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의 미래를 꿈꿔야 합니다
구현모 "더 커다란 부귀영화만이 나를 구원해줄 거다.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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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통신산업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트럼프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과 BEAD 법안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변화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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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BBBA 속에서 보이는 요놈
2. 주파수 경매에 웃는 통신사와 통신탑 회사
3. 의심해도 확정적인 미래, 6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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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됐습니다. 바로 트럼프의 OBBBA입니다. One Big Beautiful Act, 한국어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불리는데 트럼프가 내세우는 여러 정책이 담긴 법률입니다.
한국 언론에서 비춘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감세 및 일자리법 : 감세 조치 영구 연장
- 중산층 및 가계 세금 감면 : 평균 연간 1,300달러 추가 감세
- 팁, 초과근무수당, 자동차 대출이자 소득세 면제
취임 초부터 강력하게 밀던 법안이었으나 논란이 많아서 쉬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선거 때부터 밀월 관계이던 머스크는 트럼프와 헤어진 이후 이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레퍼토리는 단순합니다. 감세 법안이 결국 미국의 재정을 부실하게 만들고, 부자들만 노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법안은 너무나 커서 몇 가지로 줄일 수 없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도 어쩌면 국소 부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FCC의 주파수 경매 권한 복구에 주목했습니다. FCC는 연방통신위원회인데요,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합니다. 다만 방통위보다 더 권한이 큽니다. 모든 주의 전기통신과 미국 국내에서 수발신 가능한 통신을 규제하고 관리합니다. 사실상 미국의 모든 민간 통신에 직접적으로 위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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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Spectrum Alli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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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는 무엇인지 짚고 넘어갑시다. 우리의 정보는 전자기파를 통해서 매개합니다. 친구들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부터 유무선 전화 통화까지 모두요. 이 전자기파는 ‘빠르기’에 따라 구분이 가능한데요, 이걸 주파수라고 합니다. 과거 라디오는 낮은 주파수를 사용해서 멀리 전달할 수 있었으나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적었습니다. 반면 5G는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고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주파수가 제한된 자원이라는 점입니다. 심심하면 늘어나서 마치 무한 자원과 같은 뱃살과 달리, 통신에 사용 가능한 주파수는 제한적입니다. 주파수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사용이 어려워서 특정 범위의 주파수만 실용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원을 국가 단위에서 관리하며, 경매라는 제도를 통해 할당합니다.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도 이 주파수는 국가가 경매하고 관리합니다. 단순히 시장에만 맡기자니 동일 주파수 사용으로 인한 간섭문제를 비롯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요. 특히, 전시 상황에서도 주파수를 이용해 통신하기에 국가 개입이 필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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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주파수 경매의 당위성을 알아보았다면, 이젠 왜 주파수 경매 권한이 복원되었는지 봐야합니다. 복원되었다는 뜻은 그 권한이 사라졌었다는 말이죠. 미국은 지난 1993년 법안을 발의해서 1994년부터 FCC가 일몰제* 형태로 주파수를 경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일몰제입니다. 국가 안보부터 상업적 활용까지 정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자원이기 때문에 이를 경매할 수 있는 권한도 엄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그래서 일몰제를 통해 의회가 이 권한을 주기적으로 심의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수차례 연장됐습니다. 허나 지난 2023년 의회가 이 연장에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이입니다. 양당은 주파수를 둘러싼 여러 이슈에 이견이 컸습니다. 주파수 관련 논의는 네트워크 투자, 망중립성, FCC 위원 인사 등 주요 통신 정책에 대한 입장을 수반하는데 여기서 의견이 갈리다보니 경매 권한 연장도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FCC 지나 손 변호사는 강력한 망중립성 옹호자이며 이로 인해 통신기업이 반발하는 인사였습니다. 공화당은 이 인사에 반대했고, 후보자는 결국 지명 후 사퇴했습니다. 이런 시국에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 시국에 합의가 어려웠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상원은 군사 및 공공용 주파수 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민간 통신 인프라가 확장할수록 국방 주파수 침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군사용 주파수 사용권이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게 경매를 붙이는 FCC의 권한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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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제: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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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FCC는 주파수 경매 권한을 잃었고, 트럼프는 이를 복원시켰습니다. 이유는 투자 유도 및 세수 확보입니다. 역시나 세상의 많은 문제가 결국 돈으로 귀결됩니다. 주파수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희소한 자원이니만큼 비쌉니다. 한국 기준으로 지난 2018년 통신3사가 5G 주파수를 총 3조 6,183억에 낙찰받았습니다.
미국의 주파수는 더 비쌉니다. 앞으로 경매에 붙일 주파수의 금액은 않았습니다만 FCC는 역대 경매 제도를 통해 무려 2,330억 달러(한화로 307조 원)의 재원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2,330억 달러 이외에도 주파수를 낙찰받은 통신사들이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약 6,350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었다고 하네요. 주파수를 받으면 활용해야 하므로 통신장비 구매와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기에, 이러한 경제 효과 추산은 타당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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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는 역대 모든 정권의 목표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리커버리 액트를 통해 미국의 인터넷망 접근성을 높이려고 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BEAD법을 통해 통신 인프라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트럼프 역시 맥락은 비슷합니다. 옛날부터 미국은 그 명성에 비해 통신망의 수준이 열악했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머스크의 스타링크도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AT&T와 버라이즌 같은 주요 통신사들은 이러한 정부의 인프라 확충 목표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FCC가 경매에 붙이고자 하는 주파수는 600MHz입니다. 전파도달거리가 뛰어나고, 건물 침투력이 우수합니다. 5G 네트워크의 중추이자 커버리지가 넓어서 농촌 지역에도 사용하기 좋습니다. 한 마디로 통신사가 좋아하는 주파수입니다. FCC는 이 주파수 가격을 약 880억 달러로 예상하는데요, 통신사들은 이 주파수를 낙찰받으면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600MHz 주파수를 활용하려면 전국에 새로운 5G 기지국과 안테나를 대규모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통신탑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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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통신사뿐만 아니라 통신탑 사업도 큰 수혜를 받게 됩니다. 미국은 특이하게도 통신탑을 통신사가 아니라 전문 통신탑 회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신 3사는 대부분 통신탑을 직접 소유합니다. 허나 미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통신탑 기업이 부지를 매입해서 탑을 세우면 이걸 통신사들이 임차합니다. 통신사 입장에서 메인 비즈니스가 아닌 통신탑의 소유, 관리 및 유지보수는 전문 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는 아메리칸 타워 (AMT)입니다. 통신탑의 부지를 사고, 그걸 통신탑으로 개발해서 통신사 등에게 사용권을 임차하는 리츠회사입니다. AMT는 1995년 라디오 회사의 자회사로서 통신탑 사업을 운영하다가 지난 2012년 리츠 회사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2005년에 미국 타워사업 2등 사업자를 인수하며 최대 사업자가 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남미, 아프리카 등 소위 개도국에 진출했으나 최근 들어 해당 지역의 자산을 매각하고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 들어서 데이터센터 리츠인 코어사이트를 인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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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은 '임대'입니다. 통신탑회사가 부지를 매입해 통신탑을 세우면, AT&T나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사들이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탑 공간을 임대합니다. 특이한 점은 안테나 등의 장치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은 통신탑 회사가 아닌 각 통신사가 직접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계약 조건도 안정적입니다. 일반적으로 5~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며 중도 해지가 불가능합니다. 임차인들의 재계약 선호도가 높아 임대 수입 안정성이 높습니다. 임대료는 연 3% 수준으로 고정 인상되거나 물가상승률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협의된다고 하네요.
수익성이 특히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초기 통신탑 건설 비용 외에는 추가적으로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둘째, 하나의 통신탑에 여러 통신사의 안테나를 동시에 설치할 수 있어, 각 통신사로부터 개별 임대료를 받습니다. 탑 하나로 여러 고객을 확보하니 수익성이 배가되는 구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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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OBBBA 법안 이외에도 이 통신탑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엣지 데이터센터의 확산입니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지연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점 사용자 가까이에 지어지고 있는데, 이를 '엣지 데이터센터'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과 통신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통신망 구축뿐 아니라 기존 네트워크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통신탑 사업의 지속적인 수요로 이어지죠.
실제로 AMT가 21년도에 인수한 데이터센터 리츠 코어사이트는 매년 10%씩 성장 중입니다. 코어사이트의 매출 비중은 AMT 전체의 10% 가량인데, 몇 년 전만해도 한 자릿수였던 것이 최근 두 자릿수로 올라왔습니다. 해당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규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은 완공 전 이미 임차 계약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6G의 상용화 준비입니다. 생각보다 미국 정부의 6G 타임라인이 빠릅니다. 2030년 상용화 목표로 달리고 있으며, 2025년에도 관련 법안 2개가 발의됐습니다(FCC 내에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은 초당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이 항상 통신 기술의 최초 상용화에 사활을 거는 만큼 2030년보다 더 빠르게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6G 네트워크 구축 역시 대규모 통신탑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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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C는 이미 6G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F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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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6G라고 하면 코웃음이 먼저 나옵니다. 여전히 5G가 안 터지는 지역도 많으며, 속도가 느려 터질 때도 많습니다. 5G를 원해서 쓰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4G 요금제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4G나 5G나 내 삶의 질을 바꾼 건 없어보입니다. 무엇보다 6G라는 상품을 내놓기 전에 보안 같은 기본이라도 제대로 갖췄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5G가 기대치에 비해 삶을 바꾸지 못했듯, 6G도 비슷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3G에서 4G로, 그리고 4G에서 5G로 넘어갈 때도 "꼭 필요한가?" 라는 회의론은 항상 나왔습니다. 좋든 싫든 인프라 사업자와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에 소비자는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6G 요금제를 쓰게 될 것이고, 이 6G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사업자들도 득실득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6G 상용화의 킬러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전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에서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이전까지의 통신 혁명과 달리 지금은 소비재가 불황 사이클에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여전히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서비스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이미 4G~5G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기기가 없습니다. 스마트폰 이외의 폼팩터는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습니다. AR글래스,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폼팩터가 시도됐지만 스마트폰의 아성을 넘지 못해 소비자가 6G의 속도를 체감할 만한 새로운 디바이스가 부재합니다.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더 강하게 6G를 요구합니다. 근본적으로 망의 혁신은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불러옵니다. 3G에서 5G로 넘어오면서 유튜브부터 넷플릭스까지 동영상 산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스마트폰을 넘어서 웨어러블 스마트 글래스까지 상용화되기 직전입니다. 산업계에서 꿈꾸고 있는 AI 로보틱스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와 자율 주행 자동차는 지연이 없고 상시 연결되어 있는 망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이 주장하고 있는 '피지컬 AI'는 범용 로봇을 뜻하며 이는 상시 연결되어 있고 과거보다 더욱 지연 없는 네트워크를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6G의 미래를 꿈꿔야 합니다. 트럼프의 OBBBA 법안이나 바이든 행정부의 BEAD 법안 모두 결정되어 있는 미래로 향하면서 마주하는 길목일뿐입니다. 결코 그 정책 자체가 변곡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며, 우리는 정책보다 6G에 집중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6G는 소비재 차원이 아닌 산업 영역에서 전인미답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무역부터 기술까지 넓은 전선에서 전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각각 6G에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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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근 5년 동안 만화의 신이 빙의했다고 생각한 작품은 이게 유일해요. 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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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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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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