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혼자가 익숙한 시대 안녕하세요, 에디터 하은입니다.
개천절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공휴일을 비껴가 금요일에 인사드립니다.
이번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뜻밖의 샌드위치 휴일이 생겼죠. 덕분에 휴가를 3일 쓰면 일주일을 쉴 수 있어서 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여러분은 여가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신가요?
불과 10~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혼자’가 외롭거나 눈에 띄는 모습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 중 하나가 되었죠. 오늘 레터는 현대 사회에서 ‘혼자’라는 행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 2주간 혼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약간의 사담으로 이 경험도 나눠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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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0만 명이 혼자 사는 시대
2. 혼밥이 눈에 띄는 시절이 있었다니
3. 혼자인듯 혼자아닌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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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우리나라 1인 가구 수가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행정안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는 전체 가구의 41.8%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다섯 가구 중 두 가구가 혼자 살고 있는 셈이죠. 1인 가구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기 시작했으며,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통계는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가구가 분리된 ‘1인 가구’를 포함하여 집계하기 때문에, 혼자 거주하는 수를 집계하는 통계청 수치보다 높게 집계됩니다. 참고로, 2022년 통계청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34.5%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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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급증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이혼율 상승, 고령화로 인한 노인 단독가구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1인 가구 안에서도 주거 유형·경제적 상황·연령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뉘며, 이들이 직면한 사회적 과제와 변화 역시 각기 다릅니다. 오늘은 이러한 유형과 배경을 자세히 다루기보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어떠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2007년,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진행된 싱글경제학(The Single's Economy) 세션 중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도시를 지배하고 형성하는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30대 싱글들이며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좌우할 것’ 이라는 발표에서 솔로 이코노미의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2012년,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저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솔로 이코노미'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 이 개념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고,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 주체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결혼하지 않은 20~30대 싱글'의 증가로 인한 단순한 트렌드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여러 요인으로 인해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경제력을 갖춘 40대 이상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즉, 현대 사회에서 '솔로 이코노미'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나홀로족·혼코노미·싱글노믹스·싱글슈머 등의 신조어가 꾸준히 생길 정도로 1인 가구의 시장과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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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다인 가구 형태와 상관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상도 보편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변화들이 체감되시나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 의식주(衣食住)가 있죠. 개인적으로 이 중 가장 큰 변화가 체감되는 건 식(食)인 것 같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혼밥'은 지금처럼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친구가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부 사람들 사이에는 존재했던 것 같아요. 식당에서 혼자 먹자니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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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레벨 테스트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혼술'이라는 단어가 너무 친숙한데, 당시에는 최고 난이도였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다들 체감하시겠지만, 이런 건 이제 다 옛날 이야기죠.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대학가 인근 매장 중심으로 뷔페 레스토랑의 1인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사례로, 뷔페식 레스토랑 ‘애슐리퀸즈’ 홍대점은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에 1인 방문객이 약 22% 증가했습니다. 피자 뷔페 ‘피자몰’도 같은 기간 대비 1인 방문객이 11% 증가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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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에 이어 여가 생활을 살펴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여가활동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여가활동은 TV 시청입니다. 이 시간을 혼자 보내는 비율이 50.5%로 가장 높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비율은 3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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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케아의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Life at Home Report)'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 중 40%가 '집에서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답했으며, 전 세계 응답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혼자'는 더 이상 외로움이나 고립의 의미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며, 즐거움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편안히 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죠. 특히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달라 의견이 안 맞거나 다툴 때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한번 자취를 시작하면 본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꽤 많이 들리더라고요···).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선호한다는 결과는 사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통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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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떨까요? 여행 플랫폼 ‘트리플’의 데이터에 따르면, 혼자 여행을 계획하는 비율은 9.1%로 10명 중 1명이 혼자 여행을 떠나는 셈입니다. 여가 활동 중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비율이 비교적 낮은 편이고, 호불호가 꽤 극명하게 갈리기도 합니다.
저는 얼마 전 2주 동안 스웨덴과 덴마크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만 2주를 오롯이 혼자 다니진 않았습니다. 현재 친언니가 영국에 거주 중인데요. 비교적 거리가 가까워서 언니가 여행지로 찾아와 주었고, 여행 막바지 이틀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12일간 혼자 다녔네요.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낯도 가리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동행을 구할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심심하면 심심한 대로 다니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떠났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 많았는데요. 이번 여행에서 저에게 가장 의미가 컸던 생각 두 가지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 혼자라는 즐거움과 함께하는 즐거움
먼저, 혼자 다니는 동안 저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다고 느낀 것엔 시간을 더 쏟고, 별로인 건 과감히 패스하는 등 일정을 오로지 나에게 맞춰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혼자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북유럽은 저에게 정말 신기한 것 투성이었는데요. 몇 발자국 가다가도사진을 찍으려 다시 멈추는 등 이렇게 작은 행동부터 일정까지 혼자만의 속도로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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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스톡홀름의 지하철입니다. 어떻게 지하철이 이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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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행 막바지에는 언니와 합류했는데요, 혼자 다닐 때도 부족함 없이 즐겁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가장 큰 차이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혼자서는 모든 것이 제게 달려있으니 온종일 길을 찾고, 영어를 못 알아들을까 봐 긴장하며 듣고 말하고··· 이처럼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부담을 함께 나눠서 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 느낀 점을 주고받는 즐거움도 있고요. 여행 막바지여서 이런 경험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만,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잖아요. 앞서 언급했던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출간 3년 후, 한 인터뷰에서 '솔로 이코노미는 단순히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과들의 관계를 맺고 살자는 뜻'으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2) 꼭 여행에서만 하라는 법 있나요
‘유럽 여행 가면 일주일에 몇백만 원을 쓰는데 안 행복한 게 이상한 게 아니냐, 한국에서도 그만큼 돈 쓰면 행복하다.’라는 류의 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죠. 그런데 이 행복이 꼭 돈과 직결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미술관이 있고,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저는 미술에 관심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로 잘 가지 않았습니다. 모순적인 행동이고 핑계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그렇게 시간이 흐지부지 흘러가더라고요. 그런데 여행만 가면 입장료가 비싸더라도 꼭 여러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제 모습을 자각했습니다.
일상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던 경험과 노력을 여행에선 하고 있더라고요. '여행은 인생의 일부분일 뿐인데, 왜 나는 여행에서만 이런 투자를 하는거지?'하는 의문이 퍼뜩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시간과 돈을 투자해 여러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나름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전 이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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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였는데요.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이래저래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당장 아무 것도 못 할 만큼 힘든 건 아니었지만 무기력한 상태가 한동안 지속됐고, 일상을 그저 최소한으로 소화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던 중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느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오늘 레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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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의 코멘트
요즘 물성을 다루는 작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 중에서도 유리 공예는 과정이 정말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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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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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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