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핑 열풍을 살펴봅니다
오리진 “제 자신을 잘 보살펴주려고요. 잘 자고, 잘 먹고, 잘 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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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캐치! 티니핑》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약국, 편의점, 마트 등 여기저기에서 티니핑과 협업한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웹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보는 모든 유튜버가 티니핑을 한 번쯤 다룬 것 같아요. 보통 키즈 애니메이션은 부모님들 정도나 관심 있기 마련인데, 어른들도 티니핑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이번 열풍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한 번 티니핑을 알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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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유 노우 티니핑?
2. 어느새 어른들에게도
3. 새로운 공식을 그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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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티니핑》은 2020년 3월부터 KBS2TV를 통해 방영된 아동용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가공의 왕국 '이모션 왕국'에 살고 있는 작은 요정 종족 '티니핑'이 모종의 이유로 지구에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지구로 가서 티니핑들을 찾아 다시 모으는 이야기인데요. 방영 2년 만에 여아 애니메이션과 완구 부문 1위에 오르고, 유튜브 누적 조회수 7억 회, 새롭게 방영된 시즌 4의 경우 핵심 타겟층 기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인기를 얻으며 아이들의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떠올랐어요.
처음 접하는 사람은 티니핑이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티니핑은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있어요. 《포켓몬스터》에 다양한 포켓몬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감정, 디저트, 사물, 상태 등 다양한 것들을 상징하는 요정들이 있거든요. 이러한 요정, 즉 티니핑들은 'ㅇㅇ핑'과 같이 불리고, 상징하는 것에 따라 성격이나 외모, 쓸 수 있는 마법이 달라요. '로열핑', '일반핑'과 같이 계급(?)도 있습니다. 이러한 티니핑 캐릭터는 시즌 4까지 방영되면서 점점 늘어나 100종이 넘어가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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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같은 겁니다. '티니핑 100송' © 티니핑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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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티니핑이 어른들 사이에서 처음 알음알음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것은 이러한 티니핑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완구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음에 따라 다양한 완구가 출시되게 되는데요. 《캐치! 티니핑》의 경우, 너무 다양한 종류의 티니핑들이 있다 보니 그에 따라 나오는 장난감을 다 사주려면 파산할 정도라고 해서 부모님을 파산시키는 '파산핑','등골핑'이라는 별명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이죠. 다양한 티니핑에 대한 수집 욕구까지 더해지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며 '최대한 늦게 입문시키라'는 조언도 돌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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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티니핑이 특히 주목받고 '티니핑 열풍'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티니핑을 즐기는 층이 어른들까지 확장된 면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1~2년 전부터 등골핑, 파산핑과 같은 별명으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더라'와 같이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어른들도 좀 더 같은 눈높이에서 티니핑이 뭐고, 세계관은 어떤지 등 티니핑이라는 콘텐츠 자체를 좀 더 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 중심에는 올해 개봉한 첫 극장판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있습니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이전 시점을 다룬 프리퀄 영화인데요. 개봉 41일째인 지난 9월 16일 100만 관객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추석 당일인 17일에는 《베테랑 2》 다음으로 관객 수 2위를 기록했어요. 역대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2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국산 애니 영화가 100만 관객을 기록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라고도 합니다. 전임 초통령으로서 초장기 집권을 했던 뽀로로를 앞선 기록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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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기가 있는 시리즈의 영화판인 만큼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면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유례없는 흥행에는 《사랑의 하츄핑》이 어른도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로 기획·제작된 면이 큽니다. '아이를 보여주려다가 엄마가 울었다', '아빠가 세 번 운 이유'와 같이 아이들을 데리고 간 부모님들의 반응 뿐만 아니라 자녀가 없는 어른들도 감상 후기를 남기는 등 어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에 대한 홍보가 되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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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e스포츠 캐스터님 리뷰인데 생각보다 진지해서 당황했습니다 © 김단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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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츄핑》의 김수훈 감독은 아이들 보여주려고 손잡고 가서 부모들은 잠에 드는 그런 아동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심해서 소재와 표현 방식을 골랐다고 밝혔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첫 사랑'이라는 소재를 쓰고, 아이들의 이해를 위해 스토리를 단순하게 가져가면서도 어른들이 이입할 수 있도록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고 해요.
영화 예고편 영상의 댓글을 보면 어른들의 각양각색 반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 속 '하츄핑'을 보며 자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는 부모도 있고, 티니핑을 보면 반려동물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는 사람, 살면서 마음을 쏟아본 누군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티니핑이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어른들도 이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고민이 통한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마케팅에서도 어른들을 고려했습니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윈터가 OST를 부르고 하츄핑 챌린지나 티니핑 제품 언박싱을 할 뿐만 아니라, 티니핑 공식 계정에서 SNS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홍보한 게시글들도 눈에 띄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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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흥행으로 티니핑 유행이 2030 사이에서 퍼지기도 했습니다. '티니핑 이름 맞추기', '티니핑 이상형 월드컵'과 같은 유튜브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티니핑 MBTI를 통해 여러 종의 티니핑에 나의 성격을 맞춰보기도 하죠. (저도 티니핑 MBTI 해보다가 이 레터를 쓰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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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한 때 화제였던 뽀로로의 루피 밈의 경우 작중 성격과 아무 상관 없는 이미지를 캐릭터에 덧씌워, 순수한 외관에 성인의 감정이 얹어진 '괴리감'을 즐긴 원형의 콘텐츠와 분리된 성격이었다면, 이번 티니핑 유행은 티니핑 알아보기, 티니핑 맞추기, 혹은 티니핑의 종류가 많다는 데에서 착안한 'ㅇㅇ핑' 형식의 말장난(ex. '나는 백수핑') 등 결국 원 콘텐츠로 관심이 환원될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티니핑 알아보기 영상 등으로 티니핑 캐릭터 하나하나를 알게 되고, 그에 따라 관심을 가지고 티니핑 자체에 대해 더 알아보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식이죠. 그렇기에 이번 유행이 일회성 '밈'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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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티니핑 열풍과 《사랑의 하츄핑》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키즈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국내 키즈 애니 콘텐츠는 글로벌에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K-IP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더핑크퐁컴퍼니의 경우를 예시로 들면, 《핑크퐁 아기 상어 체조》 영상이 유튜브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41개월 이상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아기 상어뿐만 아니라 대표 IP '핑크퐁'을 25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기도 합니다. 2022년 새로 출시한 '베베핀' IP의 경우 넷플릭스 8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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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유튜브와 같은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해외 판로가 열리게 되면서 생겼습니다. 유튜브의 특성에 맞춰 노래나 자막을 얹은 짧은 영상을 먼저 제작하여 올리고,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TV에 방영 할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디즈니 등 다양한 플랫폼과 계약하여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는 방식인데요.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실험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이미 글로벌 인지도를 쌓은 상태에서 해외 플랫폼이나 방송사를 끼고 진출, 현지화를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글로벌 인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열린 해외 판로,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핵심인 '콘텐츠 경쟁력', 두 가지를 갖추고 IP로서 성장하고 있는 국내 키즈 애니메이션인데요.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영유아', '키즈' 라는 너무나도 확고한 타겟층에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빠르게 커버리고, 인기 콘텐츠의 트렌드는 변화하기 마련인데, 보던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이 없습니다. '아기 상어'를 보던 아이가 타겟 연령보다 나이를 먹었을 때, '아기 상어'를 계속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달까요. 전 세계 출생율 추이도 하락세인만큼, 글로벌 진출이 완전한 해답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티니핑 열풍과 《사랑의 하츄핑》 영화를 주목합니다. TV 판과 영화판을 나누어서 TV 판은 유아동 중심으로 가져가되 영화판은 성인도 몰입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2030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원래 타겟층인 영유아의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100만 관객 모집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는 것도 유의미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퍼배드 1》 관객 수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이번 영화가 3부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속편, 그리고 그다음 편이 더 흥행한다면 국내 키즈 애니메이션 사의 새로운 사업 공식이 그려지게 될 수도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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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영화를 혼자 조조로 본 기억이 있어요 ©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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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등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는 이미 성인 관객을 끌어모아 왔습니다. 국내 관객 기준 1,000만 관객의 《겨울왕국》, 800만 관객의 《인사이드 아웃 2》 등이요. 유·아동 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팬덤을 확장해서, 굿즈, 오프라인 테마파크, 각종 IP 기반 매출을 글로벌 규모로 지속적으로 벌어들이고 있죠. 물론 디즈니와 같은 유명한 브랜드가 가진 특수성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즈음의 2030 고객은 '이런 건 아이들이나 보는/사는 거지'라는 거부감이 덜한 세대라는 것입니다.
키덜트(Kid+Adult) 라고 하죠, 어른이 되어도 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거나 어렸을 적 즐겼던 것들을 계속 즐기는 어른들 말이에요. 장난감 큰손은 조카가 아닌 '삼촌'이라고도 하고, 산리오 캐릭터의 예시를 들면 2030 여성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어요. '추억을 산다'는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추억이 없는 캐릭터 상품으로도 확장되고 있기도 합니다. 카카오 프렌즈 상품이 잘 팔렸던 것은 현재의 2030이 카카오 캐릭터들과 함께 자라서는 아니니까요.
어떻게 보면 관객은 준비 되어있는데 그만한 국산 콘텐츠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그 자리를 해외 콘텐츠가 채워온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의 하츄핑》이 가족 영화를 통해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시도한 것, 글로벌로 나아가는 이 지점에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방향성이 아닌가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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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에서 성인까지 팬덤을 확장한 산리오 © 산리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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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와 같이 오랜 시간 아이 어른 상관없이 좋아하고, 나이에 따라 각각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티니핑이 그런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 영화의 성공이 시장 내 방향을 설정하는 어떠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기대감을 가지고 이번 유행을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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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핑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 포켓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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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아이들이 즐기는 콘텐츠를 어른들이 한철 '밈'으로 소비해 버리고 마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해 볼 필요가 있어요. 개구리 페페가 인터넷 밈으로 쓰이면서 원 캐릭터와 상관없는 혐오, 폭력, 인종 차별 등 유해한 감성이 덧씌워졌고, 그에 따라 원작자가 페페를 작중에서 죽여버렸던 적이 있었죠. '잔망 루피'는 많은 사랑을 받은 밈이지만, 루피라는 원래 캐릭터의 이미지와 달리 욕을 달거나 논란이 되는 용어를 붙여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들과 함께 즐기자는 것이지 아이들의 것을 어른들이 뺏어오자는 말이 아닌 만큼, 어린이들의 콘텐츠와 그들의 즐거움에 대한 존중도 잊지 말자는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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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요즘 주목하고 있는 채널입니다. 분명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인데 클래식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썸네일 이미지와 제목이라 매번 홀린 듯이 누르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안 눌러봅니까.... (이마 찰싹) 그래서 요즘 본의 아니게 매일 클래식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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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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