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여러분은 의견을 잘 바꾸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한 번 정한 의견을 끝까지 고수하는 편이신가요? 혹은 누군가를 아무리 열심히 설득해도 상대가 생각을 바꾸지 않아 고민인 적이 있으셨나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똑똑한 것만큼이나 중요한 스킬, 다시 생각해보는 역량에 대해 강조한 책이 있어 소개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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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에디터 : 찬비
전 사실 타당한 반박에 지조 없이 금방 납득해버리는 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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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1. '다시 생각하기' 왜 중요할까 2.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3. 다른 사람을 잘 설득하는 법
4. 좀더 건설적인 대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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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에게 큰 고민이 있었는데요, 의견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어떻게 얘기해도 설득이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정치적인 이슈에서 가장 어려웠는데, 아무리 제 딴에 합리적인 근거를 든다고 해도 도무지 어느 쪽으로 합의를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왜 이렇게 설득이 어려운가, 왜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도 내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어려울까. 한창 고민하면서 여기저기 물어보던 차에 이 책을 만났어요. |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의 책 ⟪싱크 어게인⟫ (원제: Think Again)입니다. 전작인 ⟪기브 앤 테이크⟫와 ⟪오리지널스⟫도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서 작가 이름이 익숙하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작가 역시 저처럼 “대체 왜 사람들은 마음을 잘 바꾸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이 마음을 잘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쓰게 됐다고 해요. 이 책의 강점은 다른 애덤 그랜트의 책답게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시 생각하는 역량이 왜 중요한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이를 교육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등을 모두 연구 결과로 뒷받침하고 있고,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로도 설명하고 있어요.
인트로로 소개되는 일화부터 아주 강렬해요. 들불을 잡으려고 뛰어든 소방대원들은 오히려 들불에 쫓기는 모양새가 됩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살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 소방대장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불을 지르고는 물에 적신 손수건을 입에 물고 엎드려버려요. 자신 주변의 풀숲을 미리 태워서 불이 닿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었죠. 당장 화마가 뒤에서 쫓아오는 순간에 다른 대원들은 대장이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치는 소리에도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 뛰어갔고, 화마보다 빠르게 뛰어갈 수 있었던 일부와 소방대장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빠르게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는 능력’이 그를 살아남게 해준 것이죠.
위의 사례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작가는 여러 예시를 통해 현실 상황에서도 ‘다시 생각하는’ 역량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시장에 맞는 BM(또는 PMF)을 찾기 위해 수시로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다시 생각하기’ 교육을 받은 이탈리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조군에 비해서 더 많이 피봇을 시도하고 성공할 확률도 높았다고 해요. 비슷한 예시로 한때 모든 셀럽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의 시대에 필요했던 피봇을 하지 못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죠. 우리는 보통 결단력 있고 확신에 찬 리더를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과거까지는 우리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념을 고수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옳았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처럼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시기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버리고 다시 생각하는 법도 익혀야 합니다. 다시 생각하는 것은 스킬이기도 하지만 사고방식이기도 해요. 작가는 우리가 전도사나 검사,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
우리는 보통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어떤 믿음이나 개념, 편견을 고수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럴 때 우리가 전도사나 검사, 정치인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이야기해요. 전도사처럼 내 믿음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설교하기도 하고, 검사처럼 상대방의 주장에서 오류를 발견해 줄줄 읊기도 하고, 정치인처럼 내 생각에 동의해줄 사람을 찾아 로비를 하기도 하고요.
전도사나 검사, 정치인 대신 작가는 우리가 과학자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죠.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내가 틀릴 수도 있는 지점을 찾아나서고, 새로 배운 것에 따라 우리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것. 둘이 다른 점은 다시 생각하는 것에 대한 태도예요. 전도사/검사/정치인의 세계에서 의견을 바꾸는 것은 마치 내가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상대에게 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학자의 세계에서는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지적으로 온전해지는 일인 거죠. |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위해 작가는 우리가 겸손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더닝-크루거 효과란 우리가 가장 능력이 부족할 때 가장 과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하게 되죠. 그렇다고 아예 확신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을 믿되 자신이 사용하는 툴이나 의견이 언제든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겸손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제가 여기에서 크게 공감했던 것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내 의견이 내 정체성이 되면 안된다는 것. 특정 연도에 특정 국가에서 태어난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의견은 태어난 이후에 생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의견이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면, 의견을 바꾸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 되어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 됩니다.
간단한 예로, ‘나는 아이폰 유저다’가 내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라면, 아이폰의 약점을 이야기하거나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겠죠. 하지만 아이폰은 그냥 내가 지금 사용하는 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폰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은 폰이 출시되면 쉽게 그 폰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거예요. 의견은 그냥 그때 당시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일 뿐, 틀린 부분을 알게 된다면 다른 의견으로 바꾸는 것이 나약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른 하나는 생각을 바꾸는 것은 ‘더이상 틀리지 않을 수 있다’와 같은 의미라는 것이에요. 이 말이 저에게는 과학자처럼 생각하도록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데에 결정적이었어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잘 인정하고 마음을 바꾸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대체로 옳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경청하고 마음을 많이 바꿉니다. 생각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면 당신은 많이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너먼 같은 대가도 서슴없이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고 해요. “저는 너무 마음을 자주 바꿔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미치게 만들 정도예요. 제 의견에 대한 애착은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의견에 너무 애착을 갖지 않고 다시 생각하기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이슈에 대해 의견이 생겼을 때, 이 의견을 바꾸기 위해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나는 A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B라는 증거가 나온다면 A를 기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후에 누군가 내 의견에 반대하면서 B라는 증거를 사용한다면, 이미 생각해둔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의견을 바꾸기에 무리가 없게 되는 거죠. 또한 B라는 증거를 너무 늦지 않게 마주치기 위해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고, ‘건설적인 비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
내 생각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작가는 디베이트 전문가에게서 배운 사례를 연구를 통해 증명해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이야기해요. 일단, 상대방과 내가 동의하는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 이야기하는 우리가 크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과 나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는 거예요.
두 번째는, 수많은 근거보다는 적은 수의 강력한 근거를 제시할 것.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면 상대방의 주의가 분산되고,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힘이 약해집니다. 또한 수 많은 근거 중 하나라도 상대방이 쉽게 기각할 수 있다면 효과가 확 줄기도 하기 때문에 소수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질문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상대의 의견을 바꿔서 이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설득을 하는 것인데, 강력하게 주장하면 상대방이 오히려 반감이 들 수 있습니다. 원래 공부할 마음이 있었더라도 엄마가 공부하라고 이야기하면 왠지 공부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있잖아요. 마음을 바꾸더라도 상대가 직접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거예요.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어요. “어떤 증거를 제시하면 마음이 바뀔 것 같나요?” 만약 여기에 바뀔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상대라면 설득할 필요가 없을 수 있어요. 하지만 상대가 이야기하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합의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겠죠.
여기까지 읽고서 저는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작가는 위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실패담도 함께 이야기하는데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니까 제가 가졌던 고민이 생각나면서 반성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해야 했던 것은 수많은 정보를 눈 앞에 들이대면서 마음을 바꾸길 종용하는 것이나 그의 의견이 틀렸음을 증명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의견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도 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찬찬히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잘 모른 채로 주장하고 있던 것들도 생각보다 많았고요(더닝-크루거 효과였겠죠💦). |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논의해요. 지식이 빠르게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는 시대에 따라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는 기업문화를 도입하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다루고 있어요. 이중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소개해볼게요.
심리학의 연구분야는 무궁무진한데요,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합의를 잘 도출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Difficult Conversations Lab이라는 곳이 있어요. 이곳에 가면 자신과 정 반대에 있는 사람과 20분간 대화할 수 있는데, 합의점을 도출하게 되면 공개 포럼에 도출한 합의 성명을 올릴 수 있다고 해요. 합의를 잘 도출한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과의 차이를 통해서 알게 된 팁들이 이야기되는데, 저는 여기에서 두 가지가 마음에 남았어요.
한 가지는 어떤 이슈에 대한 의견이 딱 두 가지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서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2018년 12월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뉠 수 있고, 이중 아예 기후위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Dismissive)은 9%로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해요. 비슷한 모티프가 있다는 곳에서 출발하라는 이전 이야기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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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메시지의 복잡성을 담으라는 거예요. 언론에서 연구를 공유할 때 특히 자주 발생하는 일인데, 어떤 연구가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헤드라인에 담겨 자주 소개되곤 하잖아요. 예를 들어, 커피를 아예 안 마시거나 많이 마시는 것 대비 커피 1-2잔을 매일 마시는 것이 경미한 인지 장애의 위험을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면, 어떤 언론에서는 커피가 뇌에 좋다고 보도할 수도 있고, 어떤 언론에서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이 뇌에 안좋다고 보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복잡도 있는 정보를 헤드라인에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작가가 뽑은 베스트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아요: 어제까지의 커피 과학: 두뇌에 좋습니다. 오늘: 그렇진 않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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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한다'는 게 사실 굉장히 낯선 개념이었어요. 학교에서도 내 의견에 근거를 더해 잘 말하는 법은 배우더라도 상대의 생각을 듣고 다시 생각하는 법은 배웠던 기억이 없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내 생각이 틀린 혹은 틀리게 될 때는 무궁무진하고, 그럴 때마다 내 기분이 나쁜 것보다는 마음을 고쳐먹어서 내가 안 틀리게 됐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책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KKK를 찾아가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도록 설득한 사람, 백신거부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설득한 사람… 저는 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 받은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제가 또 모르는 사이에 검사나 전도사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다시 대화를 시도해봐야겠어요.
저의 이 글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책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글을 잘 쓰는 교수님답게 큭큭 웃다가도 이마를 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저는 앞으로도 더 지조 없이 옳은 쪽으로 휙휙 의견을 바꾸는 어거스트 에디터가 되어볼게요. 🙋♀️ |
TRPP - Yeah (Round and Round) (구경이 OST) |
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최근에 드라마 ⟪구경이⟫ 대본집 텀블벅 펀딩이 시작되면서 씨네21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이정흠 감독과 대본집 편집자 두 분을 모시고 대담이 진행됐는데요, 재미있게 듣다보니 어느새 제가 결제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당시엔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가 매니아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드라마로 종결이 되어버렸지만... 만약 내 취향 한 마이너 한다? 라면 꼭 한 번쯤 봐주셨으면 하여 1년이 지난 이 드라마를 다시 영업해봅니다!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연출을 맡은 이정흠 감독은 OST마저 대중적이지 못해서 우리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기는 글렀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음악도 연출도 대본도 구성도 특이한 이 드라마 한 번 찍먹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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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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