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계에서 가장 핫한, DOOH 이야기
나나 "제법 따뜻한 가을인가 싶더니 바로 추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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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여러분, 최근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 가보신 적 있나요? 가을이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러 지난 주말 서촌이나 북촌 데이트를 다녀오신 분도 많을 것 같아요. 고즈넉한 경복궁 안을 거닐다가 광화문을 지나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도심의 풍경이 때로는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요즘 들어서는 도심에 세워진 빌딩들이 만드는 스카이라인에 눈이 가기보다는, 각각의 빌딩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들에 먼저 눈길이 가더라고요.
확실히 옥외광고에 대한 브랜드들의 관심이 남다르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주목받는 광고라고 하면 TV에 나오는 특정 배우의 영상 광고 중심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초대형 전광판에서 나오는 광고들에 대한 반응들이 일반 대중에게도 심심찮게 화제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은 나날이 성장세라고 하는데요, 오늘 레터는 디지털 옥외광고 (DOOH)를 중심으로 국내 옥외광고 시장에 대해 짚어보며 지금의 상황을 함께 이야기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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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의 풍경을 바꾼 전광판들 2.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3. 데이터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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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광고는 확실히 핫해졌습니다. 아니, 핫해진 지 꽤 오래입니다. 잠시 5년 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어 답답했던 2020년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 광장에 거대한 파도가 나타났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올 듯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은 금세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었죠. ‘웨이브(WAVE)’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이 미디어 아트는, 해당 영상을 만든 국내 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를 알리며 국내외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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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 광고가 송출된 전광판 ‘케이팝 스퀘어(K-POP)’의 영향력을 여러 광고주들에게 각인시키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광고가 보여준 파격적인 비주얼은 옥외 광고를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매체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캠페인이었습니다. 그 결과 이 전광판은 연말이면 광고 구좌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국내 대형 전광판 매체 중 가장 인기 있는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대형 전광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매체가 있습니다. 바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신세계 스퀘어, SHINSEGAE SQUARE)입니다. 이곳은 매년 연말 거대한 전광판을 활용한 크리스마스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저녁 시간 명동을 지날 때 전광판 주변에 모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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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신세계 크리스마스 영상 © 신세계 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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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1월 7일부터 크리스마스 영상을 공개 중이라고 하는데요. 아마 서울에서 명동 근처를 지나다 보면 이 광경을 직접 보신 분들도 제법 있으실 것 같아요. 기존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했었다면, 2024년부터는 아예 외벽 전체를 감싼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로 재설치해 평소에는 광고 매체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명품 주얼리 브랜드 등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고요.
해당 전광판은 농구장 크기의 3배 수준의 크기(1292.3㎡)로, 서울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옥외 광고 매체가 되었습니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명동 스퀘어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명동~청계천 등 관광특구 일대를 타임스퀘어와 같은 글로벌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최근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의 전광판도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쳤습니다. 지난 4월, 기존보다 훨씬 밝고 선명한 대형 전광판으로 교체하면서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광고들이 송출되고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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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 기존 전광판 / 오 : 리뉴얼 전광판 © 디지틀조선일보 / 서울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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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서울 종로구가 주도하고 있는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9월에는 KT 광화문 빌딩에 1,770㎡ 크기의 ‘KT 스퀘어’가 공개되었고, 10월 중순에는 동아일보 사옥을 감싼 3,000㎡ 크기의 ‘룩스(LUUX)’도 공개되었습니다. 기존보다 훨씬 거대하고, 밝고 선명한 LED 전광판이다 보니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광고들이 송출되고 있죠.
그런데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초거대 전광판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공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복궁과 인접한 광화문, 명동처럼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한 구도심 중심으로 화려한 옥외광고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반발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스레드나 X와 같은 SNS부터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광화문 전광판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모로 접할 수 있었는데요. 밤 시간에 광화문 주변을 지나면서 너무 눈이 부시다든지, 근처의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해친다는 반응들도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더 크고 화려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정작 광고가 나오지 않게 된다면 그저 검게 빈 화면의 흉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공감이 되었고요.
하지만 서울시는 오히려 이러한 옥외 광고를 더 확대하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가 준비하고 있는 ‘명동 스퀘어’ 계획은, 옥외광고 자유표시 구역 확대와 함께 2033년까지 10년간 3단계에 걸쳐 랜드마크 건물 16개에 LED 전광판을 세우고, 거리 미디어 80개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거든요. 도시 경관 개선과 관광 명소화라는 명목 아래,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브랜드 광고들이 서울의 풍경을 채우게 될 전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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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OOH 시장은 팬데믹 이후 꾸준히 성장세입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DOOH 광고 시장 규모는 5,464억 원 규모라고 하는데요. 팬데믹 때 크게 위축되었던 시장이 다시 빠르게 회복하면서, 전례 없이 어려운 광고 시장 속에서도 DOOH는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며 두각을 보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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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C 리포트 ‘2025 & 2026 디지털 광고 시장 동향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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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소비 심리와 외부 활동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며, 최근 몇 년 동안 경험 마케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죠. 팝업스토어나 체험형 전시가 그 수요에 응답한 것으로 이야기되지만, 광고 분야에서는 그 해석이 옥외 광고로 풀이된 것으로 보여요.
특정 시기 동안 공간을 점유할 수 있다는 옥외 광고만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그 점유에서 오는 압도감이 분명히 느껴지죠. 디지털과 모바일을 통한 광고는 스크린도 작고, 스크롤과 건너뛰기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DOOH는 물리적 공간으로 매개하기에 존재감이 다르고, 한 번 주목하기 시작하면 임의로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초대형 전광판 광고를 국내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시도하고 있어요. 앞에서 소개한 코엑스 K-POP 스퀘어로 새로운 타이틀을 알리는 등, 3D 아나몰픽 광고들이 SNS 상에서 바이럴되는 모습을 보면서 오프라인 매체도 온라인상에서 충분히 파급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광고주들도 확인했으니까요.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광고를 촬영한 영상이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을 통해 계속 퍼져나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꼭 압도적인 크기의 전광판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관련성 있는 매체에 세밀하게 노출하는 방식도 인상적일 수 있어요. 지난 8월 티머니와 애플페이의 홍보 캠페인은 레터에도 꼭 소개하고 싶은 캠페인이었는데요. ‘찍고. 탑승. 끝.’ 이라는 단순한 카피를 활용한 이 광고를 출근길에서 몇 번이나 마주했는지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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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교통카드를 찍고 내릴 때 단말기에서, 이동 중인 지하철 열차 안에서, 급기야는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을 지나며 해당 광고와 함께 도착 예정 버스 시간이 나오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매번 광고 캠페인을 운영할 때마다 상상해 왔던 모범적인 소비자 여정을 제가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옥외 광고의 활용 방식은 전략에 따라 무궁무진해요. 그래서인지 어쩌면 앞으로 광고 시장의 미래는 옥외 광고의 디지털 전환에 달려 있다는 소리가 괜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DOOH 비중이 40%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입했다고 하는데요. 아날로그 매체들이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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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는 가성비가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 매체의 역할과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TV와 같은 전통 매체에 비해 단기적으로 전할 수 있는 규모감과 파급력이 우수하게 느껴지거든요. 일상적으로 접하는 디지털 광고와 비교했을 때도 인지도와 신뢰도 면에서 차이가 있고요.
그러나 옥외광고는 매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확실합니다. TV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디스플레이 광고 등 기존의 미디어는 시청률이나 조회수 등의 퍼포먼스 데이터로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광고를 보고 반응했는지, 어떤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광고에 노출되었는지 디테일한 숫자로 그때그때 확인이 가능하죠.
한편 옥외광고는 이런 데이터를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고작해야 송출 횟수와 유동 인구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것이 전부예요. 지나가는 사람을 하나하나 붙잡고 이 광고를 봤는지, 보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 사람들이 지금 보고 있는 이 광고를 몇 번이나 봤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설령 조사를 하더라도, 그 데이터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오프라인 매체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변수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역과 동선 기반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 개별 타겟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인지하고 반응해 주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이는 옥외광고가 그동안 광고 매체에서 ‘메인 플레이어’로 인식되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 매체마다 사업자가 다르고, 광고 형태도 모두 다르기에 하나의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정의하기도 통합하기도, 실시간으로 성과를 확인하기에도 어려워요. 디지털 광고에 익숙한 마케터들에게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네이버의 새로운 광고 상품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네이버는 올가을부터 옥외광고 시장에 진출하며, ‘애드부스트 스크린(ADVoost Screen)’ 이라는 AI 기반의 DOOH 솔루션을 새롭게 출시했는데요. 네이버 광고 시스템을 통해 광고 소재 등록, 심의부터 데이터 리포팅까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해요. AI 기술을 기반으로 광고 소재를 디지털 캠페인처럼 최적화하고, 오디언스별 타겟팅도 제공이 가능하다고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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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그동안 옥외광고 시장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보여요. 기존에는 매체별 사업자가 파편화되어 있고, 상품 견적도 제각각이었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 대행사가 아니면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매체였으니까요. 그래서 기존에는 대형 광고주 위주이던 옥외 광고시장을 중소형 사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서비스 초기라서 옥외 매체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수 있을지, 매체별로 타겟팅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옥외 매체의 디지털 전환은 지금의 방향성이 맞다고 봐요. DOOH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기기가 최신 LED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옥외 광고의 효과성은 모호하고 어느 정도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옥외광고가 정말 ‘디지털’ 매체가 된다면 어떨까요. 지나가는 사람의 연령과 성별을 인식해서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거나,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자동으로 메시지를 바꾸는 등의 상상도 가능할 것 같아요. AR 글래스가 상용화된다면 같은 길을 걷고 있더라도, 동행인과 나에게 보이는 광고가 각각 다르게 노출되는 상황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싶고요. 어쩌면 그 이면에는 개인정보 보호 등 윤리적인 문제들도 함께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득 사람들의 삶마저 광고가 되어버리는 블랙미러 시즌7의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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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을 등에 업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인의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변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이 이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걱정되어요. 사실 도시가 항상 페스티벌처럼 화려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저 좋아하는 공간을 조용히 산책하고 싶을 때도 있고, 도심 속에서 평화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요. 그러다 보면 변화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의 모습에 사람들이 보내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공감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옥외광고는 이제 단순한 '광고'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좋든 싫든,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보다는 시장의 논리와 행정의 결정이 앞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서울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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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지난 10월엔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입장 시간에 맞추려고 반차를 내놓고 부랴부랴 공연장까지 달려가는 도중에도, 공연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업무 연락으로 정신이 없다가 티켓 절취선을 뜯고 입장해서 공연장에 들어서고 나서야 정말로 이 공연을 내가 보러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들더라고요. 그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또다시 오아시스의 명곡들을 찾아 듣고 있는 요즘입니다.
※ 이번 레터를 마지막으로, 저는 어거스트에서의 활동을 쉬어가려고 합니다. 2023년 1월 첫 레터 이후로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모쪼록 이번 레터도 즐겁게 읽어주셨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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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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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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