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와 F1, 그리고 롤드컵까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최근 몇 주간 저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단순히 경기를 챙겨 보는 수준이 아니라, 경기 전후로 X와 스레드를 넘나들며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의 반응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 때문인지 유튜브 알고리즘도 어느새 야구에 점령당했는데요,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쇼츠를 무한정 보고 있자니 어느새 야구 광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참고로 무적LG V4를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있습니다!!😆)
비단 야구뿐일까요? LOL, F1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넘쳐나며 그야말로 행복한 2025년이었습니다. 오늘은 스포츠들의 역대급 흥행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던 2025년을 돌아보며, 이런 시대에서 브랜드들은 어떤 접근법을 가져가는 게 좋을지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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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야구, 롤드컵, 그리고 F1 2. 브랜드가 팬들을 사로잡는 법: 몰입 3. 스포츠의 시대, 더욱 중요해진 '관계의 설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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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습니다.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를 4승 1패로 제압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죠.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진행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만석이었고, 응원봉과 유니폼은 품절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시청률과 티켓 판매 수치가 야구의 인기를 증명했음은 물론, 경기장 밖에서도 여전히 그 열기는 뜨거웠는데요. '직관 인증샷'이 각종 소셜미디어의 트렌드 상단을 차지했고 응원가 합창 영상은 틱톡에서 5억 회 이상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팬이 경기의 소비자가 아니라 현장의 공동 제작자(co-creator)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응원 문구를 직접 공모해 공식 굿즈가 되는 사례, 현장 카메라에 잡힌 응원 문구가 소셜미디어에서 밈으로 확산되는 현상 등은 몇 년 전부터 많이 보이곤 했습니다. 팬이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경기가 종료되면 수많은 리뷰가 X와 스레드를 점령합니다. 당일 경기 영상을 재생산한 콘텐츠들도 수없이 생겨나죠.
덕분에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핫한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KBO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정규 시즌 누적 관중 수는 역대 1위인 1,200만 명을 훌쩍 넘겼고, 1982년 출범 이후 정규시즌 누적 2억 781명을 기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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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누적 관객 수치를 보여준 올해 프로야구 © K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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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잘 팔리는 스포츠 트렌드는 단순히 야구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롤드컵의 인기는 이미 전통적 스포츠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넘볼 수준이죠. 작년인 2024년 롤드컵은 최고 동시 시청자 수 5,000만 명, 분당 평균 시청자 수 3,30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급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중국을 제외할 경우 최고 동시 시청자 수 694만으로, 7년 만에 330% 이상 성장한 수치입니다. 올해 LCK 2025 플레이오프 시청 수 역시 200만을 훌쩍 넘기고, 누적 시청 수 2억 2,900만 시간을 넘기며 좋은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던 F1도 최근 들어 미국 MZ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의 미디어 그룹 리버티 미디어가 F1을 인수하며 '모두를 위한 콘텐츠'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발표한 이후, 소수 부자에게만 허용되던 관람 경험이 모두를 위한 것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죠. 기존에는 엄격하게 제한되던 대회 영상 사용 제한을 완화해 팬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했고, 자체 OTT 서비스인 'F1 TV'도 출시했습니다. 2019년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Drive to Survive)>도 한몫을 했고, 최근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 역시 흥행에 기여하고 있죠.
F1을 즐기는 팬 수는 8억 2,700만 명으로 2018년 대비 63% 증가했으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그랜드 프릭스에 직접 방문한 인원도 전년 대비 9~11% 상승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F1은 2024년 광고·티켓 판매·경기 중계 구독료 등으로 36억 달러(약 5조1,200억 원) 매출을 거두기도 했는데요. 프로 스포츠 중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시장 규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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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트렌드를 이끕니다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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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스포츠들의 성공 공식에는 공통적으로 '콘텐츠'가 있습니다. 단순히 경기장 내에서의 스토리와 콘텐츠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이 콘텐츠들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재생산하고, 확산하느냐에 스포츠 흥행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오늘날 스포츠 비즈니스는 팬들의 참여를 어떻게 수치화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단순한 시청자 수 대신 체류 시간(engagement time), UGC 생성량, 재방문 빈도, 구매 전환율 같은 지표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객의 충성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확산되며, 확산된 콘텐츠들이 다시 신규 팬을 유입해 대중적 인기와 결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LOL과 같은 e스포츠는 이러한 특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롤드컵의 경우, 한 장면이 클립으로 유통되며 발생하는 조회수, 광고 수익, 굿즈 수요 등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조회수, 상호작용과 같은 실시간 데이터들은 브랜드로 하여금 어떤 콘텐츠가 더 파급력이 큰지를 즉시 판단할 수 있게 하죠. 이런 실시간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10초짜리 클립 하나가 수백만 회 재생되면, 이는 기존의 전통적 광고를 손쉽게 대체할 정도의 브랜드 노출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이후 사라졌던 현장의 에너지가 이제 완벽하게 돌아왔고, 그 에너지는 다시 온라인으로 증폭되는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열기가 온라인을 움직이고, 온라인의 파급력이 다시 현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 순환의 한가운데서, 스포츠는 다시 한번 브랜드의 중요한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어떻게 팬을 현장으로 불러낼 것인지', 그리고 '현장 경험을 어떻게 지속적인 디지털 자산으로 확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때가 도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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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브랜드들은 팬들의 참여와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스포츠와의 협업 구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구단을 직접 소유한 브랜드뿐 아니라 스폰서십을 통해 스포츠와 협업해 마케팅을 펼치는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하죠.
특히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스포츠 잘알' 브랜드가 만들어 주는 이벤트들이야말로 더욱 가슴을 뛰게 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히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이나 스폰서십을 넘어 진정으로 스포츠를 이해하고 제대로 팬심을 저격하면 더더욱 큰 입소문을 탈 수 있는 거죠. 스포츠 마케팅은 결국 감정의 영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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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은 몇 년 전부터 'Pit Stop Challenge'를 운영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Pit Stop Challenge는 F1 경기 중 타이어 교체를 위해 선수가 피트(Pit)로 들어오는 순간을 재현한 건데요, 관객이 직접 타이어를 교체하며 스톱워치로 시간을 겨루는 이벤트였죠. 이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매년 높아지며, 2025년에는 아예 'Pit Stop Tour'를 만들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이벤트 우승자는 US Grand Prix 티켓 및 참석을 위한 경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었죠. 단순히 관람객이 아니라 '팀의 일원'이 된 듯한 감정을 경험하는 참여형 체험을 통해, 팬들은 더욱 스포츠에 몰입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들도 앞다퉈 F1을 겨냥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죠. LVMH가 대표적인데요. 지난 2024년 그룹 차원에서 F1과의 10년 장기 파트너십을 발표, 루이비통, 태그호이어, 모엣샹동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F1과 협업하도록 하며 시너지 창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25년에는 F1 호주 그랑프리를 위해 루이비통에서 제작한 특별한 그랑프리 트로피 트렁크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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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꿈꾸는 유니폼을 만들어봅시다! © 이프랜드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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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프랜드의 2023년 롤드컵 우승 기념 유니폼 제작 이벤트 역시 '감다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2023년 롤드컵에서 T1이 우승한 이후, 메인 스폰서인 SKT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팬들과 함께 기념하고자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통해 우승 기념 티셔츠 제작을 진행하는 이벤트를 운영했습니다.
기존 팬들은 선수들이 입던 유니폼 디자인 외에, 특별한 디자인을 판매할 것을 계속 원하고 있었는데요.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다른 스포츠들은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여러 디자인들을 판매해 굿즈처럼 유니폼 소장이 가능하지만, LOL의 경우 이 부분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팬들의 목소리를 SKT가 기가 막히게 캐치한 거죠.
팬들은 이프랜드 앱에 접속해 우승 기념 티셔츠 디자인 후보들을 확인하고, 투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최종 디자인에 직접 표를 행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T1의 상징색인 '레드'와 '블랙' 외에도, 선수들이 원했던 '화이트'와 '골드' 등 다양한 색상에 여러 가지 컨셉이 반영된 디자인 옵션들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 팬들의 의견을 실제 제품 출시에 반영함으로써 팬들에게 '우리가 직접 만든 유니폼'이라는 소속감과 만족감을 제공했습니다. 평소 팬들의 니즈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 이벤트가 '감다살' 이벤트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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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시대, 더욱 중요해진 '관계의 설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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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흥행의 공식이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제 브랜드의 역할은 '스폰서'가 아니라 '스토리텔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팬들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이야기들, 예를 들어 현장에서 터지는 응원, 경기 후 올라오는 리뷰, 커뮤니티 속 밈과 영상들 같은 모든 순간은 브랜드가 개입할 수 있는 서사적 인터페이스(narrative interface)가 되었습니다. 브랜드가 직접 광고를 제작하지 않아도, 팬이 만들어낸 콘텐츠 안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언급되고 소비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장기적인 관계의 설계가 브랜드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팬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단편적인 순간보다, 브랜드가 팬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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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선, '감동'의 순간을 잡아야 합니다. ©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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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다시 갈망하게 되었고, 동시에 그 경험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남기는 습관을 완전히 체화했습니다. 현장의 한 장면은 실시간으로 수백만 명에게 공유되고, 몇 초 만에 다른 이야기로 재가공됩니다. 이 빠른 순환 속에서 브랜드가 할 일은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스포츠는 브랜드에게 있어 단순한 마케팅 플랫폼이 아니라, '공유된 감정의 생태계(shared emotion ecology)'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팬들이 만들어내는 밈과 콘텐츠, 응원 문화는 이제 브랜드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생겨납니다. 중요한 건, 브랜드가 그 생태계를 존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의미를 남기는 일입니다. 이는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주목받는 방식이 아니라, 팬과 함께 주목받는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생태계 안에서는 기존의 마케팅 언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메시지보다는 팬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도달률보다 재참여율을 주목해야 하며, 노출보다 공감의 깊이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제 브랜드는 관중석의 확성기가 아니라, 함께 응원하는 팬 중 하나처럼 행동해야 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맥락입니다. 숏폼과 밈 중심의 시대에 빠른 반응만을 추구하다 보면, 브랜드가 남기는 정체성은 쉽게 휘발됩니다. 팬들은 이미 '즉흥적인 반응'과 '진정성 있는 동행'을 구분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브랜드는, 순간의 화제성을 쫓는 대신 맥락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레드불이 10년 넘게 ‘도전과 한계의 실험’을 브랜드 서사로 쌓아왔던 것처럼, F1, e스포츠, 야구, 음악 등 서로 다른 장르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핵심 감정선을 지켜내야 합니다. 결국 브랜드의 경쟁력은 이야기의 완결성에 있습니다. 한 번의 협업, 한 번의 이벤트로는 팬과의 신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경기장 안팎의 경험, SNS 콘텐츠, 오프라인 이벤트, 굿즈 등 수많은 접점이 하나의 브랜드 내러티브로 이어질 때, 비로소 팬들은 이 브랜드는 나를, 그리고 이 스포츠를 이해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은 팬이 주도권을 가진 첫 번째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시대에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야기를 독점하지 않는 것입니다. 팬이 만든 장면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순간, 브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더 오랫동안 사랑받게 될 겁니다. 스포츠는 여전히 경쟁의 언어로 읽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공감의 서사가 공존하죠. 그리고 지금, 그 서사 한가운데에서 브랜드들은 하나의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팬의 열광을 빌리는 브랜드인가, 아니면 팬의 이야기 속에서 함께 뛰는 브랜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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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Zoe>의 코멘트
오늘의 레터는 2025 월드 시리즈 관련 영상을 공유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월드 시리즈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LA다저스의 에이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였는데요. 시리즈 3경기 연속 등판해 3승을 거두며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투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런 야마모토의 연속 등판에 대해 '혹사당했다'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혹사가 아니라며 '야구를 향한 마음은 늘 혹사중인걸요' 같은 낭만적인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죠. 어쩌면 스포츠 팬들이 스포츠를 끊을 수 없는 건 바로 이런 순간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가짜보다 더 가짜 같은 '진짜'의 순간들을 공유드리며 오늘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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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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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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