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매출 줄어든 지상파 안녕하세요. 에디터 움큼입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목요일 인사드립니다. '추석'의 한자가 '가을 추(秋)' '저녁 석(夕)'자를 쓰는 '가을 저녁'의 뜻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밝은 보름달이 뜨는 가을밤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夕'자의 다른 의미인 '절기 또는 기간의 마무리'를 생각하면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을, 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넉넉한 한가위 보내셨길 빕니다🍂🍂
추석에 저도 본가에 다녀왔는데요, '영탁쇼'니 야구 경기니 이것저것 보다 생각해보니 부모님께서 지상파 채널을 거의 보지 않으시더라구요. 최근 들어 사회 전반에서 지상파 방송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아, 이번 레터는 지상파 방송국의 위기에 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
|
|
1. 쪼그라든 지상파 -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2. 하락의 이유 - 지상파에 돈 쓸 이유가 없다
3. 희망퇴직까지 단행한 KBS, 3사 분위기는 '비상'까지는 아닌가?
4. 사족 - 공중파 아니고 지상파가 맞습니다 |
|
|
이번엔 정말로 망..까지는 아니고 망해가고 있습니다. © 슬램덩크 (수정) |
|
|
지상파 방송국은 별도의 OTT나 케이블 연결 없이도 시청할 수 있는 KBS·MBC·SBS 그리고 EBS를 지칭합니다. 이 중 오늘은 KBS·MBC·SBS 3개 방송국을 주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EBS는 교육방송으로 목적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지상파 방송국은 이들 3개 사를 지칭하니까요! 사실상 과점 상태로 운영되고 있고, 공영이든 민영이든 상당한 수준의 공익적 가치 준수가 요구되기도 하는 만큼 이들의 생존이 중요하리라고 생각해 대상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그럼 얼마나 지상파 방송국들이 망했냐구요? 지상파 방송국 망한다는 얘기가 못해도 10년 넘게 들은 거 같은데 '구라' 아니냐 하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회사가 망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떤 상황에 처해야 할까요? 매출이 깎이면 될까요? 영업이익이 왕창 줄어들면 될까요? 사정이 어렵다며 사실상 해고를 단행하거나, 핵심 상품 매출이 팍팍 떨어지면 될까요? 유감스럽게도 지상파 3개 방송사는 여기에 모두 해당됩니다. 네 정말요... |
|
|
먼저, 지상파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덩치'라고 할 수 있을 매출로 따지면 KBS-SBS-MBC의 순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는 2021년 1조4580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2년 사이 1조3865억원으로 줄었고, MBC는 7775억원에서 7436억원으로, SBS는 9098억원에서 8666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방송사 매출이 감소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
|
|
영업이익, 확실히 줄었습니다. KBS는 적자가 대폭 악화됐구요. 자료는 각사 공시 내용. |
|
|
수익성을 짚어보기 위해 영업이익을 보자면, 매출 때보다 악화 상황이 더 뚜렷하게 관찰됩니다. KBS는 2021년 71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적자가 지난해에는 645억원이 되어, 적자 폭이 대폭 커졌습니다. MBC는 684억원을 벌다가 77억원의 영업이익만 남길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네요. SBS도 2021년에는 14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작년엔 3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에 그쳤습니다.
|
|
|
방송국의 가장 주요한 매출원은 '광고'인데요, 광고 시장 안에서 지상파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 방통위 |
|
|
'매출과 영업이익은 업황에 따라 출렁이기도 하는 건데, 근본적인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볼 수 있나?'라고 되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경쟁력을 파볼 수 있는 자료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위 그림은 정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해 발표한 '2023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자료 중 매체별 광고시장 점유율 변화 추이입니다.
지상파는 저희가 이번 레터에서 다루고 있는 'K+M+S+EBS' 방송국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PP는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사업자구요, CP는 IPTV 사업자나 콘텐츠 공급자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1황'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 매출 점유율은 2017년 들어 PP사업자에게 따라잡히고 맙니다. 그 이후 다소 오르내림은 있지만, 40% 점유율의 벽을 깨지 못하는 분위깁니다.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 매출 점유율이 줄어든 데에 더해, 광고 매출 자체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습니다. 내부에서도 꽤 충격을 받는 분위기라고 해요. 방송경영 직군의 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게 화제성이나 인기에서 밀리는 거야 어쩔 수 없더라도, 방송시장 안에서 광고 매출 점유율이 줄어드는 건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
|
|
광고 말고 방송 매출로도 이미 따라잡힌지 오래입니다. © 방통위 |
|
|
위 자료는 전체 방송사업자의 매출 중 사업자별 비중을 분석한 것입니다. 비슷하게 지상파 3사의 비중은 2018년까지 1위를 고수하다 2019년부터 급격히 IPTV나 홈쇼핑PP에 따라잡히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일반PP에까지 밀려 '방송=지상파'의 공식이 완전히 해체될 지경이라는 의견도 나올 것 같습니다.
관련한 자료를 정리한 기사가 궁금하시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
|
앞서 말씀드린 '광고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에 더해, 아예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 방통위 |
|
|
지상파 실적이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광고 매출 감소입니다. 2023년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1조 원이 깨졌고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유수정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아래와 같은 분석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광고주들이 굳이 지상파에 돈 쓸 이유를 못 찾는 시대가 됐다는 거죠.
"특히 코로나19 종식과 광고 시장의 경기 부진에 따라 2023년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9273억 원으로 1조 원이 깨졌고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OTT들이 잇따라 광고 요금제를 내놓고 있는데, OTT는 측정된 이용자를 활용하고, 광고 효율성이나 몰입도, 간접광고·협찬믹스 등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광고 시장 영역에서도 실질적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말은 지상파 방송국들이 콘텐츠 시장뿐 아니라 광고 시장에서도 OTT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로 읽힙니다. 여기에 더해 광고뿐만 아니라 방통위 조사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흐름이 있다면, 그건 지상파에 쓸 돈을 다른 플랫폼 사업자에 쓰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에만 밀린 게 아니라 다른 사업자에게도 치인다는 거죠.
앞서 보신 광고시장 점유율 자료를 보면, 지상파의 점유율 하락한 자리를 종편 등 PP가 채웠고요, IPTV는 올라오다 주춤한 흐름새를 보였지만 SK브로드밴드나 LG헬로비전 같은 SO(System Operator)는 1년 사이 광고 점유율이 꽤 올랐습니다. 즉,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고, 그 시장에서 지상파가 차지한 파이 조각마저 줄어드는 이중 수축을 겪고 있는 겁니다.
|
|
|
좀 팔리네? 했더니 지상파는 물론 종편 등 PP의 프로그램 판매매출이 모두 주춤했습니다. 대신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CP들의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네요. © 방통위 |
|
|
여기에 더해, 지상파 방송국이 꿈꾸던 '넷플릭스와의 공존'도 쉽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꼭 넷플릭스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국들은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타고 국내 드라마·예능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걸 지켜봐 왔습니다. 초반엔 해외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기보단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어 했지만 그건 영 쉽지 않았고, 이제는 이왕 찍는 콘텐츠를 좋은 플랫폼에 팔아서라도 실적을 내보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MBC는 아예 넷플릭스와 협업해 예능 시리즈 ⟨피지컬 100⟩를 제작하기도 했고요.
지난해 들어서는 이렇게 다른 플랫폼에 자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팔아서 거둔 '프로그램 판매 매출'이 꽤 큰 폭으로 줄어버렸습니다. 중기적으로 보면 연 평균 7.2%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추가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연 평균 22.2%의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전문 콘텐츠 제작 업자(CP)들의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지상파 콘텐츠를 글로벌 플랫폼에 잘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무조건 안정적일 거라고 내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자체 투자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굳이 지상파 방송국이 제작한 콘텐츠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
|
희망퇴직까지 단행한 KBS, 3사 분위기는 '비상'까지는 아닌가?
|
|
|
지상파 3사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KBS는 올해 2월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지상파 방송국보다 적자가 심각한 것도 있겠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때문에 추가로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 희망퇴직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지금은 한국전력이 KBS 수신료를 가구당 2,500원씩 일괄 징수하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이를 한전에서 분리해 KBS가 직접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KBS는 수신료 수익이 수천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구요.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추가로 궁금하신 점은 이 기사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
|
|
KBS는 'TV 수신료의 분리징수'라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급급한 모습인 것 같아요 © 대통령실 |
|
|
수신료를 받는 KBS든 그렇지 않은 MBC든, 민영방송인 SBS든 모두 전통 매체(레거시 미디어)로서 광고 매출 하락과 콘텐츠 경쟁력 하락, OTT나 유튜브 등 타 미디어와의 경쟁 심화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OTT나 유튜브를 활용하자는 제언도 콘텐츠 판매매출 하락을 보면 신통치 않은 해결책인 것 같구요. 지상파의 위기는 확실한 것 같은데, 이들이 어떤 대책을 세워야할지에 관해서는 뾰족한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부터는 저 개인의 의견입니다. 지상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그 대응을 찾으며 레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찾아보고, 국내외 공영방송 또는 방송사의 위기와 관련한 분석글을 찾아봤지만 지상파 방송국이 생존할 수 있는 또렷한 길이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이 위기가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국만 겪는 것도 아닐뿐더러,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국이 처한 환경과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위기를 극복해 낸 사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외 사례를 찾아봤지만, 영국의 BBC는 아예 수신료를 높게 징수하고 있는 데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공영방송이라 국내 방송사와 일대일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BBC마저도 수신료 부담이 과하다는 비판이 일며 수신료를 없애거나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었거든요.
우리나라와 여러 제도가 비슷한 미국 사례를 봐도, 공영방송 PBC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긴 하지만 수신료가 없고 국내 지상파에 비해 자국 내 영향력이 떨어집니다. 폭스뉴스나 CNN 등 다른 채널의 영향력이 훨씬 높죠. 국내 지상파 방송국 중 공영방송국은 좋~은 소리만 하는 좁은 의미의 공영방송으로 축소되고 싶어 할 것 같지 않고, 공영이 아니라 민영인 SBS는 그럼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었을 때 대답이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
|
|
일단락되긴 했지만, 그 BBC마저 수신료 폐지 →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 BBC |
|
|
열심히 방송사들의 대응을 찾아봤지만, 보도부문은 시청자 신뢰도 제고 정도, 콘텐츠부문은 콘텐츠의 질 제고와 외부 플랫폼 협력 강화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만 내놓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그런지 지난해 KBS에서 제작한 ⟨특집 시사기획 창 : 공영방송은 왜 존재하는가⟩에서도 공영방송 그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필요성보다는, 수신료 폐지를 막고 싶어 하는 뉘앙스가 훨씬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영방송이 필요해!!'를 주장하는 것까진 좋은데, 그래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영 방법을 찾을지, 실적은 어떻게 개선할지 같은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거든요.
KBS의 대응이 수신료 분리징수에만 국한돼 아쉬운 가운데, MBC와 SBS도 당장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일반 기업이었으면 실적이 저 정도로 나빠지면 이미 비상경영 선언했거든요. 국내 언론의 왕으로 군림한 지난 수십 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매출 우하향, 이익 우하향만 예고된 상황이니까요.
저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론에 앞서 최소한으로 합의할 수 있는 사실의 영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국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도와 아직도 여전한 영향력으로 이 역할을 아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상파 방송국이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잘 해내고, 사회의 공기(公器)로 지속하려면 스스로 잘 먹고 살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지 싶습니다. 첫 번째 레터에서 다뤘듯, 신문들도 이미 근근이 먹고살까 말까한 상황이고 '좀 친다'는 소리를 듣는 지상파 방송국들까지 실적이 대폭 악화되고 있어서 정말로 걱정됩니다.
자구책 마련은 어쩌면 이미 KBS가 겪고 있는 것처럼 쓰라린 구조조정일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이나 해보지 않은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건 수많은 가정과 수많은 꿈을 짓밟는 일이지만, 사실 억대 연봉인 직원이 절반 이상이라는 현재의 연봉 구조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상파 방송국도 다른 방송사·콘텐츠 제작자와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 한국의 지상파가 정말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신뢰를 얻어 BBC 같은 방송사로 도약할지, 영향력이 점차 쪼그라들어 PBC 같은 언론사로 추락할지 앞으로 몇 년 안에 결정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
이번 레터에서 저는 KBS·MBC·SBS 3개 방송사를 '지상파'라고 지칭했는데요, 어쩌면 '지상파'보다 '공중파'라는 표현이 더 친숙한 분들이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중파'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흔히들 '공중파 방송'이라고 하면 공기중(空中)에 전파를 쏴서 하는 방송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공중파의 사전적 정의를 보시면 보통 우주로 쏘아보내는(...) 전파를 지칭합니다. 말하자면 외계인에게 보내는 전파 또는 인공위성에 보내는 전파 정도는 공중파(空中波)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부르는 KBS·MBC·SBS는 '지상파(地上波)' 방송입니다. 지상파는 지표를 따라 그 위에서 퍼지는 전파를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땅 위에 있는 방송국에서 땅 위에 있는 수신기로 방송을 보내려면 지상을 따라 전파가 퍼져야겠죠? 그렇다 보니 KBS·MBC·SBS는 '지상파 방송국'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그럼 누군가 되물으실 수도 있겠죠, '야 움큼, 네가 뭘 모르나본데 사람들 다 공중파라고 해. 네가 캡처한 어학사전에도 공중파라고 떡하니 나와있구만 무슨 소리냐?'라구요. |
|
|
넵 맞습니다. 어학사전에도 공중파(公衆波)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사실 요건 정식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닙니다. 워낙 언중(言衆)들이 '공중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사용자도 직접 단어의 뜻을 등록할 수 있는 '오픈사전'에 등재된 단어입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지상파'와 '공중파'라는 말을 헷갈려해서 그런지 이런 기사도 나왔습니다. 정부 담당 과장이 나와서 '공중파 ㄴㄴ 지상파 ㅇㅇㅇ'라고 일종의 '오피셜'을 띄웠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참고로, 정부가 직접 지배하고 운영까지 모두 결정하는 방송국을 '국영방송'이라고 하고, 위원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경우에는 '공영방송'이라고 합니다. KBS와 MBC는 모두 정부가 간접적으로 운영에 관여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에 해당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KTV' 같은 경우도 정부 정책 홍보 목적이 강해 국영방송인 것 같지만, 운영기관을 별도로 설립한 만큼 형식상으로는 국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에 해당합니다. 이상 사족이었습니다.
|
|
|
에디터 <움큼>의 코멘트
사실 전 아직도 대학 동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자주 들어갑니다. 시간 때우기 정말 좋거든요. 시간 때우기 위해 들어가서 보는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육아나 출산 등과 관련한 고민 글입니다. 육아나 출산 관련한 고민 글을 지나다가, 어떤 분이 '예전에 읽은 글인데 너무 감명 깊게 읽었다'며 올려주신 이 칼럼을 읽게 됐습니다. 정말 우연한 기회였던 셈이죠.
이 칼럼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찬사입니다. 적당히 거창하고 적당히 진중하고, 적당합니다. 임신 중인 저희 부부가 꿈꾸는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을 저희 부부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유려하게 풀어내신 것 같아 아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일부를 인용합니다.
"마음껏, 온 마음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다 꺼내어 사랑해도 되는 시절,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쿵쾅댈 만큼 사랑해도 되는 시절, 끌어안고 부비고 뽀뽀하고 깔깔대는 시절, 아무리 사랑해도 도망갈 리 없고,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도 없는 시절, 사랑이 강요가 되어 갇혀버린 무인도의 시절, 내 영혼을 털어내듯 걱정하고 보호하는 시절, 이런 시절은 인생에 잠시 주어진다."
아주 정성들여 빚은, 길지 않은 칼럼입니다. 감히 추천드려봅니다.
|
|
|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
|
|
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
|
|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