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불 안나요 아마도
요니 "긴장 말아요 긴장 말아요 입 가리라니까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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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객원 에디터 요니입니다.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유통 시장의 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킨 것 중 하나가 버티컬 커머스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덧 국내 버티컬 커머스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버티컬 커머스의 특성상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올다무'를 중심으로 버티컬 커머스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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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향 딥다이브의 판을 깔아준 버티컬 커머스, 그 다음은? 2. 버티컬 삼대장 올다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방법 3. 가진 무기를 잘 써먹는 플랫폼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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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 딥다이브의 판을 깔아준 버티컬 커머스, 그 다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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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커머스란 다른 말로 카테고리 킬러라고도 하는데요, 특정 상품군에 집중한 전문점을 일컫습니다. 무신사, 지그재그, 오늘의집, 컬리 등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다이소, 올리브영 같은 오프라인 리테일 플레이어들도 카테고리 전문성을 강화시키는 버티컬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탐색과 발견의 즐거움을 만드는 사용자 경험, 좁고 깊게 딥다이브 하는 상품 소싱, 콘텐츠와 큐레이션으로 락인하기 등 소비와 전시를 통해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를 건드렸던 것이 버티컬 플랫폼입니다. 흩어져있던 고객들이 각자 관심사 버티컬로 모여 쇼핑을 즐기고 버티컬 커머스의 부흥기를 만들어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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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티컬 커머스가 유지될수록 수요를 더 많이 창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심이 덜해져 이탈하는 고객들이 발생하니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더라도 전체적인 볼륨을 더 키우기가 쉽지 않죠. 게다가 코로나 특수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불황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지갑도 다시 닫히고 있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취향이라는 이유로 화수분처럼 소비를 해대던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이제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시하는 실용적 소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버티컬 커머스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버티컬 커머스 침투율은 약 51.0%로, 이커머스 시장 전체 침투율(33.2%)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며, 각 카테고리 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패션 부문에서는 무신사와 에이블리 같은 강자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중소형 업체들은 폐업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티컬 시장이 무작정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산업 환경과 트렌드가 점점 더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다무’로 통칭되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는 계속 성장중입니다. 버티컬 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막는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세 버티컬 커머스, ‘올다무’는 어떤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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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컬 삼대장 올다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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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의 데이터로 만든 PB브랜드
패션 버티컬 1위로 공고히 자리 잡은 무신사는 자체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런칭해 기본 티셔츠 몇 가지와 슬랙스만으로 시작했던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무진장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단순 싼 제품으로만 인식되는 다른 유통사의 PB 상품들과는 달리, 무신사 스탠다드는 유니클로, 탑텐, 스파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SPA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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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탠다드는 패션 커머스 사업자로서 플랫폼에서 축적된 판매 데이터와 리뷰를 분석해 고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기본 아이템을 중심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생산과 유통 효율성을 극대화해 가성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브랜드를 성장시켜 왔습니다. 2025년 1월 기준 판매 중인 상품이 7천5백 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할 만큼 성장했으니, 다른 비교군에 대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무난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2년에 키즈, 2023년에는 스포츠, 2024년에는 뷰티와 홈을 연이어 런칭하면서 카테고리와 라인업을 종횡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는 와중에 그 전략의 기저에는 ‘무난하지만 제법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이라는 안전감을 충족해 주는 핵심 가치가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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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영의 MD력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카테고리와 인디브랜드
올리브영에 자주 가는 분이라면 매대에 올라 주목받는 브랜드가 꽤나 자주 바뀐다는 인상을 받으셨을 겁니다. 올리브영은 카테고리에 대한 판을 새로 짜는 프레이밍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하며 고객의 필요를 돋구는 방식으로 소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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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엔 대표적인 스킨케어 캠페인인 클린 뷰티, 슬로우 에이징을 필두로, 헤어·바디케어 제품을 셀링 하는 올스킨 올케어 캠페인을 통해 카테고리를 확장했습니다. 2024년 11월 신규 오픈한 혁신 매장 올리브영N 성수에서는 웰니스 에딧(Wellness Edit)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건강식품은 물론 건강 관리 디바이스, 슬립 케어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조립해 냈는데요. 올리브영은 2025년에는 웰니스라는 키워드로 점점 더 새로운 카테고리에 대한 고객 니즈를 키워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카테고리 캠페인은 올리브영이 추구하는 새로운 프레임에 맞는 중저가 인디 브랜드 육성과 함께 이루어집니다. 일소, 퓌, 무지개맨션, 어노브, 나르카… 수많은 중소 브랜드가 올리브영을 발판으로 덩치를 키웠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엄밀히 말하면 올리브영에서 개발한 것도, 단독으로 입점한 것도 아니지만 올리브영을 통해 고객들에게 처음 선보여집니다. 올리브영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새로운 카테고리 공략에 알맞은 브랜드와 상품을 계속 새롭게 발굴해야 성장할 수 있으니 쉬지 않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브랜드를 발굴해 냅니다.
전국 1,3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올리브영을 지나치게 됩니다. 올리브영은 매력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읍니다. 그들은 올리브영에서 제시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기획 제품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품을 소비하게 됩니다. 이미 시장 독점 지위를 가지고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새로운 관점의 MD 전략으로 인접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사람들의 필요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세컨브랜드의 가성비가 모멘텀이 된 다이소
생활 잡화점으로 시작한 다이소는 점점 다양한 카테고리를 갖추며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코스메틱, 패션, 취미 등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영역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며, 더 폭넓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다이소가 2023년 가을 출시한 VT 리들샷은 다이소의 성장에 하나의 모멘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리들샷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성공 사례를 보여주면서 브랜드들은 다이소라는 전 연령 오프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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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다이소에 입점한 딘토의 세컨브랜드 프렐루드 딘토(위), 리얼베리어의 세컨 브랜드 바이 리얼베리어(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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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다이소의 자체 제품은 저렴해서 기분은 좋지만 퀄리티에 대한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드는 뒷맛이 씁쓸한 소비가 많았다면 기성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되는 다이소의 세컨브랜드 제품은 그런 퀄리티에 대한 걱정조차 접어두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다이소는 기성 브랜드의 제품력을 활용하고, 브랜드들은 새로운 아이디를 검증하는 좋은 플랫폼으로서 다이소와 서로 윈윈 관계를 채택하게 됩니다.
그전까지의 다이소는 저렴한 생활 용품을 사거나 신기한 제품을 구경하는 장소로만 인식되는데 그쳤다면, 2024년은 취향과 선호가 개입하는 카테고리에서까지 충성도와 신뢰도까지 얻는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 가성비는 필수, 포인트를 주는 한 끗은 ‘브랜드’로부터
빠른 배송과 상품 다양성으로 승부하는 쿠팡, 미친듯이 싼 가격으로 유통업계에 큰 충격을 불러온 C커머스 (알리, 테무, 쉬인 등) 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지금.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과 차별성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그렇기에 이 세 플랫폼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가성비와 신뢰를 모두 충족시키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핵심 전략에 ‘무난하지만 괜찮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SPA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품질과 가성비를 내세워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품군을 지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새로운 카테고리 전략과 인디 브랜드 육성을 통해 소비자의 호기심과 욕구를 자극하며 브랜드와 상품의 연결점을 넓혀갑니다. 웰니스 에딧과 같은 새로운 프레임으로 건강식품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카테고리를 과감히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죠.
다이소는 기성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세컨브랜드를 선보이며 기존의 ‘가성비’ 이미지를 한층 더 신뢰감 있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특히 VT 리들샷과 같은 성공적인 사례는 다이소가 단순히 저렴한 제품만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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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올리브영, 다이소 세 브랜드의 지속 성장이 가능했던 공통된 이유는 각자가 가진 무기를 잘 활용하는 전략을 실행했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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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은 지난 7월 뷰티소품 PB브랜드 필리밀리의 세컨 브랜드 밀리를 출시했는데요. 쿠션 퍼프, 화장솜 같은 데일리 뷰티 소품을 합리적 가격에 선보인다는 기치로 총 13개 제품을 균일가 2천원에 출시했습니다. 계산대 앞에 매대를 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효과는 글쎄요. 다이소를 의식하며 내놓은 라인업임에 분명하지만 사실 다이소에서 비슷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올리브영은 밀리를 런칭한 이후에 저가 브랜드나 PB 상품을 추가로 출시하지는 않고 있네요. 고객 반응을 잘 읽는 올리브영 답게, 큰 호응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저가 라인업 전략을 재점검 해보는 중이겠지요. 감을 잡지 못하고 다른 카테고리로 가성비를 시도했다면 다이소에 휘둘린다는 이미지만 더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이소는 현재 천원, 2천원, 3천원, 5천원 상품만 선보이는 균일가 정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0월 헤럴드경제에서는 다이소의 가격 정책에 최대 1만원 상품 라인업이 추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다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격 상한 5000원은 다이소의 정체성”이라며 “1만원 제품군 추가는 사실무근이다. 검토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하지만요.
점심 한 끼에 만원이 넘어가는 고물가 시대라지만 다이소에서 1만원 제품이라니요. 5천원의 다이소가 잘 할 수 있다 하더라도 1만원의 다이소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지금의 5천원 정책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에 다이소가 더 빛날 수 있는 것이고, 다이소가 그걸 잘 알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플랫폼이나 브랜드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면서도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합리적이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구매를 선호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과 발견의 기회를 주는 브랜드에 마음을 엽니다.
버티컬 커머스가 한때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가격과 브랜드를 모두 잡는 방향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기존 강점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잘하는 건 더 잘하고, 그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합리적으로 확장해가는 모습, 이것이 앞으로의 성공 공식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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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요새 푹 빠져있는 느좋 랩퍼 Doechii의 타이니 데스크 영상입니다. 귀를 가득 채우는 밴드셋 연주와 도이치 팀의 퍼포먼스가 예술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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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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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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