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역할이 이전과 달라질 지 모릅니다
오리진 "'괜찮아도 괜찮아'라는 노래를 요즘 계속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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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무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매년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고 더 더워질 거라고 하는데, 정말 너무 덥네요.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한 때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날려버릴 블록버스터와 공포 영화가 우후죽순 개봉했고 저도 친구들, 가족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즐겨 방문했는데, 요즈음은 그런 기억이 희미합니다.
OTT와 OTT 독점 개봉 영화, 코로나로 인한 대작 콘텐츠 감소, 광고 감소, 그로 인한 영화 관람비의 상승 등 복합적인 이유로 영화관을 점점 덜 찾게 되는 것인데요. 정기적 영화 나들이가 더 이상 우리의 '문화'가 아니게 되어버린 지금, 영화관은 어떤 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나 들여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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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관이라고 해서 영화만을 틀어야 할까?
2. 우리는 공간이 필요하다
3. 개인적인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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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이라고 해서 영화만을 틀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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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뉴스 기사나, SNS를 통해 접하는 소식을 읽고 있노라면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CGV에서도 중계'라는 말이에요. CGV뿐만은 아니고,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인데 요즈음 부쩍 가수의 콘서트, 게임 경기, 문화 행사, 팬 미팅 등의 소식에 영화관에서도 동시 중계된다는 언급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극장가에는 영화가 아닌 얼터 콘텐츠 (Alter-Contents)의 바람이 불고 있어요.
얼터 콘텐츠는 극장의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스크린 콘텐츠를 말하는데요. 사실 이러한 얼터 콘텐츠 제공이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영화관에서 아이돌 그룹이나, 외국 공연 영상을 상영한 적이 있거든요. 메가박스의 경우 '라이브 뷰잉' 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의 콘텐츠 등을 제공한 바 있기도 합니다. 다만 이전에는 한시적으로 '특별 기획'처럼 제공되었다면 최근에는 이러한 얼터콘텐츠 상영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의 트렌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실시간 중계' 방식의 확대입니다. 예전에도 라이브 뷰잉이라는 형태가 있었지만 얼터 콘텐츠의 주된 제공 방식은 유료 콘텐츠 영상을 수급하여 영화와 같이 '개봉'하는 형태였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녹화 영상, BTS와 같은 아이돌의 콘서트 녹화 영상 등과 같이요. 다만 요즈음은 녹화 영상이 아닌, '실시간 중계' 방식이 많아지고 있어요.
두 번째는 얼터 콘텐츠의 다양화입니다. 기존에 영화관에 수급되지 않던 종류의 영상들도 중계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가수의 콘서트나 연극/뮤지컬 공연뿐만 아니라 쇼케이스, 스포츠, 문화 행사, 팬 미팅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영화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팬덤만을 대상으로 제공했던 얼터 콘텐츠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더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것, 그래서 얼터 콘텐츠를 대중화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아래 영상은 넥슨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2023년 여름 쇼케이스 'NEW AGE'가 CGV에서 생중계되었을 때의 관객 반응 영상입니다. 쇼케이스란 게임 내에서 새로운 버전 업데이트를 소개하는 행사이며, 새로운 캐릭터나 맵, 아이템 혹은 게임 정책이 주로 다뤄지는데요. 쇼케이스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현장감있게 즐길 수 있도록 CGV 동시 중계를 진행하였고, 14개의 CGV 지점에서 12,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당시 3분만에 매진되어 추가 판매를 진행했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 사례를 보면서 '이제는 게임 쇼케이스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거야?' 싶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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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학 살롱'과 같은 북토크, 4DX 공포 체험 라디오와 같은 새로운 포맷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영역으로의 확장도 눈에 띕니다. CGV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023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컵을 중계하였고, 롯데시네마는 SPOTV와 협력하여 2024년 8월까지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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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관에서 스포츠 중계를 제공하는 부분은 OTT에서 스포츠를 고객 집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과 닮아있습니다. 쿠팡 플레이에서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 수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나 티빙에서 KBO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 확보한 것처럼 각 영화관에서는 종목별로 땅따먹기 싸움을 하고 있죠. 일례로 CGV의 경우, 올해 6월 KBO와 업무협약을 맺고 리그와 올스타전 등 주요 경기를 단독 생중계할 수 있게 되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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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화관이 이러한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다들 아시듯 결국 코로나와 OTT의 주 플랫폼화가 가져온 영화관의 매출 하락 때문입니다. 나나 에디터의 지난 레터에서 발췌해 보겠습니다.
추석에 극장 가서 영화 보신 분? (2023-10-12 발행, 에디터 나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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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 편과 OTT 한 달 구독료가 맞먹는 상황에서 관객들은 극장에서 볼 영화와 OTT로 볼 영화를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팬데믹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이 쉽게 극장을 찾게 되지는 않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극장이 가격을 다시 내리게 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거고요. 티켓값은 올랐지만, 극장의 인력 감축 등으로 관객들의 극장 소비 경험은 체감할 만큼 나아지지 않은 것도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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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극장에 가지 않고, 그에 따라 영화 매출이나 광고 매출이 줄어들면서 티켓값은 비싸지고, 동시에 OTT가 주 플랫폼화 되면서 영화관에 굳이 가야 할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극장에서 볼 만한 '대작' 영화가 아니라면 굳이 가지 않게 되었는데, 해외 OTT의 경우 대작 영화를 OTT에 동시 개봉하거나 OTT에만 독점 공개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영화 나들이' 문화가 깨진 상태에서, 영화가 회복되지 않으니, 손실을 메꾸기 위한 티켓값 상승, 인력 감축 등으로 소비 경험이 하락하면서 더더욱 이러한 악순환이 생긴 것이죠. CGV만 예로 들어보면, 20년 3,887억 원, 21년 2,414억 원, 22년 7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영화관의 하락이 영화 매출의 하락, 그리고 영화 투자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 악순환 고리에서, 영화의 회복과 '대박 영화'만을 기다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영화가 아닌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CGV를 예로 들면, CGV는 2020년 'ICECON' 사업을 런칭하였습니다. ICECON 사업은 플레이(PLAY), 스테이지(STAGE), 라이브러리(LIBRARY), 채널(CHANNEL)이라는 테마로 각각 게임 중계와 같은 참여형 콘텐츠, 공연 중계, 북토크, 유튜브와 같은 채널 콘텐츠 등 다양한 얼터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2023년 'NEXT CGV' 사업 전략 설명회에서 CGV는 이러한 얼터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여 대중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과 동시에 '라이프 스타일 공간 사업자'가 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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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공간 플랫폼 진화 © NEXT CGV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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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향성 하에, ICECON 얼터 콘텐츠의 공개 수는 2023년 200여 편으로 약 2배 증가했고, 관객도 21년 21만 명, 22년 42만 명, 23년은 90만 명(추정)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롯데시네마도 2022년부터 얼터 콘텐츠 중심의 '롯시플'을 런칭하여 얼터 콘텐츠 제공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얼터 콘텐츠 제공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CGV의 경우 27년에는 얼터 콘텐츠의 매출이 22년 대비 7배 상승 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러한 전략이 매출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가는 지금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CGV가 23년부터 흑자전환을 기록했지만, 《범죄도시3》,《서울의 봄》과 같은 흥행작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요.
다만 얼터 콘텐츠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영역입니다. 영화관에도, 영화관과 협력해서 콘텐츠를 올리는 사업자에게도 Win-Win 구조이거든요.
영화관 입장에서 얼터 콘텐츠는 흥행할지, 실패할지 불명확한 영화와 달리, IP 기반으로 이미 일정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도를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광고 매출을 노려볼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에 더해, 해외에 진출한 멀티플렉스의 경우 해외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지점입니다. 중국,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의 해외에 진출한 영화관에서 로컬 콘텐츠 외로 '독점 콘텐츠', '콘텐츠 차별화' 개념으로 아이돌 공연 중계와 같은 얼터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CGV의 23년 4분기 IR에도 얼터 콘텐츠를 통해 해외에서의 고객 집객 및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연장/경기장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영화관은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버추얼 아이돌과 같이 특정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의 경우, 영화관을 통해 좀 더 대중에 노출될 창구를 마련할 수 있고요.
종합해 보면 이전의 얼터 콘텐츠와 달리 각 영화관에서 얼터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영상 수급·배급 뿐만 아니라 실시간 중계 방식으로 실시간성을 더함으로써 얼터 콘텐츠의 대중화를 노리고 있죠. 향후에는 OTT에서의 콘텐츠 경쟁과 마찬가지로, 이 얼터 콘텐츠 영역에서 각 멀티플렉스 사업자 간 콘텐츠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미래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관'과는 사뭇 다른 공간으로 변화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영화관이 우리의 일상으로 다시 점점 들어올지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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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팬덤 장사하겠다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얼추 맞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러한 영화관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영화관은 '공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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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CGV 반응 © 휠스캠프TV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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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면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었는데요. 반면 우리에게 요즈음 공간은 너무나 비쌉니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회 초년생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작아지죠. 우리는 그렇기에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 '대여'를 통해 공간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카페가 많은 이유도, 영화관이 한 때 우리의 데이트 코스이자 친구를 만나면 흔히 갔던 이유도 공간의 대여를 위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즈음 사람을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대여 비용마저도 너무나 커지고 있습니다. 월드컵, 야구 경기의 경우 너무 멀어 갈 수 없을 때도 있고, 티켓값은 비싸며, 예매 방식의 변화 등으로 티켓을 구하기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임영웅, 김호중과 같은 트로트 스타나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혹자는 '펀플레이션(Fun-Fl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재미의 값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분위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를 온라인의 댓글, 같이 보기 서비스, 스트리머의 중계 등으로 달래며, 점점 더 온라인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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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가격의 상승 ©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디자인 머니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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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카페가 유행인 것도 팬덤이 모일 공간이 필요해서가 아닐까요? 박명수 생일 카페 © 사진 지니어리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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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TV로 볼 수 있는 월드컵 중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아이돌 콘서트나 게임 경기 중계, 게임 쇼케이스 등을 왜 영화관으로 티켓을 사서 보러 갈까? 라고 생각했을 때 제게 처음 떠오른 것은 '빅 스크린에 대한 니즈는 여전하구나' 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얼추 맞는 말이겠으나, CGV나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에서 생중계 후기 영상을 여럿 찾아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 함께 즐거워하고 분노하고 감정을 나누기 위한 오프라인 공간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겠구나, 라고요.
영화관에서 다양한 얼터 콘텐츠를 중계해 주는 것은 이러한 욕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싼 가격 기준으로 12만 원에 달하는 임영웅 콘서트를 예시로 들어보면, CGV 가장 싼 관 기준으로 2만 4천 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OTT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저렴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장에 직접 가는 비용 대비 영화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더 저렴한 것이죠.
영화관이 지금까지 더 나은 영화관 경험을 위해 공들여왔던 것이 이러한 공간 경험 측면에서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4D로 촉감까지 활용하여 좀 더 실감 나는 경험을 준다든지, 좌우 벽면을 활용하는 Screen X의 경우 실제보다 좀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줄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나 콘서트의 경우, 일부 유튜브 후기에서 영화관에서 경험하는 것이 더 즐겁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날씨, 사람 많음, 자리의 불편함, 왔다 갔다 하는 교통의 고통, 현장에서는 화면이 잘 보이지 않음 등등이 해소된다는 것이죠.
마치 영화관 광고 글을 쓰는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요지는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각자의 취미, 욕구에 따른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영화관의 변화가 그저 또 다른 팬덤 장사 보다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영화관이 공간 대여의 성격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측면에서요.
다만 영화관이 기억해야 할 것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영화 자체의 하락도 있지만 티켓값이 올라갔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특성상 같이 보는 것에 대한 가치가 크지 않으므로, 빅스크린을 위해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만 보러 가는 추세가 생겼죠. 얼터 콘텐츠의 생중계를 통해 '같이 보는 가치가 큰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공간을 대여하고 소비하는 값이 해당 가치보다 더 커지는 경우 이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팬덤 장사라는 것은 팬들의 지갑 사정을 고평가하는 성향이 있는데, 또다시 생각해 보면 팬들 입장에서도 비용이 너무 커지면 굳이 영화관일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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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이 레터를 쓰면서, 본문과는 상관이 적을 수 있는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관의 이러한 방향성을 보았을 때 OTT를 끼고 제작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 영화산업이 더 어려워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자본이 들어간 대형 영화보다는 중소형 영화가요. 예전에 구현모 에디터가 레터를 통해 한국 드라마, 영화판에 소위 '뉴비'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쓴 바 있습니다. 영화관이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서 탈바꿈하면, 기존 영화를 상영하던 부분은 필연적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고 남는 것은 흥행이 예상되는 대자본 영화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작품만이 남을 때, 한국 콘텐츠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2016년 넷플릭스가 들어와 스튜디오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콘텐츠 수급을 할 때 이러다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던 우려가 다시 생각나네요.
두 번째는 유료방송업계에 몸담은 입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IPTV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IPTV도 방송, 영화 매출이 하락하고 있고, 스마트 TV 확대로 인해 OTT를 TV에서 즐길 수 있게 됨으로써 앞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단히 잡아두었던 실시간 채널이라는 장점도,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콘텐츠가 줄어들고 채널 방영없이 OTT 독점 공개가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호하고요.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TV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1인 가구가 만연한 요즈음 TV에서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한들, 더 큰 스크린이라는 이점, 다양한 플랫폼에 산개되어 있는 콘텐츠를 한곳에서 모아서 보여주는 편의성 외로 어떤 추가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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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요즘 하는 일에 현타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라든지, 사람이라든지, 뭐 이런 수준의 불만이 있다기보다는, 나는 이번 생에서 뭐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30대이고, 40대도 곧일 텐데 나의 인생의 전성기에서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어서 마음이 요즈음 답답합니다. 뭔가 변화를 주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은데 어떤 변화여야 할지 아직 답을 못 찾아서인 듯합니다.
요즘은 이럴 때마다 페이커 선수의 영상을 보고 있는데요. 어린 나이에 그만큼 이루어냈다는 점이 부럽고 대단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증명해 냈음에도 그리고 수많은 굴곡에도 불구하고 그의 여정은 계속된다는 게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무엇보다 순수히 게임을 '즐기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의 영상을 보면서 내가 진정으로 '즐기는' 것은 무엇이 있나, 무엇을 꿈꾸었나 오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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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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