고요. 즉, 스핀오프는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성장을 높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 9월 말, eBay가 Paypal 분사 결정을 발표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애플페이 출시와 알리바바의 IPO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전자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였는데요. 일부 외신은 애플페이 발표 3주 후에 이뤄진 분사 결정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상거래와 전자결제 분야 각각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이처럼 스핀오프는 기업 운영 전략의 하나로 쓰이지만, 대중문화에서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대중문화에서 스핀오프란 기존 작품의 캐릭터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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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확장하는 방식은 스핀오프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 함께 자주 언급되는 프리퀄과 시퀄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프리퀄(Prequel) : 원작의 시간적 배경보다 이전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로 인물의 과거나 주요 사건의 배경을 조명하여 원작에 선행하는 내용을 보여줍니다.
- 시퀄(Sequel) : 가장 익숙한 방식일 텐데요. 전편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후속작으로, 일반적인 시리즈물의 기본 전개 방식입니다.
프리퀄, 시퀄, 스핀오프는 모두 원작에서 파생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개 방식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스핀오프는 본편의 특정 설정이나 캐릭터가 독립하여 원작과 분리된 새로운 서사를 구축한다는 점이 특징이죠. 다만, 최근에는 드라마·영화·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핀오프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여러 방식이 자연스럽게 섞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구분은 절대적이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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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 전부터 사용되던 방송계의 필승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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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계에서 스핀오프의 시작은 194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 NBC 방송국의 인기 라디오쇼 《Fibber McGee and Molly》(1935-1959)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던 ‘Gildersleeve’가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Gildersleeve’를 주인공으로 한 라디오쇼 《The Great Gildersleeve》(1941-1958)가 제작되었습니다. 방송 역사상 가장 초기의 스핀오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TV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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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Gildersleeve》 © IM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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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스핀오프 작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애니메이션 《호피와 차돌바위》(1967)입니다. 한국에서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작품은 《홍길동》의 캐릭터, 그중에서도 홍길동의 제자인 차돌바위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개봉 당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2021년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이 4K 디지털 복원을 진행하여 화질과 음향은 물론, 색 재현에도 주력하여 원본에 가깝게 재현된 영상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 복원 영상은 ‘한국애니메이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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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한 《호피와 차돌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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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 초반에 경제와 대중문화 분야에서 활용되는 스핀오프 개념을 살펴보았는데요. 용어의 쓰임은 다르지만,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80여 년 동안 스핀오프 작품이 꾸준히 제작되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이미 검증된 작품을 기반으로 어느정도 보장된 인기와 팬층을 확보할 수 있고, 그만큼 제작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관한 연구를 일찌감치 진행한 학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토드 기틀린(Todd Gitlin)은 저서 《Inside Prime Time》(1983)에서 방송 산업이 프로그램의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관련 저널에 따르면, 기틀린은 많은 방송국 대표와 프로듀서들을 인터뷰하며 방송 산업의 통제 메커니즘을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바로 스핀오프(spin-off), 모방(copy), 재조합(recombination)입니다. 스핀오프는 앞서 언급했으니, 나머지 두 가지만 간단히 짚고 넘어갈게요.
- 모방(copy) : 말 그대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의 형식을 따라하는 방식입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관찰 예능이 대표적인 예로 떠오르네요.
- 재조합(recombination) : 여러 프로그램의 인기 요소를 한 프로그램 안에 혼합하는 방식입니다. 버라이어티 쇼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노래, 춤, 게임, 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아 폭넓은 시청자층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40년 전의 연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요즘은 이 세 가지 방식이 필승법처럼 사용되며 독창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예능계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큰 서사나 사건 전개가 중심이 아니다 보니, 출연진이나 촬영 장소만 조금씩 바꿔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는 프로그램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한 예능 PD는“콘텐츠가 많이 쏟아지는 시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보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스핀오프는 실패 확률이 낮은 안전한 시도란 점이 장점이지만, 새로운 기획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PD들에게선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프로그램만 선호하는 기조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 방송계의 불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외의 콘텐츠(예능·시사교양·다큐멘터리 등)의 신규 제작이 전년 대비 20% 넘게 급감했습니다. 제작비가 높은 드라마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배우들도 작품이 무산되면서 일이 없는 상황에 대해 방송에서 우려를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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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드라마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배우 출연료로 지출되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선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든 실정입니다. 배우 류승수는"주연 배우 출연료가 치솟으면서 영화, 드라마 제작 편수가 반 이하로 줄었다. 1년에 120편을 제작한다고 치면 지금은 거의 50편 수준”이라며 어려운 업계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검증된 포맷의 활용은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자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스핀오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대표 시트콤 《Friends》는 종영 후 20년이 넘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하지만 여섯 친구 중 조이(Joey)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Joey》는 두 시즌 만에 폐지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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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s》의 핵심 인기 요소로 여섯 친구 간의 관계성을 빼놓을 수 없죠. 그러나 《Joey》에서는 주인공 조이가 연기 경력을 쌓기 위해 뉴욕을 떠나 LA로 이사하면서, 기존 친구들과의 관계성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Friends》에서 구축한 조이의 캐릭터성마저 크게 달라져, 팬들이 기억하는 조이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총괄 프로듀서였던 Kevin S. Bright는 'NBC가 조이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변경한 탓에 스핀오프가 실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스핀오프가 곧 보장된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매력적인 스핀오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작의 캐릭터와 서사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으로서 시청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스핀오프 외에 최근 눈에 띄는 전략으로, 유튜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후 TV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데요. MBC 웹예능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의 '청소광 브라이언'이 대표적인 사례죠. 방송계가 직면한 현실에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나 방향성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며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길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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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오프는 대중문화를 넘어 브랜드와 마케팅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식품 업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한데요. 기존 제품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맛이나 식감, 모양 등에 변화를 주며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초코파이는 출시 50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마시멜로 대신 초코, 딸기 크림을 넣어 나름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고, 그 결과 출시 2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5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이 외에도 동아제약의 박카스 젤리, 농심의 너구리 라면 등 장수 브랜드 제품들의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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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계의 스핀오프 사례로 맥도날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지난해 연말, 맥도날드는 스핀오프 브랜드 코스맥스(CosMc’s)를 론칭하고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코스맥스는 포장(To-Go) 전문 매장으로, 1980년대 맥도날드 캐릭터 중 하나인 외계인 로봇 ‘코스맥’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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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있는 주황색 캐릭터가 코스맥입니다 / ©McDonald's, © FOX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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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가 론칭된 이유는 음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입니다. 맥도날드 CEO 켐프친스키는 "오후 시간 음료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0조 원)에 달하지만, 맥도날드는 아직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맥도날드는 이미 맥카페가 있는데, 음료 종류만 추가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코스맥스의 주력인 커스터마이징 음료를 기존 맥도날드 매장에 도입할 경우, 주방 운영이 복잡해지고 서비스가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기존 메뉴도 많은 상황에서 커스터마이징 메뉴가 추가된다면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패스트푸드 매장의 운영 효율이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죠. 켐프친스키 역시 이 지점을 언급했습니다. (사담이지만, 이젠 추억이 된 맥도날드 초코콘 아이스크림이 떠오르네요. 아이스크림을 콘에 담고, 떨어지지 않게 잘 뒤집어서 초콜릿을 골고루 묻히고, 굳히는 일련의 과정이 효율성 저하로 단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맛있었는데.. 단종돼서 슬프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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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의 음료 중 일부 ©McDonal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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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이라 매장 수가 많지 않은데요. 일부 기사와 리뷰에서는 스타벅스와 비교했을 때 가격과 맛 측면에서 큰 메리트가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종류의 음료 가격이 코스맥스에선 5.5달러, 스타벅스에선 5.25달러라고 합니다.
코스맥스의 다음 행보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매장의 운영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도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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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아, 그거 뭐지? 답답해서 취재한 책'이라는 제목의 레터에서 구독자 대상 《그거 사전》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셨어요. 여러분이 적어주신 기대평을 읽으며 이벤트를 준비한 저희도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이벤트에 흔쾌히 응해주신 작가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거스트 X 그거사전 구독자 기대평 이벤트 당첨자>
김*상 님 (이메일 아이디 cgv***)
박*선 님 (이메일 아이디 ******park03)
빈*은 님 (이메일 아이디 (****dms22)
안*희 님 (이메일 아이디 dyd****)
김*준 님 (이메일 아이디 ***1870)
그나저나 이번 이벤트는 역대급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앞으로 종종 구독자 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해볼게요.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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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의 코멘트
제가 좋아하는 스핀오프 작품 중 하나인 《영 셸든》인데요. 시트콤 《빅뱅이론》의 스핀오프로, 주연 중 천재 과학자 '셸든 쿠퍼'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내일, 넷플릭스에 마지막 시즌 7이 공개될 예정이라 내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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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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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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