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모티콘을 쓰는 이유는 덤입니다
하은 "오늘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이에요! 특별히 기다린 건 아니지만 괜스레 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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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객원 에디터 하은입니다.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군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설계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얼마 전 카카오톡에서 습관처럼 이모티콘을 보내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유독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고 구매할까요? 단순히 ‘자주 쓰는 앱이라서’라는 이유일까요? 오늘은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를 중심으로 이모티콘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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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이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이유
2.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안 쓰는 사람 없잖아요
3. 라인프렌즈, 불신의 아이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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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에서 이모티콘 전송은 텍스트 입력만큼 자연스러운 행동이 됐습니다. 국내에서 이모티콘 사용이 활발해진 건 2011년 말부터라고 짐작하는데요, 이는 카카오톡이 이모티콘 기능을 도입한 시점입니다. 현재 카카오톡은 93%에 달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에도 이용자 수가 3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는 무엇일까요? 왓츠앱(WhatsApp)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4.8%, 즉 4명 중 1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과 왓츠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텍스트 입력창에 있는 이모티콘 아이콘을 클릭하면 보이는 화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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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GIF입니다.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 대다수 해외 메신저는 GIF 기능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GIF란 영화·드라마·만화 등에서 2~3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움직이는 이모티콘과는 별개의 개념입니다.
카카오톡과 왓츠앱이 보여주는 이러한 차이는 동서양 문화적 특징에서 비롯됐습니다. 동양은 고맥락 문화, 서양은 저맥락 문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맥락 문화는 언어보다 상황과 맥락을 중시하고, 저맥락 문화는 그 반대입니다. 예시를 보면 더 와닿으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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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량 차이가 확연하죠? 만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양은 대화 시 언어의 직접적인 전달력과 의미를 중요시합니다. 반면, 동양은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주변의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이러한 동서양 소통 방식의 차이가 메신저에도 드러나는 거죠.
서양에서 GIF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GIF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GIF 속의 행동을 GIF를 보내는 사람의 현재 행동으로 가정’합니다. 영화·드라마·만화의 영상이다 보니 이모티콘보다 직관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모티콘 대신 말 뒤에 덧붙이는 이모지(emoji)를 많이 쓰기도 하죠. 🔥🔥
동일한 상황을 이모티콘과 GIF로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GIPHY는 소리도 없는데 시끄러운 것 같은 이 느낌... 기분 탓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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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은 이모티콘을 선호합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 페이스북 메시지 등 SNS에서 GIF를 종종 사용하긴 하지만, 카카오톡에 GIF가 없으니 ‘선호’보단 ‘익숙’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모티콘은 만화적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GIF에 비해 의미 전달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감정이나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달하죠. 우리가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건 ‘고맥락 사회’임과 동시에 ‘집단주의 사회’의 성격을 띠기 때문입니다.
‘집단주의 사회’는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의사와 이익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긍정적인 표현보단 부정적인 표현을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어렵죠. 따라서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GIF와 이모티콘은 직·간접적인 형태의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보조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이모티콘 없는 메신저는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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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안 쓰는 사람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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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카카오톡에 이모티콘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카카오프렌즈’를 최초의 이모티콘으로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은 강풀, 이말년 등 인기 웹툰 및 캐릭터 작가와 협업하여 총 6개의 상품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_-++, 😀처럼 문자 기호와 이모지로만 감정을 표현했던 사용자들이 움직이는 캐릭터로 생생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거죠. 게다가 자신이 즐겨보는 웹툰 캐릭터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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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카카오톡 UI를 보니 새삼 낯설면서도 신기합니다. ©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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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수익화보다 ‘대화 경험 업그레이드’가 궁극적인 목표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모티콘용 결제 시스템 제휴를 발표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모티콘을 인 앱 구매(In App Purchase)로 제공하는 사례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앱스토어 리뷰에서 거절당한 에피소드도 있다고 하네요.
이후 2012년 11월, ‘카카오프렌즈’라는 캐릭터가 이모티콘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카카오의 마스코트인 캐릭터죠. 제이지, 콘, 네오, 프로도, 무지, 튜브, 어피치 7종의 캐릭터를 시작으로 2016년엔 라이언, 2020년엔 라이언의 반려동물 춘식이가 추가되어 총 9종의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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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는 각 캐릭터가 약간의 결핍 요소를 가지고 있는 컨셉으로 탄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라이언은 갈기가 없는 수사자죠. ‘카카오프렌즈’ 출시 당시 ‘캐릭터를 통해 카카오 전반에 관한 호감도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네요.
카카오톡에서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은 다양한 감정 표현의 도구로 활용되며,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됩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나와 친밀한 관계의 사람과 대화 할 때 사용되는 이모티콘은 블로그나 다른 SNS에서 반복적으로 볼 때와 달리 피로감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대화는 정보를 찾는 목적이 아니며, 이모티콘을 강제로 여러 번 봐야 하는 상황도 아니니까요. 이는 ‘카카오프렌즈’를 비롯한 다른 이모티콘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대화 상대방이 특정 이모티콘을 여러 번 사용하게 되면 친밀감이 상승하고, 친밀감이 높아지면 이모티콘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그럼, 왜 카카오톡은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할까요? 기업이 캐릭터를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캐릭터를 통해 친근감을 형성하고, 무료로 사용하게 한다면 많은 사람이 쓸 테니, 기업의 직접적인 홍보 외에도 자연스럽게 노출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하여 노출도를 높이되, 메신저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환경에 제약을 두어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것을 방지한 거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인지도가 가장 높은 캐릭터로 카카오프렌즈가 1위(39.8%)를 차지했습니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선 ‘캐릭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60.2%)가 가장 많았고, '캐릭터가 익숙해서', '자주 봐서', '캐릭터 행동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목표 달성에 꽤 성공한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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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모티콘은 ‘카카오프렌즈’ 외에도 출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누구든지 이모티콘을 제작하여 카카오에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인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가 등장했습니다. 사실상, 이모티콘 스튜디오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모티콘 제작은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개인이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는 경로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모티콘은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에서 파생된 것이었죠.
이모티콘 스튜디오의 등장은 이모티콘 산업, 더 나아가 캐릭터 산업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누구든지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된 거죠.
2023년 기준 누적 이모티콘 상품은 약 60만 개에 이르며,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 수는 2,700만 명으로 전 국민의 절반에 달합니다. 이제 이모티콘을 보내는 행동은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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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하면 ‘라인프렌즈’도 빼놓을 수 없죠. ‘라인프렌즈’는 2011년 10월, 라인 메신저의 마스코트이자 이모티콘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라인은 스티커라고 표현합니다. 이 글에선 편의상 이모티콘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코니(토끼), 브라운(곰), 문, 제임스(금발 사람) 4종의 캐릭터를 시작으로 이후 샐리(오리), 에드워드(애벌레), 제시카(고양이), 부장님, 레너드(개구리) 5종의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2016년에 초코(리본 곰)와 팡요(판다)가 추가되어 총 11종의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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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인 메신저는 일본 인구의 68%가 사용할 정도로 국내보다 일본 점유율이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라인 이모티콘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은 어디일까요?
이 이모티콘, 네이버 블로그에서 한 번쯤 보시지 않았나요? 라인프렌즈 ‘문’이라는 캐릭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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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 이모티콘을 보고 어떤 경험이 떠오르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광고성 네이버 블로그 글에 꾸준히 등장하는 이모티콘입니다. 글은 장황한데 알고 싶은 정보는 안 알려주고, 두세 문장에 한 번씩 튀어나오죠. 특히 저는 맨 오른쪽 엄지 척 포즈가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블로그 글에 낚여서 짜증 나는데 뭐가 좋다고 엄지 척을 하는 건지. 사람 놀리는 것 같잖아요.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저 이모티콘 나오면 믿고 거른다.’, ‘따봉충 캐릭터’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습니다.
캐릭터를 무료로 사용하여 노출도를 높이는 전략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광고성 게시글에 캐릭터가 과도하게 많이 노출되면서, 해당 캐릭터만 봐도 이전에 글을 읽었던 부정적인 경험이 쌓여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게 된 겁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심리는 ‘자이가르닉 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미완성 효과’라고도 불리는데, 성공보다는 실패의 기억이, 완성된 기억보다는 미완성된 기억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는 개념입니다. 드라마가 항상 극적인 장면에서 끝나는 이유도 다음 회차 시청률을 상승시키기 위한 일종의 ‘자이가르닉 효과’ 전략입니다. 블로그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을 때마다 동일한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각인되어 버린 거죠.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2023년부터 계약 만료에 따라 ‘문’ 캐릭터를 비롯한 라인프렌즈 이모티콘을 블로그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기존 게시글에 사용된 이모티콘은 유지된다고 하네요. 자사 캐릭터가 점차 비호감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막아야 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호감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개선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라인은 이미지 개선에 힘쓰기보다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라인 공식 계정에서 ‘문’ 캐릭터를 ‘따봉킹’이라고 지칭하고, 장래희망은 신뢰의 아이콘이라 하며 스스로를 밈(meme)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메타 인지가 잘 된 느낌이라 이미지 개선보다 훨씬 똑똑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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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카카오보다 해외시장 점유율이 훨씬 높아 매출 기준으로는 ‘라인프렌즈’가 ‘카카오프렌즈’를 앞서고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매출보다 국내에서의 인식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요, 캐릭터의 비주얼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환경과 플랫폼이 가장 큰 차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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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카오 이모지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있었죠. 많은 사용자가 반발과 아쉬움을 표현했고 결국 종료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막상 없어진다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린 생각보다 감정표현에 진심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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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의 코멘트
우연히 본 영상인데요.. 충격적으로 귀여워서 며칠 동안 여러 번 봤답니다. 후회 없는 13초가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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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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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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