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IT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다수가 라인야후 사태를 꼽으실 것 같습니다. 라인야후와 이슈 사항을 간략히 정리하면 국내 IT기업인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이라는 메신저와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합병하며 설립한 합작회사인데요.
작년 말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라인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이슈 상황이 발생했고, 그것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일본 정부에서 요구했는데 그 내용이 단순 보안 이슈 사항에 대한 재발방지책이 아닌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매각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을 골자로 합니다.
라인야후의 재발방지책에 대한 제출 시한이 7월 1일까지였고 일시적으로 이슈 사항이 봉합되는 상황입니다. 재발방지책의 큰 틀은 사실상 네이버와의 시스템적인 결별을 택하며 라인야후 독자노선을 택하는 방향성이며 국내 여론이 가장 우려하던 지분 매각 관련해서는 당분간 협의를 이어간다. 정도로 여지를 남긴 형태입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지분만 쥐고 있을 뿐 네이버와 개발/사업적인 시너지는 점진적으로 없어질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네이버의 일본 매출인 천억 원대의 일본 인프라 매출이 25년~26년에 걸쳐 사라질 예정입니다. 지분을 지킨 것 외에는 애초에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야후재팬)와의 합병을 통해 얻으려 했던 이익과 시너지 여지가 대다수 사라지는 셈이라 국내 시장관계자들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행정 지도를 1, 2차에 걸쳐서 내린 것뿐만 아니라 민간 회사의 자본 관계 재설정을 포함하여 내린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언급도 있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에선 명분상 보안 사고의 대상 서비스인 네이버 클라우드가 라인야후의 관계사이자 대주주인 네이버의 서비스라 관계사이자 실질적인 자회사 포지션인 라인야후에서 시정 요청하기 힘든 지분 구조라는 것을 들어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유사하고 더 큰 유출 사고가 있었던 페이스북에 대한 이슈 사항에 대한 행정 지도 수위는 이번에 비할 바가 아니게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의혹이 거론되는 상황인 것이죠.
결론적으로 일본 정부가 공격할 명분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이 정도까지 파국으로 가야 하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국내외 관계자들 사이에서 존재하고 숨겨진 의도에 대한 해석과 추측이 더 신빙성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숨긴다고 숨겼지만 감춰지지 않는 의도
그렇다면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 정부의 뿌리 깊은 불편함과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주권, AI 생태계 주도권 이슈가 가장 큰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조짐이 보였던 이슈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9년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선언한 이래부터 계속 있었던 이슈 사항이죠. 19년도 경영 통합 이후부터 꾸준히 일본 의회에선 본인들의 디지털 인프라는 상당 부분 담당하는 라인야후의 대주주로 네이버가 존재하는 것에 불편함을 언급한 이력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19년도를 회상하면 정치·외교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불편한 상황으로 보이죠.
4년 정도 꾸준히 네이버를 라인에서 몰아낼 방안을 강구하던 일본 정부 입장이라면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은 큰 빌미로 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느낌인 것이죠. 그동안 불편한 감정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던 일본 정부는 네이버의 사업 파트너인 소프트뱅크를 통해 지분 매각을 간접적으로 압박하였고 중간의 국내 여론이나 몇몇 단체들의 이슈 제기가 없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소프트뱅크와 일본 정부의 니즈가 서로 맞아떨어져 가고 있었으니 금상첨화인 상황인 것이죠. 그 니즈가 바로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주권, AI 생태계 주도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최근 소프트뱅크 손마사요시(손정의)는 AI 생태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고 일본 정부 역시 AI 시대를 맞이하여 시장의 선도자 포지션을 차지할 기회로 현시점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일본 주요 디지털 인프라가 되어버린 라인이 일본 기업에서 주도하여 개발된 것도 아니며 데이터 역시 한국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최근 손마사요시(손정의)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반도체 회사 ARM을 통해 AI 칩을 설계할 예정으로 밝혔는데요.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보이는 생성형 AI 시대의 데이터 확보를 이번 사태로 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의 경우도 그동안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일본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디지털 역량과 인프라 확보를 일본 자국의 대표 기업인 소프트뱅크를 통해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은밀히 진행했다고 봐도 무방하게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행정지도가 내려진 3, 4월쯤 손정의와 일본 현직 국회의원이 만났다는 기사만 보더라도 정황상 꽤 신빙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번 행정지도에 대한 조짐 자체도 없었다고 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 빌미 자체는 네이버에서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소프트뱅크와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적극적이고 과도한 일본 정부의 개입이 라인을 통한 아시아 유저들의 데이터로 AI 기반을 닦아야 하는 네이버엔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번 조치를 뜯어보면 일본 디지털 인프라뿐만 아니라 라인의 글로벌 인프라 일부까지 네이버와의 계약을 종료할 예정으로 공표했습니다.
또한재발방지책 중 주요하게 다뤄진 라인야후의 기술 독립과 유일한 한국인 이사이자 라인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신중호 CPO의 사내 이사 퇴임 자체가 마치 이민자(네이버-라인)가 성공하니 억지로 현지인(야후재팬-소프트뱅크)이 되라고 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죠.
🧘 네이버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취할 수 있는 플랜은?
사실 이번 이슈를 팔로업 하면서 저는 기존 여론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 있는 의견을 드려볼까 합니다. 네이버는 사실상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가장 큰 근거는 19년도 경영통합 시기의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힙니다. 지금은 라인이 일본을 중심으로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국가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양한 수익 모델을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2010년대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라인페이와 페이페이 간의 마케팅 전쟁과 그로 인한 라인페이 순손실 이슈가 있습니다. 그 당시 18년도 순손실이 548억 원에서 19년도 2,203억까지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만 보아도 치열했던 경쟁 대비 이익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죠. 그 외에도 18년도 순이익 221억 원에서 19년도 90억 원으로 매출액은 늘었지만, 순이익이 줄어든 상황만 봐도 당시 라인의 경영 상황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결론적으로 라인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라인페이가 일본과 아시아에서 성공해야 했는데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나 라쿠텐의 라쿠텐페이와 같은 경쟁사들과 너무 큰 출혈 경쟁을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라인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일본 자국 기업이라기보단 한국이라는 타국 기업이라는 것을 감추려 했던 이유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배타적인 일본 시장 상황상 타국 기업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동력이 이벤트를 통한 일시적인 모객 행위였던 것처럼 읽히는 느낌까지 있죠.
이렇게 좋지 못한 라인 경영 상황은 이번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손마사요시(손정의)의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심지어 그 통합 상황을 살펴보면 얼마나 라인이 플랫폼 국적 논란에서 시달려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바로 라인야후의 포지션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네이버는 관계회사로 한발 물러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사회 자체도 네이버 2 / 소프트뱅크 3으로 경영권 자체도 자발적(?)으로 불리하게 설정함으로써 국적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모습까지 보이죠. 실제로 이러한 측면으로 이번 사태에서 소프트뱅크가 자신 있게 사실상 본인들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있었던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이렇게 경영 관련 주도권은 모두 소프트뱅크에 내준 네이버는 개발 관련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품위원회 구성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가져왔으나 그 부분 역시 현재 발생한 이슈 사항에 대해 큰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이 되고 맙니다. 이번 이슈 자체가 보안 이슈로 개발 관련 이슈이기 때문에 신중호 CPO가 책임지고 사내이사에서 퇴임하는 상황을 만들어 벌인 것이죠.
경영적인 의사 결정의 불리함과 네이버 서비스 시너지가 생각보다 나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상황을 촉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서비스 시너지 이슈가 가장 대표적으로 불거진 것은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를 유사하게 접목하려 했던 마이스마트스토어 철수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야후 재팬의 검색엔진 연동을 구글과 종료되는대로 네이버와 연계하려고 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소프트뱅크의 AI 관련 주요 파트너로 언급되는 회사는 네이버가 아닌 챗GPT의 오픈AI인 것만 보아도 현재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라인야후를 통한 경영 시너지는 전무한 상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로 봤을 때 네이버는 꽤 오래전부터 라인 지분에 대한 협의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한 소프트뱅크가 협상 우위를 위해 니즈가 맞는 일본 정부를 통해 압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한 상황이죠. 하지만 현재 라인야후가 이번 행정지도를 반영하기 위해 시도하는 기술 독립은 네이버와의 기술 격차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마냥 우위에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그러나네이버 역시 새로운 먹거리로 AI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엔비디아나 삼성전자와 함께 AI 관련 칩 개발에 여러 가지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네이버에 대한 협상 우위를 잡기에는 여러모로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이번 이슈 사항이 묘수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잠재적인 AI 시장에서의 경쟁사 데이터와 플랫폼 영향력 감소, 지분 매각 협상 우위를 통한 자본금 네고 여지 확보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등을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는 이슈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력한 플랜은 동남아 사업권 확보와 지분 일부 매각이 언급되어 왔는데요. 기본적으로 일본 사업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긴 하지만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단기적인 자본금 확보를 하여 빠르게 성장시켜야 하는 AI 관련 연구 개발과 관련된 사업체 인수 대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간섭이 비교적 덜한 동남아(태국, 대만 등)의 사업권을 기반으로 데이터 확보 및 글로벌 IT 기업이라는 지위도 유지할 수 있는 묘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라인야후에서 행하는 모습으로 봤을 때 협상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라인야후 실적 발표 당시 신중호 CPO 퇴임으로 인해 흔들리던 라인의 한국지사이자 일본 외 동남아 라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라인플러스 타운홀 미팅 때 라인야후 CEO가 직접 고용 안전을 코멘트한 것뿐 아니라 관련한 국내 언론의 문의에 단호하게 대응한 측면이 그러하죠.
하지만 그러한 액션은 회사 가치를 올려야 하는 입장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으며 실제 협상 당사자인 소프트뱅크의 공식적인 답변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로 해석하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어찌 됐든 적당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플랜으로 가장 신빙성이 있는 플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유력 플랜은 아마 지분 일부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고 라인 관련 영향력을 기존보다 약하게 유지하면서 영향력 확대의 시기를 기다리는 방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7월 1일 자로 예고되었던 행정지도에 대한 라인야후의 답변서로 봤을 때 긴 시간 협상이 이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단기적으로 지분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언급도 7월 2일 나오기도 했죠.
게다가 현재 소프트뱅크는 AI 관련 사업에 써야 할 돈들과 그동안 발생했던 비전펀드의 나쁜 수익률이 이제 막 개선되고 있어 당장 자본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으로 경영 프리미엄 포함된 네이버 지분 가치인 10조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한 사항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행정지도 보고서에도 단기적으로 곤란한 상황인 점을 명시했습니다.
그 외 일단 지분을 들고서 버티는 방향성, 지분 전체 매각 등의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현재 일본 정부의 경향성으로 봤을 때 지분을 들고 버티는 것은 네이버의 다른 사업 (라인망가, 제페토, 네이버웍스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좋은 결론은 아니리라는 것이 중론이며, 지분 전체 매각은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과 기업의 상징성으로 인해 네이버에서 선택하기 가장 어려운 옵션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전체 매각을 하려면 소프트뱅크가 대금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미 AI 관련 투자를 10조엔 (약 85조)를 지른 터라 자금이 나올 구멍이 만무하죠.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듯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회사 모두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고자 하는 방향성이 유사하기 때문에 양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국내 기업이 흥하길 언제나 희망하는 입장에서 네이버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모습을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