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거 아니라구요
하은 "실내에 있다가 밖에 나가면 안경에 김 서리는 나날··· 요즘 저의 소소한 웃음 포인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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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하은입니다.
올해도 벌써 어거스트의 달, 8월이 찾아왔습니다(짝짝). 어느새 어거스트가 운영된 지 5년이 된 해인데요, 연말까지 5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객원 에디터분들이 담아낸 다양한 주제의 기고, 새로운 에디터의 합류, 그리고 <돈쓸궁리>라는 새로운 기획 레터까지 선보였네요. (돈쓸궁리로 다시 찾아올지, 새로운 기획 레터를 구성해 볼지는 미정이에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이어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뉴스레터는 매체 특성상 일방향 소통이라서, 구독자분들의 피드백 하나하나가 저희에겐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피드백이 없을 때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오픈율 같은 숫자 정도거든요. 여러분이 어거스트를 어떻게 읽고 계신지 항상 궁금한 마음입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함께 해주세요💜 저희도 오래 지속 가능한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위해 꾸준히 힘써보겠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은 셀프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레터의 처음이나 마지막에 막간 코너로 넣어볼까 해요. 모든 에디터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는데요, 각자 어떤 대답을 들려줄지 궁금하시지 않나요?😉 오늘부터 8월 한 달 동안 이어갈 예정이니 이번 달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럼 오늘 레터는 가속노화&저속노화에 관해 다뤄보겠습니다. 구현모 에디터가 일 년 전 레터에서 정희원 교수님의 책을 잠깐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정희원 교수님이 여러 미디어에서 언급한 내용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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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부모님보다 더 빨리 늙는다고요?
2. 저속노화,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거 아니라구요
3.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중속노화를 목표로 가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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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피드를 가득 채웠던 마라탕후루의 유행이 잦아들고 새로운 음식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저속노화식단인데요, 이름 그대로 노화를 늦추는 식단입니다. 주로 단순당·정제곡물의 섭취를 줄이고, 잡곡밥·채소·콩류 등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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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SNS는 음식뿐 아니라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 보이는 저속노화식단의 유행이라니, 꽤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마라탕후루나 두바이초콜릿처럼 자극적이고 중독성 강한 음식만 유행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 유행의 중심에는 ‘저속노화 선생님’으로 유명한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이하 교수님)가 있습니다. 교수님은 저속노화를 알리기 위해 TV·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데요. 특히 X에서는 저속노화 관련 정보를 자주 공유하고 사람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변해 주시기도 합니다. 7월부터는 ‘저속노화 식단’이라는 X 커뮤니티도 운영 중이신데, 7월 말 기준으로 멤버가 벌써 2만 명이 넘었네요.
교수님이 X에서 네임드인 이유 중 하나는 각종 밈과 짤을 섭렵했기 때문입니다. 가속노화 음식을 먹는 사람은 디스(?)하고, 저속노화 음식을 먹는 사람에겐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통이 자연스레 밈이 되어 2030세대에게 저속노화가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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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노화 음식을 올리면 손절당할 수 있습니다 © X 스크린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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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수님이 각종 짤과 밈을 쓰는 건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2030을 저속노화의 길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숨어있죠. 이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인데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당뇨와 고혈압 환자의 증가율이 전 연령대 중 20-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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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보편화로 인해 진단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더 나아가 정희원 교수는“지금의 2030 세대가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더 빠르게 노화하고 더 오랜 기간 만성질환을 겪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즉, 2030 세대가 실제 나이보다 신체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가속노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속노화' 개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원래 생물학 실험에서 실험동물의 노화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데 사용하던 방법론적 표현입니다. 노인의학에서는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 '신체 기능 요소가 얼마나 고장이 났는지의 비율'을 평가하는 방법(노쇠 지수)을 사용했는데요, 고장이 나야만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기술의 발전으로 ‘노화 시계(aging clock)’라는 도구가 개발됐습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젊은 사람도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가속노화'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죠. 같은 나이여도 식습관·스트레스·음주·흡연 등 사회적, 개인적 환경에 따라 노화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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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속노화,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거 아니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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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화를 늦추고 건강해지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충분한 수면·규칙적인 운동·스트레스 관리·건강한 식사만 꾸준히 실천하면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질 수 있겠죠. 그러나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72.6분, 수도권 직장인 평균은 83.2분에 달합니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이 압도적 1등입니다. 출퇴근 시간이 긴 것도 힘든데 근로 시간도 깁니다. 최근 10년 동안 연간 200시간 가까이 줄어들긴 했지만,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평균 이상입니다. (전일제 근로자·자영업자·시간제 근로자의 비율에 따라 근로 시간 측정이 달라져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각 나라의 취업 형태 구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하여 통계 조정을 해도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약 181시간 더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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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나열하다 보니 K-직장인의 신세 한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사회 구조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죠. 긴 통근 시간으로 인한 수면 부족, 장시간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더불어 긴 근무 시간으로 인해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거나 여가 시간을 확보하려고 수면을 더 줄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면 즉각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활동에 빠지기 쉽습니다. 여러분은 출퇴근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SNS나 숏폼 영상을 습관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이런 콘텐츠가 도파민 중독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러나 이를 인지하고 자제하려해도, 장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빠져들곤 합니다. 스트레스를 순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찾게 되는 거죠.
음식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됩니다. 정희원 교수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며 마라탕후루를 ‘음식 버전의 숏폼’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이 비유를 들으니 확 와닿더라고요. 자극적인 맛으로 빠르게 즐거움을 찾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도파민이 또 다른, 더 강력한 도파민을 불러일으켜 중독으로 이어지고, 결국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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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가기 어려운 악순환··· © Youtube 디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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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교수는 내 몸과 마음을 관리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가처분 시간'이라고 비유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출퇴근과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긴 통근 시간과 근무 시간 등의 이유로 현대인들은 절대적인 ‘가처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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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중속노화를 목표로 가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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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우리에게 남은 이 조그맣고 소중한 '가처분 시간'을 어떻게 잘 쓰느냐에 따라 가속노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실행해 볼 만한 방법 몇 가지를 간단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시작점으로 삼아 볼 만합니다.
1) 일상에서 최대한 걷기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에 언급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2,500~4,000보만 걸어도 전혀 걷지 않는 경우에 비해 여러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집니다. 또한, 하루 걸음 수가 1천 보씩 늘어날 때마다 고혈압·비만·우울증 등의 위험이 약 10%씩 줄어든다고 합니다. 합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의 위험도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걷기도 생각보다 가성비 좋은 운동 같지 않나요?
더 효과적으로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8천~1만 보 정도 걸어야 합니다.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는 오래 걷기 힘들 수 있지만,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 들고 잠깐 산책을 한다거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짧게 자주 걷는 기회를 늘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걷기만 했는데 발목이나 무릎 통증을 느끼는 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후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대개 유연성 부족이나 코어 근육의 약화가 원인일 수 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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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에 함유된 높은 당류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당류 섭취량을 1일 총 섭취 열량의 10% 미만 또는 총 섭취량 50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영양성분 정보를 제공하지만, 개인 카페는 이러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 실제 당류를 얼마나 섭취하는지도 파악할 수 없죠. 그러나 꼭 영양성분을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달달한 음료는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는 고당류 음료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마시는 횟수를 차차 줄이거나 시럽을 넣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블랙 커피로 대체하면 가장 좋고요. 수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 네 잔 정도까지의 블랙커피는 건강에 이로울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3) 중속노화로 시작해보기
가속노화와 저속노화가 유행하면서 중속노화라는 단어도 X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공식 생물학 용어는 아닙니다). 일반식을 먹되 혈당지수가 높은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파스타를 먹을 때 샐러드를 곁들이는 수준입니다. 가속노화 음식을 먹을 때 저속노화 음식을 살짝 곁들이는 정도랄까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현실적으로 외식과 배달 음식을 완전히 끊기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으로 풀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처음부터 완벽한 저속노화를 시도할 엄두가 안 나는 분들은 조금씩 맛보기로 시작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중요한 점은 가속노화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난 이미 망했으니 될대로 돼라’가 아니라, 최선은 못 해도 차선을 유지하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가 하는 행동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저는 오늘 평소 마시던 바닐라 라떼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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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어거스트를 구독해야 하는 이유, 어거스트의 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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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거스트에 올해 합류했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ㅎㅎ. 요즘엔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너무 쉬운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어거스트는 에디터들의 직업도, 다루는 주제도 다양해요. 제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분야의 주제도 많구요.
평소 스스로는 찾아보지 않았을 영역이지만, 누군가 정리해서 말해주니 '이런 세상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게 어거스트의 매력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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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데요. 얼마 전 리빙 편집샵에 갔다가 별생각 없이 앉아본 의자가 너무 편한 거예요. 이런 의자라면 몇 시간이든 앉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 푹신한 데다 스틸 프레임도 예쁘고··· 가격 보고 조용히 찜만 해뒀는데 돈 많이 벌면 언젠가 사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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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내용을 주로 다뤘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읽다 보면 '아, 이게 나랑 이렇게 관련이 있네?', '내가 하는 행동이 이런 이유 때문이구나' 하고 생각하실 만한 주제들을 다루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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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의 코멘트
평소 좋아하는 가수 '죠지'의 신곡이 나와서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찾아보니까 2004년에 나온 노래를 리메이크한 거더라구요? 20년 전 노래가 지금 들어도 이렇게 좋다니··· 뭔가 툭 던지는 듯한 제목도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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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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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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