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도 중꺾마가 필요합니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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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2022년의 문장은 무엇인가요? 예능 대부 이경규님의 말처럼, 4/4분기를 뒤흔든 문장이 그 해를 정의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죠. 데프트 선수가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문대찬 기자님이 창조한 작년 가장 긍정적이고 희망찬 밈이자 유행어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낳은 롤드컵과 롤 e스포츠씬은 그 어느 때보다 비명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롤드컵이 남긴 것은 무엇이며, 롤 e스포츠씬의 과제는 무엇인지 한 번 되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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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2023년 체력 경제력 그리고 티원의 롤드컵 우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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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1. 역대급 스토리텔링, 역대급 흥행 2. 하지만 비명은 끊이질 않고
3.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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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롤드컵은 한국 롤 e스포츠의 전설인 데프트와 페이커의 마포고 더비이자, 약 6년 만의 국제전 한국팀 결승 내전으로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결승 당일 ‘따운'됐고, 글로벌 트위치 동시 접속자는 280만 명, 글로벌 유튜브 동시 접속자는 17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결승전 기준 동시 접속자는 총 514만 명으로 역대 롤드컵 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 통계에는 중국 시청자가 빠져있다고 합니다.
총 상금은 223만 달러로 명성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승팀을 위한 스킨이 나오고, 해당 스킨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승의 열매가 달지 않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번 결승전은 북미에서 치러졌지만, 북미 내에서 롤 e스포츠씬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팬과 중국팬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최근 북미 리그인 LCS 소속 구단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많은 팬들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스폰서는 여전히 짱짱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마존 게이밍, 마스터카드, 레드불, 스포티파이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대회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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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스포츠 구단들은 죽는 소리를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작년에 큰 돈을 써서 외부 영입을 가열차게 진행한 농심은 자체 유스 선수로 1군을 꾸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 구단인 티원 역시 여전히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쉽게 말하면 글로벌하게는 인기가 많지만 리그와 구단의 비즈니스모델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롤 프로리그인 LCK는 종각 롤파크에서 1주일에 평균 10경기가 치러집니다.
그런데, 자리 수가 450석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으니 입지는 좋은데, 그러다보니 경기장을 크게 만들지 못했죠. 물론, 전통스포츠와 달리 경기장 자체가 클 필요가 없기에 접근성이 좋은 입지를 골랐지만 절대적으로 객석이 적다보니 티켓값 매출에도 한계가 있죠.
티켓 판매가 어렵다면, 부대 수익을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관의 경우, 상영 전 광고와 팝콘 및 음료가 있습니다. LCK에도 비슷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데, 하필 프랜차이즈 준비 시기와 코로나가 겹쳐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듯합니다.
남은 건 광고 수익입니다. 리그의 여러 구좌를 활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광고 매출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팬커뮤니티에서도 이런 광고 모델이 국내 리그에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롤드컵의 경우, 경기 내 여러 지표를 보여주는 장치에 스폰서의 로고를 박아서 더욱 전투적으로 노출하곤 합니다. LCK의 경우에는 TV에 송출되는 부분이 있어서 PPL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올해가 구단들에게 특히 힘들었던 이유는 국내 게임단의 뿌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e스포츠 구단은 VC를 통해 자본을 유입했습니다. 북미 최고 인기 게임단 TSM의 스폰서는 최근 문제가 된 FTX였고, 유럽의 팀 바이탈리티와 엑셀 e스포츠 그리고 한국의 젠지 e스포츠와 티원, 디알엑스, 샌드박스 게이밍 모두 VC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즉, 투자 받아서 숫자를 만들고 또 투자 받고 숫자를 만들고 각자의 방법으로 엑싯하는 전략을 고민했던 거죠.
그런데 망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2022년 3/4분기까지 695개의 게임 관련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중 33건만 e스포츠 관련 투자라고 합니다. 관련 금액은 3억 1천만 달러라고 합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138개의 e스포츠 투자가 있었고 금액이 21억 달러였으니 확실히 쪼그라들었죠. 금리는 오르고 있고, 불황은 눈 앞에 보이고, 수익성은 보이지 않으니 추가 투자할 쩐주들이 없어진 거죠.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e스포츠 구단들은 글로벌 VC의 투자를 받기 위해 위대한 스타와 구단을 만들어야 했고, 그렇기에 선수를 뺏기지 않게 돈을 많이 써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비교군이 하필 중국의 큰손이었죠. 특히 롤 e스포츠는 대부분 1년 단위로 선수 이적이 이뤄지다보니 연봉인상이 잦았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펌핑으로 인해 연봉은 크게 오르고, 수익모델은 애매하니 적자 폭을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농심과 샌드박스 등 주요 구단이 영입이 아닌 육성을 외친 이유도 일리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페이커가 소속된 티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니 다른 구단들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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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롤드컵은 흥행했지만, 구단들은 여전히 손가락을 빨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른 e스포츠는 어떨까요? 관련 자료가 많이 나오진 않지만, 현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발로란트가 자리를 잡는다면 전체 파이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e스포츠 구단들이 볼 레퍼런스는 많습니다. 북미와 유럽의 전통 스포츠 구단처럼 하나의 IP가 되어 굿즈를 넘어선 대형 머천다이즈 시장으로 들어가고 송출권 수익을 더욱 키워서 게임사와 나눌 수 있습니다. 혹은 스포츠 구단을 넘어선 브랜드 비즈니스로서 패션 의류를 비롯한 커머스 브랜드가 되어 D2C 매출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구단들도 알지만, 쉽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아야만 구단 팬을 만들 수 있는데, 이 난이도가 낮지 않습니다. 더불어, e스포츠를 모르는 라이트한 팬들도 잡아야 하는데 분명히 장벽이 있긴 합니다. 올해는 데프트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켰지만, 이런 스토리가 계속 나올 순 없겠죠. 게임을 몰라도 이입할 수 있는 스토리메이킹은 순전히 리그와 해설진 그리고 구단의 마케팅력에 달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티원의 해답은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최근 티원은 CU와 협업해서 삼각김밥, 컵라면, 햄버거, 포도당 캔디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전까지 e스포츠 구단이 내놓은 MD는 대부분 의류나 팬시한 굿즈에 가까웠는데, 대규모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라 더욱 관심이 컸습니다. 저는 돈을 얼마나 썼냐고요? 티원 선수들 스티커 모으려고 티원 포도당 캔디만 40개 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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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게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기 위해선, 규모 있는 커머스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T1처럼 콜라보로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를 잡고, 구단의 브랜드자본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DRX와 샌드박스의 MD도 훌륭했지만, 더 대중적인 커머스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또다른 피치스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스포츠토토는 어떨까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e스포츠도 스포츠토토에 정식 종목으로 넣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야구와 축구 모두 토토가 있는데, LCK라고 해서 못할 게 있나 싶습니다. 아니면, 플랫폼을 통한 우회적인 겜블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이벤트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e스포츠의 장점은 지역 한계가 없고, 선수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대회를 보고, 바로 선수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면서 애착 관계를 쌓을 수 있죠. 그렇기에 선수와 구단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선수들이 더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열려야만 합니다. 주관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롤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관여도가 매우 높고, 피파 등과 달리 확실한 사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대회를 더 크게 주최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개로, 전 코로나가 풀리면 LCK 투어 상품 개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구단인 EDG에서 한화생명으로 이적한 ‘바이퍼' 박도현 선수의 개인방송에 중국팬들이 수백만 원 씩 도네이션 하는 것을 보면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케이팝을 보기 위해 내한하고,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오는 것처럼 LCK의 각 구단 내지 리그 사무국이 여행사와 협업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요?
스타크래프트 1 프로리그의 원년은 2003년입니다. 그 이후로 20년 동안 e스포츠는 항상 ‘만년 유망주'였습니다. 쉽게 말해, 기대감에 베팅하는 종목이었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e스포츠는 많은 스타를 배출했고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현세대 e스포츠의 대장인 롤 e스포츠가 그동안 쌓아둔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길 희망합니다 (LCK 스폰서 제품 사기 위해서 돈 열심히 벌고, LCK 광고도 잘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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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전 제 부족함을 마주할 일이 많았습니다. 무능하고, 비뚤어진 자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절차탁마하는 마음으로 듣던 노래를 여러분에게도 공유드립니다. 2023년 모두 더 나은 우리와 내일이 기다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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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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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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