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이끄는 빅테크 규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리진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
|
|
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오늘은 유럽의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서 다뤄보려 해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지난 몇 년간 뉴스에서 꾸준히 떠돌아다니는 주제였는데, 좀 무겁다고 느껴지다 보니 항상 제목만 읽고 지나갔었던 것 같아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주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한 번 같이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 가져와 봤습니다. 📖
|
|
|
1. (광고) 월드 클래스 틱톡 캠페인을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2. 들어가며 : 애플의 USB-C 도입 소식
3. 유럽에서는 유럽법에 따르라
4. DSA, DMA : 유럽의 두 자루 칼
5. 생각 한 조각... |
|
|
😎 (광고) 월드 클래스 틱톡 캠페인을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
|
|
감자튀김이 익었을 때 나는 소리를 아시나요? 튀김이 가장 맛있을 때인, 튀긴 직후에 나는 이 소리를 일본에서는 ‘티로리(TIRORI)’라고 부릅니다. 이 의성어에서 착안한 맥도날드 일본의 틱톡 댄스 챌린지는 한두 명의 눈과 귀를 넘어 Z세대의 행동을 이끌어냈습니다. 일본 10대들이 티로리 챌린지를 위해 맥도날드 매장에 방문했으며, 무려 35%의 방문객 수 증가와 함께 틱톡 유저 900만 명에게 도달했습니다. |
|
|
이 마케팅은 단순한 틱톡 챌린지가 아닙니다. 틱톡 내에서는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상위 퍼널의 후킹뿐만 아니라 풀퍼널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여정 관점에서 제품을 어필해 행동을 유도하는 퍼포먼스 마케팅부터 브랜드 자체를 소개하는 브랜드 마케팅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틱톡 챌린지는 UGC(User-Generated Content)인 동시에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입니다. 한국에서도 #쇼퍼테인먼트 와 #틱톡보고삼 해시태그는 도합 41억 조회수를 넘었을 정도로 틱톡이 가진 국내외 마케팅 파괴력은 분명합니다.
틱톡은 시청 시간 점유를 넘어서 Z세대의 검색 엔진으로 등극했습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소비의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DATA A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무려 2000억 시간을 숏폼 콘텐츠에 쏟아붓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마케팅의 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APAC 마케터 중 67%가량이 틱톡 집행 예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도 더욱 틱톡에 맞는 포맷의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챌린지에 도전하고, 매일 다른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로 챌린지 콘텐츠를 올리고 있습니다. 가로와 정방형이 가득했던 크리에이티브 시장에서 세로형의 틱톡은 새로움으로 각광받았고, 이젠 15초 내외로 임팩트를 주는 남다른 스토리텔링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틱톡이 만들어낸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르네상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맥도날드 일본은 틱톡을 이용한 풀퍼널마케팅으로 인지도는 물론, 고객 관계를 구축해서 오프라인 방문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이렇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틱톡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것은 베스트 케이스에 대한 연구와 적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 사례를 우리는 알지 못했고, 검색을 해도 쉬이 나오지 않습니다. 많은 어거스트 구독자분들이 현업에 종사하고 계시며,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십니다. 그런 독자분들을 위해 틱톡과 글로벌 TOP 5 광고 에이전시 TBWA와 협력하여 베스트 케이스와 인사이트가 담긴 보고서를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것’에서 ‘기본값’이 된 틱톡에서 유의미한 마케팅 성과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전 세계의 인사이트를 찾아보세요. |
|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바로 보고서를 보실 수 있어요! |
|
|
(좌, USB-C 케이블 / 우, 라이트닝 케이블) © Getty Images/Istock Photo |
|
|
아시다시피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USB-C 타입이 아닌, 라이트닝(8핀) 충전 케이블을 사용해 왔어요. 개인적으로 이 점에 저는 큰 불편함을 느껴왔습니다. 여러 기기를 혼용하다 보니 충전기를 여러 개 들고 다녀야 한다든가, 일회용 배터리 역시 두 개씩 사야 한다든가 하는 불편함이요.
그랬던 아이폰 충전단자가 이제 USB-C 타입으로 통일됩니다. 이번 9월 15일에 진행되었던 아이폰 행사에서 애플은 11년 만에 라이트닝을 포기하고 앞으로의 아이폰에는 USB-C 타입 단자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계기로 규제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변화가 EU가 빅테크 기업에 대해 강화하고 있는 규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죠.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1년 9월 USB-C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표준으로 채택하고,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의 충전 방식을 ’24년 12월까지 USB-C 케이블로 통일할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충전 케이블 혼용에 따른 소비자의 혼란 및 불편, 기기별로 호환되는 다양한 케이블을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습니다.
처음에 애플은 이와 같은 EU의 결정에 성명까지 발표하며 반발했었으나, 규제 기한이 다가오면서 받아들였습니다. 반발의 이유에는 라이트닝 단자가 애플에 돈이 된다는 점도 있었을 겁니다. 공통 표준인 USB-C 와 달리 라이트닝은 독자 규격이기 때문에 애플은 케이블 판매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제삼자가 케이블을 만들 시에는 ‘MFi(Made For iPhone)’이라는 인증 취득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인증 판매 이익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MFi 인증을 취득하지 않은 케이블에는 성능 제한을 걸었고요.
이번 USB-C 도입 전에도 애플에서 USB-C에도 케이블별 성능 제한을 걸어 MFi 인증 취득을 유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러나 이번 발표 때 케이블별 성능 제한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올해 3월 EU에서 먼저 루머에 대해 ‘만약 케이블별, 인증별 성능 제한을 걸 시에는 아이폰 판매금지를 적용할 수 있다’라고 강수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10년 이상 지속되었던 충전기 단일화의 싸움, EU가 승리했다고 여겨지는 사례입니다. 요즈음 이뿐만 아니라 빅테크에 대한 EU의 규제가 뉴스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일지 함께 알아볼까요? |
|
|
유럽의 빅테크에 대한 기조는 이 말로 요약될 수 있어요 © X |
|
|
“새는 자유로워졌다(the bird is freed)” 트위터 인수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말입니다. SNS가 사용자들을 검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비판해 온 머스크였기에, 트위터 새에 빗대어 트위터의 검열/계정 정지 정책의 완화를 시사한 것이죠.
그에 대한 티에리 브루통, EU 집행위원의 답글이 인상적입니다. “유럽에서는 새가 우리 규칙에 따라 날 것이다(In Europe, the bird will fly by our EU rules)” 라고 말하며 #DSA라는 태그를 붙였어요. DSA(Digital Services Act; 디지털 서비스법)는 유럽에서 발의한 디지털 서비스 법안으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거짓 정보/허위 콘텐츠/리벤지 포르노 등을 방치할 경우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내야 하며 심할 경우 유럽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자유롭겠다는 머스크에게, ‘아니. 우리 규제 알지? 지켜’라고 말한 건데, 이 대화가 요즈음 EU와 빅테크간의 관계를 잘 요약해 주는 것 같아요. |
|
|
유럽이 디지털 규칙을 다시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 Elena Lacey, Getty Images |
|
|
테크래쉬(Tech-lash)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The Economist에서 언급한 용어인데, 기술(Tech) 과 역풍(backlash)의 합성어로 ‘빅테크 기업의 커지는 힘과 영향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말합니다. 빅테크 기업의 시장 독점, 조세 회피 및 탈세, 유해/불법 콘텐츠에 대한 책임 회피, 개인정보 남용, 사용자(특히 미성년자)의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이 테크래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이의 연장선상에서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의 힘겨루기가 일어나고 있어요.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21년 반독점 법안 발의, 미연방 거래위원회(FTC)나 법무부를 통해 빅테크 기업 대상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엄격한 자세를 취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빅테크 관련 규제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정부 발의 소송이 연달아 패소하며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황이죠. 미국은 자국 규제인 만큼 정치권의 흐름에 따라 기조가 변할 수 있다 보니 결론이 애매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도 하고요.
그에 반해 유럽은 ’18년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인정보보호법), 디지털세 등을 제정하면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법안 제정 및 규제 시행에 적극적이에요. 규제 역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요즈음 뉴스에서 ‘삼성이 게이트키퍼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말을 많이 듣고 계실 텐데요, 유럽이 제정한 DMA(Digital Market Act, 디지털 시장법) 이야기입니다. 이번 9월 6일 EU는 DMA가 적용되는 ‘게이트키퍼(문지기)’ 기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적용되는 기업들은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매출 총 10%, 위반 반복 시 20%까지도 과징금으로 납부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DSA와 DMA는 별개로 발의된 법안이 아니라 빅테크에 대한 규제 차원에서 패키지로 기획된 법안이에요. EU는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 ’20년 말 이 두 법안에 대한 초안을 공개하였었는데요. 이제 ’24년 초부터 의무로 시행되며 지침이 아니라 법률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유럽 전역에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소송에 기반한 사후 규제를 주로 시행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의 이번 법안은 사전 규제로, 빅테크 기업이 충분히 인지하고 시정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가진 후 적용되는 것이다 보니 더 엄격하게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EU는 지금까지 여러 법안을 제정해 왔지만, 이번 법안이 부과하는 과징금의 규모는 역대급으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더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이러한 법안이 어떻게 시행되는지에 따라 향후 전 세계 규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보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두 법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볼까요? |
|
|
© ANATOLII BABII / ALAMY STOCK PHOTO |
|
|
먼저 DSA는 인터넷 사용자의 기본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법안입니다. DSA는 유럽 내 10% 이상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모든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규제 대상으로, 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업체가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거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규제 내용은 주로 콘텐츠 관리에 대한 사항들입니다.
- 거짓 정보, 허위 콘텐츠, 리벤지 포르노 등 구조적 위험 평가 정기적 수행 및 독립적 감사기관이 인정한 완화 조치를 이행해야 함
- 집행위는 전쟁 등 위기 시 긴급 대응 조치로 대형 플랫폼에 전쟁 프로파간다 삭제 등 긴급조치를 명할 수 있음
- 아동학대, 테러 선동 등 불법 콘텐츠를 금지할 의무가 있음
- 합법적이지만 유해한 콘텐츠를 제한할 의무가 있음
- 광고는 명백하게 광고임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음
- 어린이 대상의 개인화 추천 광고, 정치적 견해 또는 종교적 신념 등 민감한 개인정보 기반의 추천 광고는 금지됨
- 반복적 암시 등 소비자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다크 패턴은 금지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법 콘텐츠에 대한 규제 사항뿐만 아니라, ‘합법적이지만 유해한 콘텐츠를 제한할 의무’ 항목입니다. 영국에서 발의된 온라인 안전 법안에서는 동일 항목이 정부가 정당한 견해를 검열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삭제된 바 있지만, 이번 계기로 SNS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는 가짜 뉴스, 혐오 및 차별 발언, 폭력적인 콘텐츠 등을 규제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크 패턴에 대한 금지 사항도 눈에 띕니다. 다크패턴이란 눈속임 패턴으로도 불리는데,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한 사이 어떤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계나 디자인을 말합니다. 해지가 어렵거나,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동으로 정기 결제가 된다거나 하는 경우를 주로 말하지만, 소비자가 더 구매하거나 더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정의에 따라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난 레터 ‘끊을 수 없는 숏츠의 늪, 우리 탓일까?’에서 다루었던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차용하고 있는 ‘무한 스크롤’ 구조도 “이용자들에게 한계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여 소비량을 인식할 수 없게 되고 의도치 않게 더 소비하게 한다”는 점, 의도치 않은 중독 효과로 “금단 현상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크 패턴으로 인지될 수 있어요. 해당 항목이 어떻게 해석될지에 따라 플랫폼 업체에 끼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
|
무한 스크롤을 다크 패턴으로 볼 수 있을까요? © Mohd Hafiz |
|
|
DSA가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면, DMA는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이 적음을 문제시 삼는 ‘반독점’ 성격의 법안입니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 4,500만 명 이상, 시가총액이 750억 유로(약 107조 원)이며, ‘플랫폼’ 사업자인 업체를 게이트키퍼 기업으로 선정하여 해당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고자 하는 규제법이에요.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빅테크 기업으로 하여금 독과점을 막고, 독점적인 지위를 기반으로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죠.
선정된 6개 기업으로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틱톡),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습니다(삼성은 ‘플랫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되었어요). 현재 업계에서는 DSA 보다 DMA에 대한 관심이 더 큰데, DMA가 빅테크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
|
|
게이트기퍼로 지정된 기업과 대상 서비스 © European Commission |
|
|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 제 3자 서비스와 게이트웨이 플랫폼 간 상호운용을 허용할 의무가 있음
- 보유하고 있는 자사 서비스 간의 데이터를 결합할 수 없으며, 3자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이 금지됨
- 서비스 내에서 자사 제공 상품/서비스에 대한 우대(앞 순서 노출 등) 행위를 할 수 없음
먼저 첫 번째 항목에서 말하는 ‘상호운용’이란, 규제 대상인 업체에서는 고객이 플랫폼에서 자사의 앱스토어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앱스토어 혹은 앱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는 애플 플랫폼 내에서는 애플 앱스토어만 설치되어 있고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받은 앱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의무에 따르면 구글과 같은 다른 플랫폼의 앱스토어를 애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DMA에 의해서 애플에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원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어요.
이에 따라 애플과 구글 모두 앱스토어를 통해 자신만의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 고객을 록인(Lock-in) 시키고 수수료 비용을 받아왔는데 해당 전략이 유효하지 않게 됩니다. 애플은 이미 디지털 시장법에 따라 iOS 17(이번 9/18부터 다운받을 수 있는 OS 버전)부터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앱을 설치할 수 있는 side-loading을 지원한다고도 하는데, 앞으로 이 항목이 어떻게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추가로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상호운용 허용이 앱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메신저 앱에 적용된다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의 친구들을 다른 메신저 앱으로 그대로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현재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간의 상호 허용만 규제로 명시된 상황이지만, 향후 이 규제가 일반화 및 확대된다면 텔레그램에서 별도 친구 추가 없이 인스타그램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될 수도 있겠어요. 폐쇄적인 환경으로 기존 앱들이 가입자를 지켜왔는데 이러한 변화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정말로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보입니다.
|
|
|
조만간 애플에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될까요? |
|
|
다음 항목인 ‘데이터 수집 및 결합 불가’ 항목은 자사 서비스 간 고객의 사용 데이터를 별다른 동의 없이 결합하여 사용하지 말라는 것으로, 빅테크의 주요 수익 수단인 광고/커머스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내용입니다.
구글이나 메타, 아마존, 애플 등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메타를 예로 들자면 왓츠앱-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서 고객의 행동/취향 데이터를 수집하여 맞춤형으로 광고를 제공하는 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광고 목적으로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이제 수집할 때마다 매번 동의받아야 하게 됩니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서비스에서 다양한 고객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는 것이 빅테크의 광고 상품의 장점이었는데, 이게 어려워진 것이죠. 빅테크 기업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이 광고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타격이 큰 내용입니다.
그에 더해 광고를 집행하는 고객이나 제 3자 회사에서 빅테크의 광고 데이터에 대해 요청하면 공개하는 것이 의무 사항으로 포함되어 있는데요. 기존 빅테크에서 해당 데이터를 자사 비밀로 취급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빅테크가 독점해 왔던 광고 시장에서 대안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
|
|
고객의 쇼핑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사가 보유한 다른 서비스(ex. IMDb) 내에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해 주는 아마존 DSP 광고, 이제 어려울까요? © ECOMCREW |
|
|
빅테크 기업에서는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존은 DSA의 대상으로 지목된 것에 대해서 자사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아니며 리테일 사업자 기준으로도 유럽 내에서 가장 큰 리테일 사업자도 아니라며 반발하기도 했고, 메타의 경우에는 DMA를 의식하여 유럽에서는 ‘스레드’를 출시하지 않기도 했어요. 이에 대해서는 규제로 인해 유럽 고객의 권익이 침해받는다는 여론을 형성하고자 출시를 미뤘다고 보는 입장도 있고요.
다만 의무 적용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순응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애플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타사 앱스토어 허용에 대해 조금씩 개방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고, 구글의 경우에는 EU 집행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DMA 시행 전에 데이터 공개 정책 등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한 바도 있죠.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규제가 기존 유럽에서 발표한 그 어떤 규제보다 벌금이 세기도 하고, 포기하기엔 유럽 시장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GDPR이 최대 매출의 4%였던 데에 반해, 이번 규제로는 글로벌 총매출의 20% 이상도 부과할 수 있어요.) |
|
|
애플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은 유럽입니다 © Bloomberg |
|
|
과연 반짝하고 끝나는 규제에 그치지 않고 의도한 대로 좀 더 자유롭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 구축에 성공할까요? 하루 아침에 모든 게 바뀌는 수준은 아니겠고, ’24년 3월 의무화 이후 장기적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유럽의 이번 규제로 인해 테크 업계에 꽤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
|
유럽 규제에 대한 저의 의견은 ‘찬성’에 좀 더 가까운 반반이에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성향에 비롯된 것일 수도 있는데, 저는 원래 규제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자유와 혁신, 기술 발전도 좋지만, 실제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문제 없이 잘 적용되려면 새로운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영향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입법 주체가 해당 주제에 대해 무지하지 않은 상태로 신중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요.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등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사랑하고 잘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선택권이 없어지는 것을 근 몇 년간 좀 선명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이전에 작성했던 ‘유튜브와 트위치의 상반된 광고 전략’ 레터에서도 그런 생각이 좀 묻어났습니다. 유튜브 광고 전략의 일환으로 무료 버전에서의 광고가 늘어나고 프리미엄 버전의 가격이 조금씩 증가하는데, 그게 가능한 것은 경쟁 플랫폼이 없어 고객의 완전 이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썼었죠. 유튜브의 가격이나 정책에 불만족스러워도 현재 국내에서, 전 세계에서 유튜브만 한 지위를 가진 동영상 플랫폼이 있을까요? 하물며 방송도 유튜브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앱스토어도 그렇죠. 아이폰 유저로서 항상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30%)으로 인해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져왔는데, 뒤이어 구글도 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수수료 비율을 높이는 것을 보면서 "이에 반발해도 앱을 배포하고 다운받으려면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확실한 독점"이라는 것을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톡이 이에 반발해서 카카오톡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 다운받을 수 있게 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얼마 안 가 구글의 정책에 순응하며 앱 내의 결제 아웃링크를 삭제했지만요. 빅테크 기업은 규제로 인해 혁신이 억압될 것이라고 했지만, 빅테크 기업의 독점으로 인해서도 혁신이 억압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빅테크 서비스는 온갖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를 통해 사고 영상이나 자살 영상과 같이 자극적이고 유해한 영상이 무방비하게 확산되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독이나 미성년자의 불안정을 일으키는 UI 구조를 알면서도 채택하기도 하죠. 이에 대한 경고와 규제 시도는 항상 있지만, 빅테크 기업에서 영향이 있을 만한 대응안을 가져온 적은 별로 없습니다. 길고 긴 소송과 로비를 통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빅테크 기업을 악마화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위 DMA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들의 서비스를 매일매일, 하루 종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다만 기업은 태생적으로 자본을 추구하는 만큼, EU와 같이 정부, 혹은 초국가적 기관의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그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지고, 균형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
하지만 찬성에 가까운 반반이라고 이야기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번 EU 규제가 굉장히 보호 무역주의적인 측면을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례없는 벌금 비중을 내놓았는데 자국 기업 대상이었으면 그랬을까요? 이번 유럽의 빅테크 규제는 글로벌 빅테크의 규제로 유럽 기업의 성장을 의도한 측면이 큰데, 디지털 환경의 정립을 위한 측면이 크다고 보기에는 주 규제 대상이 모두 미국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아마존이 언급했듯 유럽 전역에서 아마존은 가장 큰 리테일 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럽 빅테크 업체는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규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해당 부분을 지적한 바 있죠. 최종 규제안을 보면 지적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지는 않지만요. 앞서 ‘유럽에서는 새가 우리 규칙에 따라 날 것이다’라고 말했던 EU 집행위원 브레통은 연설에서 "유럽에서 만든 제품으로, 유럽 회사, 유럽 노동자와 유럽에서의 미래를 만들겠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 이러한 자세는 당연할지도 모르고, 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빅테크’ 자체가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기원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기술에 대해 보호주의 입장을 차용하게 되면 기술의 발전 자체가 더뎌질 수 있기에 우려가 됩니다.
‘테크’의 정신은 github 같은 것이 아닐까요? 저작권을 등록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무료로 자유롭게 공유해서 같이 멋진 걸 만들어 보자, 발전해 나가자 같은 느낌 말이죠. 미국이 중국 서비스 사용을 금지하는 등 요즈음 정치·패권 싸움이 테크의 영역으로 점점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디지털 세상의 안전과 자유’에 저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
'빅테크에 너무 많은 권력이 있는 것도 위험하지만 정부에 너무 많은 권력이 있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다' © X |
|
|
또 한 가지는 정부나 국가기관의 권한이 너무 세지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부 기관의 권력이 너무 강해졌을 때 사용자의 인권을 해칠 위험성도 있으니까요. 앞서 언급했듯 DSA의 ‘불법은 아니나 유해한 콘텐츠에 대한 제한할 의무가 있음’ 항목의 경우 ‘유해하다’ 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떻게 해석하여 적용하는지에 따라 정치적 의견을 탄압하는 도구로서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추천/노출 알고리즘 및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한 공개 항목 역시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요, 그 예로 중국에서는 IT 기업에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노출했을 때 효과가 있는지 등을 제출하게 하여 정부의 검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애플과 영국 정부와의 공방 역시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영국 내무부는 ’16년 수사권법(Investigatory Powers Act) 개정을 통해 정부가 필요에 따라 애플의 암호화한 메시지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요. 다시 말하면 정부가 요구하면 사용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정부의 디지털 감시이며 사용자의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제출하였으며, 더 나아가 법을 강제할 경우 영국 내에서는 애플 메시지 서비스를 운영 중단할 것이라는 강수를 둔 바 있습니다.
빅테크와 규제 기관 간의 힘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 그래서 누구에게나 평등한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야말로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 즉 여론이 중요한 이슈가 아닌가 싶어요. ’24년 3월 의무화될 때까지 빅테크들이 어떻게 규제에 대응해 나가는지, 유럽 규제에 따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비록 국내 같은 경우는 유럽 등과 달리 빅테크보다 자사 테크 기업의 점유율이 더 높은 특이한 환경이지만, 위와 같은 각각의 입장에서 국내 규제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
|
|
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유퀴즈⟫에도 나왔었는데,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13년간 밥값 1,000원을 유지하고 있는 '해뜨는 식당' 영상을 추천드려봅니다. 가난할 때 따뜻한 밥 한 끼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깨닫고, 많은 사람이 그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설립된 식당이라고 하는데요. 물가가 올라도, 적자가 나도 1,000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떠돌던 중 어쩌다가 이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돈도 안 되는 식당을 매일 아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투잡까지 뛰며 운영하는 주인분도 그렇지만 이 식당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
|
|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
|
|
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
|
|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