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 어떠셨나요
나나 "뉴진스 신곡 Right Now가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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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지난 주 오랜만에 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어요. 전작 이후 9년 만의 후속작인 이번 영화는 6월 12일 국내 개봉 이후 약 2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자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보편적인 공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가진 부모, 성장 과정을 거친 성인, 심지어는 아직 그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까지도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를 보며 자신만의 공감 포인트를 찾게 되는 강점이 있죠. 그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불안’과 관련한 각자의 경험을 풀어내는 모습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분명 성장 과정에서 등장한 감정인데, 우리는 왜 성장한 이후에도 이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오늘은 영화에서 묘사된 ‘불안’과 우리를 둘러싼 성취에 대한 강박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 이번 레터에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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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도 함께 자란다
- 불안을 미워할 수 있을까
- 결국은 모든 게 ‘나’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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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린 시절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기억하시나요? 분명 여러 가지 상황을 겪었을 텐데도,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의 제 모습을 떠올려보면 유년 시절 감정의 스펙트럼은 중고등학교 시절만큼 깊고 넓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다양하게 인식해 보려고 해도, 기쁨(Joy)-슬픔(Sadness)-분노(Anger)-까칠(Disgust)-소심(Fear)의 영역(일차 정서, primary emotions)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전편의 어린 라일리가 그랬던 것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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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으로부터 2년의 세월이 흘러, 13살이 된 라일리가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이하고 본부는 공사를 시작하며 혼란에 빠집니다. ‘더 다양한 감정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MAKE ROOM FOR NEW EMOTIONS, 《인사이드 아웃 2》의 홍보 문구이기도 한데요. 나이를 먹고 새로운 상황들을 마주하는 라일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감정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새롭게 등장한 감정들이 저의 사춘기 시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감정들이기도 했기 때문이에요. 불안(Anxiety)-부럽(Envy)-따분(Boredom *영화에서는 Ennui(프랑스어))-당황(Embarrassment)과 같은 감정들(이차 정서, secondary emotions)이 소위 ‘흑역사’를 만들어 냈었던 기억들이 마구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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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도 더 많은 감정들을 반영하려고 했지만, 스토리 문제 등으로 많이 조절되었다고 하네요. © Spiral2gr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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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이 새로운 감정들의 등장과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감정들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자리를 잃고 맙니다. 그리고 사춘기라는 소용돌이와 함께 라일리에게 사라진 것들, 혹은 새로 생겨난 것들을 탐색하며 ‘본부’로 돌아오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전편과 다른 것은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도 있지만, ‘자아’와 ‘신념’ 등 인간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요소들이 늘어났다는 거예요. 특히 여러 기억이 모여서 ‘신념’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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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들의 리더인 ‘기쁨’의 성장 또한 라일리의 성장과 맞물려있어요. 라일리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고 좋은 기억들만 남기고, 나쁜 기억들은 기억 저편으로 날려 없애버리던 ‘기쁨’은, 무엇이 진정으로 라일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여정 전체가 ‘자아가 성숙해지는 과정’에 대한 은유로 느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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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온 캐릭터는 다름 아닌 ‘불안’입니다. 불안이라고 하면 왜인지 정서불안, 분리불안 같은 표현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평소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불안은 ‘걱정’으로 치환됩니다. 그래서 ‘불안’은 그 이름답게 일어날 모든 일들을 걱정하고, 또 대비하기 위해서 갖은 힘을 쓰게 만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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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하게 된 행동들이 때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때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불안’이 컨트롤하는 라일리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관객인 저에게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게도 했어요. 흔히 공감성 수치라고 하죠, 사춘기 때 당연히 할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불안’이 만든 계획들로 더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불안아 제발 그만해…!!!)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은 사실 생존 도구입니다. 과거에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생존에 필요했고 현대에는 성취에 필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라일리의 하키 캠프를 앞두고 불안이 컨트롤 타워를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다 (L'homme est condamné a être libre)’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언제나 안고 살아가게 되죠. 그리고 이 불안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에서 오는 자극으로 성취를 얻어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의 연속은 결국 마음을 무너뜨리고 말아요.
보건복지부에서는 5년에 한 번씩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는 약 86만 명 수준으로, 5년 전 대비 32.3%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최근 몇년간 이어진 경기 불황, 고용 불안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 불안장애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좋은 학교를 다니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의 시대인 점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와 수행의 관계성 연구로 잘 알려진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 따르면, 불안과 수행은 역 U자의 형태를 보이며 어느 정도의 불안 상태까지는 수행 능력이 높아지지만, 심각한 불안 상태에서는 오히려 수행 능력이 낮아지고 장해를 유발하는 수준이 됩니다. 불안이 성취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요즘처럼 개인의 성장과 성취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 분위기에서 ‘건강한 수준의 불안’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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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는 불안과 함께 계속 살아갑니다. 성장 환경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그 정도나 맥락이 달라질 뿐 삶의 각 단계에서 평생 함께하죠.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불안’의 성우를 맡은 배우 마야 호크(Maya Hawke)는 인터뷰에서 ‘불안’이 사실은 자기 머릿속에서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거는 목소리와 다름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모습마저 너무 ‘불안’ 그 자체라 어떻게 이런 캐스팅을 했는지 신기하더라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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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영화에서 ‘불안’의 역할은 빌런일 겁니다. 하지만 빌런의 포지션을 하고 있으면서도, ‘불안’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에요. 결국 이 모든 감정들이 ‘라일리’라는 한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더 잘하고 싶어서든 혹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든 모든 감정의 근원은 ‘나 자신’에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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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영화 초반에서 ‘기쁨’이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고 하는 모습은 어쩌면 방어 기제 그 자체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나쁜 기억을 잊고,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에만 집착했다면 그건 그 나름의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해요. ‘불안’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내려고 하고, 해내고 얻은 성취로 ‘기쁨’을 얻게 되잖아요. 기쁨이 언제나 슬픔과 함께하듯, 불안 또한 기쁨과 함께하는 나의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사춘기가 되고 복잡하고 다층적인 감정들이 생겨나면서 라일리는 혼란을 느낍니다. 애초에 이 시리즈의 컨셉이긴 하지만, 감정이 라일리를 움직이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라일리가 감정에게 ‘조종’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서 자신의 내면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것도 라일리의 몫입니다.
기뻤던 순간, 불안에서 만들어낸 성취, 너무 잊고 싶어서 꼭꼭 숨긴 기억들, 그 모든 것이 모여서 라일리의 ‘자아’로 완성되어가는 모습은 ‘정반합’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라일리는 여러 일들을 거치면서 그 전의 신념과 전혀 연속성이 없는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 2》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 시기를 지난 많은 어른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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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도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 왓챠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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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결국 이 영화의 내용에 공감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위로를 받게 된 이유는 각자의 성장 과정에서 만난 ‘불안’들이 자신을 힘들게도 했지만, 결국은 현재의 자신을 만든 바탕이라는 것을 긍정하게 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불안을 긍정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의 감정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잖아요. 공황장애나 빈도 높은 불안이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에서 병리 현상으로 인식된 것도 사실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고요.
이번 영화는 전작에 비해 서사의 임팩트는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면서 그 깊이나 개연성에 대한 아쉬운 점들이 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먼 곳으로 던져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자아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 2》는 ‘조금 더 성숙해진 후속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또한 오랫동안 ‘성장 강박’에 시달리며 불안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마야 호크의 이야기가 그저 인터뷰가 아닌 ‘불안에 대한 고백’으로 들렸던 것은 사실 저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 불안을 없애는 것이 정답인 줄 알고 지냈던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불안을 잠재우는 법은 그저 그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밤새워 100가지 대안을 만들기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때로는 더 도움이 된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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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바로 내일, 《체인소 맨》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룩 백》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합니다. 원작 만화를 보고 정말 많은 감정을 느꼈던 작품인데, 예고편의 애니메이션 작화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아직 국내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극장에 걸린다면 보러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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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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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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