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스포티파이, 편집샵 경험까지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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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운김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2022년의 마지막 일주일이 벌써 찾아왔네요! 올해도 내년도 아닌 것 같은 이 애매한 한 주, 저는 보너스 주간만 같아서 그동안 미뤄둔 올해 개봉 영화와 드라마들을 볼까 해요.
오늘은 2022년 하반기에 주목한 각종 플랫폼 경험의 순간들을 풀어봅니다. 플랫폼별로 여러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어 웹으로 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우측 상단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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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연말 여행을 각종 온라인 플랫폼으로 떠난 마케터입니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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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1. 스크린 타임 도둑 2인조를 소개합니다 2. 추천 알고리즘의 재발견- 틱톡과 투명해질 결심
3. 추천 알고리즘의 재발견- 소통으로 완성하는 음악 취향
4. 큐레이션의 재발견- 방앗간 못 지나치게 참새 만들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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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스크린 타임을 어떤 서비스로 채우시나요?
제 스크린 타임은 콘텐츠 플랫폼과 커머스 플랫폼으로 가득 차는 편입니다. 수시로 바뀌는 추천 리스트와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배너를 누르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 버립니다. 몇 년 전까지 잘 쓰이지 않았던 ‘알고리즘’이나 ‘큐레이션’ 같은 단어들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가 만나는 플랫폼은 손가락과 커서가 닿는 곳마다 추천 알고리즘과 큐레이션으로 가득해졌어요.
온라인 플랫폼은 ‘추천 알고리즘’과 ‘큐레이션’이라는 일종의 필터를 거쳐, 상품과 콘텐츠를 정제된 상태로 전시합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지난 이력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선호도가 높을 것 같은 상품들을 우선 보여주는 개인화된 추천 방식이고, (좁은 의미의) 큐레이션은 흩어져 있던 상품들을 선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선보이는 매스 대상의 제안 방식입니다. 우리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하기 위해 알고리즘이 점점 뾰족해지면서, 둘 사이의 구분은 무색해진 감도 있어요. 하지만 알고리즘과 큐레이션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험이 다른 만큼, 오늘은 두 가지를 구분하여 플랫폼의 동향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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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알고리즘의 재발견- 틱톡과 투명해질 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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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알고리즘’ 하면 유튜브 피드의 끝없는 추천 콘텐츠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은 하루에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활발히 리프레시 되는데요. 사용자의 활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간혹 유튜브는 추천만 하고 난 보기만 한다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하지만 유튜브보다 짧은 주기로, 더 빠른 속도로 추천이 이루어지는 틱톡에는 조금 다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틱톡은 ‘영상이 추천된 이유(Why this video)’라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말 그대로, 피드에 올라온 영상이 어떤 이유로 추천되었는지를 사용자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요. i) 시청/좋아요/공유/댓글/검색 등 사용자의 플랫폼 내 활동부터 ii) 팔로우 중인 계정이나 팔로우를 추천하는 계정의 콘텐츠, iii) 거주 지역 내 인기 콘텐츠 등 추천 알고리즘을 짐작게 하는 이유들을 영상별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기능은 아직 상용화 전이지만, 플랫폼이 나서서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일이 흔하지 않고 틱톡 측에서 앞으로 관련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더욱 눈길이 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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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반영 전이지만, 앞으로 '추천' > '공유'에 추가된다고! (출처: TikT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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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틱톡이 이렇게까지 움직일 만한 대외적인 이유는 충분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관리 측면의 국가 안보 리스크를 꾸준히 문제 삼아 왔는데요. 지난 몇 주간 10개 이상의 주에서 정부 자산 기기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면서 정치적 규제는 완전히 무시하기에 어려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러시아 용병을 미화하는 영상이 추천된다는 보도나 10대 소녀 프로필로 진행한 알고리즘 실험에서 섭식장애를 두둔하거나 자해 관련 콘텐츠를 빈번하게 추천한다는 결과가 밝혀지며, 알고리즘의 윤리적 논란이 다시 한번 일었고요.
물론, 틱톡은 정치적/사회적 이슈와는 거리를 두고, ‘영상이 추천된 이유’ 버튼의 목적이 콘텐츠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사용자들의 자율권 때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추천에 대한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시청자가 자기 시청 경험에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비슷한 맥락으로, 올해 사용자들이 보고 싶지 않은 영상을 자동 스킵할 수 있도록 ‘관심 없음’ 버튼과 ‘키워드/해시태그 필터링’ 같은 콘텐츠 조정 기능을 신규 도입하기도 했고요.
진짜 목적이 무엇이든, 틱톡의 새 소식은 플랫폼 사용자가 알고리즘이 떠먹여주는 대로 시청하던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콘텐츠 추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는 참여자로 인식된다는 신호탄 같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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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 '관심 없음' > (위) '세부정보' > (아래) '해시태그 필터링' 할 수 있어요 (출처: TikT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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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사용자가 시청 경험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면, 경우에 따라 불완전한 알고리즘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도 나눠 가질 수 있으니까요. 적극적으로 관심 없음을 표하지 않았거나 시청을 하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갔다면 암묵적 동의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3년 알고리즘 세상, 적어도 틱톡에서만큼은 콘텐츠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더 투명해지는지, 암묵적 동의에 대한 접근은 달라지지 않을지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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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알고리즘의 재발견- 소통으로 완성하는 음악 취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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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인상 깊은 캠페인을 꼽으라면, ‘스포티파이의 2022 Wrapped 연말 결산’을 택하고 싶어요. 형형색색 비주얼이 지나간 뒤 하나 둘 밝혀지는 ‘나의 올해 음악 감상 패턴’은 통째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결산 콘텐츠였거든요.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연말 결산 콘텐츠가 있어,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올해 들은 음악 이야기로 빼곡했던 기억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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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스포티파이 연말결산 (출처: Spotif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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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번 스포티파이의 연말 결산을 통해서, 한창 일을 하는 제 오후 음악 무드는 ‘한류 음울한 심적 고통’이고, 어거스트 노동요로 듣고 있는 쇼팽의 녹턴을 잘 들었으니 쇼팽한테 고마움을 표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으며, 제가 새로운 음악을 찾아 나서는 ‘보물 발굴가’라는 기분 좋은 호칭까지 들었습니다. 진짜 제 취향인지 알고리즘이 만든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포티파이 경험에 다시 몰입하게 될 만큼 기억하고 싶은 킬링 포인트가 가득했습니다.
한편 이 캠페인을 통해서 추천 알고리즘과 사용자인 저의 상호작용이 그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것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상위 10% 이내에 들 만큼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고 재생시간도 길었지만, 서비스 만족도가 가장 높은 순간은 알고리즘을 거치며 더 뚜렷해진 제 음악 취향을 머릿속에 되새긴 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의 큐레이팅에 또 한 번 큐레이팅을 거치고 나서야, 맞춤 플레이리스트는 '진짜 내 음악 취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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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려고 캡처해둔 제 음악 취향입니다... (출처: Spotif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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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재생 데이터 없이도, 취향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신규 서비스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지난 여름 인디아나 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음악 추천 앱 ‘핫드롭(HotDrop)’ 입니다. 아직 iOS 베타 버전만 오픈된 시험 단계의 서비스라, 음악도 많이 없고 서비스 폭도 제한적이지만 컨셉만큼은 확실합니다.
핫드롭에서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장르의 ‘30초짜리 랜덤 음악 클립’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추천받은 노래 클립을 들은 뒤, 우측의 ‘X’나 ‘하트’를 클릭하여 선호도를 표현할 수 있고, 위아래로 스와이프 해서 다음 곡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 하단에는 이모지 버튼이 있어 곡에 대한 리액션도 선택할 수 있고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핫드롭의 인터페이스는 소셜 미디어와 데이팅 앱의 가장 중독성 있는 특징을 융합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틴더의 스와이프 액션과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틱톡의 피드 화면이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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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낯가리게 되지만, 한 곡만에 적응해버렸어요 (출처: HotDr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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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카이브가 충분하지 않고 언더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곡이 대부분이라 추천을 통해 취향을 재발견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추천받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표준적인 경험과 다르게 사용자가 직접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보니 추천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추천 콘텐츠 속에서 헤엄치는 것보다, ‘좋아요’나 ‘싫어요’로 직접 리액션을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모지를 눌렀나 확인하는 게 더 적극적인 취향 탐색 경험이니까요.
게다가 핫드롭은 곡을 업로드하는 아티스트가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하기 전 리액션을 확인해보기 위한 커뮤니티의 성격도 가집니다. 음악 스트리밍 화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핫드롭 경험을 더 신선하게 만들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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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론칭하면 가장 먼저 들어가 보고 싶은 '인기' 탭 (출처: HotDr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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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드롭이 정식으로 론칭하게 될지, 실험으로 남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라이브러리도 들을 수 있고, 인기 순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한 번 꼭 사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자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서비스는 못 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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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의 재발견- 방앗간 못 지나치는 참새 만들어버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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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보통의 큐레이션 경험을 생각해 볼게요. 오프라인 서점에서 많이 보이는 북 큐레이션의 경우, 한 가지 테마를 두고 여러 카테고리의 책을 모아 제안합니다. 집이 테마라면, 집 건축에 대한 기본서, 가구나 인테리어 제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도록,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담긴 에세이 등을 한 번에 모아두죠. 둘러보는 사람이 흥미를 갖고 책을 집어볼 수 있게 어떤 책은 세워 두거나 소품을 함께 배치하기도 하고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큐레이션 경험은 둘러보고 만져볼 수 있어서 큐레이터가 의도한 새로운 가치가 쉽게 와닿는다고 생각해요. 사물의 물성이 주는 힘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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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책 발전소의 북 큐레이션 (출처: 네이버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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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큐레이션은 직관적이지만 표준적이라고 느꼈던 적이 많았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신상 키워드와 클릭을 부르는 할인 소식에 (담당자의 의도대로) 눈길이 더 갔어요. 무얼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플랫폼에서 스크롤이 끝없이 내려갈 때면, 단조로운 흐름을 멈추고 다른 어플이나 페이지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플랫폼마다 전략과 타깃이 다르기에 어디가 좋고 나쁘다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제가 자주 방문했던 플랫폼들은 차별화된 경험 때문에 또다시 방문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큐레이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패션/라이프 편집숍 중 별안간 저를 참새로 만들어버린 방앗간 플랫폼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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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가 잘 보여서 좋은 EQL, 제품에 집중하게 하는 jente (모바일 어플 추천)
EQL은 국내 패션 기업 한섬 계열의 온라인 편집숍입니다. 셀렉이 개성 넘쳐서 오픈 초기부터 방문했던 곳인데요, 사실 EQL의 가장 큰 매력은 브랜드별 개성이 잘 드러나는 큐레이션입니다. 다른 온라인 셀렉트샵에서 선보이는 브랜드들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EQL에서는 무드와 성격을 전면에 노출하는 카피와 최소한의 키워드만을 사용하여,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합니다.
그 외에도, ‘스탭 위시 리스트’, ‘주말에 뭐 입지’와 같이 매거진이 아니라 패션 유튜브를 떠올리게 하는 큐레이션 콘텐츠도 다른 플랫폼과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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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즘 패션 유튜버들의 하울에서 자주 등장하는 국내 편집숍 젠테스토어(jente store)에서는 개별 제품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젠테는 다른 명품 플랫폼과 다르게 유명한 기본템보다 취향을 만족시키는 아이템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지나가는 패션피플한테 ‘그 옷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기분이 들 만큼, 상품 비주얼 증심으로 브랜드와 테마를 선보입니다. ‘아웃핏’ 탭에서 볼 수 있는 그 시즌의 착장들도 놓칠 수 없는 큐레이션 콘텐츠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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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부티크 같은 경험, Garmentory (PC 추천)
저는 스마트폰에 6개 정도의 해외 패션 플랫폼 어플이 있는데요. 큐레이팅된 장터를 표방하는 가멘토리(Garmentory)는 그 중에서도 아주 돋보이는 곳입니다. 3천 개 이상의 브랜드, 1천 개 이상의 로컬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하지만, 메이저 플랫폼들처럼 규모로 압도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로컬 편집숍 거리를 거닐면서 브랜드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같은 쇼핑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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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영역을 제외하면, 홈 화면에는 특이하게 제품이 직접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부티크/브랜드 추천, 시즌 테마 등 탐색 경로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고, 이를 클릭하면 부티크와 브랜드별 스토리와 상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상품도 ‘브랜드 워드 클라우드’를 두어 브랜드별 미리보기를 유도하는데요. 실제 오프라인 매장의 브랜드별 옷걸이대에서 옷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 같더라고요.
이러한 경험의 결과는 간단합니다. 모르던 브랜드와 부티크 중 맘에 드는 곳들을 추리게 되고, 다음번에 또 와서 진짜 구매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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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2023년 새해 첫 곡으로 어떤 노래를 들으실 건가요?
전 마음을 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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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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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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